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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항체
작가 : 워럭
작품등록일 : 2020.9.26

당신의 미래 모습을 미리 알 수 있다. 그 모습이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
나는 당연히 바꾸지! 목숨 걸고 바꾼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게 둘 수는 없잖아!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겠다.
근데 난ⵈⵈ.
겁쟁이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7화. 학급비 도난 사건
작성일 : 20-09-26 20:4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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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았어.”

 

 할머니가 동현이 이끄는 대로 손가락을 바꿔가면서 약속의 의식을 엄숙하게 치렀다.

 

 “우리 네 식구 다음 주에 옥상에 모여서 함께 수성 보면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어보자꾸나.”

 “그래, 할머니.”

 

 동현의 얼굴에 배시시 미소가 떠올랐다.

 그동안 내내 걱정하고 있던 문제가 단숨에 날아가 버린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현은 할머니의 따뜻한 품속으로 와락 뛰어들었다.

 뼈에 가죽만 입힌 것처럼 앙상하고 볼품없는 가슴이었지만, 그는 항상 할머니 가슴에 얼굴을 묻고 부비면 어떤 슬픈 일이 있어도 금방 행복한 기분으로 바뀌었다.

 할머니도 품속으로 들어온 어린 손자를 꼬옥 끌어안았다.

 

 “할머니,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동현이 속삭였다.

 

 “그래.”

 

 그 목소리를 어찌 들었는지, 평소에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하시는 할머니가 용케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아주 아주 유명한 탑 가수가 돼서 돈 많이 벌면 우리 할머니 호강시켜드릴 거야.”

 “그래, 그래. 호호호호!”

 

 그날 밤, 동현은 잠들기 전에 탁상 달력에 커다랗게 빨간색 동그라미를 쳤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잊기 않기 위해서였다.

 휴대폰의 일정표에도 다음 주 수요일에는 여지없이 일정을 기입하고 알람을 설정했다.

 이렇게 해놓고 나니, 동현은 10년 후의 예지몽은 이미 바꾼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

 

 한 학생이 동현의 교실에서 후다닥 뛰어 나왔다.

 

 “어? 저 애는 체육 안 하고 언제 교실에 들어왔던 거지?”

 

 동현은 당번이었다.

 체육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잠깐 운동장에 주전자를 가져다주고 온 사이에 누군가가 들어왔다가 나간 것이다.

 

 설마ⵈⵈ.

 에이, 아닐 거야.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교실 문을 잠가두고 갔다 오는 건데ⵈⵈ.

 뒤늦은 후회였다.

 운동장까지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후딱 다녀올 생각으로 교실 문을 잠그지 않았던 건데, 그 사이에 누군가가 빈 교실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이다.

 누구지?

 체육복을 입고 있었지만, 뒷모습만 잠깐 본 거라서 정확한지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학생이 같은 반 친구라는 보장도 없었다.

 자꾸만 불긴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었다.

 

 오후 마지막 수업을 끝내는 종이 울렸다.

 동현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후딱 정리를 마무리 하고 귀가할 생각에 마음이 바빴던 것이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에 당번에 걸리다니!

 오늘이 바로, 지난주에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를 해놨던 바로 그날.

 할머니를 비롯해서 온 가족이 옥상에서 다함께 수성을 보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니 당번일로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할머니와의 약속에 늦을 것만 같아서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

 

 쓰레기통도 비웠고, 칠판도 깨끗하게 닦았고ⵈⵈ.

 동현이 하나하나 당번이 해놔야 하는 일들을 점검했다.

 이제 담임에게 가서 보고하고 검사만 받으면 바로 귀가할 수 있었다.

 다른 반 아이들도 가방 정리 마치고 교실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처음으로 교실 문을 열고 나가던 아이가 담임과 함께 교실로 다시 들어왔다.

 그러나 교실 문을 닫지 않고 열어둔 채였다.

 

 ‘어? 왜 안 닫지?’

 

 잠시 후에 눈물 범벅이가 된 얼굴로 서영이가 느릿느릿 교실 문을 들어왔다.

 

 ‘울었나? 왜 울었지? 무슨 일이 있었나?’

 

 서영이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체육시간에 빠르게 사라져버린 아이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혹시ⵈⵈ.

 

 “모두 자리에 앉아.”

 

 담임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 앉아 있었고, 얼굴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누가 오늘 당번이지?”

 “전데요!”

 

 동현이 손을 번쩍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오늘 학급을 비워둔 적이 있었니?”

 “ⵈⵈ.”

 

 동현은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교실 문을 잠가두지 않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교실에 들어왔다가 빠르게 도망친 뒷모습이 봤다고 말해야했다.

 하지만 그 일을 솔직하게 고백했다가는, 자신의 실수가 분명한 사항이었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두려웠다.

 

 “오늘 교실을 비운 적이 있냐고 물었어.”

 “ⵈⵈ네.”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서 대답했다.

 

 “언제였니?”

 “아까 체육시간에 선생님께서 주전자를 가져다 달라고 하셔서 교실 문을 잠근 후에 다녀왔어요.”

 “그래?”

 “네.”

 “분명히 교실 문을 잠근 후에 다녀왔다는 말이지?”

 “네.”

 

 동현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교실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요란스런 소리를 내면서 쿵쾅거렸다.

 

 “좋아. 그러면 너희들 중에 있다는 소리구나.”

 

 탁자 바로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동현은 담임이 마스크 속에서 혼잣말처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두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도록.”

 

 아이들 사이에서 소근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다.

 

 “모두 조용히 해!”

 

 담임이 큰 소리로 말했고, 일시에 교실은 조용해졌다.

 

 “서영이랑 호영이는 앞으로 나와서 날 도와주고,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은 모두 눈 감아.”

 

 담임의 지시에 아이들은 일제히 눈을 감았다.

 동현도 눈을 감았지만, 교탁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세 사람의 대화를 들을 수가 있었다.

 

 “호영이는 왼쪽을 맡고, 서영이는 오른쪽을 맡아. 나는 가운데 분단을 맡을 테니까. 가방을 잘 검사하고, 혹시 학급비를 찾더라고 큰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손만 들어. 알았지?”

 “네.”

 “네.”

 

 서영이의 목소리는 깊이 잠겨 있었다.

 혹시나 했더니, 학급비를 도난당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체육시간에 교실에 들어왔던 아이가 범인일 텐데ⵈⵈ.

 이미 동현은 체육시간에는 교실 문을 잠가뒀다고 거짓말을 한 상태였다.

 

 ‘아씨ㅂ!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할까?’

 

 잠깐 갈등이 들었지만, 동현은 고개를 작게 가로 저었다.

 반 아이들의 모든 소지품을 검사했지만, 학급비는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세 사람은 다시 교탁 앞으로 모여서 소곤소곤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잃어버린 학급비가 모두 얼마입니까?”

 “47만원이야.”

 

 서영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선생님, 그 정도라면 제가 모두 메워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까지만 하시죠?”

 “뭐?”

 

 담임은 당황했는지 외마디 소리를 냈다.

 

 “네가 왜? 잃어버린 건 나야. 잃어버린 돈을 메워야 한다면 그건 내가 해야 해.”

 

 서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서영아. 근데ⵈⵈ.”

 

 잠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동현은 귀를 쫑긋 세우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내가 과외가 있어서 지금 가봐야 하거든.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박호영이 꽤나 예의바른 어투로 대꾸했다.

 

 “선생님, 제가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지금 가지 않으면 과외선생님한테 혼이 나거든요. 사실 잃어버린 학급비보다 오늘 제 수업료가 더 비싸기도 하고요.”

 

 마지막 말이 드리자, 동현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박호영이 돈을 대신 지불하고 지금이라도 모두 귀가할 수 있다면, 그건 동현이한테도 반가운 소리였다.

 게다가 거짓말을 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든 건 정작 동현이 자신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박호영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저 박호영이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겉으로는 꽤나 예의바른 척 말하고 있었지만, 박호영은 담임을 무시하고 있었다.

 

 “네 말은 잘 알아듣겠어. 근데 너처럼 사정이 있는 아이들도 많을 거야. 너만 그렇게 중요한 약속이 있는 게 아닐 거란 소리야.”

 “선생님!”

 

 예상 밖의 말을 들었는지 박호영의 목소리가 커졌다.

 

 “저희 아버지가 아시면 곤란한 일이 생길 거예요.”

 

 이제는 아주 협박까지 하네.

 동현은 담임이 여기서 박호영에게 지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할머니와의 약속이 목구멍의 가시처럼 콕콕 심장을 찌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동현은 어제 저녁,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른 가족들도 동현이 없자, 굳이 수성을 보러 옥상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는 밤 7시까지 단체 기합을 받다가, 박호영의 아버지가 보낸 비서가 와서 무슨 이야기를 나눈 후에 모두 귀가조치 되었다.

 그렇게 끝날 거면 그냥 일찍 보내줬으면 좋았잖아. 하고 아쉬움도 남았지만, 모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사건이 아니겠는가!

 

 이튿날 동현은 등교했다가 담임이 개인적인 이유로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또 이틀이 지났다.

 학교가 어수선하고 방역 담당관들이 잔뜩 와서 학교 시설을 소독하고 있었다.

 동현의 반에도 방역 복을 입은 사람들이 여러 명 들어와 있었다.

 교장 선생님이 교내 방송으로 동현의 반 학생 중에 한 명이 코로나 확진 환자로 판정이 나서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하고 다른 반 학생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격리 생활을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대체 누가 코로나 확진자라는 거야?”

 

 검사를 받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 사이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글쎄ⵈⵈ 잘 모르겠는데ⵈⵈ.”

 “혹시 오늘 결석한 애가 아닐까?”

 “아, 그래. 오늘 결석한 애가 한 명 있었지?”

 “그래.”

 “근데 나 어제 걔 백화점에서 봤는데ⵈⵈ.”

 “뭐, 백화점에서?”

 “응. 물건을 잔뜩 샀는지 양손에 가방을 잔뜩 들고 걸어가더라.”

 “이상하네. 걔네 집 가난한 줄 알았는데ⵈⵈ.”

 

 아이들은 퍼즐을 맞추듯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석생 한 명을 지목하고 있었다.

 

 “너희들 이야기 들었니? 찬식이가 코로나 확진자였어.”

 

 한 아이가 다급하게 뛰어와서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역시, 그런 거였어?”

 “걔가 요 며칠 동안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했는데, 그곳에 다른 확진자가 다녀갔대.”

 “에이! 그럼 나도 옮은 거 아니야?”

 

 아이들은 신경질을 냈다.

 그러나 동현은 그것보다 다른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근데 나 어제 걔 백화점에서 봤는데ⵈⵈ.>

 <물건을 잔뜩 샀는지 양손에 가방을 잔뜩 들고 걸어가더라.>

 <이상하네. 걔네 집 가난한 줄 알았는데ⵈⵈ.>

 

 설마 찬식이가 학급비를 훔친 범인일까?

 이제 생각해보니, 찬식이의 뒷모습이 그때 빈 교실을 빠져나가던 아이의 뒷모습과 같았다.

 게다가 이제는 코로나 확진자라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결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의심부터 하는 게 아니었다.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말대로라면 증거는 차고 넘쳤다.

 

 동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학급비를 훔쳐서 백화점이고 코인 노래방을 돌아다니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그걸 또 반 아이들한테 전염시켰다는 것이다.

 정말 찬식이가 모든 문제의 원인일까?

 이런 의문이 풀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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