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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떤, 세상의 끝에서
작가 : 어쩡
작품등록일 : 2020.9.23

점점 커져가는 세계의 부패.
그것이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세상에서부터 부패를 피해 다른 세계로,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계의 끝자락을 찾았고…
그것이 이 땅이었다.

 
성곽 안으로
작성일 : 20-09-25 15:21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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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신들은 죽었다고 했나.

 이제는 아무 소용도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어디까지 이야기해줬더라,

 항상 그렇게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카페에서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고양이같은 초록 눈동자와 빛나는 금발을 가진 여자.

 지루함에 찌들어버린 일상에 다시는 없을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렇게 다시는 시작하지 못하겠지.

 할아버지는 결국 곧 있을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여든일곱으로.

 “친구들은 없어?”

 혜원의 옆에 앉은 엘이 물었다.

 보영이 반달눈으로 혜원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친구라면 모를까. 정말로 살아숨쉬는 친구는 없었다.

 아니, 지금 앞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정말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닐까. 모든것이 할아버지가 말해주던 이야기에 나오는 여자를 그대로 빼닮은 여자였다.

 “…어디로 가요?”

 혜원이 운전을 하고 있는 금발의 여자에게 물었다.

 검은 차 안으로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비추며 지나갔다.

 “고작 물어보고 싶은게 그거니?”

 금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지윤의 말에 엘이 덧붙였다.

 “아니요. 근데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혜원이 대답했다.

 “아줌마 이름은 뭐에요?”

 “아줌마는…좀 그렇고. 이모라고 불러. 너희 가족이랑 관련 있는 사람 맞으니까.”

 “몇 촌이요?”

 “…그런게 필요하니?”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무시하는듯한 눈, 주어가 없는 말. 친척들은 아는 사람이라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자신이 아는 친인척들은 전부 할아버지를 싫어했다. 뿔 달린 애랑 결혼을 하게 시켰네 하며 욕을 하는 사람부터 피는 못 속이네 하고 조용히 비꼬는 사람, 그저 무시해버리는 사람까지 가지각색으로 혐오감을 드러내던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뿔이 안 달린 사람들이라 꼭 무슨 종교집단이라도 되는 양 생겼었다.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에도 그랬지만 정말로 할아버지가 사라지고 난 뒤에는 그런 모습이 숨김없이 나왔다.

 이 금발의 여자도 그 중 하나였을까?

 “…엄마랑 아빠는?”

 금발의 여자가 물었다.

 “집 나간거 빼고는 잘 모르는데요.”

 혜원이 대답했다.

 이 사람, 무슨 말이 하고싶은걸까.

 “우리 엄마아빠하곤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너희 할아버지가 얘기해주셨어. 둘이 참 좋아했었다는데.”

 “…그게 끝이에요?”

 “집에서 나간 이후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는거야?”

 혜원이 묻자 금발의 여자가 되물었다.

 “어떻게 됐는데요?”

 “…죽었는데. 할아버지가 이야기 해 준 적이 없나보구나.”

 “…아.”

 혜원이 짤막하게,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를 흘렸다.

 죽었었구나.

 궁금하던 부모의 행방을 알게 되었지만 어떤 감정도 불쑥 올라오지는 않았다. 그저 그랬구나, 이해를 해 버리고 마는 것이 혜원은 신기할 뿐이었다.

 할아버지가 이 여자에게 말해준 것일까?

 나한테는 아무 말도 해준 적 없었는데.

 이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뭘까.

 “…할아버지는 잘 계셔?”

 “소식 못들었나봐요? 며칠 전에돌아가셨는데.”

 “죽었다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순간 몇 계단을 올라갔다.

 금발의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앞에 봐요!”

 보영이 말했다.

 차가 잠깐 흔들리자 금발의 여자는 다시 앞을 보았다.

 “…그럴때인가…”

 금발의 여자가 혼자 중얼거렸다.

 혜원은 한숨을 쉬었다.

 뭘 혼자만 알고 궁시렁대는지 알 턱이 없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을 정도인 사람인가?

 장례식에 왔었나?

 진짜 이모인건가?

 아니면 그냥 알던 사람?

 나를 버리고 간 부모까지 알 정도면 꽤 깊이 관계가 있는 인척이 아닌가.

 “…내 이름은 김지윤이야. 마우솔레움에서 일해. 너희 할아버지랑은…옛날에 친했던 사이인데, 소식을 못 들은지 좀 됐네.”

 ”마우솔레움, 이요?”

 혜원이 놀란 듯 물었다.

 “어, 마우솔레움. 너희 할머니는 어떤 사람인지 아니?”

 “네...돌아가셨죠. 그건 왜요?”

 “아니…그냥. 괜히 옛날 생각이 나서.

 “할아버지가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었대요. 근데 보통 사람들이랑 좀 달라서 가족들이 싫어했다나. 무슨 장애같은게 있었나봐요.

 …그것도 할아버지가 말해줬어요?”

 “응…”

 지윤은 대답 비슷한 소리를 내었다.

 “…우리 가족은 아빠 하나 외동인걸로 아는데. 진짜 정체가 뭐에요?”

 “가까운 이모야. 할아버지랑 사이가 좀 안좋게 틀어져서 말이야, 날 몰랐을 수도 있겠네.”

 지윤이 창문을 내려 게이트에 카드를 집어넣으며 말했다.

 기계음이 들리고 게이트가 양쪽으로 열렸다.

 “할아버지가 3번 게이트로 가 있으라고 했었어?”

 “네, 뭐.”

 혜원은 짧게 대답했다.

 뒤에서 게이트가 굳게 닫히는 소리를 내고, 어둠 속에서 차가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네가 지낼 곳으로 가는 중이야. 이제 나올텐데…”

 지윤이 몸을 뒤로 돌리며 말했다.

 “어, 앞에 봐야죠…읏!”

 갑자기 환한 빛이 차창을 쏘아들어왔다.

 혜원의 눈이 반쯤 뜨였다.

 옆으로 길쭉한 케이블카 행렬이 지나갔다.

 차츰 빛에 익숙해진 혜원의 눈에 거꾸로 달린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양쪽 끝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차량용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은 다 이런 식이지.”

 엘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촌스럽긴.”

 보영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거꾸로인 빌딩들 사이로 케이블카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들 훨씬 아래 한가운데, 환하게 빛을 내는 구체가 무언가에 묶여 고정되어 있었다.

 혜원은 차창 가까이로 몸을 구부렸다.

 아래는 얼마나 깊은지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빛이 닿지 않아 새카만 색을 하고 있었다.

 “이게 다…”

 혜원은 말문이 막혔다.

 “여기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본 적 없어?”

 엘이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는 혜원에게 물었다.

 “…있지. 근데 이건 상상할 수도 없겠네.”

 빛의 구체가 케이블카 아래로 가려 사라졌다.

 “도대체…어떻게 만든거에요?”

 “구멍은 자연스럽게 뚫린건데, 나머지는 우리가 조금 넓혔어. 빛을 내는 것도 우리가 달았고.”

 혜원의 말에 지윤이 답했다.

 “…’우리'요?”

 “마우솔레움의…기술자들이라고 해 두자. 일단은.”

 케이블카가 멈추는 느낌이 들고,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부탁했어. 네가 조금 더 섞여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면 좋겠다고 하시던데.”

 “섞여서 살아간다는게 뭔데요?”

 “네가 등교거부권 행사하는걸 고쳐달라고.”

 지윤이 말했다.

 “……”

 혜원은 차창에서 얼굴을 떼어 지윤을 보았으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가 얼마나 어떻게 싫던, 일단은 다니는게 좋아. 사람들은 어쨋거나 보이는대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거든.”

 지윤은 앞으로 돌아섰다.

 “근데요, 진짜 이런것들이랑 같이 학교를 다녀야 해요?”

 창밖을 쳐다보던 보영이 물었다.

 “너도 섞여 살아가는 방법을 좀 배우면 좋고.”

 지윤이 말하자 보영은 얼굴을 구깃거렸다.

 “뭐야, 고작 이런것도 못해서 짜증내는거야?”

 엘이 보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

 

 

 

 눈이 뜨였다.

 어딘가에 누워있었다.

 내가 눈을 뜬 게 맞나? 앞이 캄캄하다.

 여기가 어디지?

 눈을 깜빡이며 몇 번씩 눈을 뜨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확실히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런데도 앞은 새카만 채로 변하지 않았다.

 눈을 비비려 손을 움직였다.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여지지 않았다.

 네모난 상자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

 아니야, 확실히 네모난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손을 들려고 하면 벽이 있었고, 옆으로 빼려 해봐도 벽이 있었다.

 어느 쪽 손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다리도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이 죽을 때 집어넣는 상자인데, 이름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나는 죽은걸까?

 들숨을 크게 쉬었다.

 흙의 냄새가 코로 조금씩 들어왔다.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 같으니 아직 죽지는 않은 것 같다.

 나가고 싶다.

 나가야 한다.

 “환희야!”

 움찔.

 여자의 목소리가 자고 있던 환희의 귀를 때렸다.

 “…네?”

 검은 머리의 귀엽게 생긴 소년이 침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만 일어나. 새 친구가 왔어.

 머리카락 뿌리가 고슴도치처럼 삐죽한 여자가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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