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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연희
작성일 : 20-09-27 21:27     조회 : 347     추천 : 0     분량 : 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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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불 속에서 그가 자꾸 꼼지락댔다. 불편함에 잠이 깼는데 그제야 알람이 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이불을 재끼고 알람을 껐다. 나도 잠시 실눈을 떴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들숨을 쉬더니 몸을 일으켰다.

  “몇 시야?”

  난 다시 눈을 감고 그에게 물었다.

  “다섯 시.”

  그는 속옷 바람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냉장고를 향해 가며 대답했다. 난 다시 실눈을 뜨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식탁 위엔 와인병과 맥주 캔이 뒤섞여 놓여있었고 개수대 안엔 설거지거리가 가득했다. 그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어 병째 벌컥벌컥 마셨다.

  “컵에 따라 마시라니깐......... 나도 좀 줘.”

  잠이 덜 깬 탁한 목소리로 난 그에게 말했다. 그는 마시던 생수병을 내개 가져와 내밀었다.

  “그냥 마셔.”

  난 이불로 몸을 감싸고 상체만 겨우 일으켜 그가 건넨 생수병을 받아들었다. 난 잠시 남은 물의 양과 불순물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 벌컥벌컥 마셨다.

  “일어난 거야? 다섯 신데?”

  난 남은 물을 모두 마시고 바닥에 내려놓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일어나야지. 출근인데.........”

  그러고 그는 수건을 챙겨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그를 지켜보다가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어젯밤 일이 문득 떠올라 다시 눈을 떴다.

 

  용준이는 주말을 이용해 집에 다녀왔다. 원래 자주 내려가지는 않는다. 원주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는 일 년에 서너 번 정도 집에 다녀온다. 그의 어머니 생신과 명절, 그리고 그 외 가족이나 친지의 경조사까지 포함해서. 그가 딱히 집에 가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혼자 계신 엄마가 아들 걱정 하시는 게 싫다고 했다.

  용준이의 아버지는 그가 초등학교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누나와 여동생이 있는데, 누나는 결혼 후 울산에 살고 있고 어머니와 여동생 둘이 원주에 살고 있다. 물론 그의 어머니도 아직 젊으시고 여동생도 직장에 잘 다니고는 있지만 그의 어머니는 늘 하나뿐인 아들 걱정을 그렇게 하신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머니의 안달에 억지로라도 밤을 새 가며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누나는 여상을 나와 일찌감치 취직을 했고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 만큼은 꼭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이 일 저 일을 마다않고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그는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서울로 대학을 갈 형편까지는 되지 못해 수도권으로 목표를 낮추었는데, 끝까지 미련을 떨치지 못하시는 엄마 때문에 힘든 수험생 시기를 보냈다. 결국 그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이곳에서 생활한지 벌써 만 7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동규 새끼가 엄청 좋은 거라고 귀가 닳도록 생색 냈어.”

  늦은 오후, 집에 도착한 용준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 발판에 발을 닦으며 내게 말했다. 난 그가 씻는 동안 원주 집에서 그의 어머니가 보내주신 마른 반찬 몇 개와 과일을 깎아 바닥에 펴 놓은 상 위에 예쁘게 차려놓았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레 가져온 와인 병을 들고 서 있었다.

  “뭐, 읽을 수가 있어야지. 어디에서 사온 거래?”

  난 와인 병에 붙은 라벨을 열심히 살피며 그에게 물었다.

  “이탈리아였나? 몰라! 뭐, 스페인이랑 프랑스....... 몇 군데 다닌 모양인데........”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여행은 재미있었대?”

  난 와인 병을 차려놓은 상 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응. 걔 허세 너도 알잖아. 귀가 다 아팠다니까!”

  그는 대답했다.

  “하긴........ 여자 친구랑 간 건데 오죽 했겠어? 근데...........”

  씻고 나와 스킨을 얼굴에 바르며 상 앞에 앉으려고 하는 그에게 난 말했다. 내가 말끝을 흐리자 그는 접시 위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먹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음........ 우리도 어디 가까운 데라도 한 번 다녀올까? 요즘 날씨도 좋고. 뭐, 나들이라도.”

  난 조금 망설이는 투로 그에게 제안했다.

  “왜, 부럽냐?”

  그는 와인 코르크를 따느라 얼굴에 힘을 주고 있었다.

  “아니 뭐, 꼭 부러워서 라기 보다......... 우리 둘이 제대로 여행 한 번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를 마주하고 앉으며 난 말했다.

  “왜 없어? 지난번에....... 이모 신혼여행 배웅하고 오는 길에 포천에서 하루 자고 왔었잖아.”

  그는 와인 코르크를 따서 내 잔에 따르며 말했다.

  “그게......... 그게 무슨 여행이냐? 밖에서 자고 오면 다 여행인 거야?”

  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잔에도 와인을 채우고 내 잔에 건배를 하며 말했다.

  “여행이지, 그럼. 그 때 날씨도 좋았고 풍경도 얼마나 좋았는데.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또 호텔에서도 죽여줬잖아!”

  그는 태연하고 능청스럽게 내게 말하며 와인을 마셨다. 난 그의 대답에 무언가 다시 말하려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한숨을 뱉으며 와인을 마셨다.

  “나중에. 나중에 제대로 가자! 지금은, 너나 나나 열심히 벌어야 하잖아. 한가로이 여행 즐길 때가 아니잖아. 동규 그 놈이야 뭐 제 능력으로 그러고 다니는 거냐? 재수 좋게 분에 넘치는 여자 친구 만나서 호강에 요강에..........”

  그는 내 눈치를 보며 얘기하다가 멈칫하더니 다시 나를 힐끗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야, 근데 뭐 이거 엄청 비싸고 맛있는 거라더니. 뭐, 그 맛이 그 맛이네! 마트에서 만원주고 사 먹은 게 더 맛있는 거 같아. 그치? 으이구........ 미친 새끼, 엄청 생색을 내더니만!”

  “............ 준아!”

  난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응?”

  그는 얼른 나를 쳐다보았다. 난 와인을 크게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음....... 난 맛있는데? 뭔가 떫은 듯하면서 향기롭고. 좋다!”

  난 입을 쩝쩝거리며 비싼 와인의 향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벌써 밤 열 두 시 반을 향하고 있었다. 상 위의 밑반찬과 과일도 거의 동이 났고 뜯긴 과자 봉지와 맥주 캔 몇 개도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있던 우리는 어느 새 나란히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며 말했다.

  “너랑 나........ 다 우리 둘을 위해서 내가 이러고 사는 거야. 안 그래? 이 오빠가 말이야, 다 너 땜에, 너를 위해서.......”

  그의 혀는 꼬여 들어갔고 눈도 게슴츠레 했다. 나도 졸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난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도 나를 보며 똑같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미안하다........”

  “뭐가........ 뭐가 미안한데?”

  나도 내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느껴졌다.

  “......... 아니........ 그만........ 그만하고 자자. 난 내일 출근해야 돼. 야! 넌....... 너 쉬는 날이라고 막 마시고!”

  그는 뭔가 말하려다 말고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나를 나무랬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비틀거리자 난 얼른 그의 팔을 붙잡아 다시 바닥에 앉혔다.

  “알았어. 자자. 자면 되잖아.”

  난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입술을 떼는 나를 그는 다시 붙잡아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그의 입술과 혀의 느낌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의 날숨에서 와인향이 나는 것 같았다. 조금 전 자신의 몸도 잘 가누지 못하던 그는 날 들어 침대에 눕혔다. 그렇게 우리는 비싼 이탈리아산 와인의 도움으로 뜨겁게, 차가운 밤을 보냈다.

 

  다시 자려고 누웠지만 지난밤의 대화가 생각나 잠이 깨고 말았다. 정신이 말짱해지면서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욕실에서 그의 씻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지만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그 때 그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에 난 눈을 꼭 감았다.

  “잘 다녀와. 미안. 난 좀 더 잘게.”

  난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쓰며 말했다.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더 자.”

  그는 곧 머리를 말리고 스킨을 바르고 옷을 입는 듯 했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소리와 ‘띠리릭’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 복도를 걷는 구두 발자국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나서 난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원피스를 주웠다. 난 그것을 몸에 느릿느릿 걸쳤다. 침대에서 나와 냉장고를 열고 새 생수병을 꺼내어 선반 위에 있던 컵에 따랐다. 한 컵을 다 마시고도 갈증이 가시지 않았다. 다시 한 컵을 따르려다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병 입구를 입에 대고 양껏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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