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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어떤, 세상의 끝에서
작가 : 어쩡
작품등록일 : 2020.9.23

점점 커져가는 세계의 부패.
그것이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올라오고 있었다.
한 세상에서부터 부패를 피해 다른 세계로, 또 다른 세계로.
그렇게 살고 싶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세계의 끝자락을 찾았고…
그것이 이 땅이었다.

 
시작은 그렇게
작성일 : 20-09-24 00:34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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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삼광산에 또 구멍 뚫려서 사람 여럿 다쳤대.”

 “어디어디?”

 “미림아파트 뒤에 있는 산 있잖아. 그 폐교회 있는 데.”

 “아 거기야~?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들어 핸드폰의 작은 화면을 쳐다보았다.

 싱크홀처럼 뚫리는 구멍은 전세계적으로 흔한 일이었다. 각종 뉴스에서는 어디에서 구멍이 났고 몇 명이 다쳤는지를 말하기 바빴다.

 하늘에 두개의 달이 보이던 날 이후, 땅을 뚫고 갑자기 나타난 뿔 달린 사람들은 어떠한 침략 행위도 하지 않았다. 외계인들이 지구인에게 처음으로 했던 말은 되려 “도와주세요, 약이 필요합니다, 배가 고픕니다”였다.

 지구의 각국은 긴 협의 끝에 돔 지구를 만들어 뿔 달린 사람들을 수용하도록 했고, 그들을 지구로부터 보호하려 했다.

 물론 반대의 의미로도 말이다.

 뿔 달린 사람들의 병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대부분 지구의 병과 비슷한 형태를 띄었고, 이 병들의 백신 개발에 앞장선 제약회사들은 약의 가격을 맞추기 위해 서로 연합을 하게 되었으며, 곧 한개의 국가보다 뛰어난 자본력을 갖게 되었다.

 채무자, 밀입국자, 노숙자, 일용직 노동자, 정신질환자 등 제각기 다른 이유로 도시에서의 삶을 영위할 수 없던 사람들은 뿔 달린 사람들의 거주지구로 흘러들었고, 대부분이 다시는 나가지 못했다.

 세계 각국으로 약을 팔아 자본의 중심에 서게 된 제약회사들의 조합인 ARC는 땅값이 싸던 돔 지구의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문젯거리들이 자연히 흘러들어 모이는 빈민촌을 감당할 방법이 없던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ARC에게 돔 지구를 넘기기로 했고, 20여개 국가의 땅이 이 회사의 사유지로 바뀌게 되었다.

 돔 지구들은 직속국가에게 개입을 받지 않게 되었고, 여러 개의 ‘돔 국가’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 세상에도 구멍이 뚫리지 않는 땅은 있었다. 낙원시.

 구멍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뚫리지 않아 그 이름은 날이 갈수록 빛이 나는 중이었다.

 낙원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고, 어떤 아이들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줄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장에 끼어들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안 가는게 좋을걸? 안 좋은 기운 옮는다.”

 “아, 거기 마녀네 고향이랬지.”

 “저기있네, 마녀.”

 무리에서 멀어진 아이들은 자연히 안좋은 눈길을 사게 되기 마련이었고, 보영은 그런 부류에 속했다.

 가방을 챙기는 양손이 기계로 만들어져 있었다.

 “뭔데? 무슨 얘길 그렇게 재미있게 하냐? 나도 좀 끼워주라.”

 한창 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아이들 사이로 붉은 눈동자의 엘이 튀어나왔다.

 살짝 길게 내린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 각진 턱.

 “깜짝이야, 뭐야 또.”

 “왜, 내가 무섭게 생기기라도 했냐?”

 “야, 가자. 학원 늦는다.”

 아이들은 엘에게서 멀어져 운동장을 가로질렀다.

 “야, 니네 나 왕따시키냐?”

 험담을 하는 것을 듣고는 얼굴을 들이밀은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엘이 그런 호의를 베푸는 주 대상이 되던 보영은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못했다.

 같은 학교의 아이들과 비교하자면 엘은 몇안되는 잘생긴 축에 들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계속 들쑤시는 그 성격 덕에 무리에서 멀어지게 되고 말았다.

 “그래서…넌 왜 집에 안 가고 계세요오?”

 엘은 뒤돌아 보영을 쳐다보고 소리쳤다.

 보영은 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가방을 챙겨 그대로 반에서 빠져나왔다.

 “뭐야, 남 얘기 무시하면 서운한데.”

 보영에게 쫓아 붙은 엘이 말했다.

 “그만 따라다녀, 너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 없고 너도 이상한 애로 보이게 되잖아.”

 보영이 엘을 쏘아붙였다.

 “응…이상한 애로 보여서 나쁠건 뭔데?”

 보영은 엘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엘이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걸 그대로 믿으면 너도 그 사람들이랑 다를게 뭔데. 난 차라리 이상한 애가 되고 말겠다.”

 “전화 온 것 같은데, 전화나 받아.”

 엘의 겉옷 주머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에익…안 받아도 돼, 이런 건.”

 엘은 전화를 끊고 다시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학교 밖으로 나온 둘 앞으로 차들이 지나갔다.

 띠리리링.

 이번엔 보영의 주머니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알겠습니다.”

 보영은 몇 마디도 하지 않고는 전화를 끊었다.

 “…내 얘기야?”

 엘이 보영에게 물었다.

 “어. 선생님이 너 꼭 데리고 오래. 오늘 중요한 일 있다고.”

 보영의 말에 엘이 얼굴을 구겼다.

 “아아이 씨.”

 어딘가에서 몰려온 떼구름에 하늘은 보라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비 내리겠다. 우산 있냐?”

 엘의 말이 끝난지 몇 초 되지 않아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느 새 가방에서 접이식 우산을 꺼내 쓴 보영은 엘을 앞서 걸었다.

 “야, 같이 씌워줘야지?”

 “내가 왜? 너 알아서 와.”

 엘은 보영을 잰걸음으로 쫒았지만 보영 또한 쫒아 붙는것을 피하려 걸음을 같이 조금씩 빠르게 걸었다.

 두 사람의 걸음이 경보도 아니고 달리기도 아닌 우스꽝스런 레이스가 될 때 즈음 보영은 멈추었다.

 빗방울은 조금 굵어져 엘의 머리는 방금 감고 나와 채 말리지 못한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차들이 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보영이 제자리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좀 같이 쓰지? 뭐 안좋을 일 있냐?”

 시영은 대답없이 엘을 쳐다보았다.

 “차가운데, 가을비.”

 “…어차피 이렇게 말해도 모를거잖아. 넌 왜 그런식인거야, 미움받는게 재미있니?”

 “…왜 그런식인데, 넌? 미움받으면 화 안나?”

 둘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사이에 두고 가만이 서 있었다.

 웃으며 걸어오던 사람들이 소리를 죽이고 두 사람의 옆을 지나갔다.

 보영은 바닥을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들린 소리는 시영의 것이 아닌, 화가 잔뜩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야! 전화 받으라고 했지!”

 길 건너편에 멈추어 선 리무진의 뒷좌석 창문에서 난 소리였다.

 긴 금발의,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머리를 차창 밖으로 길게 뽑고는 엘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저 마귀할멈이 또 왜…”

 엘은 궁시렁거리며 보영과 함께 길을 건넜다.

 보영과 엘이 차 안으로 들어가자 차문이 닫혔다.

 *

 

 

 

 {신들은 죽었다}

 혜원이 기대어 선 반대편의 골목 벽에 낙서가 쓰여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건물 사이사이로 툭툭 떨어졌다.

 마우솔레움에 들어가는 일은 결국 실패했다.

 애초에 신분증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게 맞으니 딱히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굳이 3번 게이트를 써 준 이유가 뭘까.

 골목골목이 몇개로 갈라졌는지 다 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구석이었다. 그 어딘가쯤에 덩그러니, 전차라도 들어갈 듯 한 커다란 게이트가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자면 또 보통의 시멘트벽에 타고 올라가는 갈라짐이 이상하게 골목의 모습과 잘 어울렸다.

 버려진 게이트인가 싶었지만 들어가보면 경비가 셋이나 앉아있었다.

 벽에 기대 선 혜원의 어깨에 닿을 듯 말듯 한 키의 아이 둘이 골목을 뛰어 지나갔다.

 더운 날에 어울리지 않게 입은 꾀죄죄한 외투 덕에 아하, 집 나온 애들이구나 하고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곳이지.

 왜 3번 게이트지.

 새삼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진 여길 어떻게 알고계셨을까.

 “어, 여기있다.”

 혜원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에 회색머리를 한 아이가 우산을 쓰고 자신을 쳐다보고 서 있었다.

 “너 냄새 독특하다. 그거 알아?”

 뭐지, 이 애는.

 비에 살짝 젖은듯한 회색머리는 짐승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붉은 눈을 한 아이의 뒤에서 금발의 여자가 나타났다.

 “네가 최혜원이지?”

 금발의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혜원에게 물었다.

 초록색의 눈이 고양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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