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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두렵지 않은 시간이 포함된 두려운 삶
작성일 : 20-09-27 21:18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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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주야!”

  깜짝 놀라 돌아보니 김 주임이었다.

  “야, 인마!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 불러도 몰라?”

  그가 날 원망하듯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서 생각해 보았는데, 난 방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고 정말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엇! 죄송해요.”

  “뭐가 죄송해, 인마? 죄송할 것도 많다. 넌........”

  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김 주임과 나는 회사 정문부터 작업장까지 함께 걸었다.

  “어젠 잘 쉬었어? 오....... 술 제법 마시던데? 순둥인 줄만 알았더니....... 술은 내가 너 못 이기겠더라. 하하.......”

  “..............”

  그의 말에 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참, 너 휴대폰 없어? 생각해 보니까 네 전화번호를 몰라서 이력서 확인해 봤더니 안 적혀 있길래.......”

  그는 내게 물었다.

  “네.”

  “진짜? 진짜 없어?”

  그가 놀라는 듯 다시 물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이 놈? 휴대폰도 없고....... 참 나, 가지가지 희한한 놈이네. 하나 만들어, 인마! 전화 하나 없이 어떻게 사회생활 하려고? 응?”

  “.............”

  그의 말에 난 다시 미소로만 답했다.

  “응? 대답을 해, 인마! 웃기는....... 꼭 해. 알았지? 하면 나한테 바로 알려주고....... 회사에서도 알아야지!”

  그가 말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 난 퇴근길에 버스에서 내리면 맞은편에 보이는 휴대폰 판매점에 들렀다. 입대하기 전까지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지만 연락하는 사람은 아빠와 내가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가게의 사장님뿐이었다. 그나마 휴대폰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있었지만, 제대 후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쓰시던 번호 있으세요?”

  휴대폰 판매점 직원이 내게 물었다.

  “네........”

  “그 번호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변경하시겠어요?”

  “음......... 다른 걸로 할게요.”

  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특별히 원하는 번호 있으세요?”

  직원이 또 물었다.

  “아니요, 없어요. 아무 것으로나 해 주세요.”

  난 대답했다.

  휴대폰이 다시 생겼다. 회사에서 김 주임이 적어줬던 번호를 먼저 저장했다. 그리고 회사 총무와 대표번호를 저장했다. 허전하고 이상했다. 필요해서 새로 한 전화이지만 이 작은 기기 하나로 난 어제와는 전혀 다른 기분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은 저녁인데도 공기는 차가웠다. 이대로 집에 들어간다면 난 또 다시 작은 공간에 갇혀 버릴 것 같았다. 집 앞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몇 미터 전방에서 냄새가 전해져 왔다. ‘골목라면’. 난 그곳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은 바빠 보였다. 입구로 들어서는 나를 잠깐 확인하시고는 큰 소리로 인사하셨다.

  “안녕하세요.”

  나도 인사했다. 그에게 들렸을지는 모르지만.

  “해장라면 주세요.”

  분주함에 난 혹여 그가 듣지 못할까봐 굳이 주방 쪽으로 다가가 큰 소리로 주문을 하고 어제 그 자리로 와 앉았다. 다른 손님들이 몇 있었다. 벽 쪽 테이블엔 남녀, 출입문을 마주한 4인용 테이블엔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 둘이 정신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자리를 마주 보고 있는 반대편 구석 테이블엔 한 여자 손님이 라면국물을 떠 마시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사........ 사장님! 저, 소주 한 병........”

  난 소주를 주문하려다 등을 보이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장님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소주를 가져왔다. 자리로 와서 빈 테이블에 소주 한 잔을 따라놓자, 언제 아셨는지 사장님이 얼른 어묵 국물을 내 앞에 놓고 가신다.

  “가....... 감사합니다!”

  이번엔 그에게 내 인사가 들렸으리라 믿었다. 난 따라놓은 소주를 우선 놔두고 어묵 국물을 그릇째 한 모금 들이마셨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일 뿐이야. 겁내지 마! 다시 돌아갈 일은 없어. 앞으로의 일은 알 수 없을 뿐, 그것이 고통이 될 순 없지! 자꾸만 회상하지 마. 지니고 가려고도! 그냥 버려! 버리면 돼.........’

  난 생각했다. 휴대폰 하나를 놓았을 뿐인데 기억 속 누군가가 자꾸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가 버릴 수 있겠어? 그게 버린다고 버려질까? 과연 네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일까? 만약 그럴 수 있다 해도 끝까지 변하지 않는 건 결국 변하지 않아. 어차피 희망이란 건 없어. 그저 참고 사는 게 최선일 뿐!’

  내 생각은 또 대답하고 있었다. 답은 없겠지. 버려야 하는 게 맞을 수도 있고 참고 사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는 말에 난 혼란스러웠다. 난 나를 아직 모르고 있다. 그것이 답답했다. 해장라면으로 빈속을 달랠수록, 또 소주를 한 잔 두 잔 마실수록 채워지지 않는 허상 같은 것을 계속 채우고 있는 기분이었다. 두통이 왔다. 난 내 자신을 믿지 못하고 원망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의 휴대폰 개통을 김 주임은 무척 반겼다. 그것을 가지고 이것저것 살피더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무언가를 확인했다.

  “우리 조원들끼리는 알아야지. 현상이, 윤식이, 태준이....... 알지? 여기 저장해 뒀으니까 서로 연락도 하고, 밖에서도 좀 보고 그래. 걔들도 다 똑같아. 짠하도록 기특하고 이쁜 놈들이야........ 으이구! 이 징한 새끼들!”

  김 주임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저장된 연락처가 다섯 개로 늘었지만 그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일할 땐 서로 얼굴 한 번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모두들 정신없이 바빴다. 쉬는 날도 각자 달랐고 퇴근 후엔 학원을 가거나 공부를 하러 가거나 했다. 김 주임이 ‘똑같은 놈들’, ‘징한 놈들’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그들과 그랬으니까. 가끔씩 김 주임은 지난번처럼 우리들을 불러 모았다. 처음처럼 모두가 아닌,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두 명씩 빠지기도 했고 늘 같은 삼겹살집이기도 했지만 나에겐 그렇게라도 누군가와 함께하는 연습을 할 기회이기도 했다. 자부할 만큼은 아니어도 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일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방 안의 살림들을 정리했다. 아빠의 기억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거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편한지, 죽지 않았다 믿고 사는 게 편한지 매일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본다면 기가 막혀 웃을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문득 그의 흔적을 보면 숨이 막혔다. 마음이 사소한 감각들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사실이었지만, 난 그 사실을 구차하게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는 내 고집스런 행동들에 대한 핑계로 삼고 있었다. 박 지부장님이 생각났다. 굳이 아저씨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한심했다.

  난 한동안 열지 않은 배낭을 꺼냈다.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가방을 뒤적였다. 옆 주머니에 박 지부장 아저씨의 연락처를 적어둔 메모가 있었다. 난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우선 휴대폰에 번호를 저장해 두었다. 언제가 됐든 연락을 하게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눈을 떴다. 한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지만 시계를 보니 벌써 여섯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난 바로 일어나지 않고 이불을 꼭 끌어다 덮고 눈동자만 움직였다. 작고 네모난 천장과 어제 정리해 놓은 책상과 의자, 옷과 잡동사니들을 정리해 쌓아둔 박스들이 어슴푸레 보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작은 변화가 다시 날 흔들었다. 이만큼 오면 다시 원점으로, 저만큼 가면 또 다시 원점으로 누군가 날 자꾸 데려다 놓는 느낌이었다. 어두운 방 안을 한번 훑고 나서 다시 천장위에 그려지는 아빠의 얼굴이 날 괴롭혔다. 아빠가 아니라, 내가 미웠고 어제의 노력은 소용없었다. 허공에 소리쳤다.

  ‘아빠, 미안해! 정말 미안한데........ 나........ 좀 살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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