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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하고 싶은 기억
작성일 : 20-09-27 21:07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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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는 요리를 제법 했다. 특히 국물요리를 잘 만들었는데 언젠가부터 부엌에 계시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졌다.

  “아빠! 가스 불 좀 꺼줘!”

  “어? 어....... 아들! 미안. 아빠가 좀 늦었네!”

  욕실에서 발을 씻고 있을 때 현관문 소리가 들렸다. 난 찌개 끓는 냄새에 집에 막 들어서는 아빠에게 가스 불을 꺼 줄 것을 부탁했고 아빠는 오자마자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아빠의 손에는 비닐봉지 하나가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을 내려놓으며 찌개를 살폈다.

  “점심이나 제 때 먹은 거야? 설마 여태껏 농성장에 있다 온 건 아니지?”

  난 발을 닦고 나오면서 아빠에게 물었다.

  “먹었어. 농성장이든 현장이든, 먹으니까 잔소리 좀 하지 마.”

  아빠는 찌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며 말했다. 아빠의 회사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늘 그런 식으로 대충 둘러대는 그에게 내 잔소리는 점점 늘어만 갔다. 아빠는 그걸 아주 싫어했다.

  “아들 생일인데....... 뭘 살 시간이 없어서....... 오늘 아빠랑 소주 한 잔 하자. 오면서 중국집에 배달 부탁해 놨어!”

  아빠는 들고 온 비닐봉투를 가리키며 말했다.

  “뭐 하러........ 찌개 데워서 밥 먹으면 되는데.”

  내가 말했다.

  “매정한 아빠 만들려고 그래? 생일날은 원래 고기도 먹고 오래 살라고 국수도 먹고 그러는 거야!”

  아빠는 말했다.

 

  6개월 전부터 아빠가 일하는 자동차 공장에 문제가 생겼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아빠는 대기업 자동차 공장에 취직했다. 타고난 성실함과 정비공으로 십 수 년을 일해 온 경력으로 당당히. 그 날, 아빠가 날 번쩍 안고 동네를 달렸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이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내가 갖고 싶어 하던 것들을 사주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셨다.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 기억에 엄마란 존재는 없었다. 아빠는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내게 설명했지만 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아빠가 일터로 나가면 난 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할머니는 늘 입버릇처럼 누군가의 욕을 하곤 했다.

  ‘미친 년, 썅년, 벼락 맞을 년........’

  난 어렸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대상은 엄마였고, 병으로 죽은 사람에게 그리 험한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또 내가 잠들어 있을 때 할머니와 아빠가 나누던 대화는 나에게 엄마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승주 애미 년, 연락 오지? 알면서도 모른 척 하면 네 놈도 똑같은 놈이여! 허이구........ 제 애미 고생하는 건 아무렇지 않은 겨? 허이구....... 이놈아! 닮을 게 없어서 못난 애미 팔자를 닮어! 어이구..........”

  “내가 왜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그만 좀 해! 승주 깨겠어!”

  가끔씩 되풀이되는 할머니의 하소연을 아빠는 신경질적으로 받곤 했었다. 두 분의 다툼에 난 잠이 깨곤 했었는데, 자는 척 하다가 다시 잠드는 일이 내겐 몹시 힘든 일이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날 엄마 대신 돌보다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가셨었는데 그러고는 약 한 달 만이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밤낮없이 일해야 했던 아빠는 할머니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어린 나를 돌봐 줄 곳을 물색해야 했다. 할머니 외에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던 아빤 결국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다. 여덟 살 때부터 난 집에서 혼자 있는 법을 익혀야 했다. 아빠와 함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가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뿐이었고 아빠가 쉴 수 있는 날은 내가 등교하는 수요일, 그것도 한 달에 두 번 뿐이었다. 그래도 아빠는 단 한 시간이라도 더 나와 함께 하려고 애썼다는 것을 나는 안다. 쉬는 날엔 꼭 나를 데리고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짜장면을 먹고 들어오기도 했다. 오는 길에 반 친구들이라도 만나면 친구들은 내게 “너네 삼촌이야?” 라고 묻곤 했었는데 난 그럴 때마다 “우리 아빠야!” 라고 대답하는 게 어찌나 우쭐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빠는 자동차 공장에 취직한 것을 더욱 기뻐하셨다. 게다가 관리직이어서 교대근무를 할 일도 휴가를 반납해야 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실무는 입사조건과는 차이가 있었다. 입사 초반에는 회사 일에 적응하는 것을 꽤 힘들어 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유난히 등을 많이 보였고 살도 빠졌던 것 같다. 그래도 아빠는 정비소보다는 나은 급여 조건과 환경으로 위안을 받았다. 나도 어차피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참이어서 괜찮았다. 그렇게 아빠는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조금씩 여유를 찾으며 나를 키웠다.

 

  “조금만 기다려 봐, 승주야! 다음 주 내로 간부회의가 있을 거래. 고위급까지 다 참석해서 협상한다고 오늘 위원장이 직접 그러더라. 그러니까.........”

  아빠가 말했다. 우리는 배달된 짜장면에 탕수육을 소주 두 병에 모두 해치웠다.

  “아빠는! 내가 아직 애로 보여? 나도 바빠. 아빠 걱정이나 해!”

  난 말했다. 혀가 꼬였다.

  “아들....... 입대가 코앞인데....... 그러니까 그러지, 아빠가........ 너 맘이라도 편하게 입대하게 해 줘야지.......”

  아빠도 혀가 꼬여 있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남들 다 그렇게 가더만. 일부러 혼자 가기도 해. 나도 그게 편하고.”

  난 말했다.

  “아빠가....... 미안하니까 그러지. 대학....... 포기하지 말고, 군대 가 있는 동안 잘 계획해 둬. 이번 일만 해결되면 아무 문제없으니까, 그 땐 갈 수 있어, 인마! 알았지?”

  아빠는 술기운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자신감 있게 내게 말했다. 난 비어있는 아빠의 잔과 내 잔에 술을 채웠다. 아빠는 웃으며 내게 잔을 치켜들었다. 난 세게 부딪쳤다. 강도를 조절하지 못 해 술잔의 반이 쏟아졌다. 아빠와 난 흐느적대며 웃어재꼈다.

 

  자명종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요란했다. 잠이 오지 않아 시계를 수시로 확인했다. 새벽 3시 10분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았을 때였다. 밖에서 딸그락 소리가 들려왔다. 난 놀라 거실로 나갔다. 어둠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아빠!”

  “어! 깼네. 미안........”

  내가 아빠를 부르자, 그는 깜짝 놀랐지만 나지막이 말했다.

  “왜 왔어? 못 온다며?”

  난 아빠에게 물었다.

  “신경 쓰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자. 잠깐 뭐 좀 가지러 왔어. 금방 갈 거야. 미안해, 아들!”

  아빠는 여전히 낮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밤 샌 거야? 밥은?”

  내가 물었다. 아빠는 옆에 놓여있던 짐 가방을 집어 들며 현관을 나섰다.

  “조금이라도 더 자야지! 가뜩이나 첫 날이라 잠 설칠 텐데. 아빠 걱정은 제발 말고! 조심이 잘 가고! 아빠가 곧 면회 갈게. 미안하다.......”

  아빠는 또 울먹였다. 난 감정을 억눌렀다.

  “아침 꼭 챙겨 먹고 다녀! 전화 할게!”

  날 껴안은 아빠에게 난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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