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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첫사랑과 사내연애를 사수합니다
작가 : 밍지니
작품등록일 : 2020.9.25

“어? 너... 설마 김주안!!”

“어? 민세이?”

10대의 풋풋한 어린 시절, 바라보는 것만으로 설레며 남몰래 마음을 품은 남자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그것도 자신의 옆자리로 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무엇보다 그 상대가 자신을 기억하고  그 시절과 확연히 다르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설레지 않을 사람이 또 몇이나 될까?

그 모든 희박한 상황들이 내게 일어났다.

한 번의 우연도 아닌 여러 우연이 겹쳐야 이뤄질 법한 일이, 퍽퍽한 현실에 연애조차 사치라 여기며 살아온 자신에게 봄이 온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말도 안 되게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이 사람이 운명이라고

그때는 몰랐다 운명이라 생각한 일이 계획된 사건이란 건

 
5화
작성일 : 20-09-27 02:00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6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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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남자의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애원처럼 들렸다. 남자의 말에 헤어지려는 건가 싶었는데

 뒤이어 들리는 목소리에 그게 아님을 알았다.

 

 “당신 이제 내년이면 승진이야! 조금만 더 버티면 과장되고, 그때쯤 되면 더 좋은데 갈수 있잖아 그러니깐, 버티자 나는 괜찮으니깐 응?”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남자는 확신이 들지 않아도 여자쪽 만은 알 수 있었다. 매일 점심시간 마주치고 듣는 목소리였다. 영업4부에 이선혜씨였다. 중립의 노선에서 몇 달 전부터 지과장의 노선을 잡기 시작했던 사람이었다.

 

 ‘이유가 이거였어?’

 갑작스런 태도의 변화에 의아해 하기는 했었다. 선혜씨는 소심했고, 남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하면 지나치게 자책할 정도로 심정이 고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지과장이 시키는 대로 남들 까 내리고, 부서의 정보를 가져다주면서 괴로워하는걸 보는데, 그걸 계속 하라고 하느니 내가 그만 두는 게 나아”

 

 “나 진짜 괜찮아! 요즘 지과장인 주안씨랑 세아씨에게만 관심이 있어서 덜해 그러니깐 응? 몇 달 안남았자나”

 

 외면하려고 했다.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데 선혜의 얼굴이 눈물 범벅이가 되어 있는 게 훤히 그려졌다. 거의 애원을 하다 싶이 절박하게 외치는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장면을 선연하게 만들었다.

 

 핸드폰을 들었다. 아직 답을 내리지도 않았고 기간은 남았는데도, 적어 내려가는 글씨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랑 밀회 좀 하자

 문자를 보내고 자신의 위치를 찍어 보냈다. 그사이에도 둘의 대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잠시잠깐은 못 참겠다는 애정행각의 소리도 들렸으나 이미 주안을 부른 이상 그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주안은 마치 처음부터 옆에 있었던 것처럼 빠르게 나타났다.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액션을 취하니 열렸던 입이 다물어졌다. 주안이 내 옆에 오자 나는 다짜고짜 주안을 끌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골목으로 들어가자 흘긋 주안이 두사람을 보는걸 발견했고, 그 즉시 주안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러자 놀란 듯 자신을 보는 주안이 보였고, 이내 알겠다는 듯 씨익 웃고는 고개를 제 쪽으로 천천히 내렸고 나는 눈을 감았다. 큰 두 손바닥이 내 얼굴 전체를 가릴 듯 감싸자 몸이 의지를 잃은 듯 제 멋대로 두근대기 시작했다

 

 ‘닿는 척만’

 긴장감에 숨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적당한 타이밍을 잡으려 온신경이 주안에게 가닿아 있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오직 감각으로만 그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주안의 숨결이 가깝게 느껴지고 살짝 그의 입술이 닿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거의 다다랐다 여기고 얼굴을 획 돌려 두 사람을 보며 놀란 듯 주안을 밀쳤다

 

 "어...어? 두 사람?"

 말을 내뱉고는 조용히 숨을 골랐다. 과장된 행동과 말들 속에 긴장된 마음을 숨기고 두 사람을 가리키니 두 사람도 당황한 듯 우리를 가리켰다.

 

 "역...시 두 사람은?“

 당황한 듯 주안을 슬쩍 보고 웃자 그도 따라 웃었다 다시 두 사람을 보고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눈을 찡긋 거렸다.

 

 "쉿! 비밀이에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을 한 뒤 주안의 팔을 잡고 골목을 나갔다.

 

 골목에서 조금 떨어지자 주안이 멈추었다.

 

 "모른 척 할 수 있었자나“

 궁금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처음에는 자신도 그럴 작정 이었으니깐

 

 "앞으로 저 두 사람을 외면할 자신이 있다면 그게 맞지. 나중에 내가 사실 알고 있었다 하면, 그들은 좋을까? 갑작스레 나서게 된다면 그게 호의로 비칠까? 무엇보다 지과장이 알고 있다고 하자나. 지금 회사서 자기들 편 하나도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저대로 당하기만 한 채 멀어지면 불쌍하고, 무엇보다 우리에겐 이런 동맹들이 필요하지 않나?“

 

 걸어오면서 생각한 이유들을 쏟아냈다. 그럴싸한 말이라고 스스로 자화자찬도 하며 부디 주안이 그대로 속아주기를 바랐다.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면서, 하는 행동은 알면서도 이용하는 것 같다?“

 

 "그런가? 어쨌든 고마웠다. 가짜 밀회상대가 되어줘서“

 갑작스럽게 생각난 방법이었다. 이미 이 약점을 누군가에게 들켜 이용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갑자기 나서봤자 그들은 의심하고 경계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똑같은 상황의 동질감을 만들었다. 의도가 아닌 우연처럼 만들어서, 내 약점을 내어주었다

 

 "나쁘지 않은데? 종종 써먹어. 우리 편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오히려 환영한다는 듯 팔까지 벌리는 주안을 보며 그의 팔을 한번 툭 치고는 다시 회식자리로 걸어갔다.

 

 “여전하네, 정의감 넘치는 거”

 뒤에서 들리는 주안의 말에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먼저 회식장소로 들어갔다.

 

 그렇게 돌아온 회식자리에서는 언제 깼는지 자신을 애타게 찾는 팀장이 있었고 그 이후에 의식은 없었다.

 

 *

 

 계속 신경이 쓰였다. 팀장이 왜인지 오늘의 주인공인 자신이 아닌 세아를 타깃으로 삼아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아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으나, 아무리 잘 마신다고해도 시작하고 남들은 평균 2~3잔 마실 속도에 3배속을 한 것처럼 마시면 멀쩡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신경 쓰고 있었는데, 팀장이 해롱거릴 쯤 세아가 밖으로 나갔다. 핸드폰을 열어 벨소리로 바꾸었다.

 

 그런데 벨소리로 바꾸기 무섭게, 1잔을 마시자마자 바로 띠릭 문자가 왔다. 동시에 메신저에 메시지까지 오자 쓰윽 핸드폰을 건드려 보니 세아였다. 같은 테이블에 사람들에게 대충 얼버무리고는 가면서 메시지를 열었다.

 

 -나랑 밀회 좀 하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순간 드는 오만 생각에 열이 몰렸다. 같이 온 메신저를 열어보니 위치가 찍혀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선 찍은 위치대로 네비를 켜서 찾아갔다. 멀지 않은 곳이었고, 금방 세아의 모습이 보였다. 상태가 괜찮은지 살피자 술이 취한 기색도 전혀 없어 보였고, 무슨 생각이냐고 다그치려 입을 여니 조용히 하라는 액션을 취하며 손을 흔들었다.

 

 꼭, 그게 자신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메시지의 내용과 함께 피어오는 생각과 열기는 그칠 줄 몰랐다. 상대는 민세아였다. 자신이 생각하는 일 따위의 10분에 1도 생각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세아의 앞에 다다르자 세아는 뭐라 말할 틈도 없이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갔다.

 

 ‘진짜 밀회라도 하자는 거야?’

 이미, 심장은 터질 듯 뛰고 있었다. 세아가 자신을 보자마자 손을 흔들 때부터,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자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술에 취해 충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할 것만 같았다.

 

 골목에 들어서자 안쪽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술집가라 가로등이 없어도 간판의 네온사인으로 불빛이 들어오기에 그 둘을 구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아는 사람이었다. 그제야 세아의 의도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세아가 그대로 그렇게까지 행동할 줄은 몰랐었다.

 

 자신의 목을 팔로 감싸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눈을 감았다. 그 의도가 명백히 보이자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어디까지?’

 ‘아... 해도 되나?’

 갈등은 드는데 몸은 그보다 빨랐다. 그럼에도 이 사람에게 자신이 닿는 게 허락되는지 망설여졌다. 심장소리가 골목 전체를 울리는 것만 같았다. 두 손바닥을 작은 얼굴에 대었다. 자신이 감싸는 것만으로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하는 척만’

 분명, 적당한 때에 세아가 멈출 거니 천천히 그 거리만을 좁히면 자신은 되는 거였다. 닿을 리도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여기까지, 이제 닿는 것 말고는 거리가 없는데도 세아가 밀지 않았다 세아가 고개를 돌렸다 제 가슴팍에 손을 대고 살짝 밀어내자 날아간 정신이 돌아왔다.

 

 자신을 바라보며 세아가 웃자 반사적으로 그냥 웃어버렸다. 무슨 말을 한 건지도 몰랐다. 나오며 궁금한걸 물었지만, 사실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전하네, 정의감 넘치는 거”

 

 다만, 확신이 들었을 뿐이었다. 예전에도 세아는 종종 그래왔었다. 여자아이들을 괴롭히는 남자애 앞을 막아서기도 했고, 물건을 잃어버리며 전전긍긍하는 남자아이들의 물건을 학우들을 설득해 찾아주기도 했다. 소외당하는 학우가 있으면 티나지 않게 챙겨주고, 괴롭힘이 없도록 중재하기도 했다. 반장도 아니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그래서, 그런 사람이라서 였을 것이다. 세아가 자신의 첫사랑이 된 건 말이다.

 

 비록, 좋아했다는 걸 입사 전, 동창회에서 알았지만 말이다.

 

 세아가 먼저 들어가고, 근처 편의점에서 적당히 있으며 시간을 재었다. 서로가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티나지 않도록 말이다. 편의점에 있자 운 좋게도 다른 부서 여직원이 들어왔고, 여직원에게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어? 뭐 사러 오셨어요?”

 

 “주안씨~다들 찾던데 여기 있었어요?”

 

 “하하 다들 너무 먹이셔서 도망 나왔거든요, 아 숙취해소제 사세요? 제가 사드릴게요! 마침 제 것도 사려고 했거든요. 여직원 분들끼리 나눠드세요"

 

 "어쩜 주안씨는 매너도 좋네요.“

 

 여직원을 먼저 보내고 주안은 편의점 앞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마침, 사주려고 했는데 잘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세아가 숙취해소제를 마시고 좀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아를 생각하니 좀 전에 일이 떠올랐다. 입술에 저절로 손이 갔다.

 

 '다..닿았어?‘

 생각하니 또다시 열기가 퍼졌다. 고작 닿은 것뿐이다. 처음에는 입술 옆에 살짝, 이제 밀어내라는 신호 같은 거였다. 그런데 세아가 고개를 바로 돌리자 미처 뒤로 물러나지 못해 스쳐 닿았을 뿐이었다.

 

 '와 돌겠네’

 고작 살짝 닿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그렇다고 해보지도 않은 것도 아닌데, 마치 꼬마아이가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닿은 것처럼 굴었다.

 

 '정작 당사자는 전혀 인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게 뭐냐 최주안’

 얼굴 손으로 가리고 편의점 앞에 주저앉아서 피식거렸다. 바보같이 그런 작은 접촉에도 제 기분이 둥둥 떠 있었다. 밤바람에 열기를 식히고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표정을 정리했다.

 

 들어가자, 모두가 한 곳을 걱정스레 보고 있었다. 세아와 한팀장이였다. 한팀장은 세아를 잡고 안 놔주는 정도가 아니라 거머리처럼 붙어서 술 대적을 하고 있었다. 숙취해소제를 사다준게 무색하게도 세아는 그대로 의식을 저 먼 곳으로 보내버렸다.

 

 "아니!! 세아씨는 주안씨이가 데려다아아 줘야 된 다거~~~"

 

 팀장의 막무가내에 세아를 데리고 가는 건 내 몫이 되었다

 

 "혹시, 주소나 비상연락처 아시는 분계시나요?"

 

 "나 알아요. 같이 갈까요?"

 

 손대리가 주안과 함께 세아를 부축했고 팀장이 그걸 보더니 눈에 불을 켜고 쫓아와 손대리를 떨궜다

 

 "팀장님 뭐하는!"

 

 "안좨!!!"

 

 강경한 팀장의 태도에 손대리는 가방에서 종이를 부욱 찢어 세아네 주소를 적어서 주안에게 주었다

 

 "왜 저러는지 모르겠지만 부탁해요 아? 저기 택시 타요 내가 부른 거니"

 

 "감사합니다."

 

 "세아 잘 부탁하고, 주안씨도 조심히 가요"

 

 "네 손대리님도요"

 

 택시를 부를 때 주소가 적혀 있어서 타자마자

 기사님은 출발하셨다

 

 '툭'

 세아의 머리가 주안의 어깨에 닿았다

 움찔 하며 몸이 굳은 것도 잠시, 주안은 세아가 기대기 편하게 위치를 고쳐주었다

 

 혹, 운전시 흔들려 다칠까 반대편 머리 쪽에 손을 들어 기댈수 있게 하였다

 

 

 "여기부턴, 차가 못가겠는데?"

 

 "네?"

 

 택시기사의 말에 주안이 의아해서 반문하자 기사님은 언덕 쪽에 주택들이 빼곡히 자리 잡은 곳을 가리켰다

 

 "저 시장골목 위에 주택들 있지? 저기로 올라가야 해서, 아무래도 걸어가야 할 것 같은데..."

 

 기사님은 말끝을 흐리더니 세아를 한번 쳐다보았다

 

 "죄송하지만, 혹시 업는 것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이익!! 지도상으로 멀진 않지만 언덕이라 힘들 텐데"

 

 "괜찮으니 부탁드립니다."

 

 "미안해~ 나도 오늘 야간만 아니면 도울 텐데"

 

 기사님은 난처한 낯빛으로 미안하다 하며 업는걸 도와줬다

 업은 채로 핸드폰을 보기 어려울 테니 지도라며 종이에 길을 그려주셨고 그걸 보며 주안은 걸어갔다

 

 '집들은 낡았고, 곳곳에 불량스러운 이들이 무리지어 있고, 가로등도 적은데 그것마저 깜박거리다니'

 

 주안은 이 위험한 골목을 매일 다니는 세아가 걱정스러웠다

 

 '어머니께서 탐내시는 눈치라 잘 사는구나 했는데 '

 

 주안은 왜 세아가 자신이 다가올 때 거부했는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세아의 집 근처에 도착해 두리번거리던 주안은 집 문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중년남성이 보였고 혹시나 해서 다가가니 세아의 아버지였다

 

 "어?! 세아야! 아이고~ 어쩌다 이리 마셨어?"

 "음아아 나푼 티자이 매겨서"

 

 계속 의식을 못 차리던 세아가 아버지의 말에는 대꾸하자 의식이 있는지 알아보려 흔드니 다시 반응이 없었다.

 

 "큰일 나면 어쩌려고!! 아이고! 같은 회사직원분 인 듯한데 여기까지 고생했네 고마워~ 들어와서 물이나 한 잔 하고가"

 

 "아닙니다. 저, 그럼 어디다 세아씨를 놓으면 될까요?"

 

 "미안한데 안까지 데려다 주면 안 되겠나? 내가 다리가 불편해서"

 

 주안은 자신도 모르게 향하려는 시선을 거두고

 먼저 앞서서 발을 옮기며 대답을 대신했다

 

 "세...아..."

 

 집안에 가니 어눌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중년의 여성분이 주안 쪽을 보고 있었다.

 

 '누구시지? 어디서 뵌 것 같은데'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실례인줄 알면서도 바라보았다

 

 "안녕"

 

 비교적 또렷한 발음에 다시 눈을 마주했다

 웃고 있는 얼굴에서 유치원 쯤 되었을 때 자신이 보였다 그러나 더 기억나지 않았다

 

 '언제 적 모습이야'

 

 그 장면이 현실이었는지 조차 확신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정중히, 밝게 인사하고자 노력했다

 자신이 바라본 게 결례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랬는데 그분은 더 환한 웃음을 돌려주셨다

 

 "아내가 세아가 어릴 때 사고를 당해서"

 .

 "세아씨가 어머니 닮았나봅니다 어머니가 엄청 고우시네요."

 

 "그치? 우리아내랑 세아가 이쁘긴해~"

 

 "네~“

 

 이곳에 와서야 세아의 상황이 비로써 온전히 보였다. 세아가 얼마나 힘들게 회사를 버티고 있는건지를 깨달았다. 세아에게는 지켜야 할게 있었다.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의 삶은 저 작은 몸 하나로 버텨내고 있었던 거였다.

 

 '과연, 지켜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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