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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워킹홀리데이
작가 : 리에토라비타
작품등록일 : 2016.8.23

최근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의 한 이야기 입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구로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혜리의 시신
작성일 : 16-10-25 02:34     조회 : 407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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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침대 각 모서리에 주연이 노끈에 묶여 주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강철이 주연에게 걸어가 침대 끝에 걸터 앉아 주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강철 : 혜리... 갔어. 그러니까 조용히 너만 잡아주면 될 것을.. 저렇게 나대니까 이런 꼴을 당하지.. 안그래?

 

 

 주연의 얼굴을 쓰다듬는 강철의 손길이 제법 거칠었다. 입에 수건이 물려 있는 주연이 격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케겍 거렸다. 강철은 입에 물려 있는 수건을 풀어 주었다.

 

 

 주연 : 케겍... 콜록 콜록.

 

 

 침이 온 얼굴에 사방으로 흘렀다. 그리고 그간 두려움과 안으로 삼켜지던 기침을 했다.

 

 

 주연 : 살려... 주세요....살려줘....

 

 

 혜리가 죽고 주연이 묶여있는 동안 빠르게 해는 져서 까만 어둠의 이불을 덮고 있었다. JOE가 오는 시간까지 한참이나 남은 시간이었다. 강철이 주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그 손길이 목덜미로 내려가고 티셔츠 안쪽까지 손을 넣어 이리저리 만져 보았다. 희고 부드러운 살결. 주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강철 : 우리 주연이... 땀이 많이나네... 씻을까?

 

 

 강철이 욕조에 물을 받으러 욕실로 향했다. 침대에 묶여있는 주연의 귀로 물이 틀어지고 받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떡하지.... 어떻게 나가지?'

 

 강철이 다시 방으로 들어와 주연의 뺨을 쓰다듬었다. 거실에서 무언가 푹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나서 주연과 강철 모두 고개를 돌렸다. 혜리는 이미 숨이 멎은 듯 했다. 온 몸에 힘이 쭉 빠진 혜리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고꾸라진 머리에 쏠려 의자와 함께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었다.

 

 

 강철 : 아....씨....

 

 

 주연의 동공의 흔들림이 더 빨라졌다. 이제 자신의 차례가 곧 올거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혜리의 시신이 힘없이 고꾸라진 모습을 지켜보던 강철이 짜증난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혜리있는 곳으로 향했다. 고꾸라져있는 혜리의 시신을 서서 바라보던 강철이,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 주연이 있는 방을 바라보다가 혜리의 시신 옆에 있는 강철의 가방에서 노끈과 칼을 집어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주연이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아 주연의 눈동자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없는 웃음을 씨익 지었다.

 

 

 강철 : 씻기전에 나 좀 도와줄래? 다 끝내고 씻자. 응?

 

 

 침대 각 모서리에 묶여있는 주연의 팔과 다리의 끈을 하나씩 칼로 잘랐다. 노끈을 일자로 쭉 핀 양 팔 길이 정도로 잘라, 오른손과 왼손의 노끈의 끝부분에 연결시켰다. 다리까지 다 하고나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주연의 머리카락을 이마위로 쓸어 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강철 : 어디로 또 튈 생각하지마. 이제 재미없어, 주연아. 잘 생각해. 여기에 지금 너랑 나밖에 없는거야. 알겠지?

 

 

 눈앞의 무서움에, 강철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꼭 감아버렸다.

 

 

 강철 : 혜리를 옮길거야. 니가 좀 도와줘야겠어.

 

 

 눈을 떴다. 모든 생각의 기능이 갑자기 정지된 듯 했다.

 

 

 주연 : .......어?....

 

 강철 : 혜리. 저렇게 고꾸라져 있으면 보기 흉하잖아. 날도 이렇게 더운데 금방 냄새도 날거고. 아무리 남의 집이라고 해도 서로간의 지켜야 할 에티켓 같은건 지켜줘야 하지 않겠어?

 

 

 되먹지도 않는 말을 내뱉고서는 쓰레기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게 인간 유강철의 본 모습이었다.

 여전히 주연은 믿기지 않는 듯 강철의 눈동자에 시선이 따라갔다.

 

 '아니야.... 아닐거야... 말도 안돼. 죽은 사람... 시체를 나보고 만지라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대에 걸터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철 : 뭐해, 안 일어나고? 가방에 담기만 해. 돌에 묶어서 바다에 던지면 되니까.

 

 주연 : .........

 

 강철: 야, 일어나라고.

 

 

 강철의 말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침대에 걸터 앉아만 있자 티셔츠 어깨 부분을 세게 잡아 당겼다. 주연의 옷 사이로 브래지어와 가슴골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주연 : 나..... 화장실 가고 싶어..

 

 강철 : 아씨....진짜. 이게 누굴 병신으로 아나. 야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빨리 일어나기나 해. 시간없으니까.

 

 주연 : 알았어. 할게. 할게. 하면 되잖아. 근데 나... 진짜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 손이랑 발이 이렇게 서로 묶여 있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을 갈 수 있겠어. 안 그래? 그래도 못 미더우면 문을 조금 열어 놓을게. 응? 부탁할게. 진심이야.

 

 

 화장실을 한 번 이용하는 것도 애원을 해야했다.

 

 

 강철 : 그래 알았다.

 

 

 화장실 문을 조금 열어두고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주연. 양 손은 긴 노끈에 묶여 있었고, 양 발 또한 분홍색 노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창문으로 도망을 가기에는 창문이 너무 작았고, 높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 몸이 아프고 무거워진 만큼 마음도 지쳐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고 쭈뼛쭈뼛 쇼파 옆에 섰다. 주연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잡동사니가 한가득 들어있는 큰 가방을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한가득 물건이 빠진 가방은 숨이 푹 꺼진 채 혜리 옆에 휙 던져졌다.

 

 

 강철 : 옮겨 담아.

 

 주연 : 그...그냥... 손...으로?

 

 강철 : 그럼 집게로 들래? 빨리해. 피곤하다. 빨리하고 정리하자.

 

 

 주연의 대꾸가 어이 없다는 듯 어서 옮겨 담기나 하라는 듯 손을 가볍게 휘휘 저었다. 용기내어 혜리에게 한 발짝씩 다가갔다. 머리카락이 온 얼굴을 헝클어지게 덮여있어 꼭 공포영화에서나 등장 할법한 귀신처럼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찌할 바를 몰라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헤매고 있을때 강철이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강철 : 야 지금 뭐하는거야? 끈을 먼저 풀어야지!

 

 주연 : 어...어... 알겠어.

 

 

 방금전까지 클럽안에 흘러 나오는 비트보다 더 빠르게 뛰었을 혜리의 심장. 심장의 기능이 멈추고 나니 시야에 들어오는 팔과 다리가 유난히도 하얗게 보였다.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좌우 양 옆에 의자와 함께 묶여진 끈을 풀었다.

 끈이 풀리자마자 바닥으로 혜리의 시신이 완전히 쓰러졌다. 놀란 주연이 뒷걸음질을 치며 강철의 눈치를 살폈다.

 쇼파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철이 한껏 인상을 구기며. 가방에서 꺼내 놓았던 한 무더기의 짐 중에서 장갑을 골라 끼웠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철의 혜리의 양 쪽 발목을 잡아 뒤로 꺾었다.

 

 

 강철 : 손. 손 뒤로 꺾어.

 

 주연 : 어....어?

 

 

 바로 앞에 숨이 끊어진 혜리의 얼굴이 머리카락에 뒤 덮여 보이지 않아서인지, 더 무서웠다. 소름끼쳐서 도저히 만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강철 : 아씨발. 야 뭐하고 있어 지금!! 꺾으라고!!

 

 

 주연의 얼굴에는 이미 소리없는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 범벅이 되었고, 입술을 꾹 다문채 혜리의 양 쪽 손목을 잡아 뒤로 꺾었다. 강철이 손목과 발목을 한데 묶고 있었다. 굳이 죽은 사람을 다시 한번 끈으로 포박하는 잔인함. 이미 강철은 사람이 아닌지 오래였다.

 

 

 

 # 섬 (절벽)

 

 강철과 주연이 낑낑대며 혜리의 시신을 손으로 옮겨 절벽 가까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툭 던져 내려놨다. 아직 축축하게 남아있을 피와 장기들의 무게가 상당했다. 강철이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 플래시를 켜놓고 가방 옆에 내려 놓았다. 빠르게 가방을 열고 손발이 뒤로 묶인 혜리의 시신을 꺼내는 강철. 강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벌벌떨면서 지켜만 보는 주연을 한껏 날카롭게 째려보자 주연이 허둥지둥대다 가방을, 밑에서 들어 뒤집고 천가방만 위에서 벗겨냈다. 양 손과 발이 뒤로 묶인채 옆으로 누워 있는 혜리. 머리카락이 바닥쪽으로 향해있어. 아까보다 제법 눈이 감겨진 혜리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강철 : 꾸물거리지마. 시간없어.

 

 

 강철은 깊은 어둠속에서도, 작은 휴대폰 플래시에만 의지해 이미 머릿속에 계산되었던 것 처럼 진행했다. 근처에 있는 큰 돌을 집어들고 다시 노끈을 풀어 혜리의 몸과 돌이 연결되도록 만드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철 : 밀어.

 

 

 강철이 장갑을 벗으며 주연을 바라보고 말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어둠속에서 손을 더듬더듬해가면서 돌을 찾았다. 그리고 강철이 시키는대로 돌을 밀었다. 주연도 더 이상 혜리의 시신이 눈 앞에 보이는 것이 무섭고 불안했다. 돌을 밀으려 힘을 주면 줄 수록 눈물이 흐르고 앙 다문 입술 사이로 침도 흘러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손에 더 이상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주춤했다. 곧바로 풍덩하는 소리가 유난히도 메아리처럼 크게 들려왔고, 바닷물이 방울방울 몸 곳곳에 튀었다.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져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는 주연. 순간적으로 몰려든 공포에 엉덩이로 뒷걸음질을 치며 반대편 바위들이 있는 곳까지 물러났다. 담배냄새가 났다. 정신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돌려보니, 어두운 실루엣의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빨간 담뱃불이 진해졌다 흐려졌다 하더니 곧 한 뭉텅이의 연기가 나오고 흩어졌다.

 

 

 강철 : 고생했다.

 

 주연 : .........

 

 

 눈동자에 눈물이 한 가득 담겼다 흐르고 또 다시 담겼다 흘렀지만, 얼굴을 찡그리지는 않았다.

 

 

 주연 : 이제..... 내 차례야?

 

 

 주연의 물음에도 강철은 말없이 담배만 피웠다.

 

 

 주연 : 처음부터 이럴려고 여기 온거야?

 

 

 주연의 말에는 원망도 후회도 서러움도 없었다. 정말 그게 궁금해서 낮게 다시 되물었다.

 

 

 주연 : 말해주면... 안돼? 강철아... 너 정말 이럴려고 온거야? 이제.... 내 차례인거야?

 

 강철 : ...........

 

 주연 : 나.... 있잖아.... 한국에 못가... 부모님도 안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안 계시고... 누구라도 믿고 할 일가 친척하나도 없어 나는.. 그래... 그냥 나도 여기서 엄마 아빠 있는대로 갈래.... 어차피 이럴려고 온거면 그냥 지금 보내죠..

 

 

 그간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단 한명의 친구에게 조차 솔직하게 털어 놓을 수가 없었던, 주연의 과거를 강철앞에 늘어 놓으며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서러움에 악에 바쳐 울고 또 울어대면서, 주연 자신도 무슨 말을 늘어 놓았는지 잘 몰랐다. 강철은 주연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다 타버리면 다시 불을 붙이고, 또 붙이고 했다. 주연의 넋두리가 수그러질 무렵, 강철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껐다. 그리고 주연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강철 : 너지?

 

 

 땀과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이 한데 뒤섞여 끈적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슥 닦아내며 주연이 강철을 쳐다보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철 : 너지? 너.... 맞는거지?

 

 주연 : 무슨....말이야....?

 

 

 유난히도 어둠속에서 강철의 흰자위가 선명하게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소리없이 씨익 웃는 강철의 치아가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얼굴을 주연쪽으로 더 가까이 들이대 귓가에다 속삭였다.

 

 

 강철 : 강원도 쓰러져가는 오두막집... 할아버지... 유골함...

 

 

 

 귓가에 바짝 붙어있던 강철에게서 진한 담뱃재 냄새가 풍겨왔다. 그리고 속삭이 듯 건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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