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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임무, 청춘은 잔인한 것 (1)
작성일 : 20-09-26 10:34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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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네모네의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부드러웠고 보이는 것만큼이나 숱이 많았다.

 

 "계속봐서 몰랐나보네. 제법 많이 길었다."

 

 "그렇지?"

 

 사각사각거리는 가위질 소리가 작은 공간에 울리고 바닥에는 부드럽고 뽀송한 머리카락들이 눈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전에 네 머리 손질 누가 해줬던 거야?"

 

 "...그건 왜 물어봐."

 

 "아니 그때 머리 적당하게 숱이 적당히 쳐져있어서 되게 잘 어울렸거든. 그래서 누구 솜씨인가 싶어서. 학교 밑에도 미용실이 있긴 한데 진짜 솜씨가 없어서 세미라는 친구랑 서로 대신 잘라주고 그랬거든."

 

 "..아프로디테"

 

 "...뭐?"

 

 나는 가위질을 멈추고 우뚝 서서 되물었다.

 

 "그때 머리스타일 아프로디테가 손질 해준 거야."

 

 "...너 진짜 뭐냐. 아네모네."

 

 "내가 말했잖아. 아프로디테가 날 마음에 들어한다고."

 

 "그래그래. 어련하시겠네요."

 

 나는 탐탁지 않은 감정으로 부러 빗질을 강하게 먹였다.

 

 '마음에 들어도 그렇지. 우리 중에 아무리 우수한 에로스가 있어도 머리까지 손질해주고 입까지 맞추진 않는다..'

 

 "아네모네, 너 진짜 아프로디테랑 무슨 관계인거야."

 

 "무슨관계이긴. 너희랑 똑같이 에로스랑 에로스 관리자 관계지."

 

 "거짓말 하지마. 언제가 되야 솔직하게 이야기할래?"

 

 "그럼 밀테 너는 나랑 아프로디테가 어떤 관계인 거 같은데?"

 

 "음. 사귀는 사이?"

 

 "미쳤어?"

 

 "아니 그래보인다는 거지. 입도 맞추고 머리도 손질해 주고 특별하게 아껴주고 봐주고 그러면 누가봐도 사귀는 사이였나 오해할만하지 않아?"

 

 "나 에로스야. 밀테."

 

 "알아. 혹시 알아? 천하의 아프로디테가 아네모네 널 짝사랑했을 수도 있는 거고."

 

 "뭐라는거야."

 

 나는 아네모네의 뒷 머리카락의 5센티미터가량을 쳐내고 대충 숱 정리까지 마쳤다. 나는 장난스럽게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앞머리도 해줄까?"

 

 그의 앞머리는 자연스럽게 층이 지며 가르마를 타고있었다. 내 물음에 그는 부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네모네의 앞에 서서 다시 가위질을 시작했다.

 

 "아, 진짜 부담스러워. 눈 좀 감아봐."

 

 안 그래도 진하게 생긴 눈썹과 눈빛으로 내가 움직이는대로 눈동자를 굴려 빤히 쳐다보니, 거북해서는 가위질이 편하질 못했다.

 

 "왜."

 

 "왜긴 왜야. 부담스럽다고. 넌 다른 에로스들이랑 확실히 다르긴 한거 같아. 소년같은 느낌이 별로 안나."

 

 "소년? 전의 시클라멘같은 얼굴?"

 

 "그래. 그런 인상. 그거알아? 시클라멘 어렸을 때 진짜 웃겼어, 울보에다가 마마보이에다가 아주 유치함으로 똘똘 뭉쳐있었거든. 내가 에로스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텃새 부리던 시클라멘이랑 대판 싸운 적이 있었다고 말했었지?"

 

 "..응. 기억나."

 

 "그때 서로 멱살까지 잡으면서 복도에서 계단까지 밀려가다가 서로를 부여잡고 밑으로 굴렀었어. 진짜 미쳐있는 난장판이였지."

 

 "굴렀다고?"

 

 "응. 거기서 더 웃긴 건 내 친구 세미도 휘말려서 다함께 돌멩이마냥 데구르르르 굴러가고, 계단에 있던 다른 애들은 소리지르면서 대피하고 누구는 시시포스 불러오라고 소리치고 나는 시클라멘 멱살잡고 안 놓고 혼파망이였지. 아직도 생각하면 어이없어서 너무 웃겨."

 

 "그때나 지금이나 멱살잡는 건 똑같네."

 

 "아네모네, 혹시 몰랐어? 멱살 잡는 거 사실 내 카운터기술이야."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니. 손아귀힘이 장난 없더라고."

 

 "..하하.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클라멘에게 그렇게까지 분노해서 화살촉까지 꽂을 필요는 없었는데 싶어. 자, 다 됐다."

 

 나는 둘러져있던 수건을 조심스레 빼고, 아네모네 어깨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준 뒤 얼굴에 묻은 것도 떼어내 주기 위해 그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있었다.

 

 "밀테, 네 잘못이 아닐거야."

 

 "...아니야. 나도 그때 예민해져있었고, 거기다가 내 약점까지 건드니까 그냥 홧김에 저질러버린거지. 또 말하기 좀 그렇지만 시클라멘도 그 해에는 유독 까탈스럽게 날 괴롭혔거든. 아무튼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 뭐."

 

 "..그 화살촉, 부모님의 유품이었다며."

 

 "그래. 맞아. 난 설마 백금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모형인줄로만 알았어. 그리고 살짝 부딪혔다고 그렇게 쉽게 흡수될 줄도 몰랐지. 대체 우리 부모님은 뭘믿고 어린 자식에게 그런 걸 맡겼던 건지. 됐다 됐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자. 자 거울 봐봐."

 

 "잘 자르네."

 

 "그럼, 내가 누군데."

 

 나는 아네모네의 얼굴을 세심하게 살피며 마지막 정돈을 마쳤다. 문득 아네모네가 내 손을 제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우리는 벌써 입맞춤도 했고 이제 머리손질까지 해줬으니까. 남들이 보면 사귀는 것처럼 보이겠네?"

 

 "..에이, 아닐걸?"

 

 "..왜 아닌데."

 

 "내가 널 특별하게 아끼진 않았으니까?"

 

 나는 아네모네의 말장난을 태연자약히 받아쳤다. 아네모네는 그런 나를 못마땅하니 쳐다보았다. 귀여운 자식. 이런 뚱한 표정은 그가 분명한 에로스라인 것을 증명하는 양 소년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

 

 "나참, 학교 주위에서 잠복하려니까. 완전히 유괴범이 따로없네."

 

 "그러니까."

 

 우리는 차 안에 스미는 냉기에 다시 코트를 여미었다.

 

 공교롭게 아네모네의 머리를 다 자르자마자, 동시에 학교의 종이 울리고 하교시간이 되는 바람에 우리는 뒷정리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차에 올라타게 된 것이었다.

 

 "아네모네, 여자아이에게 먼저 쏘는 거지?"

 

 "응. 그 후에 대충 알맞는 타이밍봐서 남자애를 저격하고."

 

 "사람의 호감이라는 건 신기해? 뭐든 관계를 맺으려면 먼저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봐. 그러면 애초에 에로스는 이성적인 호감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응. 에로스는 성에 관심이 없는 존재니까. 그러면서 사랑을 관여한다는 건 웃기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그게 바로 초월적인 존재라는 증거겠지. 안 해봐도 아는 것."

 

 아네모네는 팔짱을 끼며 코트속에 얼굴을 묻었다. 단정하게 묶인 머리카락이 삐죽 튀어나왔다. 아네모네는 의외로 추위에 약하구나. 나는 그의 약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역시 이번 임무는 최대한 타깃과의 접촉을 제하는 게 좋겠지? 또 아프로디테한테 책 잡히지 않으려면."

 

 그때였다.

 

 타깃이 된 여학생이 홀로 학교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타깃의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달려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 둘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웃었다 찡그렸다 쉬지 않고 입을 움직였다.

 

 "귀엽네."

 

 "그러게. 풋풋하다."

 

 우리는 그들이 한참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

 

 며칠동안 우리는 두 아이들을 각각 따로 관찰하였고, 그 결과 임무 전에 아네모네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사랑의 작대기를 긋기에 호락호락하지 않는 환경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새 유능한 솜씨로 타이밍을 노려 여학생에게 황금탄환을 박아놓은 상태였다.

 

 우리는 각자가 조사한 정보를 적어놓은 수첩을 열고 서로에게 발표하였다.

 

 "남학생은 장남에 동생 3명에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현재 어머니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상태고, 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교 자퇴를 고려 중이며 성격은 긍정적이고 잘 웃는편. 이성에 대해 둔한 구석이 있어서 걱정이다."

 

 "내 차례지? 여학생은 외동에 평범하게 잘 사는 집. 성격은 터프하고 무뚝뚝하니 솔직하게 말하는 게 힘들어보이고 남학생의 사정을 살펴 늘 걱정하고 남몰래 챙겨주고 있다."

 

 "묘하게 어렵네."

 

 "응, 이번 임무도 타이밍 맞추기가 애매하네. 그나저나 남학생은 자퇴 언제쯤 할거 같아?"

 

 "그게 가장 큰 문제야. 알바는 꾸준히 하고 있더라고, 이미 선생님하고 상담하는 모양이더라. 밀테 너는 언제 여학생한테 황금탄환 쐈어?"

 

 아네모네는 의외라는 듯이 눈썹을 들썩였다. 나는 짐짓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말을 이었다.

 

 "나야 뭐. 딱 촉이 왔지. 여학생이 남학생 젖은 머리를 닦아주는데, 남학생이 얼마나 맑게 웃었는지 알아? 비가 세차게 내리던 날이었는데 나는 어디서 쨍하니 해가 뜬 줄 알았어. 일곱빛깔 무지개보다 화사하더라. 그건 반해야만 하는 타이밍이지. 누가봐도 틴에이저 영화의 한 편 나오잖아."

 

 "좋았나보다. 밀테, 숨 좀 쉬어가면서 말해."

 

 "응. 교제해나가는 건 그 둘의 재량으로 붙여도, 이 맛에 에로스 하나 싶더라."

 

 "하여튼 네가 여학생 임무는 끝냈으니 당장은 한숨 돌릴 수 있겠네."

 

 "그러게. 아, 그리고 둘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속을 잡았어."

 

 나는 달력 위에 빨간 동그라미를 쳤다.

 

 "사실 여학생도 힘들거야. 남학생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선 형체도 없는 환경을 적으로 삼아야 하니."

 

 "그렇네, 남학생이 사랑에 빠지고 고백이 성사되는 그제야 관계의 시작인 만큼 지치는 것도 빠를지 모르겠다."

 

 "그런거보면 에로스는 잔인한 게 맞는 거 같아. 조건도 편견도 따지지 않고 사랑을 불러오니까."

 

 "그래서 심란하기라도 해? 밀테."

 

 "아니, 익숙해졌어. 나도 결국에는 에로스인걸."

 

 나는 나를 살피는 아네모네의 머리를 헝글어뜨렸다. 아네모네와 나는 놓여있던 커피를 홀짝이며 작게 웃었다.

 

 -

 

 "아네모네, 남학생은 여학생을 좋아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

 

 "그러네."

 

 "알바 진짜 열심히 하네. 저러면 연애할 겨를도 없겠는데."

 

 남학생은 쉴새없이 몸을 움직이며 알바를 뛰고 있었다. 바람에 눈썹이 휘날린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보아하니 여학생이랑은 만나지 않아도 아주 가끔 문자는 주고받는 듯 보였다.

 

 문제는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전혀 안 가지고 있으며, 여학생은 사랑에 빠졌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쩌면 성인보다도 열애감정을 더 능숙하게 잘 숨기는 것 같았다.

 나는 종종 여학생을 보며 내가 그녀에게 황금탄환을 정말로 쏜 것이 맞나 의심에 의심을 한 적도 있었다.

 

 지령에 적힌 고백이 성사되긴 할까? 나는 기기가 못 미더웠다.

 

 "밀테, 크리스마스 이브가 6일 후 인가?"

 

 "아니. 7일 후. 딱 일주일 남았어."

 

 "남학생, 그 전날에 선생하고 만나서 자퇴서 제출할 건가 보더라고."

 

 "뭐?"

 

 "타이밍을 이르게 당겼어야 했나봐. 내 불찰이야. 미안, 밀테."

 

 "그래 아네모네. 과감하게 잘 했어야지."

 

 ".."

 

 "라고 널 거들먹거리면서 널 탓하고 싶긴 한데, 나도 남학생의 시간을 보고 있으면 사랑보다는 생존이 먼저인 것처럼 보여서 타이밍 잡기 애매한 거 이해가 간다. 우선 이브까지 기다려보자."

 

 "그래."

 

 남학생은 여전히 자신의 운명을 꿈에도 모른 채 열심히 알바에 집중하고 있었고, 우리는 차 안에서 그를 대신하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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