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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45. 지옥에서 온 스토커의 방문
작성일 : 20-09-25 22:28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6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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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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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만 같아요. 이사님 침대에서 밤을 지새울 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실제와 다름없는 악몽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당신을 껴안고, 머리칼을 만질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군."

 

 태오는 달뜬 표정으로 이수를 내려다보며 목덜미로 내려온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는 드러난 하얀 살결에 천천히 입을 맞춘다.

 

 송글송글 땀이 맺힌 그녀의 피부는 물방울이 묻어날 것처럼 촉촉하기 그지없다.

 

 그녀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태오의 우뚝한 산을 그린 어깨와 베일 것 같은 턱 라인이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끊임없이 물이 솟아나는,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아."

 

 "그대는 숲 속 깊이 숨겨진 샘물에 목을 축이러 온 숫 호랑이인가요?"

 

 "목이 마를 때마다 언제든 찾아와도 될까. 평소에 소갈이 쉬이 들리는 편이라.."

 

 "물만 마시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훌쩍 떠나 버릴 거면서.."

 

 급 새침해진 이수의 서늘한 표정.

 

 "떠나긴? 마땅히 갈 데도 없는 걸. 다른 외간 짐승들이 접근 못 하게 떡하니 지키고 있어야지."

 

 "그럼 허락하겠어요. 수풀이 우거진 이 샘물은 당신만이 혀를 내밀어 맛을 볼 수 있답니다."

 

 "영광이로군. 이렇게 맑고 청량한 약수를 독차지할 수 있다니."

 

 그들은 밤이 깊도록 야릇하면서도 시시콜콜한 정담을 나누며,

 

 서로의 육체를 구석구석 탐미하고, 타는 듯한 목마름을 해소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이수는 가쁜 숨을 겨우 진정시키고는 그의 터질 것 같은 두터운 팔을 베개 삼아 편안히 잠들었다.

 

 태오도 S 자를 그리는 그녀의 허리 라인에 빈틈없이 밀착하여 곤히 잠든 가운데..

 

 침대 아래 움츠린 루시 또한 긴 꼬리를 말고는 하품을 몇 번 하더니 곯아떨어졌다.

 

 창밖이 희붐하게 밝아올 무렵,

 

 루시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는데..

 

 새근새근 숨을 맞추며 극세사 요를 덮고 자는 쥔님 내외 말고는 아무도 없다.

 

 다시 고개를 파묻고 잠을 청하려는 순간..

 

 [그드득, 드득.]

 

 "갸르르릉."

 

 분명히 들었다. 냥이의 온 신경을 긁어대는..

 

 누군가 어금니를 바득바득 가는 소리.

 

 루시는 바짝 곤두선 털을 누그러뜨리고 재빨리 침대 위로 올라간다.

 

 호피 팬티만 걸친 벌거벗은 사내는 콧구멍이 터져라 거친 숨을 뱉으며 코를 골고 있고,

 

 쥔님은 옆으로 가로누워 깊이 잠들었다.

 

 러블 고양이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침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신경 거슬리는 이갈이 소리의 주인을 찾으려 한다.

 

 한편, 이수는 자신이 베고 누운 태오의 팔뚝이 살짝 움직이는 걸 느끼곤 몸을 뒤척인다.

 

 (강철에 티타늄 코팅 팔뚝이라도 오랜 시간 버틸 수는 없어. 지금쯤 저릴 때가 되긴 했지.)

 

 잠결에도 그를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에 몸을 반 바퀴 굴려 푹신한 베개에 머리를 뉘인다.

 

 태오는 한결 편해졌는지 바로 누워서는 요란스럽게 코를 골며 잠꼬대를 하는데..

 

 "토, 토 쏠려. 멀미 난다고.. 우, 우욱."

 

 또 한 번의 고공 낙하를 하는지 몸부림치고, 헛구역질을 하는 그의 둥근 이마를 쓰다듬어주자 이내 잠잠해진다.

 

 "악몽은 저리 물렀거라. 이제 그만 옆집으로 가 버렷."

 

 서글서글한 눈매 탓에 반쯤 치켜뜬 그의 눈꺼풀을 손바닥으로 쓸어 감겨주고, 머리칼도 차분하게 쓰다듬어준다.

 

 "착하지. 우리 태오 어린이."

 

 "드르르렁~"

 

 코에서 굴착기 터널 뚫는 굉음이 들리길래, 엄지와 검지로 콧구멍을 빨래집게처럼 콕 집어주니

 

 비염 걸린 개 마냥 '컹컹' 대다가 얌전해진다.

 

 "휴우, 조용해졌다. 잘 자요, 이사님."

 

 배에 손을 얹고 잠을 청하는 이수의 긴 속눈썹이 스르르 감길 무렵..

 

 [아드득.]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옆에 누운 태오의 벌린 입을 바라본다.

 

 (잠버릇이 사납네. 코 고는 것도 모자라 어금니까지 갈다니. 그러다 치아 상해요.)

 

 그가 누운 머리맡을 손으로 툭툭 두드려 바로 눕도록 정리하는데..

 

 다시 한번 들리는 '콰드드득' 소리.

 

 하지만, 그의 헤 벌린 입 언저리와 턱은 미동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루시도 분명히 들었는지 침대 위로 올라와 그의 머리맡을 서성거리며 킁킁거린다.

 

 "너도 들었지? 이갈이 하는 소리."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챈 듯, 루시는 태오가 머리를 뉘인 베개 깃을 물어뜯고는 하악질을 하며 잔뜩 경계한다.

 

 그때였다.

 

 우묵하게 눌린 베개가 봉긋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손바닥 두엇을 내미는 것처럼 올록볼록 튀어나온다.

 

 "으헉!"

 

 동시에 이수는 핀볼이 박혔던 오른쪽 옆구리에 송곳을 찔러 후비는 듯한 통증이 덮치는 것을 느끼고,

 

 잔뜩 수그린 그녀의 시선에 목에 매달린 채 밝게 빛나며 대롱거리는 스마일맨이 들어온다.

 

 "예, 예감이 안 좋아. 저 베개에 뭔가 끔찍한 게 숨어 있어."

 

 이수는 잠든 태오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깊이 잠든 그는 쉬이 깨어나지를 않는데..

 

 그의 뒤통수를 '살아있는' 베개가 동그랗게 감싸고는, 베개 커버가 찢어져라 뾰족한 송곳니 여럿이 뚫고 나오려는 게 아닌가.

 

 "꺄악! 이사님. 일어나요!"

 

 그녀는 아가리를 벌린 베갯니에 잡아먹히려는 그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리고, 귓가를 힘껏 잡아당긴다.

 

 "아야, 이, 이수야, 왜 그래?"

 

 간신히 눈을 뜨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는 그의 뒤통수를 잡아채기 위해 펄쩍 뛰어오르는 베개 (괴물).

 

 에이리언처럼 앞으로 튀어나온 송곳니에 목덜미를 뜯길 찰나,

 

 침대 가장자리에서 하악 대던 루시는 몸을 날려 그 괴물을 앞발로 누르고는

 

 앙 물어뜯고, 날 선 발톱으로 연신 할퀴는데..

 

 "저, 정신 차려요, 이사님."

 

 잠이 덜 깬 어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이 누웠던 베개와 싸우는 야옹이를 바라보던 태오는,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그놈'에게 기겁하며 침대 끝으로 물러난다.

 

 "정이수, 설마 우리가 아직도 꿈에서 헤매는 건 아니겠지?"

 

 "꾸, 꿈은 아닌 거 같아요."

 

 묵직하게 쑤셔대는 하복부 통증에 오른 허리께를 움켜쥔 그녀가 간신히 대답한다.

 

 그들은 침대에서 서둘러 내려와 서로를 부둥켜안고는,

 

 루시와 이빨들이 삐져 나온 두발 달린 베개가 펼치는 한바탕 활극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이건 분명히 꿈에서 깨어난 현실인데, 어째서 저런 얼토당토않는 베개 괴물이 나타나 우리 잠자리를 방해하는 거지?)

 

 작지만 당찬 호랑이 새끼를 닮은 루시는 맷돌처럼 이를 갈아대고,

 

 틀니처럼 딱딱거리는 무시무시한 베갯니에 전혀 꿀리지 않고 일격을 가한다.

 

 "끄르라랑." [감히 단잠에 빠진 우리 쥔님 내외를 덮치다뇽! 용서할 수 없다냥.]

 

 이수는 루시의 분노에 찬 마음을 엿듣고는 흐뭇해한다.

 

 나비처럼 날아간 펫은 앞발로 훅을 날리듯 툭툭 짧은 펀치를 날리더니, 뒤로 물러서는 이빨 베개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높이 쳐들어 깊은 상처를 남긴다.

 

 [으드득.]

 

 엄니가 부서질 듯 갈리는 소리와 함께 잔뜩 구부린 상반신의 길게 찢어진 상처 사이로 비어져 나온

 

 오리털이며 거위털 따위가 주위에 흩날린다.

 

 "조심해, 루시!"

 

 작정하고 매트리스를 박차고 오른 쿠션이 들쑥날쑥한 치열을 드러내며 아가리를 한껏 벌리고는 루시에게 달려드는데..

 

 "캬르릉. 똥통에 뒹굴다 온 뻐드렁니, 각오해라랑!"

 

 한 바퀴 몸을 굴려 옆으로 피한 루시는 날카로운 창 끝으로 변한 꼬리를 길게 휘둘러 상대의 옆구리에 꽂아 넣는다.

 

 "끄뜨득."

 

 깊이 박힌 꼬리 창을 드라이버를 돌리듯 비틀어 돌리고는 천천히 뽑아내는 용감무쌍 냐옹이.

 

 그놈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풀썩 쓰러지더니, 군데군데 썩은 이빨을 그득그득 거리며 하얀 깃털을 내뿜는다.

 

 그 순간, 이수는 보았다.

 

 비뚤배뚤 제멋대로 돋아난 아랫니 사이에 박힌, 선명히 반짝이는 금니 하나를..

 

 (어디서 봤더라. 유난히 크고 반딱이는 저 금니를..)

 

 곧이어 잠든 누군가의 얼굴에 베개를 덮어 꾸욱 누르는 것처럼, 흰 커버 위에 둥그런 눈과 코, 입이 돋을새김으로 튀어나온다.

 

 베갯 홑청 가운데 나타난 의문의 마스크가 입매를 달싹이며 말문을 연다.

 

 "나락 터널에서 빠져나온 당신의 우산 속으로 불쑥 들어온 나를..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크드득."

 

 출구가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 난데없이 다가온 이사님. 쏟아부을 듯 내리던 핏빛 비.

 

 벌건 장대비 사이로 대낫을 들고 서 있던 사신의 길게 찢어지던 입꼬리.

 

 아무렇게나 비죽 치솟은 덧니들 가운데 기분 나쁘게 반짝이던 금니가 그녀의 뇌리를 스친다.

 

 "너, 너는.. 그 꿈에 나타난 사신."

 

 "이제 기억난 건가? 당신이 누운 베개로 빙의했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저 사내의 비릿한 뒤통수 냄새를 맡을 줄이야. 크흐흐."

 

 "저, 저 괴물이 이제 말까지 하네."

 

 당황한 태오가 베개를 손가락질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는 저 작자의 꿈을 뒤죽박죽으로 헤집어 놓고, 그의 침대에서 뒹굴며 동침까지 하는 건가?"

 

 베갯속에 파묻힌 사신의 비꼬는 말에 지지 않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대드는 정이수.

 

 "당신이 뭔데 내 사생활에 끼어들지? 내가 이사님의 꿈을 지지고 볶고, 현실로 돌아와 자든지 말든지 상관없잖아."

 

 "노크도 없이 곤히 잠든 그대를 깨운 건 정중히 사과하지.

 

 하지만, 그대에게 첫눈에 반한 나로서는.. 밤새도록 정사를 벌이는 커플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었어.

 

 물론, 이런 흉측한 이빨 베개로 현생에 나타날 줄은 미처 예상 못했어.

 

 냉철한 신의 이성마저도 활활 태워버린, 활화산처럼 터져버린 질투심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이라고나 할까. 크하하!"

 

 이수는 속을 긁는 사신의 비웃음을 무시하고는 한 발짝 다가선다.

 

 "당신은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라며? 그럼 수준에 맞게 망자들하고나 어울릴 것이지,

 

 굳이 번잡스러운 현세에 내려와 이 난리를 피우는 거냐고?"

 

 삿대질을 하며 따지듯 베개에 숨어 입가를 비죽거리는 사신을 몰아붙인다.

 

 "눈만 마주쳐도 숨 막히게 음울하고, 당장에라도 공황 장애에 걸릴 듯한, 주구장창 까만 드레스만 걸치고 다니는 블랙 엔젤(처녀 귀신)들과는 단 1분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오로지 죽음과 한 번 연을 맺었던 당신만이 칠흑 같은 내 마음을 밝히는 향초이자, 한 줄기 빛을 뿌리는 등대라 할 수 있지."

 

 "개떡 같은 소리 지껄이지 마!"

 

 "사신이 홀딱 반해 자신의 신묘한 능력을 선물하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스토킹하는 여자라니.

 

 내가 당신이라면 자랑스러울 거야.

 

 그대의 숨 막힐 듯한 절세 미모가 고통으로 허우적대는 저 지옥 구석구석까지 알려졌다는 의미이니까. 키드득."

 

 "아으윽!"

 

 이수는 더 이상 대들지 못하고 진저리 치는 아픔에 온몸을 오그리고 주저앉는데..

 

 이를 갈며 악담을 퍼붓는 베갯 속 사신이 잠시 딴청을 피우는 사이,

 

 재차 몸을 날려 레프트, 라이트 다시 레프트 스트레이트 펀치 3 연타를 꽂아 넣는 루시.

 

 곧이어 그놈의 잘난 입술을 물어뜯고 놔주지 않은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댄다.

 

 "끄아악, 빌어먹을 길냥이 같으니. 통째로 씹어 삼켜줄 테다!"

 

 베개가 거꾸로 뒤집혀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타, 태오는 베란다와 연결된 미닫이 창을 뛰어넘더니 사라진다.

 

 [위이이잉~]

 

 다시 나타난 그의 양 손에는 얼마 전 이수의 집에서 막힌 우수관을 커팅한 무선 그라인더가 들려 있고,

 

 그 끝에는 큼지막한 원형 톱날이 맹렬히 회전하고 있다.

 

 "야옹아, 비켜!"

 

 루시는 얌전히 뒤로 물러나고, 태오는 망설임 없이 침대 위로 올라가

 

 그라인더로 불룩거리는 베개의 머리부터 발치까지 두 동강 내버린다.

 

 "빠드득, 끄드드득!"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뻐드렁니들이 여기저기 튕겨져 날아가고,

 

 진득한 암녹색 액체가 흘러나오나 싶더니 그 위로 수북이 날아오른 깃털과 먼지과 쌓여 들러붙는다.

 

 "정이수, 난 포기하지 않아. 언제든 다시 찾아올 거라고.

 

 삶에 지친 당신이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의 미로를 헤맬 때마다..

 

 어두운 그림자가 깃드는 골목 어귀에 숨어 당신을 지켜볼 거야. 크하하하!"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몸서리치며 괴로워하는 이수.

 

 루시는 자신의 꽁무니를 침대 모서리에 탁 튕겨 불꽃을 만들더니,

 

 쥐불놀이를 하듯 빙글빙글 휘두르곤 널브러져 내장을 쏟아낸 베개의 시신에 던진다.

 

 짧은 꼬리를 그리며 떨어진 파이어볼은 삽시간에 혈투의 흔적을 남김없이 태워버리고,

 

 자욱한 암회색 연기 속에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

 

 "크어억. 사, 살려줘!" 이수의 죽은 남편, 루시드의 우스꽝스러운 얼굴.

 

 "얘야, 산 채로 날 화형 시키려는 게냐?" 이번엔 태오의 어머니, 한 여사의 성난 얼굴이 떠오르고..

 

 그는 놀란 표정으로 손에 쥔 그라인더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서서히 사라지는 연기 사이로 어떤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날 무렵..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스르륵 열린다.

 

 "아빠, 무슨 일 있어? 집에서 타는 냄새가 나."

 

 이제야 잠에서 깬 듯, 졸린 눈을 비비는 하늘찬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

 

 흐릿한 아이의 눈동자에

 

 어둑한 방 안을 가득 채운 매캐한 연기 사이로, 아빠와 어떤 여자 그리고 침대 위에 냐옹이가 보였는데..

 

 '딱'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순식간에 하나의 그림자만 남았다.

 

 

 

 

 - 45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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