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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N포시대에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지담은 악바리 근성으로 다행히 취업에는 성공...그러나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건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안하는 그녀다. '그래, 사랑따위만 하지 않는다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건 평생 없을 일이야'라고 다짐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지담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명은 오랜친구 다른한명은 새로운 남자! 과연 지담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33. 엄마 생각
작성일 : 20-09-25 22:26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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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엄마 생각

 

  “누구....세요?”

 

 지담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소리 나는 쪽으로 바라보았다.

 

 중년여성 임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단아한 미모와 수수한 차림새의 여성이 서 있었다.

 

 “네~에?”

 

 “아... 여기 제 아들이 사는 집 인데... 아가씨는 누구.....?”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이강현 선생님이 봉사활동을 하는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서지담이라고 합니다...이 선생님이 아프다고 해서 죽을 좀 가지고 왔습니다”

 

 당황한 지담은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고는 죽을 강현의 어머니인 혜진에게 건네며 말을 이었다.

 

 “걱정해서 왔는데, 어머니께서 오셨으니 저는 그만 가 보겠습니다... 이거 이 선생님께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뒤돌아 가려는데 강현의 어머니가 말을 건넸다.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와서 차 한잔하고 가요”

 

 “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걱정해서 왔다면서요... 괜찮은지 얼굴은 보고 가요”

 

 혜진이 미소를 지으며 초인종을 눌렀다.

 

 지담은 정말 괜찮았다. 그리고 이 불편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어른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한 강현이 문을 열었다.

 

 “들어와요”

 

 혜진은 싱긋이 웃으며 지담에게 말했다.

 

 “누가 또 왔어요?”

 

 강현이 뒤돌아보며, 한껏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아...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어머니를 뒤따라 한 발 들어서는 지담 보고 강현은 깜짝 놀랐다.

 

 “너 아프다고 고맙게 죽을 사 왔는데, 그냥 가려고 하잖니... 그래서 차 한잔하고 가라고 내가 붙잡았다, 내쫓을 생각은 하지도 마... 지담씨 여기 앉아요”

 

 혜진은 아픈 강현은 흘깃 쳐다보고 지담에게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아까 초인종을 누르다 멈칫하는 지담을 보고는 강현이 얼마나 매정하게 했으면 초인종도 선뜻 누르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지... 지담을 안쓰럽게 생각한 그녀였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냉정한 구석이 있는 성격이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쫓을 생각 없거든요... 이 사람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강현의 말에 지담은 할 말을 잃었고, 그는 ‘어머니와도 이렇게 인사를 하게 되는군... 이제 빼도 박도 못해’ 라는 표정으로 지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남자 적극적인 건 알았어도, 이렇게 저돌적이고 치사한 면도 있었다니...

 

 “그래? 저번에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그 사람이 지담씨 인 거야?”

 

 혜진은 짐작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깜짝 놀랐다. 그러나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네”

 

 “무뚝뚝한 네 녀석이 뭐가 좋다고... 지담씨, 이 녀석이 힘들게 하지는 않아요?”

 

 혜진은 자신이 정략결혼을 해서 자식만큼은 연애 결혼을 고집했다.

 

 그래서 서로를 챙겨주는 강현과 지담이, 지금 너무나 예뻤다.

 

 “네? 아, 아뇨, 잘해 줍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지담은 차마 사귀지 않는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치사하게 선수 친 강현과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그의 어머니 때문에...

 

 진짜 이 남자 아픈 거 맞아? 연신 생글거리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지담이었다.

 

 “아~ 그래도 처음 보는 자리 인데... 그래도 될까요?”

 

 혜진은 강현과 지담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지담은 해사하게 웃으며 혜진에게 대답했다.

 

 혜진이 과일과 차를 준비하는 걸 보고 지담은 자신이 하겠다고 말을 했다.

 

 그러나 혜진은 손님한테 그럴 수 없다며, 앉아있으라고 했다.

 

 지담은 이 상황이 엄청 불편했지만, 마음은 왠지 찌르르했다.

 

 강현의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이 나서일까....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약속 있는 걸 깜~박했네. 반찬만 전해주고 금방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예쁜 사람을 만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네...”

 

 혜진은 겉옷과 가방을 챙기며 일어섰다. 강현의 집에 머문지 10분밖에 안됐는데.... 아무래도 자리를 비켜주시려고 일부러 약속 핑계를 대시는 거 같았다.

 

 “나올 거 없으니까, 지담씨나 잘 챙겨주고.... 지담씨 나중에 또 봐. 그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강현이가 속 썩이면 나한테 일러 주고... 내가 혼 내줄게”

 

 혜진은 지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하고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아니에요, 강현씨 속 썩인 적 없어요”

 

 -오히려 저한테 넘치도록 잘해줘요- 라고 지담은 속으로 말했다.

 

 “어머니는 저를 너무 못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네가 좀 무뚝뚝하고 냉정해야 말이지... 지담씨에게도 그럴까 봐 그런다”

 

 “저 지금 환자라고요... 너무 막 대하시는 것 같은데요”

 

 “어제 병원 갔었다며? 그럼 됐지... 지금은 멀쩡하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혜진은 얼른 타고는 손 인사를 했다.

 

 나올 거 없다고 혜진이 말했지만, 강현과 지담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혜진을 배웅했다.

 

 다시 강현의 집으로 돌아온 지담은 자신도 집으로 갈 생각에 겉옷을 입었다.

 

 “가려고?”

 

 강현은 놀란 듯 지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응... 나도 이제 가야지”

 

 “뭐? 병문안 온 거 아니었어?”

 

 “어머니 말씀처럼 멀쩡한 거 봤으니까 가야지....”

 

 “뭐~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어, 어제는 하루종일 누워만 있었다고... 열도 심했고”

 

 “그러게, 무슨 의사가 자기 몸 관리도 못하냐고...”

 

 “그러니까 당신이 내 몸 관리를 좀 해줘”

 

 그렇게 말하고는 지담의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는 그녀를 안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이틀 동안 당신 못 봐서 더 아팠던 거 같아... 이것 봐 아직 몸에서 열이 나잖아”

 

 정말 그녀에게 전해져 오는 강현의 몸이 자신보다 더 따뜻했다. 이마를 짚어 보니 여전히 뜨끈했다.

 

 “얼른 침대에 누워”

 

 안 되겠다 싶어 지담은 강현을 침대에 눕혔다.

 

 “당신... 갈 거야?”

 

 강현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지담에게 힘없이 말했다.

 

 “후~ 옆에 있을 테니까, 좀 자”

 

 이 남자 아프면 어린아이가 되나? 자꾸 가지 말라고 보채는 그를 모른척 할 수 없어서 옆에 있기로 했다.

 

 지담의 말에 그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짓고, 눈을 감더니 거짓말처럼 금방 잠들었다.

 

 누워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와 그녀의 등장에 신경이 쓰여 그러지도 못했나 보다.

 

 지담은 수건 두 장을 꺼내 물을 적셔 하나는 그의 이마에 올려놓았고, 하나는 그의 손발을 닦아주었다.

 

 다 큰 성인 남자의 손발을 닦는 건 처음이라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릴 때, 그녀가 아프면 그녀의 어머니가 이렇게 해주셨던 게 기억났다. 강현의 어머니를 만나서 그런가... 오늘 따라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그녀였다.

 

 “당신 어머니, 좋으신 분 같아...”

 

 지담은 잠든 그의 얼굴을 보며 말을 했다.

 

 그러나 약 기운 때문인지 강현은, 더없이 편안한 표정으로 잠에 빠져 있었다.

 

 ---------

 

 연호는 그동안의 기분을 보상이라도 할 겸, 백화점으로 향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쇼핑만 한 게 없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명품 가방매장으로 간 그녀는 눈에 띄는 물건이 없나 하고 훑어보고 있었다.

 

 마침 색상도 디자인도 딱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했다.

 

 그 가방을 집어 들려는 순간, 자신 앞에서 그 가방이 사라졌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연호는 가방이 사라진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화려한 미모의 중년여성이 자신이 사려고 한 가방을 들고는

 

 “아무래도 이게 나아” 라고 직원에게 말했다.

 

 “네, 사모님”

 

 “이봐요... 내가 그 가방을 집으려는 데 그쪽이 뺏어 갔잖아요... 그럼 최소한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연호는 그 중년여성의 행동에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한마디 했다.

 

 그런데 그 중년여성은 위에서 아래로 연호를 쭉 훑어보더니,

 

 “여기는 이제 사람 안 가리나 보네... 고객 관리 좀 해야겠는데?”

 

 하고는, 연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직원에게 말했다.

 

 “뭐라고요? 이 아줌마가 정말...”

 

 자신이 지금 머리에서 발 끝까지 걸치고 있는 게 얼만데, 싸구려 취급이라니....

 

 연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으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넌 집에 어른도 안 계시니? 어디 어른에게 버릇없이 못 배운 싸구려 티를 내”

 

 낮고 서늘한 음성에 연호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이런 아줌마가 다 있나 하고 말하려는 순간,

 

 “그만하시죠... 어머니”

 

 움찔할 정도로 단호한 목소리에 연호와 그 아줌마는 동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수훈아.... 네가 어떻게 여길..” 권 여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을 지우고

 

 “아니, 이 아가씨가 먼저...”

 

 “그만하시라고요!”

 

 수훈은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권 여사의 말을 잘랐다.

 

 수훈은 좀 있으면 지담의 생일이었기에, 어머니의 일도 사과할 겸에서 선물을 사러 왔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과 목소리가 들려 발걸음을 옮기니, 역시나 보기 싫은 광경을 보고 만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 때문에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고 수훈은 연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아무말도 못하고 서 있는 권 여사는,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매너까지... 완벽한 수훈의 모습에 연호는 첫눈에 반해 버렸다.

 

 물론, 저 아줌마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말이다.

 

 “아닙니다. 저 또한 무례하게 굴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라곤 먹을 때만 쓰는 그녀가 사과라는 걸 했다. 세상에나....

 

 연호는 이 순간, 강현 따위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강현 때문에 스트레스 풀려고 백화점을 찾은 그녀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이 멋진 남자를 본 순간 이강현은 누구였더라....가 되었다.

 

 “아...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하고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는 수훈이었다. 물론 권 여사와 함께...

 

 

 “너 이게 무슨 짓이냐?”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이제는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갑질을 하고 싶으세요?”

 

 “뭐, 뭐라고... 갑,질? 네가 어떻게...그런...”

 

 권 여사는 하얗게 질렸다. 그동안 자신이 알던 아들이 아니었기에...

 

 “왜요... 저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한 짓도 저를 위한 거였다고 말씀하시게요?”

 

 “너, 너... 이게 무슨...”

 

 권 여사는 부르르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 돌아가세요! 저는 일이 남아있어서요”

 

 하고 버럭 화를 내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런 수훈의 뒤를 누군가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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