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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작가연재 > 현대물
매버릭(maverick).
작가 : 박재영
작품등록일 : 2016.3.29

<원래 바둑에는 천지 방원(方圓)의 상징, 음양의 이치, 성신(星辰) 집산의 질서가 담겨있다. 또한 비와 구름의 변화, 산하(山河) 기복의 형세는 물론 세상사의 흥망, 일신의 성쇠 등 무릇 그 속에 비유되지 않는 것이 없다.
바둑은 또한 행함에 있어 인(仁)으로, 결정하는데 지(智)로, 거두는 데 예(禮)로써 한다.
이러하니 범백(凡百)의 다른 기예를 어찌 감히 바둑과 비교할 수 있으랴.
···현현기경(玄玄碁經) 중에서.>

 
15화.독불1.
작성일 : 16-04-02 16:49     조회 : 830     추천 : 0     분량 : 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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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독불1.

 

 

 눈을 뜨니 강렬한 빛이 흰색으로 눈을 찔러온다.

 마주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태양의 광휘였다.

 노추산 정상,

 아득히 보이는 수평선을 벗어난 일출이 온전히 제 모습을 갖춘 채 작렬한다.

 ‘돌아 왔구나.’

 곧 열릴 원익배 십단전 결승에 대국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에 현실로 돌아온 것일까?

 무림에서 석 달 넘게 보낸 것 같은데 놀랍게도 수평선을 막 벗어난 일출은 여전히 그 형태였다.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은 것이다.

 

 도민우가 저녁을 함께 먹자는 큰어머니의 전화를 받은 것은 강릉에서 올라오는 고속버스 안에서였다.

 큰집은 도민우가 살고 있는 옥탑방에서 삼십분 거리,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얹혀살던 곳이었다. 도민우는 원래 노추산의 고택에서 외조부와 둘이서 살았는데 외조부께서 돌아가시자 큰집에서 맡아 키워준 것이다.

 바둑을 두기 시작해 프로에 입문하자 조용히 공부할 방이 필요할 것이라며 큰아버지가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주어 지금은 따로 살고 있지만 큰집은 그야말로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안식처였다.

 

 “집을 내놓으라고요?”

 

 대문을 지나 막 현관문을 열던 도민우가 흠칫 걸음을 멈췄다.

 들려온 음성은 바로 큰 어머니의 음성이었다.

 큰 어머니는 부엌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여보! 너무 무리하는 거 아녜요? 알, 알았어요.”

 잠시 후, 도민우가 들어서자 큰 어머니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큰 엄마, 저 왔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응? 민우 왔구나. 그게··· 큰아버지가 뭐 공장을 확장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집을 내놓으라고 하시는구나.”

 “사업이 잘 되나보네요.”

 “글세··· 그렇긴 한데 난 어째 좀 겁이 나는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큰 아버님이 알아서 하시겠지요. 지금까지도 잘 하셨잖아요.”

 “그러긴 한데···”

 큰 어머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도민우역시 불길한 예감 같은 게 뇌리를 스쳐갔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큰어머니가 도민우를 위해 준비한 음식은 돼지갈비수육이었다.

 도민우가 식탁 앞에 앉자 큰어머니가 새삼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정말 괜찮은 거니?”

 “정말 괜찮아요. 의사선생님도 너무 긴장해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잖아요.”

 “그것도 그거지만 왜 매일 아프다는 거는 좀 어떠니?”

 “아··· CRPS요? 그것도 이젠 괜찮아요. 이제 나으려나 봐요.”

 큰 어머니는 도민우가 아픈 걸 내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혀를 찼다.

 “쯧쯧···! 항상 웃고만 다니던 아이였는데 어쩌다 몹쓸 병에 걸려가지고···”

 고개를 돌리는 큰 어머니의 눈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도민우는 그런 큰 어머니를 보자 가슴이 먹먹해 지는 기분이었다.

 “아줌마, 민우 왔지요?”

 돼지갈비를 두어 점 뜯었을 때 불쑥 습격해 온 불청객은 바로 옆집 누나인 추명지(秋姳芝)였다.

 추명지는 사촌 누나인 도은숙과는 둘도 없는 친구인데다 집도 가까워 큰 집을 마치 제집처럼 드나드는 이웃이었다.

 나이 21세, 작년에 명문대에 합격해 동네잔치를 열게 한 이른바 미모와 실력을 갖춘 재녀였다.

 별로 공부에 매달리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떡하니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여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일화는 아직도 동네에서 화제 거리였다.

 “역시 내가 먹을 복은 있다니까!”

 추명지는 식탁 위에 차려져 있는 돼지갈비 수육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래, 어서 앉아라. 민우 먹이려고 잔뜩 했으니 너도 실컷 먹어라.”

 “누나, 내가 온건 어떻게 알았어?”

 도민우는 추명지가 오자 푸근한 표정이 되어 질문을 던졌다.

 “아까 네가 오는 거 봤어.”

 추명지가 돼지갈비를 게걸스럽게 뜯으며 대답하자 큰 어머니가 불현 듯 짓궂어 하는 미소를 머금었다.

 “너는 민우만 보면 장래 네 신랑이라느니 뭐니 하지 않았니?”

 “맞아요.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오매불망 기다리던 민우가 오는 걸 봤다면서 왜 이제 와? 버선발로라도 뛰어왔어야지.”

 큰 어머니는 어디까지나 장난이었다.

 하지만 추명지는 진심인 듯 했다.

 “아무리 좋아도 어떻게 그냥 뛰어와요. 서방님을 만나는데 예쁘게 하고 와야지요. 씻고 머리 다듬고 화장까지 하고 오느라 지금 온 것도 엄청 빨리 온 거에요.”

 “뭐야!”

 추명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카아···! 이거 소주만 있으면 금상첨화인데··· 아줌마! 냉장고에 소주 없어요?”

 “나 원 참···! 학생이 무슨 술이니!”

 “그냥 학생이 아니라 대학생이에요. 술도 먹을 수 있다고요. 아빠도 허락하셨어요. 두병까지는 괜찮다고.”

 “두병? 한 달에 두병···?”

 “아뇨. 하루에 두 병!”

 “어렸을 때 또래의 사내아이들을 두들겨 패고 다닌 그 말괄량이 기질이 어디 가겠니. 난 네가 우리나라 최고 명문여대에 떡하니 붙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니까.”

 추명지의 태연한 대꾸에 큰 어머니는 졌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어느 정도 배가 찬 것일까?

 추명지는 배를 두드린 후 먹기를 멈추고 도민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계란형의 얼굴에 피부가 하얗다.

 눈은 어린아이처럼 맑고 총기로 가득 차 있었다.

 “왜 내 얼굴을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

 “너··· 내가 너한테 반한 건 알고 있지?”

 “나한테 잘해 주는 건 나도 고맙긴 한데 반하기까지 한 거였어?”

 추명지가 턱을 괸 채 눈을 반짝이며 도민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가 아마··· 네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거야. 내가 고1이었으니까.”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 도민우도 먹던 걸 멈추고 추명지를 바라보았다.

 “그때 저 윗동네 아이들과 우리 동네 아이들 사이에 싸움이 붙었는데 우리 동네 아이들이 널 데려와야 한다고 숙덕거리는 걸 내가 듣게 되었거든.”

 “날···?”

 도민우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는 듯 멍청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난 한쪽에서 지켜보며 생각했지. 민우는 히죽 히죽 웃기나 잘하는 얌전한 샌님인데 저 애들이 왜 민우를 찾는 걸까 하고 말이야.”

 “그래서?”

 “조금 있다가 네가 왔는데··· 와! 장난이 아니었어. 그 샌님처럼 얌전하던 네가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닌 거야.”

 큰 어머니와 도민우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윗동네 애들은 덩치도 크고 나이도 한두 살은 더 많아 보였어. 내가 보기에도 험악해 보일 정도였어. 헌데 네가 그 아이들을 그냥 평정해 버렸다니까.”

 “평정해 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큰 어머니가 궁금한 듯 추명지를 다그쳤다.

 “말 그대로 그냥 쓸어버린 거예요. 정말이지 붕붕 날아다녔다니까요.”

 “우리 민우가 그렇게 쌈을 잘했어···?”

 “내가···? 기억이 안 나.”

 도민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추명지가 다시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짐짓 그윽한 눈으로 도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때 딱 결정했어. 널 내 신랑으로 삼기로. 그게 뭐더라··· 그러니까 외유내강이라고 하던 가···? 겉으로는 얌전하고 순하지만 실제로는 엄청 강한 남자. 그러면서도 그걸 일체 내색하지 않고 항상 싱글거리기만 하는 남자. 그게 바로 너란 말이야.”

 “아예 소설을 써. 소설을! 날 잘 봐준 건 고마운데 내가 생각해도 내가 그 정도는 아니다.”

 도민우는 무안해져 얼굴을 붉혔다.

 추명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건 그렇고 너···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어딘지 정말 안 가르쳐 줄 거야? 미래의 아내가 가서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만들어 준다는데 왜 안 가르쳐주는데?”

 “가르쳐 주지 마라. 아예 들어앉을까봐 무섭다.”

 듣고 있던 큰 어머니가 짐짓 허공을 올려다보며 못을 박자 추명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하·하·하!”

 도민우가 그런 추명지의 얼굴을 보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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