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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항체
작가 : 워럭
작품등록일 : 2020.9.26

당신의 미래 모습을 미리 알 수 있다. 그 모습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나는 당연히 바꾸지! 목숨 걸고 바꾼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게 둘 수는 없잖아!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겠다.
근데 난ⵈⵈ.
겁쟁이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18화. 백신은 공공재야!
작성일 : 20-09-26 20:50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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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반지는 할머니의 아버지가 해주신 거야. 그 어려운 시절에도 이걸 끼고 있으면 반드시 살아남을 거라고 하시면서 해주셨지.”

 “아ⵈⵈ.”

 

 동현은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반지에 그런 사연이 얽혀 있었다니ⵈⵈ.

 

 “게다가 이 할미의 마음까지 담겨 있을 테니, 이제 이 반지를 끼면 그 뭐냐, 니들이 맨날 하던 거ⵈⵈ.”

 “뭐?”

 “거, 있잖아.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주는 반진가 뭔가 하는 거ⵈⵈ.”

 “절대반지?”

 “그래, 그 절대반지ⵈⵈ. 그거보다 더 힘쎈 반지가 될 거야. 우리 손자를 사랑하고 우리 손자가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리 손자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무사하길 바라고 앞날에는 어떤 어려운 장애물도 없기를ⵈⵈ. 만약에 그런 장애물이 있더라도 거뜬히 제거하고 모든 장벽이 다 없어지길 바라는 이 할미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ⵈⵈ. 이걸 끼고 있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거란다. 이 반지가 널 지켜줄 거야.”

 

 할머니의 말씀에 감동을 받아서 차마 돌려드리지 못하고 끼고 있기로 했다.

 나중에 미래가 모두 바뀐 걸 알게 되면 그때 돌려드려야지.

 아니다!

 이 모든 게 다 끝나고 내가 탑 가수가 된 다음에 우리 할머니한테 왕방울만한 다이아몬드 반지 해드릴 거다.

 꼭!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백신 개발은 성공했고, 모든 변종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최강의 치료제도 개발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되었다.

 2024년, 그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던 바이러스는 그렇게 종식을 맞았다.

 그것을 기념해서 지구 여러 곳에서는 축제가 벌어졌고, 그 중에서 파리에서는 대대적인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그 올림픽에서 콩고 출신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베소니 하디우나 윌터가 우리나라 최초로 육상에서 삼관왕이 되었다.

 그 친구가 바로 동현의 고등학교 1학년 동창이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창희의 이종사촌이라던 이영식도 유도 종목으로 파리 올림픽에 참가해서 금메달을 땄다.

 

 동현은 이 모든 걸 또 예지몽으로 꾸었다.

 그때 그의 가슴이 터질 만큼 기쁘고 벅찼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조그마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 얼마 전에 꿨던 11년 후의 예지몽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동현에게는 미래가 그가 원하던 대로 모두 바뀌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동현을 이런 착각 속으로 빠트린 게, 바로 중간고사 성적이었다.

 

 “어머나, 이게 진짜 네 성적표 맞니?”

 

 동현의 모친은 인터넷에서 장동현이란 이름 아래 표시된 숫자를 보고도 믿지 못했다.

 몇 번이나, ‘이게 네 성적표 맞냐?’며 다시 묻고 또 다시 물었다.

 

 “내 성적표 맞아.”

 

 동현은 그런 엄마의 질문에 아주 거만하게, 아니 다소 거만한 어투로 짐짓 아무 일도 아닌 듯 대답했다.

 

 오케바리!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지만 말이다!

 인터넷상에서 표시된 성적은 학교 게시판에서 발표된 수치와 일도 다르지 않았다.

 전교 성적 274명 중에 150등, 학급 성적 28명 중에 14등.

 음푸하하하하하!

 드디어 해냈다. 이 장동현이 해내고야 말았다.

 코피 터진 보람이 있었다.

 그래, 솔직하게 말해서 아직 대단히 좋은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서영이 앞에서 고개를 못들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난ⵈⵈ.

 크크크크! 노래를 잘 하잖아!

 

 학교와 집에서 왕자 대접을 받으면서 그동안 받았던 냉대와 설움을 일순간에 씻어버리고 구름 위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짜 구름 같은, 그렇지만 발은 땅바닥을 딛고서 행복의 나라로, 희망의 나라로 매일 매일 지내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ⵈⵈ.

 

 

 

 ‘우씨! 또 예지몽 속에 있는 거야? 난 현실이 좋아. 이제 예지몽 같은 거 꾸고 싶지 않아!’

 

 아무리 아우성을 쳐봐도,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에이, 그래 어떤 미래인지나 살펴보기나 하자.

 

 동현이 마음을 바꾸고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봤다.

 그런데 어두컴컴해서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았다.

 다만 얼핏 보이는 물건들이 동현의 집 거실에 있는 가구들 같았다.

 

 “뭐야? 여기 그냥 현재잖아.”

 

 동현이 행복에 겨워서 하루하루 지나가는 게 아깝다고 느끼고 있는 현실하고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설마 내 성적표가 잘못됐다고 발표하는 건가?”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너무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고 할머니가 항상 말씀하셨다.

 그러니 좋아도 너무 좋은 내색을 하지 말고, 나빠도 너무 나쁜 내색을 하지 말라고 하셨지ⵈⵈ.

 그동안 내가 너무 좋은 내색을 했었나?

 

 동현은 곰곰이 지난 일들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있었네! 있었어. 내가 유별나게 좋아한 게 있었네!”

 

 손바닥으로 무릎을 탁 치며, 생각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떠올리려고 할 때였다.

 

 주변이 한순간에 팍! 하고 밝아지면서 눈앞에 커다란 티비가 보였다.

 

 “저거 우리 티비잖아.”

 

 그건 동현네 집 거실에 있는 티비가 맞았다.

 그 소리는 지금 동현이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이 성공한 건 좋은데ⵈⵈ. 요새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서 문제라더라.”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근심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ⵈⵈ.’

 

 할머니의 왼손에 끼고 있던 반지가 보이지 않았다.

 

 ‘아!’

 

 그 반지는 동현의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었다.

 할머니, 내가 꼭 성공해서 왕방울만 한 다이아몬드 반지 해드릴게.

 

 신이 나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티비 방송에서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광문그룹 박중기 회장님과 글로벌 운성사이언스 허만호 회장님은 오늘 전격적인 기자 인터뷰를 발표하실 예정입니다. 두 분은 그동안 많은 백신과 치료제를 무상으로 제공해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내신 영웅들이십니다.”

 “그래. 정말 저 분들 아니었으면 우리가 여태 어떻게 살아 있어. 고마우신 분들이지.”

 

 동현의 모친이 방송에서 나오는 말소리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기자의 취재에 의하면 그로 인해서 적자가 많이 나고 부도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특히 무상으로 제공된 수많은 백신과 치료제를 조달하느라고, 그동안 개발을 위해서 쏟아 부었던 외국 기업들의 자본이 이제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나! 그러면 안 되지! 우리한테 도움을 주신 분들인데, 그렇게 망하게 둘 수는 없지. 안 그래요, 어머니?”

 

 방송에서 나오는 말에 흥분해서 모친은 할머니의 동의를 구하려고 물었다.

 

 “그래, 그렇구나.”

 

 아무 것도 모르는 할머니도 모친의 말에 동의했다.

 

 ‘그게 아닌데ⵈⵈ.’

 

 동현은 답답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묵묵하게 방송을 보고 있었다.

 

 “외국 기업들은 자본을 대여해주고 그 이자와 원금 상환을 무리하게 압박하면서 무분별한 국내 잠식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오늘 두 초대형 그룹의 회장님들께서는 너무나 안타까운 결정이지만, 백신과 치료제의 가격을 무상에서 유상으로 전환하고 적정 가격을 결정해서 발표하시려는 겁니다.”

 “말도 안 돼! 그거 무상으로 하기로 약속했잖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던 동현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무상으로 하기로 약속했다고? 누구하고?”

 

 동현의 모친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자기들이 개발해서 국민을 위해서 여태껏 무상으로 풀다가 앞으로 유상으로 돌리겠다는데 누가 반대를 하겠니?”

 “엄마!”

 “나부터도 찬성이야. 완전 찬성!”

 

 동현의 모친은 부러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도 저하고 같은 생각이시죠?”

 “나야 공짜로 주는 게 더 좋긴 하다만ⵈⵈ.”

 

 할머니가 슬쩍 동현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백신은 공공재야. 모든 사람이 공짜로 받을 권리가 있다고!”

 

 동현이 미간에 주름이 잡히도록 인상을 쓰며 자기주장을 피력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찰싹-

 아얏!

 

 강한 마찰음과 동시에 파열음이 거실 공기를 갈라놓았다.

 

 “엄마! 제발 폭력 좀 쓰지 말라니까! 이제 나도 어엿한 성인이라고! 언제까지 애처럼 때릴 거야?”

 

 동현이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등짝 스매싱이 아픈 것보다 억울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성인이면 다니? 어디서 순진하신 할머니를 매수하려고 들어? 그러니까 처벌을 받은 거지!”

 “헐!”

 “아무튼 어머니나 네가 결정해봐야 아무 소용없어. 우리가 만든 것도 만든 사람들이 앞으로 돈 받고 팔겠다는데, 누가 반대할 수 있겠니?”

 

 ‘나요! 나!’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동현은 아랫입술 꾹 깨물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 손 놓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었다.

 당장 가서 따지리라!

 

 벌떡 일어선 동현.

 

 “왜?”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서.”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부리나케 백신 개발 연구소로 향했다.

 5년 전쯤 앰뷸런스를 타고 왔던 곳이었다.

 일부러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고, 치료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이한 중화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때 여러 의사들과 그 두 사람은 동현을 붙잡고 매달렸다.

 인류를 위해서 백신 개발에 도움을 달라고ⵈⵈ.

 그때 동현은 분명히 조건을 달았었다.

 

 “내 피로 만들게 될 백신과 치료제는 무상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줘야 합니다. 그걸 약속해주셔야만 연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저는 제 피를 한 방울도 제공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계약서를 썼다, 비밀 계약서.

 그 계약서의 사인이 마르기도 전에 딴 소리를 하다니,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씩씩거리면서 백신 개발 연구소로 가는 도중에, 동현은 11년 후의 예지몽이 떠올랐다.

 

 “어떻게 이 꿈을 잊고 있을 수가 있었지?”

 

 너무나 어이없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 꿈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바람에 그 두 사람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미리 대비를 잘 해놨더라면, 이제 와서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 일은 없었을 텐데ⵈ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아직도 저들은 내 피가 필요하잖아. 약속을 어기면 더 이상 내 피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경고를 하는 거야ⵈⵈ.”

 

 가던 길을 멈추고 고개를 드니, 바로 눈앞에 거대한 백신 개발 연구소의 건물이 보였다.

 

 “만약에 그래도 내 경고가 먹히지 않으면, 내 피를 아주 비싼 가격에 파는 거야. 그렇게 받은 비용을 가난한 사람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살 수 있게 무료로 제공해면 돼.”

 

 동현은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나름에서 최대한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이제부터 그 방법을 가지고 저들과 협상을 벌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건물의 입구에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걸어 들어가자마자, 보안요원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바람에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붙잡혔다.

 

 “놔!!! 놓으란 말이야!”

 

 발악을 하면서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뒤통수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눈앞이 까맣게 전멸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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