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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천신애기씨의 아이돌 퇴마기
작가 : 하우힐
작품등록일 : 2020.7.31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무당 서은화와 귀신을 사랑한 민시우의 우당탕탕 아이돌 퇴마기

 
20화: 화상
작성일 : 20-09-26 23:00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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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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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둥이 치는 듯한 꽹과리 소리, 나팔소리, 북소리가 황량한 마당을 시끄럽게 가득 채운다. 실제 악사가 연주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신령님의 권능을 일깨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하늘은 어느덧 해가 저물어 주황빛으로 가득했다. 먼 지방으로 온데다 굿 준비를 하느라 벌써 저녁이 다 되었다.

 

 운재는 하얀 무복을 입고 신칼을 휘두르며 접신을 하기 위해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칼을 제외하고 온통 새하얀 모습의 운재가 연주 주변을 빙글 빙글 도는 모습은 왠지 신의 사자가 강림한 듯 경건하게 보였다.

 

 연주의 아빠는 굿판 한편에서 눈을 감고 손을 비비며 딸을 살려달라고 이름 모를 어떤 존재에게 빌고 있었다. 그의 간절함, 절박함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연주는 아직까지도 눈 한번 뜨지 않고 조용히 누워만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 게 보였다. 영혼을 흔드는 악기 소리에 귀신도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보다 퇴마가 쉽게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재를 보조하기 위해 법문을 외우며 천신님께 기도를 올렸다. 내가 내뱉는 법문에 힘을 실어 연주에게 붙은 귀신을 천도시켜 달라고. 이 가족을 불행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운재가 접신을 마쳤는지, 연주에게 칼을 겨누며 말했다.

 

 "지금부터 천불을 열겠다. 네 모습을 보여라."

 

 "……."

 

 연주는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운재는 칼을 내리고 법문을 외며, 누워 있는 연주 주변을 빙 돌고 나서 다시 말했다.

 

 "칠원성군의 이름으로 묻는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

 

 고집이 대단한 귀신이었다. 신령의 이름을 걸고 묻는 질문에 반응하지 않다니. 운재와 내가 외우는 법문에 살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저… 뭐가 잘못되고 있는 건가요? 연주가 왜 깨어나질 않죠?"

 

 연주 아빠가 걱정이 되는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게 물었다.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귀신의 고집이 대단하네요. 하지만 결국에는 퇴마 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보시죠."

 

 연주 아빠의 걱정을 덜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내게 하는 다짐 같은 말이었다. 오늘 꼭 퇴마에 성공해야해.

 

 내가 얼마짜리 몸인데, 점집 예약도 다 취소하고 이 시골까지 출장을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꼭 퇴마하고 오늘 일당은 뽑아가야 한다.

 

 그 때, 땀을 흘릴 뿐 미동도 없던 연주의 몸이 서서히 떨리기 시작했다. 운재는 방울을 흔들며 더 큰 소리로 법문을 외웠다. 나도 운재를 돕기 위해 동참했다.

 

 "아악!!! 으히히히히히히"

 

 연주의 몸을 차지한 귀신이 눈을 번쩍 뜨고 앉아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이내 기괴하게 웃기 시작했다.

 

 "네 정체가 뭐냐. 얌전히 그 몸에서 나와."

 

 "히히히 히히히. 싫은데?"

 

 이 귀신,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은 거 뻔히 아는데 세게 나오네?

 

 "내 말에 따르면 천도제를 지내 너를 천도 시켜줄 것이고, 아니면 지옥불로 너를 태워버리겠다. 얌전히 나와."

 

 "내가 왜? 이 몸은 내건데?"

 

 귀신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나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운재는 다시 한 번 귀신을 타일렀지만, 귀신은 뭐가 신나는지 계속 웃으면서 싫다고 버텼다. 몇 년 동안이나 기생하며 한 가정에 산지옥과 다름없는 끔찍한 고통을 줘놓고 더 하겠다는 건가?

 

 나는 화가 나서 법문을 외우던 걸 때려치우고 부정물을 뿌리며 말했다.

 

 "이게 그만하고 당장 그 몸에서 나오지 못해!"

 

 "아아아아아아아악!"

 

 귀신은 부정물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비명을 지르다가 나를 형형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뭐, 쳐다보면 어쩔 건데. 나도 같이 귀신을 째려봤다.

 

 "누나, 제가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헉, 나도 모르게 운재의 퇴마의식을 방해하고 말았다. 운재를 무시해서 그런 건 아닌데 너무 미안하다.

 

 "응. 미안… 갑자기 너무 화가 나서……."

 

 운재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금세 다시 표정을 굳히고 귀신에게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그 몸에서 나와. 안 나오면 영혼 한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태워버리겠다."

 

 귀신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와 운재를 번갈아 보더니 내게 달려들어 내 목을 졸랐다. 야! 왜 운재가 아니라 나한테 달려드는데! 내가 만만해 보이냐. 나 이래봬도 천신님 제자인데.

 

 "컥!"

 

 "싫어! 나는 이 몸에 있을 거야. 여기가 좋아!"

 

 "누나!"

 

 운재와 연주 아빠가 바로 뛰어와서 연주의 팔을 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귀신에 빙의된 연주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민시우에 들렸던 귀신이 옛날에 내 목을 졸랐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귀신들은 왜 이렇게 내 목을 좋아하는 거야… 얇고 길어서 조르기 좋아 보이냐...

 

  나는 팔을 뻗어 옆에 있던 부정물이 담긴 대야를 겨우 끌어다 귀신에게 뿌렸다.

 

 "꺄아아아악!"

 

 귀신은 부정물에 흠뻑 젖은 상태로 괴로워하며, 부정물을 조금이라도 더 털어내려 머리와 팔다리를 마구 흔들며 바닥을 뒹굴었다. 연주 아빠는 울면서 딸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콜록콜록콜록"

 

 "누나 괜찮아요?"

 

 "응… 괜찮아."

 

 "안되겠어요. 귀신의 고집이 생각보다 세네요. 천도시키는 건 무리겠어요. 봉인해서 태워버리죠."

 

 그래. 저 새끼 아주 보내버리자. 서은화 목을 조르고도 이승에 발붙이고 사는 귀신이 있을 것 같아? 넌 이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멸행 직행 바로 태운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운재와 함께 발버둥 치는 연주의 팔목과 발목을 오색 천으로 묶어 사지를 결박했다. 오색천은 말하자면 귀신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결계를 치는 것인데, 예전에 민시우에게도 같은 원리의 팔찌를 만들어 줬었다. 중간에 민시우가 어디다 갖다버린 건지 아무 소용도 없었지만.

 

 민시우에게 그 팔찌 어떻게 한 거냐고 물은 적은 없지만, 내가 만든 팔찌가 잘못됐을 리는 없으니 민시우가 갖다버린 게 틀림없다. 암, 틀림없고 말고.

 

 사지가 결박된 귀신은 곧 팔과 다리를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연주 아빠에게는 위험하니 집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귀신을 봉인하는 의식은 빙의자의 몸으로부터 귀신을 강제로 꺼내는 것인데, 튕겨져 나온 귀신이 다른 사람에게 빙의할 수도 있다.

 

 물론 연주에게 빙의한 수준의 약한 귀신이 다른 사람에게 또 빙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연주 아빠가 집에 들어가고, 나와 운재 귀신 셋만 남았다. 연주는 그제야 눈을 굴리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까 실실 웃으며 여유 있는 척 다하더니 이제 쫄리냐?

 

 “하지마. 하지마!”

 

 “이미 늦었어. 내가 아까 나오라고 했지?”

 

 그러 길래 나오랄 때 나오지 왜 고집을 부려. 귀신들은 이승이 그렇게 좋나, 이승이나 저승이나 그게 그거일 것 같은데.

 

 운재에게 검은 천을 넘겨받아 연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앞으로는 귀신과 우리의 줄다리기 싸움이다. 계속해서 법문을 외며 귀신을 고문하면, 귀신이 더는 버티지 못하는 순간에 결계로 막힌 팔과 다리 대신 입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그 순간 귀신은 잠시 우리가 덮은 검은 천에 묶이는 데, 이 검은 천을 재빠르게 한지로 꽁꽁 묶어 태우면 귀신도 천과 함께 타며 소멸된다.

 

 물론 그 전에 우리가 신력을 다 소진하면, 법문에 더 이상 신령의 힘이 실리지 않아 더이상 굿을 진행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천신님의 제자고, 운재는 칠성님 제자이니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는 장탄수 6발의 리볼버가 아니라 100발이상 쏠 수 있는 기관총인 셈이다. 총알 걱정, 아니 신력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저 귀신을 퇴마하는 건 이제 시간 문제였다.

 

 퇴마에 있어서 가장 걱정할 문제는 운재와 나의 신력이 아니라 허기짐이다. 슬슬 배가 고픈데 30분 안에 끝냈으면 좋겠다…. 신력이 때문이 아니라도 배가 고파서 말이 안 나오면 법문을 못 외우잖아… 그럼 더 이상 굿도 못하구…

 

 퇴근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며 운재에게 말했다.

 

 "우리 빨리 끝내자. 어서 연주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자."

 

 겸사겸사 나도 배고픔에서 해방시켜주고.

 

 "네. 제가 연주 머리맡에 앉을게요. 누나가 발치에 앉아서 법문을 외워주세요."

 

 검은 천을 싸맬 한지와 라이터를 준비하고 법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데바 데바테 츠유 하 츠유 하테 다라"

 

 "데바 데바테 츠유 하 츠유 하테 다라"

 

 "드리테 니르흐리테 비말라테 스바하"

 

 "드리테 니르흐리테 비말라테 스바하"

 

 연주는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비명을 다시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하지 마!!! 그만해!!!"

 

 너 같으면 그만 하겠니? 연주 몸에서 빨리 나와라, 좋게 좋게 빨리 끝내자. 지금 서로 힘들잖니. 귀신의 외침은 무시하고 법문을 계속 외웠다.

 

 "아아아악!!! 엄마! 엄마!!! 이 사람들이 나 괴롭혀! 그만 하라고 해!!!"

 

 여기 네 엄마 없다. 귀신이 엄마가 어디 있어. 이제 그만 나와라.

 

 귀신은 엄마가 없는데 연주는 엄마가 있었지. 연주 엄마가 귀신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현관문을 열고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연주 아빠가 말렸지만 연주 엄마는 울며 소리쳤다.

 

 "됐어! 그만해! 지금 내새끼가 울잖아. 저 인간들 다 사기꾼이야. 이거 놔!"

 

 "엄마! 엄마! 도와줘! 살려줘!"

 

 귀신은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는 듯 더 큰 소리로 연주 엄마를 불렀다. 귀신 퇴마하려다가 시끄러워서 내가 죽겠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운재에게 말했다.

 

 "빨리 끝내야겠어. 연주 엄마가 방해하면 귀찮아져."

 

 "네."

 

 운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크고 강한 힘을 실어 법문을 외웠다. 나도 천신님께 배고프니 빨리 끝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하며 법문에 신력을 실으려고 노력했다.

 

 연주 아빠가 어떻게 설득한 것인지 연주 엄마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빨리 끝내자.

 

 "데바 데바테 츠유 하 츠유 하테 다라"

 

 "데바 데바테 츠유 하 츠유 하테 다라"

 

 "드리테 니르흐리테 비말라테 스바하"

 

 "드리테 니르흐리테 비말라테 스바하"

 

 귀신이 드디어 시끄럽게 지르던 비명과 엄마 소리를 멈추고 구역질을 시작했다.

 

 "우욱. 우욱."

 

 조금만 더하면 곧 귀신이 연주의 몸에서 빠져나올 것 같았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운재를 바라봤다. 운재도 나를 마주보며 이제 됐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때,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안계세요. 아무리 벨을 눌러도 안 나오셔서 들어왔어요. 서은화 찾아왔는데요."

 

 나와 운재는 언제 웃었냐는 듯 경악스러운 표정을 하며 대문 쪽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귓가에 귀신이 끼히히히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민시우 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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