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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13화. 커지는 의혹
작성일 : 20-09-23 19:51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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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정민과 정혜는 극장에 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로 정혜가 보고 싶어 하던 영화였다.

 

  여름방학이라 극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민은 새엄마로부터 온 카카오톡을 들여다보았다.

 

 [엄마가 병원 좀 들렸다가 늦을 것 같으니까, 정혜랑 극장 갔다 오면 어떻겠니? 티켓은 이거 쓰고.]

 

 [네. 다녀오세요]

 

  톡에는 예매권 2장이 첨부되어 있었다.

 

  티켓을 교환한 남매는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에 가득 팝콘을 넣은 정혜가 말했다.

 

  “오빠 근데 우리 에버랜드는 언제 가?”

 

  “글쎄. 언제가 좋을까? 엄마, 아빠 시간도 물어봐야지!”

 

  “엄마는 몰라도 아빠가 같이 갈까?”

 

  “어렵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내가 8월에 한번 가자고 물어볼게!”

 

  “와. 오빠 최고!”

 

  옆자리 정혜는 영화 보는 내내 웃고 울고를 반복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돌아가신 엄마를 환영으로 만나는 장면에서 정민도 가슴이 울컥했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고생만 하다가 어처구니없이 돌아가신 불쌍한 우리 엄마. 그리고 잠시, 엄마와 함께했던, 제주도 생활을 떠올렸다. 엄마와 함께 걷던 꽃내음과 풀벌레 소리 가득했던 제주의 여름 밤길을.

 

  정민의 뺨 위로 눈물이 흘렀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조명이 들어왔지만, 정민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빠 안 일어나?” 정혜의 재촉에 정신이 든 정민이 몸을 일으켰다.

 

  극장을 나오는데 정혜가 팔등 쪽을 계속 긁는 것을 목격한 정민이 묻는다.

 

  “정혜야 왜 그래? 가려워?”

 

  “어. 오빠 너무 가렵고 따가워 죽겠어!”

 

  정혜가 울상을 지어 보이며 말한다.

 

  정민은 극장 휴게실로 정혜를 데리고 들어갔다. 정혜의 옷소매를 걷어 올리자, 딱지가 진 상처 자국이 제대로 아물지 못한 채, 고름이 되어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야 어떻게 이렇게 되도록 말을 안 했어?”

 

  갑자기 정민의 목소리가 커졌다.

 갑작스러운 정민의 반응에 놀란 정혜가 울먹거리자, 정민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동생을 다독였다.

 

  “괜찮아. 오빠가 놀라서 그랬어. 괜찮아.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

 

  정민은 정혜의 손을 잡고 황급히 발을 옮겼다.

 

 

  둘이서 겨우 일과를 끝낸 대진과 익준은 사무실에서 녹초가 된 채 쉬고 있었다.

  얼음물을 들이켜던, 대진은 익준을 보며 말했다.

 

  “야 그 새끼는 오늘도 전화 안 왔지?”

 

  “네. 전화해도 전화를 안 받네요?”

 

  “야 됐어 내버려 둬. 그냥 그만두는 거지 뭐”

 

  바로 그때, 익준의 전화기가 울렸다.

 익준은 슬그머니 대진의 눈치를 보더니,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정규였다.

 

  “형님!, 난 그 인간하고 더 일 못 하겠으니까 그런 줄 알아요! 월급은 잊지 말고 계좌로 보내라고 좀 전해주세요.”

 

  “정말 그만두려고?”

 

  “그럼 정말이지, 내가 이 마당에 다시 일할 수 있겠어요? 하여튼 그 인간 성질머리 보통 아닌 거 알았지만, 이 정도 일 줄 몰랐어요. 진짜 형님도 몸 조심하세요!”

 

  “야 정규야! 정규야!” 상대편은 이미 전화를 끊은 뒤였다.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익준을 바라보며 대진이 물었다.

 

  “그 새끼냐?”

 

  “네 형님. 일 그만한다네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됐어. 잘 됐어! 그런 새끼 말고도 일할 놈 많다. 안 그래?”

 

  “어디 어린놈에 새끼가, 함부로 지껄여. 지껄이기를! 네가 주변에 괜찮은 놈 있으면 알아보고 아니면, 인터넷 공고도 좀 내놔 봐.”

 

  “알았어요. 형님!”

 

  익준은 다른 직원이 없을 때는, 대진을 형님이라 불렀다.

 

  익준은 대진과 꽤 오랜 인연이었다.

 

  익준은 대진의 군대 후임이었다. 제대 후에도 한동안 가끔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는, 흔한 군대 선후배 사이.

 

  대진과 달리, 매사 서글서글했던 익준은 대진의 지랄 같은 성격을 잘 커버해주는 유일한 친구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10년 전, 익준이 홀어머니와 함께 여기저기 빚을 내서 시작한, 순댓국집이 망해서 막막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도움을 손길을 준 사람이 대진이기도 했다.

 

  그렇게 같이 일하게 된 지가 이제 7년째 접어들었다.

 

  익준과 함께 일하면서부터 대진의 사업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게다가 익준은 짜증도 잘 받아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대진은 다른 사람의 말은 안 들어도, 익준의 말은 귀담아 듣는 편이었다.

 

  사무실 한쪽에 널브러진 간이침대와 군데군데 놓인 꽁초가 수북하게 쌓인 재떨이를 바라보던 익준이 대진에게 물었다.

 

  “형님 요즘도 집에 안 들어가요?”

 

  “들어갈 때도 있고 안 들어갈 때도 있고.”

 

  “그냥 집구석에 들어가기가 싫어! 나도 모르겠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마누라랑 애새끼들이 꼴 보기 싫은지!”

 

  “형님 불과 2년 전에만 해도 안 그랬잖아요. 나한테 빨리 장가가라고, 새장가 가니 너무 좋네, 하더니만 벌써 이렇게 변했습니까?”

 

  “야 인마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내가 너한테만 말한다만, 생각해봐라. 맨날 조금만 뭐하면 피곤하니 아프니 하고 여자가 그 핑계로 전혀 꾸미지도 않아. 무슨 병자하고 같이 사는 것 같다니까!”

 

  “형님 집에 애들 키우고 살림하면서 어떻게 맨날 꾸미고 있어요?”

 

  “야 인마! 내가 뭘 차리고 꾸미고 있으라는 게 아니야 최소한 부부간에 예의는 지켜야지. 너 같으면 네 와이프가 맨날 그러고 있으면 참 좋겠다. 이거는 엔간해야지!”

 

  “우리 잠자리 안 한 지가 1년이 다 돼간다. 결혼한 지 겨우 2년 조금 넘었는데 말이야! 그게 말이 되냐?”

 

  “내가 미친놈이었지”

 

  대진이 흥분하며 말했다.

 

  익준이 그런 대진을 달래듯이 말한다.

 

  “형님도 한번 노력해봐요. 지금 나한테 한 말을 좀 부드럽게 하면서 형수님하고 진지하게 대화도 해 보시고요. 어떻게 다시 한 재혼인데, 또 끝낼 수는 없잖아요.”

 

  “네가 자식아 뭘 안다고 그래”

 

  “그만 됐고, 오늘은 이만 정리하고 우리 익준이하고 좋은데 한번 가서 놀아야겠다. 형이 한번 쏘마!”

 

  “아이고, 저는 그만 됐습니다. 형님!”

  익준이 손사래를 친다.

 

  “되긴 뭐가 돼? 사장님이 가자면 직원은 가는 거지.” 기분이 좀 풀린 대진이 말했다.

 

 

  룸살롱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배인이 이전과는 다른 묘한 표정을 지으며, 대진을 맞이했다.

 

  “아니 권 사장님 엊그제 오셨는데 오늘 또 오셨네요?”

 

  “자꾸 오면 좋은 거 아닌가?”

 

  대진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눈치 빠른 지배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야 좋지요. 그런데 권 사장님 엊그제 완전히 실신하신 거 아세요? 집에는 절대로 안 간다고 하셔서 제가 모텔까지 모셔다드렸잖습니까? 기억 안 나세요?”

 

  “엥 그랬구나. 어쩐지. 그래서 깨어보니 모텔방이었구나!, 얼마나 마셨는지 그 날밤 일은 전혀 기억이 안 나더라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대진을 지배인이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대진은 눈치채지 못한다.

 

  “형님 암튼 대단합니다. 그렇게 마시고 또 마시자 하고! 나는 형님한테 못 당합니다!”

 

  익준은 이미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 이들은 전작이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저녁 식사를 하며 소주를 4병이나 마시고 온 상태였다.

 

  옆에 서 있던 지배인이 복도를 지나던 웨이터를 잡더니 말했다.

 

  “이 형님들 3번 방으로 모셔라!”

 

  “나 맨날 먹는 거로 줘”

 

  자리에 앉은 대진은 말했다.

 

  각각의 짝이 정해지자, 익준은 자기 짝과 함께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고 대진은 자리에 앉은 채

 여자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익준의 노래 타임이 끝나고, 대진의 차례가 돌아오자 대진은 자신의 상의를 탈의하더니 여자의 옷도 벗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대진과 비키니 속옷 차림의 여자는 부둥켜안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야! 이 자식아! 이런 데서 놀 때는 최소 이렇게 하고 노는 거야! 저것들은 놀 줄도 몰라. 놀 줄도!‘

 

  자리에 앉아 있던 익준과 여자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익준은 여자 어깨에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여자는 자기 어깨에 기댄 채 졸고 있는 익준이 불편했는지 화장실에 간다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대진 역시도 여자의 다리를 베개 삼아 소파에 누운 채 노래를 부르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속이 안 좋았던 익준은 소파에 기대어 졸다가

 구역질을 하더니, 속엣것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토사물에 잠이 깬 익준은 대진에게 말했다.

 

 “형님 나 도저히 못참겠수다. 먼저 좀 갈……. 욱~우 욱.”

 

  구역질이 올라온 익준은 입을 틀어막고 황급히 방을 나갔지만, 대진은 나가는 익준을 보지 못했다. 대진 역시 여자 다리에 베개 삼은 채 그대로 뻗어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여자는 대진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오빠 잠자러 왔어? 일어나? 이제 나랑 놀아야지?”

 

  대진은 그래그래 하며 눈을 뜨고 일어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여자의 가슴 위로 기대듯이 쓰러졌다.

 

  몇 번 깨우는 것을 반복하던 여자는 결국 대진에게서 몸을 빼더니, 포기한 듯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아가씨들의 말을 듣고 온 지배인이 3번 방의 문을 열어보니 대진은 상의도 탈의한 채 소파에 뻗어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던 지배인은 웨이터를 손짓해서 불렀다. 웨이터가 다가오자 지배인이 말했다.

 

 “야 저 인간 또 뻗었다. 카드 받아서 계산하고 내보내자.”

 

  지시를 받은 웨이터는 방으로 들어가 대진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사장님. 이제 일어나셔야죠? 일어나세요? 네?”

  눈을 뜬 대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웨이터가 상의를 집어서 건네자 비틀거리면서 옷을 입더니 다시 소파에 털썩 앉는다.

 

  “사장님 인제 그만 계산하시고 댁에 들어가셔야죠? 사장님?”

 

  웨이터가 톤을 높이자,

 대진은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찾았다. 웨이터는 몸을 제대로 못 가누는 대진을 부축하며 가게 계단을 올랐다.

 

  “아이고 사장님, 사모님이 싫어하시겠네.”

 

  “사모님? 아 무슨 사모님? 우리 사모님? 우리 사모님은 아무 관심이 없으셔! 알았어?”

 

  대진은 혀가 반쯤 꼬부라진 소리를 냈다.

 

 “택시 불러드릴게요. 사장님 잠시만.”

 

  “아니. 아니 괜찮아. 괜찮아” 하며 손사래를 치던 대진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웨이터에게 건넨다. 웨이터가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이자 대진은 그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너 인마 근데 그거 아냐?

 그 여자 왜 죽었는지 아냐고?” 하더니 낄낄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가게로 돌아온 웨이터는 지배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양반 안 부리던 주사가 생겼네요? 이상한 소리를 막 하질 않나?”

 

  웨이터의 말을 들은 지배인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 여자 왜 죽었는지 아냐고 묻지? 엊그제 나도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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