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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20 체인지
작가 : 맥쥬도둑
작품등록일 : 2020.9.24

남은 생의 20년을 주면 원하는 사람과 인생을 바꿔주는 악마이야기.

 
2화 현지은
작성일 : 20-09-24 15:10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3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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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삑.

 

 "2500원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지은이 하루 일곱시간 동안

 제일 많이 하는 말이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지은은

 2년전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학교만 졸업하면

 다 잘될 줄 알았지만

 사회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매번 면접과 탈락의 굴레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띠링

 

 문자 소리에 황급히

 휴대폰 잠금을 푼 뒤

 문자를 확인한다.

 

 "하아.. 또 떨어졌네"

 

 지은은 실망감에

 휴대폰을 집어 던져버렸다.

 

 양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한숨을 푹푹 내쉰다.

 

 "하아.. 지긋지긋한 알바생활.

 언제쯤이면

 번듯하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을까."

 

 잠깐의 휴식도 잠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

 

 "어서오세요"

 

 영혼 1도 없는 인사를 건넨 후

 무심코 손님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란다.

 

 "아.. 왜 하필.."

 

 비싼 커피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온 여자는

 지은의 얼굴을 보고

 활짝 웃는다.

 

 "어? 너 지은이 아니야?"

 

 "어.. 슬기네. 안녕"

 

 "여기서 알바해? 몰랐네~"

 

 "어.. 뭐 그러고 있어."

 

 지은은 바코드를 찍고

 금액을 알려준다.

 

 슬기는 명품가방을 연 뒤

 명품지갑속에

 빼곡히 쌓인 카드 하나를

 무심한 듯 건넨다.

 

 "우리 회사가 여기 앞이거든.

 지은이 보러 자주 와야겠다"

 

 '아니야. 오지마'

 

 지은은 대답 대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카드를 건네며

 슬쩍 바라본

 슬기의 회사카드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다.

 

 '저긴..

 내 1지망이었던 회사잖아..

 슬기가 들어갔구나'

 

 카드를 받아 든 슬기는

 뭐가 그리 좋은지

 가지도 않고 웃고 있다.

 

 "진짜 반갑다.

 학교 졸업하고 2년만인가?

 취업은? 했어?"

 

 "아.. 어.. 아니. 아직"

 

 "아... 그렇구나.

 그래도 넌 똑똑하니까

 잘 될거야."

 

 '그만 떠들고

 그냥 좀 가줘라 제발.

 쪽팔리니까'

 

 지은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슬기는 급하게

 인사를 한다.

 

 "잠깐 커피사러 나온거라..

 그럼 나 먼저 갈께.

 수고해"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가는 슬기.

 

 그런 슬기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지은.

 

 '쟤 나보다 공부 못했는데...

 얼굴로 들어간건가'

 

 그랬다.

 슬기는 공부는 조금 뒤떨어졌지만

 예쁘장한 얼굴때문에

 교수님들과 남자친구들한테

 인기가 엄청 많았다.

 

 그에 반해

 지은은

 평범 이하인 얼굴 탓에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관심받거나

 주목받지 못했다.

 

 테이블 밑에 항상 숨겨두었던

 거울을 꺼냈다.

 

 평소에 거의 보지 않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꼭 보고 싶었다.

 

 천천히 거울을 들어

 거울속 자신의 얼굴과 마주한다.

 

 아무렇게나

 빗어 넘긴 머리.

 여드름 가득한 피부.

 생기없는 입술.

 

 지은은 얼른

 거울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슬기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정갈하게 넘겨

 살짝 묶은 머리.

 투명하고 맑은 피부.

 과하지 않은 화장과

 연한 핑크빛 립스틱을 바른

 작은 입술.

 

 '나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지은의 눈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급하게 옷으로 닦아보지만

 눈물을 금방금방 새로 맺혀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부끄러워..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

 죽어라 고생했는데

 나는 왜 슬기의 반도

 따라갈 수 없는거야. 왜.."

 

 "아까 그 여자가 부러운거야?"

 

 지은은 깜짝놀라

 좁은 카운터 벽뒤에

 몸을 부딪혔다.

 

 "어? 분명

 들어오는 소리가 안났는데..

 어서오세요"

 

 언제 들어왔는지

 전혀 인기척이 없던 남자가

 카운터 앞에 서있다.

 

 "부러워만 하면 발전 할 수 없어.

 그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무슨 말인지..."

 

 "친구가 잘되서

 속상한 거 아닌가?

 자신의 처지가

 슬프기도 하고?"

 

 "그걸 어떡게..."

 

 지은은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검은 옷에

 유난히 하얀 피부가

 꼭 악마같았다.

 

 "내가 도와줄수 있는데..

 얘기 한번 들어볼래?"

 

 남자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지은에게 다가선다.

 

 지은은 겁에 질린 채

 몸을 점점 더 뒤로 밀착시켰다.

 

 "아..아니요.."

 

 "그래?? 아쉽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는데.."

 

 남자는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갔다.

 

 지은은

 그 방법이 궁금해졌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뭔가 엄청 무서워.

 으...'

 

 ---

 

 하루종일 알바를 두개나 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 지은.

 

 옷갈아 입을 힘도 없어

 그냥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아..

 알바인생 진짜 지겹다.

 돈도 얼마 안되고

 몸은 너무 힘들고..

 면접 준비도 해야되는데.'

 

 지은의 머릿속은

 온통 취업과 돈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러다 문득

 낮에 만났던 슬기가 생각났다.

 

 반듯한 옷차림에

 누가 봐도 부러워할 회사의 명찰을 목에 매고

 한손에는 비싼 커피를 들고 다니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보는 사람들마다

 부러워하겠지?

 

 띵.

 

 톡 소리에 힘겹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잠금화면을 연다.

 

 톡을 보낸 사람은

 고향에 살고 있는

 엄마였다.

 

 문자 : 지은아.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몇일전에 면접 봤다는 회사는

 붙었는지 모르겠구나.

 너한테 자꾸 이런말 해서 미안해.

 아빠 병원비가 밀려서 돈이 좀 급한데..

 보내줄 수 있겠니?

 정말 미안하구나. 못난 엄마아빠라서.

 

 하아...

 

 보통의 지은이였다면

 얼른 송금했을텐데

 지은은 폰을 침대위로 던져버린다.

 

 '그놈의 돈 돈..

 정말 지겨워 죽겠다.

 취업도 안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

 

 어느덧 지은의 눈에

 맑은 눈물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한다.

 

 '지겨워.

 되는 일도 없고

 돈 타령도 듣기 싫고

 다 그만하고 싶다.'

 

 그러다 문득

 아까 편의점에 왔던

 남자가 생각났다.

 

 "그남자한테

 도와달라고 할걸.

 아니다.. 무슨 미친소리를.."

 

 띵.

 

 다시 울리는 톡소리.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갑을 꺼낸다.

 

 "알겠어.

 돈 보낼테니까 독촉좀 하지마"

 

 혼자 넋두리를 하다가

 톡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지은의 표정이 굳어버린다.

 

 톡: 김슬기씨의 인생을

 살고싶나?

 그러고 싶다면 통화버튼.

 

 이게 무슨 말이야.

 설마 아까 그 남자??

 

 지은은

 떨리는 손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두번의 통화연결음이 울리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그래. 이제 생각이 바뀌었나보지?"

 

 "누구세요.

 아까 그 아저씨인가요?"

 

 "빙고"

 

 "제 번호는 어떡게 아셨어요?"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나한텐 일도 아냐"

 

 "그건 그렇고..

 정말 제가 슬기가 될수 있는건가요?"

 

 "물론이지"

 

 "어떡게요?"

 

 "간단해.

 나한테 너의 남은 생 중

 20년만 주면돼.

 어때?"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아.. 이짓을 얼마나 하는데

 한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없어.

 말 그대로야.

 너의 남은 생의 일부를

 나한테 주면 된다는 거지.

 쉽지?"

 

 "저한테 얼마나 남았는데요?"

 

 "그건 알려 줄 수 없어"

 

 지은은 도통 무슨말인지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20년을 드리면 된다는 거죠?

 그럼 제가 슬기가 되는거에요?"

 

 "똑같은 말은 몇번을 묻는거야.

 그렇다니까.

 니가 김슬기의 인생을 살게 되는거지.

 김슬기가 되는거니까"

 

 "해주세요.

 슬기처럼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으니까

 그깟 20년 아저씨가 가져가고

 슬기가 되게 해주세요"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자.. 그럼 잠깐동안 눈을 감고 있어

 참. 전화는 끊도록 하지.

 꼭 눈을 감고 있어야해"

 

 통화는 끊어졌고

 지은은 침대에 누웠다.

 

 '그래.

 미친 짓인거 알지만

 한번만 해보자.'

 

 지은은

 천천히 눈을 감는다.

 
작가의 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랍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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