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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황태자의 행방
작성일 : 20-09-26 16:5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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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어요?"

 툇마루에 누군가 앉는 소리가 들리자 방문을 살짝 연 정화가 젖을 주던 가슴팍을 추스르며 말했다.

 "응 임자. 거 우리 자겸주 주인님이 이번에 동예 원정을 간다는구먼. 아주 십만 군사를 일으키고 범족도 간다니께 무슨 사단이 나겄지."

 눈만 꿈뻑꿈뻑하던 돌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 도망친 어린 황제를 잡는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죽었다고 장례를 치르네 뭐네 하면서 장에서 아주 난리여. 그라고 저 아랫마을 동박이는 거 뭐시기 임자 말이 맞구먼. 병사들이 아주 싹 쓸어버려서 죽은 거 같어. 그나저나 내가 땔나무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두서없이 말하던 돌배가 방문을 열었다.

 그 아이는 며칠째 죽은 듯이 잠만 자며 죽만 먹고 있었다.

 "쉿. 어? 눈을 뜬다. 떠."

 "어.. 어마마. 어마마."

 "어. 그래. 온조야. 엄마 여기 있다. 여기 있어."

 가늘게 눈을 뜨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하는 치하랑을 본 돌배의 아내가 치하랑의 뺨에 뽀뽀를 하며 안았다.

 "화..황."

 "여보 조용히 해요. 우리 온조. 쉬어야 해요."

 "여… 여보 우리가 이렇게 키워도 되겠쟈? 우리 온조는."

 다시 온조가 된 치하랑을 눕히고 나온 돌배의 아내 정화는 돌배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리 온조에요. 나 믿죠?"

 "그.. 그래 믿고 말고. 나한테는 당신이랑 아이들밖에 없어. 나한테 과분한 여자지. 그래도 귀족이었는디."

 돌배는 말을 하다가 놀란 표정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정화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며 등에 업은 아이를 어르면서 말했다.

 "온세야. 너도 어서 어서 자라서 형을 도와주렴. 여보 비가 오려나봐요. 제비가 낮게 나네."

 돌배는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루 구석을 들어 올려 먼지구더기 속에 들어 있는 황금 방울을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임자. 아무 일 없겄지? 나는 당신만 믿소.'

 그가 다시 마루판을 조용히 끼워넣었다.

 

 

 황제인 경후제는 유명무실했고 모든 것은 국부인 기파랑의 뜻대로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국상인 야불배는 방을 붙여 황자 치건우의 반란으로 황제, 국상, 황태자, 치하랑 황자가 죽었고, 이를 화랑들의 사모임인 홍천당이 진압한 것으로 공표하였다.

 이에 전국 방방곡곡에 치건우의 방이 나붙었으며, 그의 생사여부에 관계없이 황금 3천냥이 걸렸다.

 신국의 정권을 장악한 이들은 지금까지의 혼란이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신분 이동이 가능하여 경쟁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사기와 협잡이 횡행한 탓으로 보고 모든 것을 정화하기 위해 황제, 황족, 귀족, 사, 농, 공, 상, 노비, 천민으로 구분되는 구품제를 더욱 강화하였다.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분의 이동과 신분간 결혼은 금지되고, 지금까지의 모든 족보를 조사하여 신분간 이동이 확인된 자들은 모두 강등시켜 버렸다.

 홍천당의 반란시 점령당한 북방군의 모든 사람들은 귀족, 백성 할 것 없이 모든 재산과 토지를 몰수당하고, 노비와 천민으로 전락하였으며 이를 거부하다 죽은 자는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서방군의 우중치는 서뫼국의 왕이 되자마자 내란이 일어나 5년 동안 왕이 3번이나 바뀌는 와중에 그동안 힘을 기른 옥저의 군대에 허망하게 멸망하고 말았다.

 이는 동뫼국과 남뫼국도 사정은 비슷하였다.

 평소에도 겁이 많았던 동뫼국의 견해는 신국이 군대를 일으켰다는 소식만 듣고도 칼 한 번 섞지 않은 채 원정군의 다물간에게 항복하고 말았으니 이가 경후제 6년때 일이었다.

 남뫼국은 신국과 옥저, 동예, 동뫼국의 국경 침범을 일삼았으나 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국력만 소모되었으며, 결국 경후제 7년 군사동원령에 시달리던 여러 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멸망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대부분의 땅은 신국에 빼앗기고 남뫼국 남쪽에 있었던 호족들이 이합집산하여 나라를 세우니 이 나라들이 곧 마한, 변한, 진한이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흘렀다.

 동예 멸망 후 부여는 강성해진 신국의 위세에 놀라 세금과 공물을 바치기 시작하며 제후국이 되었고, 이를 거부한 것은 옥저와 내란이 지속중이던 가야 6국이었다.

 

 

 경후제 10년.

 다가닥 다가닥

 넓은 고령평야에 낮은 구릉을 뒤로 한 채, 한 떼의 부대가 보였다.

 히하히힝

 말에서 내린 전령이 한 마리의 주작이 기하학적인 둥근 형상을 둘러싼 금관가야의 깃발 아래 갑옷을 입고 서 있던 자에게 다가갔다.

 "적의 병력이 속속 모여 들고 있습니다."

 "좋아."

 금관가야 최고 족장의 갑옷을 입은 자의 입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왔다.

 그가 투구를 벗자, 투구를 벗은 곳엔 긴 머리를 위로 올린 완연한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전장을 오래 누빈 탓에 얼굴은 까맣게 탔지만 오똑한 코며, 반듯한 이마, 그리고 다부진 눈매는 그녀가 보통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금관가야군의 맞은 편으로 대가야와 아라가야, 소가야, 성산가야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작의 모습이 들어간 4국의 깃발이 어지럽게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 구릉엔 고령가야군의 기병이 보였다.

 대가야와 함께 있는 적들의 수는 어림잡아도 금관가야군의 세배는 되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입가엔 오히려 살며시 미소가 보였다.

 대가야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투구를 쓴 그녀가 말에 올라 정렬해 있는 금관가야의 병력 앞을 달리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적들의 본거지 앞에 서 있다. 이 최후의 일격으로 적들의 숨통은 끊어질 것이며, 옳지 못한 것은 옳은 것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 한 번의 전투로 우리 가야는 하나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시 뿔뿔이 흩어져 약소국으로 살아갈 것인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금관가야의 전사들이여. 집안의 가장이며, 아들이자, 남편인 자들아. 나 금관가야의 족장인 아실을 따르라. 그대들이 눈을 떴을 때 통일된 가야의 가실왕이 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바른 길이다. 우리 바른 군의 깃발을 올려라. 이 깃발 아래 가야뿐 아니라 신국조차도 바른 길로 안내할 것이다."

 '파사현정'이라고 씌여진 노란색 깃발이 오르자 스스로를 현정군이라 부르던 금관가야군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

 "와와."

 금관가야의 병사들이 일제히 칼로 방패를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대가야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싸울아비의 투지가 느껴졌다.

 적들 너머로 대가야의 수도로 통하는 대로가 보였다.

 그녀가 투구를 쓰고 기병대를 향해 달려가자, 금관가야의 병사들도 일제히 칼을 들고 서서히 적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가야와 금관가야군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성산, 아라, 소가야군이 슬몃슬몃 대가야의 뒤로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으로 금관가야와 대가야군의 기병이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말을 타고 고령가야군으로 간 아실이 외쳤다.

 "어서 나오시오. 우리를 돕기로 하지 않았소."

 "아무리 외가 친척이라고는 하나, 내 아직 우리 고령가야의 방향에 대해 쉬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 족하는 너무 애석다 생각하지 말고."

 말을 탄 아실이 고령가야의 족장인 이뇌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수염이 성성한 그는 쭈글쭈글한 주름 아래 있는 작은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렸다.

 "내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소. 고령가야 무사의 심장소리가 들리지도 않소? 그대가 죽으면 외삼촌은 적통자식이 없기 때문에 다음 족장서열 중 가장 높은 내가 고령가야의 족장이오. 당신 여동생의 딸인 내가 고령가야의 족장이 된단 말이오."

 "그게 무슨 망발인가?"

 이뇌가 돌아보자, 아실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정예부대인 싸울아비 중 하나가 나서더니 이뇌의 목을 창으로 찔러버렸다.

 "으악."

 노쇠한 이뇌는 그 한 번의 일격으로 숨이 끊어졌다.

 이뇌를 찌른 싸울아비가 칼을 거꾸로 들더니 말했다.

 "족장을 죽인 나 마판은 그 죄를 내 목숨으로 갚노라."

 푹

 자신의 칼 위로 몸을 날린 그도 역시 절명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아실이 외쳤다.

 "고령가야의 무사들아. 심장의 소리를 따라 적들을 무찌르자. 나와 함께 바르다의 깃발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노쇠한 이뇌는 의지도 없고 표리부동한 자였다.

 전장을 보며 피가 끓어오르고 있던 고령가야 무사들의 심장은 방향을 정했다.

 평소 이뇌의 행실에 지쳐 있던 고령가야의 무사들은 아실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녀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시진가량 지속되었던 가야 내전 최후의 전투는 이렇게 고령가야군이 합류하면서 승패가 갈렸다.

 전투의 향배를 살피기 바빴던 성산, 아라, 소가야군은 고령가야의 기마대가 대가야의 기마대를 무찌르고 그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항복하기 바빴고, 금관가야군과 팽팽하게 대치하던 대가야군은 뒤에서 쳐들어 온 기마대에 의해 달아나기 바빴다.

 그 와중에 대가야 연합군을 이끌던 이두말리와 그의 아들들이 모두 전사함으로써 가야연합 금린왕 사후 6년을 끌었던 가야 내전은 끝이 났다.

 이로써 원래 자리에 앉아야 했던 아실은 당당하게 가실왕의 자리를 차지하였고, 내전의 결과로 가야는 더 이상 6국의 연합이 아닌 하나의 국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탁월한 정치력과 용병술을 지니고 있는 아실이 있었다.

 

 

 

 똑 똑

 "온세야."

 "형아."

 "아직 안 끝났지? 내가 도와줄게."

 "형아는?"

 "난 다 했어. 염전에서 소금포대 나르는 거야 뭐 거뜬하지. 바닷바람도 시원하고."

 창고에서 쭈그리고 앉아 새끼를 꼬고 있는 온세 옆에 이제 12살이 된 온조가 털썩 주저 앉았다.

 "이건 내가 할게 그동안 넌 저기 누워서 좀 자 둬."

 "그래도 돼?"

 "그래. 내가 보니까 꾸벅꾸벅 졸고 있더만. 하하하. 자 여기 주먹밥."

 온조가 쌈지에서 조와 보리를 억지로 뭉친 주먹밥 한 덩이를 꺼냈다.

 "혀.. 형은?"

 "난 배불러. 안 먹어도 돼."

 온세는 형인 온조가 자신의 밥을 안 먹고 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냥 한 입 덥석 베어 물었다.

 비록 소금간밖에 되어 있지 않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 꿀맛처럼 느껴졌다.

 그런 온세를 온조는 아련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윽."

 갑자기 온조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온조는 자신의 머리를 잡았다.

 와아아 와아

 사람들의 비명과 함성소리.

 높은 탑 뒤로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불타는 탑.

 황금빛 비단 자락이 펼쳐지며 그의 눈 앞을 휘감기 시작했다.

 "으으윽."

 겨우 정신을 차린 온조를 온세가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형. 왜? 또 그 이상한 꿈 꾼거야?"

 "어. 으으.. 응. 미안."

 형의 안위를 확인한 온세는 다시 쩝쩝거리며 주먹밥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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