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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의 119.
작가 : 삼각형
작품등록일 : 2016.8.31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고, 어머니의 유산을 독차지 하려는 아내, 아무런 의욕 없이 삶을 살아오던 주인공은 뇌사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곁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기다린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회의적으로만 생각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병원 안을 산책하던 도중에 어린이 병동에서 꼬마 환자 박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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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0-25 19:19     조회 : 349     추천 : 0     분량 : 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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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

  간단한 스트레스 해소다.

  어린이 병동 깊숙이 들어오면, 이렇게 관리가 제대로 안 돼서인지는 몰라도 불이 꺼져있는 공간이 있다. 있는 거라고는 달랑 공기청정기 하나. 앞으로 더 가봤자 막다른 길이고 딱히 다른 시설로 통하는 통로와 가까운 곳도 아니기에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다.

  오랜 병원 생활로 알아낸 비밀의 장소…… 는 너무 과하고, 숨기 좋은 공간이다.

  집에서 짐을 챙기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와 또 싸워버리고 말았다.

  엄마가 알면 틀림없이 큰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하!”

  계속해서 바라보던 하얀색 천장에서 눈을 돌린다. 적당히 눕기 좋았던 벤치에서 벌떡 일어서며, 양 볼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쳤다.

  슬슬 갈까.

  병실이 어디인지는 아주 잘 안다, 분명 병실로 들어가면 나를 찾던 아빠가 걱정하는 표정 반, 그리고 화가 난 표정 반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고개를 젓는다.

  나는 아빠와 함께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가족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래서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내게 항상 도움이 되어주었던 엄마가 좋았고, 그에 못지않게 열심히 노력해주시던 아빠도 사랑했다.

  다시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방금 전 일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정좌를 하고 벤치에 앉았다.

  울고 싶어.

  또 이런 생각이 든다.

  두 눈을 감고 가만히 고개를 쳐들었다.

  대수롭지 않아, 괜찮아. 뭐든지 마음만 잘 먹으면 괜찮다고 엄마가 그랬어. 나는 전혀 불행하지 않아, 오히려 행복해. 무엇보다 엄마가 있으니까.

  천천히 눈을 뜬다, 이제 됐다.

  됐을 거다.

  벤치에서 일어나 이제 돌아가자고 결심이 선 때, 그 때, 갑자기 이쪽으로 오는 통로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순간적으로 몸을 벤치 뒤로 돌려 숨고 말았다. 고개만 내밀어 누가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통로 쪽을 관찰했다.

  슬리퍼 질질 끌리는 소리가 들리며, 조촐한 차림의 웬 아저씨가 들어온다. 머리에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으며, 두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터덜터덜 걸어온다.

  그것보다…… 두 양말이 색깔이 다르다, 그것도 한 양말은 검은색, 다른 쪽은 하얀색.

  환자복을 입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환자는 아니다. 아마도 이 병원의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 쪽이 될 것이다.

  괜히 숨었네.

  괜히 벤치 뒤에 숨는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 조금 부끄러워져 헛기침을 하며 걸어 나가려한 나는 순간 통로에 서있는 아저씨의 얼굴이 어디선가 봤던 얼굴임을 기억했다.

  아, 그 아저씨.

  하마터면 입으로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분명히 언젠가, 아니다. 확실히 기억이 되살아난다. 저 표정을 보니, 확실히 기억이 되산다.

  나는 저 아저씨를 이 병원에 다시 오게 된, 그러니까 응급실에서 봤었다.

  담배를 피며, 전혀 맞지 않는 말만 하고, 내가 아는 표정을 한 채로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내 눈앞에서 사라졌었다.

  이상한 아저씨.

  이상한 아저씨는 또 그 표정을 짓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기만 하고 있다.

  “아.”

  반 정도 감겼던 눈을 번쩍 뜨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낭패군.”

  그렇게 말하면서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아 보인다.

  눈을 굴리며 이리저리를 둘러보는 것 같더니, 한숨을 작게 쉬며 작은 벤치에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시선을 아무것도 없는 공중으로 돌린다.

  갈 생각이 없는 건가.

  다시 눈을 반쯤 뜨고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아저씨를 보자니, 나는 왠지 모르게 저 아저씨에게 동질감이 들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후회 막심해 보이는 표정이라고 하면 설명이 쉬울까.

  분명히 저 아저씨는 뭔가 후회할 만한 일이 있지 않을까, 또는 뭔가 힘든 일이 닥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자기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은 아닐까.

  과대망상이겠지.

  나는 내가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저 아저씨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흐흐.”

  순간 깜짝 놀란 나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흐흐흐, 하하하!”

  미친 건가.

  정말로 미친 듯이 고개를 쳐들고 웃는다.

  웃겨서 웃는 것 같지가 않다, 그냥 웃음이 밀려와서 웃는 것 같다. 감정 따위는 하나도 없는 텅 빈 웃음이다.

  이상한 아저씨는 계속해서 웃었다, 마치 누군가가 말리지 않는다면 멈취지 않고 몇 시간은 웃어댈 기세로 말이다.

  말이라도 걸아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내가 왜?

  오지랖이 좀 있는 편이기는 해도,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해야 되는 성격이기는 해도, 이런 상황에서 발 벗고 나서려는 용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덥수룩한 머리에, 키는 나보다 훨씬 크고, 남자다. 게다가 담배까지 핀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섭다. 미친 듯이 웃으니까 더 무섭다.

  그런데, 계속해서 웃는 저 아저씨의 얼굴에 그때 그 표정이 겹쳐 보인다. 그리고 거울 속 내 표정까지 겹쳐서 보인다.

  저 아저씨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참 사악하기도 해라.

  아, 이런 망상을 하면 안 되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 아저씨의 곁에 한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연다.

  “아저씨 미쳤어요?”

  조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말이 새어나왔지만, 뭐, 됐다.

  멋대로 한 망상에 대한 값을 치렀다는 기분이 든다.

  어쩐지 아저씨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

  그냥, 갈 걸 그랬나.

  표정이 싹 바뀐다, 내가 아는 어른 같지가 않다. 그리고 어쩐지 계속해서 그 얼굴에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 떠나지가 않는다.

  짜증나.

  짜증이 난다. 큰 짜증은 아니지만, 조금 이 아저씨를 골리고 싶을 정도에 짜증이 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니, 분명 그 표정이 짜증나서겠지.

  그리고 이어서 이상한 아저씨의 뱃속에서 꼬르륵하고 배고파 신호가 울린다.

  똑똑히 들렸다.

  나는 흘러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다시 입을 열었다. 뭐랄까 좀 전에 그 무서움은 이제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다.

  “아저씨 배고파요? 이거 먹을래요?”

  라고 말하며, 주머니에 넣고 있던 초콜릿을 건넨다.

  자, 이 다음은 어찌하면 좋을까.

  나는 덥수룩한 머리의 아저씨를 흘깃 보고는 재밌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히죽거렸다.

 

 

  “아~ 진짜로 이상한 아저씨였네.”

  나는 내 병실로 돌아가기 위해서, 비상구 계단을 오르며 조금 전 그 웃긴 상황을 다시 머리에 떠오르게 했다.

  심한 짓이었겠지.

  어른을 상대로 너무 심한 장난을 치고 만 것 같다. 유괴범이라고 놀리다니, 아무래도 잠깐 정신이 이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아저씨, 반응이 너무 웃겼다.

  다시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아, 그리 좋지 않았던 기분이 딴 곳으로 사라진 것만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그 표정. 아마도 그건 내 망상이겠지. 그래도, 웃기는 아저씨였어. 또 만나면 재밌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병실에 엄마가 왔기를 기도하고 계단을 힘차게 올랐다.

 

  또, 만났다.

  이 아저씨는 나를 만난 게 그렇게 기쁜 것 같지는 않은 모양이다.

  좀 전 까지만 해도, 내 말을 피하고 나와 시선을 맞추지 않으며, 걸음도 일부러 빨리 하여 내가 빨리 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허나, 나는 사라질 마음이 전혀 없다.

  애초에 목적지도 똑같고.

  두 변 정도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괜히 기분이 들뜬다.

  나는 실패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책을 고르고 있는 아저씨를 지긋이 바라봤다.

  아, 내가 아는 책이다.

  나도 모르게 줄거리를 말해버리고 만다.

  어, 내가 아는 책.

  나도 모르게 또 줄거리를 말해버리고 만다.

  남하고 대화를 한 지가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상대가 이 반응이 엄청 웃기는 아저씨라서 그럴까, 머릿속에서 한 번 생각을 거치고 말이 나와야 하는데 갑자기 그 과정이 생략이 돼버렸다.

  그리고, 역시나 웃기는 아저씨는 재미난 반응을 하며 내 상대를 해준다.

  어른이 나를 이렇게 대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아팠다. 지금도 아픈 상태다. 환자, 그게 내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학생보다 환자로 살아온 인생이 훨씬 많다. 환자라는 명목 하에 나는 보호를 받았다. 과잉보호인지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날 보호해주는 보호자는 어른들이었고, 그런 어른들은 언제나 내게 익숙한 시선을 보냈었다.

  ‘힘내라’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몸은 좀 괜찮고?’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하니.’ ‘힘들지는 않지? 힘들면 꼭 말하고.’

  사람마다 참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동정을 표한다. 또는 아예 상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내게 어른들은 그런 존재였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환자로 보일 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뭔지 모를 액체가 가득 담긴 링거를 맞으며, 부풀은 배를 한 손으로 잡고 힘겹게 걸음을 걷는 불상한 환자. 그리고 그들은 나를 보며 ‘내 가족 중에 저런 애가 없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자신은 참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

  사실 어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들 거의 비슷하다. ‘나’라는 사람보다 ‘환자’라는 이미지가 훨씬 강하고 그 ‘환자’는 내 표면을 덮어버린다. 그리고 모두들 그 표면을 보고 멋대로 배려하고, 멋대로 동정해주고, 멋대로 감동을 받아버린다.

  아, 모두는 아니다. 엄마가 있다, 단 한 사람. 엄마만은 그 ‘환자’라는 껍질을 벗겨내고 그 알맹이인 나를 바라봐준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지금까지, 엄마는 다른 어른들과는 확연히 달랐었다.

  나는 그것을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이상한 어른이 하나 있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사람을 상대하는 법을 모르는 건지.

  엄마와는 당연히 다르지만, 그 와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진심으로 내게 화를 표하고, 진심으로 나와 말다툼을 한다. 자기감정을 절제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이 내 웃음을 자아낸다.

  또, 마냥 재밌기만 한 아저씨는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나는 이 아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 표정 때문일까, 또 망상이 든다.

 

  이번에는 전보다 더 무례한 짓을 하고 말았다.

  어른에게 화를 내다니.

  눈을 부릅뜨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너무 감정적이었다.

  나는 그 아저씨의 표정이 싫었다.

  그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싫었다.

  전부 내 망상이겠지만.

  나는 아저씨의 얼굴에서 그 표정이 계속해서 비춰지고 있는 게 똑똑히 보였다.

  그래서 멋대로 내뱉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멋대로 내뱉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다가도, 홀가분해지는 마음에 나는 그만 안심했다.

  나는 병실 창가를 바라보던 시선을 내 옆자리로 돌렸다.

  텅 빈 의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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