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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고잉홈
작가 : 땡글
작품등록일 : 2020.9.27

쓸쓸한 삶과 죽음을 대하는 고귀한 삶과 죽음에 대하여.

 
새로움, 지지부진함
작성일 : 20-09-27 21:06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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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나는 김 주임에게 인사를 했다.

  “......... 아침 먹었니?”

  김 주임은 내 인사를 받는 대신 나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장부를 건네며 말했다.

  “...............”

  대답 없는 내게 김 주임은 두유음료 하나를 쥐어 주었다.

  “따뜻하네요....... 고맙습니다........”

  나는 그에게 다시 인사했다.

 

  “내일, 쉬지? 처음이라 힘들었을 텐데 푹 쉬어. 월요일에 봐요!”

  김 주임은 퇴근하는 내 등을 툭 치며 말하고 작업장을 나섰다.

  “네........”

  난 얼른 대답했지만 내 목소리가 그에게 들렸을지는 모르겠다. 버스를 타면 여섯 정거장. 피곤했지만 내일이 쉬는 날이기 때문이었을까, 걷고 싶었다. 내게는 낯선 동네였기 때문에 주변을 구경하며 걸을 만 했다. 버스를 타고 갈 때 스치듯 보이는 풍경과 분명 같은 곳임에도 다르게 보였다. 천천히 걸으면 십여 분쯤. 늘 하차하던 버스정류장까지의 거리이다. 그 버스 정류장에서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골목라면’이라는 작은 라면가게가 보였다. 실은 몇 미터 전부터 솔솔 흘러나오는 냄새가 나를 자극하고 있었고 그 냄새에 반응이라도 하듯 내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혀 아래 군침도 베어 나왔다. 열 걸음 전부터 냄새를 따라와 난 ‘골목라면’ 간판 아래에 멈춰 섰다. 잠시 서 있다가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손님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내게 인사했다.

  “아, 네........ 지금....... 라면 되나요?”

  난 무언가 낯설고 쑥스러웠다.

  “네, 됩니다. 뭐 드릴까요?”

  사장님은 표정이 없었지만 말투는 따뜻하게 들렸다.

  “아, 그럼....... 그냥 라면 하나 주세요.”

  벽에 문패처럼 메뉴판들이 나란히 줄지어 걸려 있었고 난 그것을 한 번 훑어보다가 ‘그냥 라면’이라고 말해 버렸다. 사실 ‘그냥 라면’이라는 메뉴는 없었다. 모두 열 개 남짓 되어 보이는 메뉴들에는 모두 이름이 붙어져 있었지만 난 신중하게 고르려 하지 않고 대충 주문하려 했다. 주문을 해 놓고 난 사장님을 힐끗 보았다.

  “예에.”

  사장님은 성의 없는 내 주문을 받으셨다. 그는 영업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난 다시 전부 열 평도 안 되어 보이는 가게를 훑어보고는 사장님이 계신 주방 쪽 측면 구석자리에 앉았다. 국물을 끓이고 재료를 손질하느라 나 따위에겐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을 사장님 말고는 분명 아무도 없었지만 난 낯선 곳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이내 뻘쭘했다.

  “면을 조금 더 넣었어요. 맛있게 드세요.”

  잠시 후 사장님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그릇을 내 앞에 놓으시며 말했다. 내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 또한 툭 던지듯 대충 말했다.

  “어, 감사합니다.”

  난 말했다. 황급히 몸을 돌리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뽀얀 국물에 소복이 감겨 올라온 노란 빛깔의 면발과 그 위에 올려 진 달걀노른자와 숙주나물, 파, 그리고 고추와 고춧가루도 살짝 얹어져 있었다. 어쩐지 익숙한 비주얼이었다.

  ‘아빠.............’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젓가락을 들어 면을 휘저었다. 진하고 구수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난 라면을 집어 들기 전에 사장님을 한 번 쳐다보았다. 사장님이 계신 입구 쪽에 붙어있는 소주 광고가 눈에 띄었다.

  “저기....... 사장님.”

  난 사장님을 불렀다. 아, 이번엔 들렸을까? 의심하는 순간 사장님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예에.”

  “저기........ 저, 소주 한 병만 주시겠어요........?”

  난 소주를 주문했다. 다시 재료준비를 하고 있던 사장님은 대답 없이 냉장고에서 소주 한 병을 잔과 함께 내게 가져다 주셨다.

  “감사합니다.”

  난 인사했다. 그는 역시 대꾸하지 않고 돌아섰다. 라면을 먹기 전에 소주 반잔을 따라 입에 털어 넣었다. 아주 썼다.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차가운 소주는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배 아래로 점점 흘러 내려갔다. 그러고 나서 난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이번엔 소주잔을 한 잔 가득 채웠다. 갑자기 온 몸에 근육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주 한 잔을 더 마시고 난 라면을 먹었다. 내 몸속에 들어간 소주 한 잔 반과 라면이 어떤 기억으로 날 안내했다. 겨우 삼켰었던 눈물이 다시 눈앞을 가렸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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