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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신스틸러
작가 : 감귤
작품등록일 : 2020.9.23

과거 연습생, 현직 매니저, 조만간 백수 예정.
나 은서리, 연예기획사의 대표가 되어보겠습니다!

 
라이벌
작성일 : 20-09-27 05:33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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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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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왜 저걸 신경 써야 하지?”

 

 아니 이놈이?

 애써 신경 써서 물어봐 주었더니 저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녀석이었다.

 

 “아니 그래도 너랑 연결되어 있었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갑자기 네가 내 앞에 튀어나온 상황도 그렇고, 저게 네 집… 하,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어쨌든 집 같은 역할 했던 거 아니었어?”

 “그랬지. 하지만 이제 아니다.”

 “하?”

 “썩은 고목 따위 하루빨리 부러지기만을 기다렸다.”

 

 한소을은 배은망덕한 놈답게 그간의 은혜를 잊어버린 발언을 당당하게 내뱉었다. 자유를 되찾자마자 방종해진 녀석의 모습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인간이고 나무고 하여튼 조금만 사정이 나아지면 이전의 어려웠던 시절을 잊는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뭐, 나무 주인이 그렇다니까 더 할 말이 없어서 멋쩍게 머릴 긁적였다.

 

 “그래서 너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있어?”

 

 내 물음에 한소을이 날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하긴 이놈은 이제 갓 자유를 맞본 프리즈너였다. 뭘 해본 적도, 어디로 가본 적도 없으니 구체적인 희망 사항을 꿈꾸는 것도 어려웠을 터다. 나는 한숨을 푸욱 쉬고 손짓했다.

 

 “일단 같이 가자. 어차피 너는 지금 갈 데도, 묵을 데도 없고 나도 서울로 올라가긴 해야 하니까. 아니면 너는 그냥 여기 있을래?”

 

 도리도리. 놈이 멀대 같이 큰 키와는 안 맞게 귀여운 짓을 했다. 이런 녀석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따라와. 네 진로는 서울로 올라간 뒤에 생각해 보자고.”

 

 하……. 당장 내 밥줄을 염려해야 할 판에 누가 누굴 염려해, 진짜.

 자조적으로 웃으면서도 한소을을 그 자리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내가 녀석을 그 자리에 두고 오면, 이 바보 같은 자식은 언제까지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랬다.

 녀석을 이끌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길게 뻗어 있는 플라타너스 길은 인적 하나 없이 고요했다.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었으니 모두 종방연을 하러 갔을 것이다.

 

 “맞다, 내 핸드폰!”

 

 길을 걷다 보니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기절하면서 떨어뜨렸던 모양이다. 급히 주워들어 살펴보니 다행히 외관만 살짝 흠집이 났을 뿐 작동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내 옆으로 지긋한 시선이 느껴졌다.

 

 “뭘 보는 거지?”

 “혹시 연락 온 데 있나 싶어서. 연락이… 연락이……. 안 왔네.”

 

 구석에 짐짝처럼 내려놓았던 나의 존재는 모두 잊어버렸나 보다. 씁쓸한 마음에 혀를 차며 주차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설상가상으로 원래대로라면 주차되어 있어야 할 차량 역시 보이지 않았다.

 

 “어어? 뭐, 뭐야. 설마 나 놓고 간 거야?”

 

 너무 기가 차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아 멍하니 넋을 놓았다. 심지어 이곳은 교통이 열악해 한 시간에 한 번꼴로 버스가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나마도 버스 정류장까지는 최소 15분 이상은 걸어가야만 했다. 잠시 잊었던 더러운 기분이 다시금 치고 올라오는 걸 느끼며 숨을 몰아쉬었다.

 

 “어떡하냐. 걸어서 시내까지 가야 할 판인데.”

 “널 두고 간 건가?”

 “꼭 그렇게 말로 확인사살까지 해야 하겠냐? 그래. 두고 간 것 같다. 됐냐?”

 “…….”

 “그래도 다행히 핸드폰에 카드는 있어. 시내까지 가면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거야.”

 

 그래. 비는 맞아서 쫄딱 젖었지, 배고프지, 졸리지. 직면한 상황들이 좋지 않지만 별수 있나. 까짓것 좀 걷지 뭐. 축 처지려는 어깨를 일부러 두어 번 으쓱하고는 앞서 걸어 나갔다.

 다행히 나는 이곳 석양군의 지리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과장을 더 보태서 눈 감고도 이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유년 시절 이곳에서 체력이 닿는 데까지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으니 말이다. 게다가 요즘은 핸드폰에 있는 지도로 찾아가기도 쉬우니 식은 죽 먹기다. 그러니 걸어서 시내까지 나가는 건 문제 없었다.

 

 “가자”

 

 의기양양하게 말을 내뱉고 딱 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텅 빈 주차장 입구로 갑자기 낯익은 차 한 대가 들어섰다. 내가 그토록 바랐던 배우님의 차…는 아니고. 그 여자 차다.

 

 “저 여자가 여긴 또 왜 왔지?”

 

 종방연이 한창일 텐데 더는 올 이유도 없는 이곳까지 왜?

 

 “저 여자?”

 

 투덜거리는 내 말에 한소을이 고갤 갸웃했다. 아, 이 녀석은 그녀에 대해 잘 모르지.

 급히 뒤돌아 녀석을 붙잡고 단단히 당부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있어. 아니, 너무 가만히만 있어도 이상하게 볼 테니까 그, 그래. 내가 말을 하면 옆에서 고개 끄덕여주고 맞장구만 쳐주면 돼. 알았지?”

 “알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에서 여자, 아니 홍수연이 나왔다. 검은 윤기가 줄줄 흐르는 매끈한 차체 밖으로 길쭉한 다리가 쭉 뻗었다. 어떻게 바지 정장 차림을 하고서도 각선미가 도드라지는지 모를 일이다.

 그녀는 길게 늘어뜨린 새까만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녀가 타고 왔던 동물 모양 엠블럼이 박힌 검은 차량이 홍수연이란 사람으로 체화한 것만 같다. 그저 차에서 내려 다가오는 것뿐인데 일련의 동작이 무슨 화보를 보는 것만 같다. 아, 분하게도 너무 멋지고 아름답다.

 숨 쉬는 것조차 잊은 채 바라보고 있다가 흘끔 한소을 쪽으로 보았다. 녀석 역시 넋을 잃은 채로 다가오는 홍수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짜식, 그럴 줄 알았다. 하긴 같은 여자가 봐도 홀리도록 아름다운데 남자 눈엔 오죽할까.

 

 “혹시 뭐 두고 가신 거 있으세요?”

 “네. 혹시나 해서 둘러봤는데 서리 씨 여기 계셨네요.”

 “서, 설마 저 찾으러 오신 거예요?”

 “그럼요. 종방연 자리에 안 보이시더라고요.”

 

 홍수연이 친근한 말과 함께 사람 좋게 웃었다. 와, 웃으니까 얼음장같이 차갑던 얼굴이 사르르 풀리며 너무 사랑스럽다…라기보다는 당신 오늘 마지막 촬영까지 나한테 아는 척도 안 했잖아. 왜 갑자기 친한 척이야.

 이런 내 의문에 답을 하듯 홍수연이 곧바로 대화의 타깃을 바꾸었다.

 

 “그런데 서리 씨, 저 사람은 누구...?”

 

 역시 원래 목적은 남자였구나. 내 배우님의 마음을 빼앗아 간 것만으로도 모자라 이제 한소을까지 깔짝거리려 한다 이거지.

 나는 일부러 녀석과 친한 척 팔짱을 꼈다. 당황한 듯 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태연하게 말했다.

 

 “아, 저랑 친한 친구예요. 저 혼자 있다고 하니까 곧장 데리러 와준 거고요. 그렇지?

 

 내 거짓말에 한소을은 고갤 끄덕이며 맞장구쳐주는 놀라운 사회성을 보였다. 미리 언질 준 보람이 있군. 좋았어, 이대로만 가면...!

 

 “남자가 이 녀석을 두고 갔다.”

 “야! 조용히 안 해?!”

 “어째서 화를 내는 거지? 맞장구쳐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 조용히 하라고! 부끄러우니까!”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치는 나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갤 갸웃하는 한소을의 모습에 홍수연이 웃었다. 분했다. 내 체면이 와르르 무너지는 꼴을 보인 것도 그랬지만, 그 와중에 웃는 홍수연 얼굴이 또 예뻐서 더 분했다. 이러니까 내 배우님이 그렇게도 좋다고 뒤꽁무니를 쫓아다닌 거구나. 내가 이 여자의 차가 뭔지 기억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내 배우님이 좋아하는 여자의 차라서.

 괜히 혼자 열이 받아서 씩씩대고 있자니 홍수연이 가만히 자신의 차량을 가리켰다.

 

 “일단은 차에 탈까요? 다시 비가 올 것 같은데.”

 “아, 저희는 괜찮아요. 괜히 신경 쓰지 마시고…….”

 “피차 서울로 가는 길 아닌가요? 여기서 버스 타려면 시내까지 적어도 15분 이상 걸어야 할 텐데.”

 “그건 그렇죠. 그런데 이곳 지리를 잘 아시나 봐요?”

 “그러게요. 여기서 자주 촬영하다 보니 잘 알게 됐나 봐요. 그나저나 서리 씨, 그거 아세요? 오늘 서울로 가는 막차는 벌써 떠났다는 거.”

 “네...?”

 “모르셨나 보네요. 다음 차 타려면 내일 첫차나 가능할 텐데. 오늘은 예외 없이 이곳에서 묵으셔야 하겠네요.”

 “…….”

 “그럼 차에 타실까요?”

 

 다시 권하는 그녀의 손을 한번 보았다가 곁에 선 한소을을 올려다보았다. 한소을은 여전히 뚫어져라 홍수연을 보고 있다가 내 시선을 느낀 듯 고갤 돌려 마주 보았다.

 

 “어떻게 할래?”

 “네 의견에 따르겠다.”

 

 그렇겠지. 무던하게 말하는 한소을의 모습이 어쩐지 짠하게 느껴졌다. 이 녀석은 내 의견에 따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당장 오갈 데가 없으니까. 이런 녀석을 데려다 하루 묵을 곳을 찾아 전전하고 싶진 않았다.

 

 “그, 그럼 차를 타고 가겠습니다.”

 

 홍수연의 안내를 따라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막상 차에 타려고 하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그런데 수연 씨 매니저는 어디 갔나요?”

 “종방연에 가 있어요. 거기서 바로 퇴근할 거고요.”

 “그렇구나……. 근데 수연 씨는 왜 종방연 참석을 안 하시고...? 지, 진짜로 저 찾으러 오신 거예요?”

 

 내 물음에 홍수연은 가만히 웃기만 했다.

 

 “저는 지금 운전을 해야 하니까 술 마시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그냥 나왔어요.”

 

 아니, 그게 궁금한 게 아니라..,!

 그러나 더 물어봤자 제대로 된 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자, 그럼 서리 씨부터”

 

 홍수연은 내게 뒷자리를 권했다. 널찍한 자리는 둘이 앉아도 넉넉할 것 같았다. 차 안쪽으로 들어가 옆자리를 툭툭 치니 한소을이 뒤따라 타려 했다.

 그때였다.

 

 “남자분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한소을이다.”

 “소을 씨는 조수석에 탈까요?”

 

 홍수연이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나를 뒷자리에 태운 모양이구먼.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걸 애써 감추었다. 그래도 서울까지 데려가 준다니까 참아야지. 하긴, 생각해보면 한소을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심지어 오늘 처음 만난 초면이었다. 내가 한소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하며 소유권을 주장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결국 한소을이 스스로 결정하길 기다리며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응하듯 곧바로 녀석이 움직였다. 뒷좌석으로 몸을 굽히는가 싶더니, 이윽고 발을 안에 들인 것이다.

 

 “...?”

 

 그러나 녀석은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다만 내 양어깨를 붙잡아 천천히 뒤로 눕혔을 뿐이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는 지금 쉬어야 한다.”

 

 한소을이 손을 뻗어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화들짝 놀라서 손을 치워냈다가 뒤늦게야 깨달았다. 녀석의 손이 차가운 게 아니라 내 이마가 펄펄 끓고 있었다. 몰랐는데 나… 열이 나고 있었구나.

 그제야 시야가 점점 가물가물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소을 얼굴이 두 개로 보이다가 이내 멀어졌다. 느릿하게 눈을 껌벅이고 있는 동안 조수석에 올라타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운전대를 잡은 홍수연의 모습도.

 

 “서리 씨, 괜찮아요?”

 

 둘이 잘 어울리네. 어쩐지 서로 그림체가 닮은 것도 같고……. 잘 어울리네. 잘 어울려.

 그 생각만 하염없이 하다가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어버린 것 같다. 언뜻 한소을의 화난 듯한 목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당장 이 녀석을 고칠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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