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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떤, 세상의 끝에서
작가 : 어쩡
작품등록일 : 2020.9.23

점점 커져가는 세계의 부패.
그것이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세상에서부터 부패를 피해 다른 세계로,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계의 끝자락을 찾았고…
그것이 이 땅이었다.

 
마녀의 피
작성일 : 20-09-27 01:59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3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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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환희가 콸콸 나오던 세면대의 물을 잠갔다.

 고개를 들어 거울 속의 물묻은 얼굴을 보았다.

 꿈은 한때의 기억을 나타낸다고 한다. 언제인지 몰라도 꼭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몇번을 반복해 보아도 기억나지 않는 얼굴의 소녀와 절벽, 물소리, 그리고 관에서 깨어난 것 까지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것들 투성이였다.

 단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그 소녀가 없어서는 안될 존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환희야, 준비 다 했어?”

 화장실 문 밖에서 고슴도치 머리를 한 여자가 물었다.

 “나갈게요!”

 *

 

 

 

 유리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의 창 바깥으로 형형색색의 간판들이 비춰졌다.

 아래로 끝없는 바닥을 향해 빌딩들이 뻗어나가는 것 같아보였다.

 “네가 알던 곳이랑은 좀 다를거야.”

 창밖을 바라보던 혜원에게 보영이 차갑게 말했다.

 “괜찮아, 우리도 다 그랬는데 뭐.”

 혜원의 뒤에 선 엘이 말했다.

 “이제 다 왔어.”

 지윤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엘리베이터의 창밖이 검게 휩싸였다.

 땡, 하는 벨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자갈로 포장된 길과 정원이 창밖에 나타났다.

 푸르스름한 밤하늘 아래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엘리베이터를 중심에 두고 둥그렇게 휘어진 건물이 보였다.

 여섯 개의 창문, 두 층 짜리.

 윗층의 불이 켜진 테라스에는 누군가가 난간에 기대어 서서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웅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의 유리문이 열렸다.

 “다녀오셨습니까.”

 거대한 뿔, 검은색 털, 일자의 눈동자.

 염소의 머리를 한 인간이 나타나 사람의 말을 하자 혜원은 걸음을 멈추었다.

 “라하트, 특별실 개방해줘. 애들 다 불러모아주고.”

 지윤이 무심한 듯 염소인간을 지나치며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지상이야. 편하게 땅 밟아도 돼.”

 멈춘 혜원을 보고 엘이 말했다.

 “그거 아니야.”

 보영이 엘의 뒤로 지나가며 말했다.

 “…저같은 사람을 처음 보신 것 같군요.”

 염소머리의 라하트가 혜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인거죠?”

 혜원이 작게 물었다.

 “뿔 달린 사람들 중에 조금 유별난 얼굴을 한 것 뿐입니다.”

 염소얼굴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혜원은 라하트를 바라보며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저 머리에서 어떻게 인간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비가 적신 땅의 자갈길이 자르륵 소리를 내며 밟혔다.

 “약은 분부대로 먹였습니다. 차이도 부를까요?”

 라하트가 지윤에게 말했다.

 “응, 필요할 것 같아. 엘! 너도 가서 다른 애들 다 거실로 나오라고 해.”

 휘어진 저택의 문이 열리고 대현관의 모습이 나타났다.

 길쭉한 탁자와 소파 하나. 작은 소파 하나.

 지윤은 앞으로 걸어가 소파에 앉으며 라하트에게 말을 계속했다.

 “이쪽은 일단 씻겨주는게 좋겠어. 뜨거운 물을 좀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그쪽의 손님께서는 저를 따라와 주시지요.”

 라하트가 비에 젖은 소녀를 향해 말했다.

 “어…”

 혜원은 벽난로를 바라보았다.

 “이거, 그냥 말리면 될 것 같은데…”

 “그냥 씻어. 찝찝한 채로 있고싶니?”

 보영이 혜원을 보며 말했다.

 소녀는 라하트를 보고 머뭇거리다 천천히 발걸음을 그에게로 옮겼다.

 “일단 목욕을 하기 앞서 옷을 고르시죠. 여러 종류의 옷이 준비되어 있으니 한번 둘러보시고 저에게 마음에 드는 옷을 가져와 주시면 됩니다. 저쪽으로 가면 약실이 있습니다. 어딘가 아프다면 저쪽으로 문의를 해 주시면 됩니다. 머물 방에 대한 내용은…”

 라하트가 앞장서 걸어가며 앞으로 혜원이 알아야 할 것들을 죽 읊었다.

 약간 울리는 목소리가 저택의 복도 저편으로 멀어졌다.

 “…닮았다.”

 윗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끝에 환희가 서서 말했다.

 멀리 복도를 따라 걸어가는 혜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희야, 제때 나와줬구나. 여기 앉아.”

 지윤이 멍하니 서 있는 환희를 보고 말했다.

 “누구에요?”

 “새로 온 친구야. 좀 안좋은데서 왔어.”

 보영이 환희를 지나쳐 계단 위로 올라가며 말했다.

 “…뭐가 궁금한데?”

 지윤이 환희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본 적 있는 것 같은데…저 아이.”

 환희가 고개를 천천히 지윤에게로 돌렸다.

 .

 .

 .

 .

 .

 “확실히…훨씬 좋아졌네.”

 지윤이 회색 셔츠와 갈색 스웨터로 갈아입고 온 혜원을 보며 말했다.

 단정한 모양으로 자른 회갈색 머리카락. 얼룩이 사라진 작은 코, 다문 입과 날카로운 턱선. 정리된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눈은 빨려들어갈 듯한 청록색을 하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 앉아, 여기 있는 모두를 소개할 테니까.”

 커다란 원형 테이블을 가운데로 한 소파 여덟개의 가운데 커다란 상석에 앉은 지윤이 말했다.

 조금 전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 몇이 앉아있었다.

 혜원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 빈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는 여기서 지내면 돼, 여기엔 너하고 비슷한 아이들이 많으니까 너도 여길 좋아하게 될 거야.”

 “비슷한 아이…?”

 보영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나씩 소개할게. 이쪽은 트르나.”

 작은 키와 방독면 같은 가면 뒤로 작은 눈이 반짝였다.

 우주복 같은 거대한 옷 때문인지 모르게 조금 퉁퉁한,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아이가 혜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 옆은 바라, 다라.”

 갈색에 나이테 같은 선들이 올라가 있는, 마치 나무인형과 같은 모습.

 조각된 것 처럼 흔들리지 않는 머리카락과 움직임이 없는 눈, 코, 입.

 짧은 머리카락과 그보다는 조금 긴 단발머리를 한 꼬마 둘이 소파에 앉은 혜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저쪽은 캅.”

 소파에 앉은 혜원의 눈으로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은 바로 캅이었다.

 저택의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기다란 키, 이마에 자라난 사슴뿔.

 온통 검은 색으로 가득 찬 눈과 위로 밀려 올라간 듯한, 짐승의 것을 연상시키는 코.

 맞는 옷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기다란 팔을 흔들었다.

 “네 뒤로 있는 아이는 엘…그만해!”

 혜원은 자신의 목덜미로 느껴지는 작은 바람결에 어깨를 위로 움츠렸다.

 엘이 혜원에게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약간 길게 내려온 회색 머리카락 아래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붉은색 눈, 각진 턱선.

 “냄새를 기억해두면 좋잖아.”

 “다른 애들도 가만히 있는거 안보여? 뒤로 나와.”

 엘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뒤로 물러섰다.

 “그 옆에는 보영이랑 환희.”

 이 중 가장 평범해 보이는 소년과 소녀 둘이 혜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마지막으로 내 뒤에 있는 이 사람들은 저택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야. 라하트, 차이.”

 염소머리의 라하트가 혜원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

 상냥한 목소리의 인사가 들렸다.

 고슴도치와 같은, 무거워 보이는 삐죽삐죽하고 두꺼운 머리카락.

 동그란 느낌의 코 아래 작은 입이 미소를 머금은 여자가 혜원에게 인사했다.

 “자,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김지윤, 여기는 오메가라고 하는 곳이야. 너와 같이 이상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둔 곳이면서 너희를 치료해주는 곳이지.”

 어깨에 앉은 긴 머리카락, 빛이 나는 것 같은 초록색 눈.

 날렵한 코와 붉은 입술. 나이가 몇인지 분간할 수 없게 어른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지윤선생님이랑 닮았다.”

 “진짜.”

 바라와 다라가 나무로 된 팔을 딱딱 두들기며 말했다.

 “잠깐…이상한 능력이요?”

 혜원이 지윤에게 물었다.

 “…응?”

 조용한 대현관에 엘의 외마디 물음이 울렸다.

 “너, 네가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르는거야?”

 “어…무슨, 이게 다 뭔지도 모르겠는데…”

 혜원이 아이들을 번갈아 둘러보며 말했다.

 “최형식, 변한게 없구나…”

 지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지윤의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칼이 나왔다.

 혜원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대로 앉아있었다.

 아니,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또각거리는 구두굽 소리가 혜원의 피부를 찌르는 듯 했다.

 지윤이 혜원의 손을 잡았다.

 티르파리르.

 지윤이 알 수 없는 언어를 뱉었다.

 그리고는 작은 칼이 지윤의 팔뚝에 푹, 하고 들어갔다.

 “어어!”

 혜원은 순간 눈을 돌렸다.

 “…오…”

 “뭐야, 장난이 좀 심하잖아요.”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습니까.”

 혜원은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바라와 다라가 그 눈앞에 모여 혜원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 누나 겁먹었다.”

 “겁쟁이, 히히히!”

 혜원은 고개를 뒤로 돌려 지윤의 팔을 보았다.

 칼이 피로 꼬리를 남기며 공중으로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핏방울이 비눗방울처럼 떠다녔다.

 혜원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지윤에게 붙잡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뭐에요?”

 어 벌린 입에서 흘러나왔다.

 “뭐긴, 내 조카니까 할 수 있는거지.”

 지윤이 초록색 고양이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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