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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오리진
작가 : 시리홍
작품등록일 : 2019.9.23

세상의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 안에 숨어있던 세상의 진실을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깨달아버린 주인공은,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에게 갑작스럽게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129화 천 년의 대회 (11)
작성일 : 20-09-26 16:05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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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그래. 이제 다 질질 짜셨나?"

  미친것 같았던 실운은 이미 정신을 차린지 오래.

  아무리 인간이기를 포기한 실운이기는 해도,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계획과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기에, 공격하지 않고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실운은 자신의 계획을 신뢰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포함된 계획일수록, 그 계획이 이뤄질 가능성은 무척이나 낮아지지만.

  실운은 사백년간, 거의 수련아니면 계획을 세울 정도로 단순하게 두 가지의 일에만 치중했기에, 실운의 신뢰도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증명해왔다.

  안에서 세부적인 계획이 조금씩 틀어진다해도, 커다란 계획이 무너지지 않으면, 실운의 계획은 원하는 결과를 늘 이끌어왔다.

  지금껏 실운이 목숨을 부지 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난 절대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계획은 세우지 않아.'

  실운의 계획속에선 그는 언제나 살아있어야만 했다.

  그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어이, 뭐라 말좀 해보지? 아직도 조금 더 시간을 줘야 해? 나 슬슬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 해야 될 수련 다 못했단 말이야."

  여전히 카르탄을 감싼 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시은이.

  저렇게 나약한 모습을 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아아..사실 이렇게 더 보고 있어도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천 년의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채, 밀려났던 김시은의 표정을 떠올리며 실운은 기쁘게 웃었다.

  그 당시 김시은이는, 자신이 그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으니까.

  그 때의 그 표정.

  그걸 지금와서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충격은 충격이더라도, 저렇게까지 충격을 먹을 줄은.'

  되도록이면 김시은 앞에서 카르탄을 죽이지 않으려했다.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은, 남아있는 이의 저력을 믿기지 못할 정도로 끌어올리기도 하니까.

  그건 생각치도 못한 변수로 작용하여, 자신의 목숨을 날카롭게 노려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러한 변수조차 막아낼 수 있는 최고의 상황으로 이끌어왔으니까.

  어깨의 들썩임이 확실하게 줄어들어가며, 흐느끼는 소리가 완전히 없어졌다.

  시은이는 길게 심호흡을 하곤, 천천히 카르탄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눈물로 인해 눈가가 살짝 부어있었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강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완전하게 불태워버리겠다는 다짐이 드러나는 듯한.

  그의 시선에 강한 열기가 띠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크크크..그렇게 쳐다보면 뭐가 바뀌기라도 해?"

  실운은 가볍게 비웃으며, 기신에 다시 검붉은 기력을 쏟아부었다.

  컨디션은 여전히 최상을 다투고 있었기에, 진기신의 상태를 유지했어도 됐지만, 변수가 통제되어있더라도, 언제 또 생각치 못한 변수가 일어날지 몰랐으니.

  전력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뭐해? 복수 안 할 거야? 그럼 나 그냥 가?"

  실운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여전히 자신을 뚫어져라 쏘아보고 있는 시은이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시은이는 카르탄의 주변으로, 푸르른 기력을 감싸내며 그의 주변에 고밀도의 보호막을 쳐냈다.

 "하하하! 걱정마! 이미 죽은 놈에겐 관심 없으니까!"

  혹시라도 자신이 시체능욕을 할 것이라 생각한 걸까.

  실운은 시은이의 행동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실운의 진기신이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미친듯이 울어대고 있었다.

 "그래그래, 네 눈빛을 보아하니, 그냥 가면 섭할 것 같고. 간단하게 너도 똑같은 곳으로 보내주지. 가서 못다한 회포 마저 풀라고."

  타닷.

  초감각속에 들어간 실운의 몸이 순간 사라지며 시은이의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시은이 또한 초감각과는 다르지만, 경지 높은 감각을 깨우친 바.

  가볍게 실운의 검로를 예상하며 몸을 살짝 틀어냈다가, 다시 몸을 되돌렸다.

  촤아악!

  시은이의 갈색코트가 반 이상 잘려나갔다.

 "크크크! 잘 알고 있구나! 네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저들이 어떻게 되는지!"

  촤아아악!

  큰 동작은 보일 수 없었다.

  그저 간발의 차로 조금씩 빗겨나가게 할 뿐.

  하지만 이 또한, 실운이 금방 눈치챌 것이 뻔했다.

  그리고 지금 이 약간의 움직임을 통해서, 저 멀리 떨어진 단보루와 시야카, 그리고 젠과 시즌의 목에 조금씩 칼이 맞닿아지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느껴야만 했다.

  그들이 죽지 않는 선과, 자신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며 방어를 이어나가는 시은이.

  그의 머릿속은 어느 때와도, 비교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웠다.

 '..시은씨의 재능..'

  카르탄이 마지막으로 남긴 그녀의 재능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선의 재능이라는 것밖에 듣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시은이에게는 충분한 정보였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다고 한 재능.

 '시은씨는 분명 하얀 기력을 다뤄냈어.'

  고리온 드의 재능이 가히 사기적이긴 했지만, 그의 재능은 전투와는 딱히 관련이 없는 재능이었다.

  물론, 그런 쪽으로 활용한다면 활용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가 보여준 이동기나, 시간을 정지하는 능력 같은 것은 사용할 수 없었다.

  전부 재능으로 비롯된 응용에서 나온 것.

 '그리고 그 모든 재능의 끝은, 하얀 기력으로 귀결된다.'

  사실 그것이 중요했다.

  하얀 기력으로 가는 단서를 얻는 것.

  선의 재능이라는 기력이 처음에는 녹색 기력으로 시작했음은 알 수 있었다.

  카르탄과 관련된 옛 여주인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그녀가 사용했던 기력을 볼 수 있었으니까.

  그녀 또한 처음부터 하얀 기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녀는 녹색 기력을 통해 하얀 기력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하얀 구름.

  불의 성질과 얼음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특이한 구름이지만.

  이 또한 하얀 기력으로 다가가는 길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카르탄이 전장에 개입하며, 시은이의 하얀 구름은 하늘색 구름으로 바뀌었다.

  그 말은 즉슨.

 '하얀 기력의 단서에 내 기력이 섞이기 시작했다는 것.'

  시은이의 주변으로 미세한 기력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본인이 아니고서야 절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지만 확실한 기력의 흐름.

  푸르른빛과 녹색빛이 자유롭게 어우러져 서로의 합일을 이루려 애쓰고 있었다.

  시은이가 가지고 있던 본질의 푸르른 기력과, 그에게 힘을 건네준 옛 여주인의 본질의 녹색 기력.

  그녀의 재능의 단서까지 완전히 찾은 시은이의 몸속에 잠재되어있던 녹색 기력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흐하하하!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이 퍽이나 볼만하구나!"

  시은이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몰아붙이고 있는 실운.

  그의 공격이 점차 날카로워지며, 너덜너덜해진 옷자락 너머의 시은이의 살갗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카르탄을 붙들으며, 순수기 연결을 통해 전신의 회복을 완료했던 시은이의 몸에 다시 한 번 상흔이 그어졌다.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의 진기신의 압박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들키지 않게 빗겨나가게 하고 있었음에도, 실운의 공격은 정확한 유효타를 터뜨렸으니까.

  사실 실운도 그 정도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쯤은 눈치채고 있었다.

 "크크크! 잔재주따위."

  알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묘하게 조금씩 틀어진다는 건.

  하지만 굳이 아는 척하지 않았다.

  담보로 잡아둔 목숨이 몇 개인 줄 아는가.

  어차피 이기는 게임.

  너무 쉽게 넘겨버리기엔, 지금껏 쌓여온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이어라.

 "김시은 네년이, 내게 했던 모든 짓들을 여기서 싹 다 풀어주마!"

  실운은 즐기고 있었다.

  처음으로 김시은의 앞에서 압도적인 위치에서 선 채, 그를 가지고 놀 수 있었으니.

  아까 단번에 죽이려고 했던것이 아까울 정도로, 지금의 이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카르탄으로 인해, 복수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진 상태.

  지금은 그저 복수를 이어나가며, 풀릴리 없을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든 풀어낼뿐이다.

  촤아악! 촤아아악!

  시은이의 몸에 항거 할 수 없는 상처가 아로새겨진다.

  하지만 시은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이 감정을 제대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에게 부딪치고 있는 그 감정.

  실운과 옛 여주인과의 확실한 관계.

  카르탄의 마지막에 서로가 서로를 느꼈던 것처럼.

  실운에게서도 무언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분노와 연민일지라도.

  시은이는 알아야했다.

  옛 여주인의 모든 것을.

 "..응? 뭐야."

  어느 순간부터 시은이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미세하게 몸을 틀어 치명상을 피하는 행위 또한 하지 않았다.

  그저 진기신의 공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실운에게는 더 이상 베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허공을 베고 있는 듯한 느낌.

  베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베려고 하는 느낌.

  걸리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잘려나가는 것 또한 없었다.

  시은이가 멈춰선 순간부터, 진기신은 시은이의 몸에 닿지 않았다.

  실운은 그제야 자신이 들고 있는 진기신에 이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진기신이 되기위해선, 기신에 실운의 검붉은 기력이 담겨져야했다.

  그래야만 베지 못하는 기력또한 베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본인의 기력을 사용하는 것이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폭발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 대신 그 시간이 짧은.

  그것이 예전의 진기신이었다면.

  지금의 실운이 가지고 있는 진기신은, 그 한계를 넘어서 스스로 순환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래서 실운의 기력이 적게 소모되었고, 따라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순환하면서 그 힘을 끊김없이 보충했기에, 전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기신이 빛을 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기신에 둘러진 실운의 검붉은 기력이 사라져있었다.

  지금의 그의 검은 그저 명검 중 하나인 기신.

  기력과 거의 한 몸이 되어가는 시은이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리 만무했다.

  실운이 다시 그 안에 기력을 쏟아부어도, 기신에 검붉은 기력이 감기지 않았다.

  자신의 실수는 아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무슨짓을 한 거냐! 네년.. 지금 당장 원래대로 안바꾸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눈앞에서 멈춰서 있는 시은이가 벌인것이 틀림이 없었다.

  실운은 망설이지 않고, 저 멀리 떨어진 검은 무리에게 지시했다.

  그 중 한 명의 목을 베라고.

  그 명을 받자마자, 단보루의 목에 검을 걸치고 있던 검은 무리가 가볍게 검을 치켜올렸다.

 "크크크! 지금이라도 원래대로 되돌리면 물러주마."

  공중에 멈췄던 검이 재빠르게 단보루의 목을 향해 떨어져내려갔다.

  3초.

  2초.

  1초.

  단보루의 목에서 핏방울이 튀는 그 순간.

  세상은 정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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