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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그대에게 죽음을 고합니다.
작가 : 카레샤워
작품등록일 : 2020.8.31

로이날슨 제국의 황후 엘리자베스는 누군가의 사주로 거리에서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어릴 때부터 행복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던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원을 빌고,
그 소원으로 인해 일곱 살의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괴롭던 지난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간 배후를 알아내기 위해 어린 엘리자베스는 다시 한 번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다.


#복수물 #황궁물 #회귀물 #후회물 #여주성장물 #남주성장물
#사이다여주 #똑똑여주 #불쌍한여주 #한방먹이는여주
#집착남주 #다정남주 #능글남주 #짝사랑남주

 
새장 속 나비(1)
작성일 : 20-09-23 22:4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5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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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지, 사랑스러운 내 딸…….”

 

 

 아버지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멍한 나를 안아 올려 아플 정도로 세게 끌어안았다.

 

 그 강인한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힌 것 같아 일단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버지의 목에 팔을 둘렀다.

 

 과거의 일이 조금 생각났던 것뿐이고, 두통이 있었지만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기에 별 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 달 동안이나 의식이 없었다니, 전생에서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원인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움직이기 힘들다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그런 건?”

 “전 멀쩡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하지만 오랜 시간 의식이 없었으니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겠구나.”

 “네, 그렇게 할게요.”

 

 

 세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침대에만 머물렀던 것 치고는 몸도 가벼웠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이상하리만큼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마치 내 시간만 덩그러니 잘라 없어져 버린 듯했다.

 

 의사에게 진찰받으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의사를 기다렸다.

 

 

 “세 달 간 의식이 없었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가씨의 몸은 건강합니다.”

 

 

 아버지와 크리스의 안도한 듯한 한숨소리에 의사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내 몸에 무언가 이상이 있길 바란 것은 아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에 머리는 더욱 복잡해져갔다.

 

 

 “혹시 깨어나고 나서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셨습니까?”

 “그냥 두통이 조금 있었어요. 어제... 아니 세 달 전, 기절하기 전에도 심한 두통이 있었고요.”

 “혹시 두통이 자주 있는 편이십니까?”

 “자주라고 할 만한 건 아니고 그냥 가끔씩 있어요.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서요.”

 “그렇다면 간단한 신경 안정제를 드릴 테니 두통이 심할 때마다 한 개씩 꺼내 드시면 됩니다.”

 

 

 의사를 돌려보내고 나서 아버지와 크리스, 로건은 어렵게 걸음을 떼어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당분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한 마디로 인해 나는 다시 침대에 몸을 뉘어야만 했다.

 

 바깥바람을 쐬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했으나 모두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었으니까.

 

 

 “아가씨, 정말 다행이에요. 아가씨가 다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울지 마, 한나. 나는 정말 괜찮으니까.”

 “아가씨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로요…….”

 

 한나는 내가 누운 침대 맡에서 굵은 눈물방울을 몇 번이나 쏟으며 깨어나서 다행이라는 한 마디만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이후 한나가 진정된 다음에 들은 바로는, 내가 쓰러진 다음부터 저택은 물론이고 훈련장까지 발칵 뒤집혀 모두 나를 깨울 방법만을 모색했다고 한다.

 

 제국 내의 유명하다는 의사들은 모조리 나를 진찰하고 갔고, 기사들은 매일 꽃을 놔두고 갔으며 아버지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잠도 못 주무신 듯했다.

 

 

 “나 정말 모두를 힘들게 했구나.”

 “모두 아가씨를 사랑하니까, 그래서 힘들지 않았어요.”

 “한나는 매일 내 몸을 닦아주고, 예쁘게 머리를 빗겨줬지? 고마워.”

 “항상 하던 일인걸요.”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음 짓는 한나를 보니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걱정해 준 모두에게는 나중에 답례를 하는 게 좋겠다.

 

 

 “아가씨, 혹시 배고프지 않으세요? 오랜만에 식사하시는 거니까 맛있는 걸로 드리고 싶지만 당분간 스프만 드셔야 한 다네요.”

 “괜찮아. 스프도 정말 맛있는걸.”

 “그럼 조금만 기다리고 계세요. 맛있는 스프를 가지고 다시 올게요.”

 

 

 한나를 보내고 난 후, 현 상황을 정리해봤다.

 

 내가 쓰러진 건 세 달 전의 일이고, 쓰러지기 전에는 체력측정시험이 있어서 훈련장에 있었고, 마지막에는 기사들에게 꽃다발을 받았었다.

 

 

 “그 때 그 꽃... 이름이 뭐였지?”

 

 

 발렌타인자스민이 아닌 다른 꽃이 하나 있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익숙한 느낌이 들어 이름과 형태를 자세히 봤었는데 지금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뿌리를 우려 차로 먹을 수 있다는 걸 듣자마자 두통과 함께 알 수 없는 영상들이 스쳐지나갔는데 지금은 그 기억마저 흐릿하다.

 

 분명 모든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온 것이라 생각했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행복한 생활에 의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기억이 온전치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

 

 

 “아가씨, 이제 곧 주무실 시간이니까 저는 가볼게요. 혹시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시면 옆에 있는 벨을 울려주세요.”

 “알겠어. 오늘도 수고했어.”

 “네, 아가씨. 그럼 쉬세요.”

 

 

 오랜 잠에서 깨어난 뒤로 내 생활 반경은 이 방이 전부가 되었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건만 아버지와 한나는 물론 기사들까지 나서서 훈련장 출입을 금했으니 내게 더 남은 선택지는 없었다.

 

 다만 이런 생활에도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이제껏 피해왔던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

 

 어떻게 7살이었던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인지, 칼에 찔린 이후 내 육신은 어떻게 되어버린 것인지, 궁금한 것은 많았으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온전하지 않은 기억에 대한 것이었다.

 

 상황이 조금 안정되고 나서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기록하던 도중 큰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8살부터 두 언니에게 학대당했던 기억, 17살에 프란츠를 처음 만나 그와 함께 만찬을 즐겼던 일, 18살 때 프란츠와 결혼한 일, 그 이후 황실에서 내 궁을 받아 살았던 일. 그리고 그 이후는…….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거야.”

 

 

 프란츠와 혼인하고 몇 년 뒤, 그리고 로제트 거리에서 칼에 찔려 죽기 전까지의 기억에 공백이 생겼다.

 

 떠올리려 해도 무언가 기억 속에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기적처럼 새로운 삶을 받았기에 그것이 지난 내 불행을 돌려놓을 축복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정한 기억과 몸 상태로는 도저히 내가 바라던 행복을 추구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야만 한다. 최대한 빨리.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맡에 놓인 벨을 울리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나가 방으로 찾아왔다.

 

 

 “한나, 아버지께 갈 준비를 해줄래?”

 

 

 ***

 

 

 집무실의 커다란 문을 앞에 두고 몇 번이나 노크하기를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을까.

 

 자잘한 고민들이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하지만 여기서 더 고민해봐야 뭘 하겠는가.

 

 결국 부딪힐 수밖에.

 

 

 “아버지, 저 왔어요.”

 “그래, 들어오렴.”

 

 

 커다란 책상에는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있었지만 아버지는 나를 본 순간 자동적으로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웠다.

 

 꽤나 오랜 시간 서류를 살피고 계셨던지 흰자위가 조금 빨개져있었고, 손끝에는 몇 방울의 잉크자국이 남아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니, 리지.”

 “아버지께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아직 몸도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 일단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하렴.”

 

 

 내색하지 않으려 하시는 것 같지만 오래 이어진 일에 피곤하셨는지 목소리가 조금 잠겨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소파에 앉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듯 다시 손에 쥔 서류로 시선을 보냈다.

 

 

 “아버지께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부탁?”

 “저 이제 몸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슬슬 훈련장에 가고 싶어요. 물론 당분간은 전처럼 훈련을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지켜보는 것만이라도 하고 싶어요.”

 “리지, 한 달이라고 하지 않았니?”

 

 

 내게 시선도 두지 않고 아버지는 차갑게 말씀하셨다.

 분명 전에 아버지와 약속했었다. 한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밖에 나가지 않기로.

 

 

 “네, 한 달 동안은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죠.”

 “그런데 왜 지금 그런 부탁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예상은 하고 왔지만 생각보다 더 완고한 아버지의 태도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한 달 동안이나 끌고 갈 만큼 내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다.

 

 

 “계속 방에서만 지내려니 마음에 병이 생길 것만 같아요. 답답하고, 불안해요.”

 “그건 아직 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란다.”

 “아버지, 제 몸 상태는 제가 더 잘 알아요. 검을 들고 훈련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훈련장에 가서 바깥바람을 쐬고 싶을 뿐이에요.”

 

 

 고집을 꺾지 않는 나를 보던 아버지의 입에서 이내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리지, 나는 지난 세 달 동안 너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매일을 고통 속에서 보냈단다. 네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어. 이번 기회에 나는 네가 더 이상 훈련장에 가지 않고, 저택에서만 지냈으면 좋겠구나.”

 “네? 하지만 이제까지 열심히 훈련했어요. 그걸 그렇게 간단히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지금은 나이도 어리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수 있겠지만 결혼을 해 이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검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네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한다 한들 어차피 언젠가는 그만 둘 일이다. 그 시기가 조금 더 일찍 찾아온 거라 여기렴.”

 

 

 예상치 못한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버지가 나를 구속하고, 억압하려하고 있는 이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만 하는 걸까.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제 그만 네 방으로 돌아가렴. 당분간은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네 몸을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아니요. 아직 이야기 안 끝났어요.”

 

 

 이제는 아버지가 만든 안전한 인형의 집에서 억지웃음을 짓는 인형을 연기할 자신이 없다.

 

 과거였다면 생각도 못했겠지.

 저 커다란 존재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 따위는…….

 

 

 “아버지가 끝까지 훈련장에 가는 걸 반대하신다면 오늘 밤부터는 새벽에 몰래 저택을 빠져나가 아버지보다 더 먼저 훈련장에 가 있겠습니다.”

 “어째서 널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거니, 훈련장에 가는 건 안 된다!”

 “저는 소중한 분들에게 배운 검을 놓아버릴 생각이 없어요. 검과 결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결혼을 버릴 거예요.”

 “엘리자베스!”

 

 

 한 번 입이 트이니 신기하게도 더는 두렵지 않았다.

 

 이건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저 내 신념을 관철할 뿐.

 

 누군가의 장난감처럼, 혹은 누군가의 꼭두각시처럼 살고 싶지 않아 배우기로 한 검이었다.

 

 그걸 지금 놓아버리면 이제 시작인 내 두 번째 인생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아버지, 제 인생을 결정하는 것 정도는 제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밤이 늦었으니 저는 이만 가볼게요. 좋은 밤 되시길.”

 

 

 이야기의 끝을 맺었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말 하는 내내 꽉 쥐고 있던 주먹이 아직까지 떨리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버지와의 대화를 곱씹었다.

 

 이전에 내가 알던 모습과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기에, 다정함 속에 숨겨져 있던 아버지의 진심은 더욱 더 썼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아직도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고, 심장은 밖으로 뛰어나올 것처럼 세차게 뛰었다.

 

 두 번을 살아도 나는 아직 너무도 어리석고, 너무도 나약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의 틈새에 슬픔을 씹어 삼키며 밝지 않는 새벽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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