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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필사의 탈출
작성일 : 20-09-23 18:03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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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어서 내려가시오. 나도 따라가겠소.”

 치건우가 다소미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예 황후마마가 내려가시면 소녀도 내려갈 겁니다. 지금은 저 사다리가 버티질 못할 겁니다."

 그녀의 말에 치건우가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그녀를 안아주었다.

 "아니면 차라리 투항하여."

 그녀는 치건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찌 소녀가 지아비의 짐이 되겠사옵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길을 가십시오. 치하랑 폐하와 함께요."

 그녀가 피와 땀이 섞인 치건우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그 때였다.

 쾅

 문이 부서지며 홍천당의 군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치건우가 빠지자마자 일층에서 목탑을 지키던 신국 병사들이 달아난 탓이었다.

 “이런 제기랄.”

 이를 악물고 치건우가 창을 휘둘렀다.

 8층 목탑 방안에 있던 값비싼 가구들이 순식간에 박살이 나며 올라온 홍천당의 군사들도 마치 파리떼처럼 죽어나갔다.

 다소미는 나무 사다리가 무게를 받치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기와끝에서 황후가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

 황후의 발이 땅에 닿자,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엇? 이.. 이게.”

 그녀는 병사의 손에서 호롱불을 빼앗아, 나무 사다리에 불을 붙였다.

 “자 어서 가자. 저 배를 타면 되느냐?”

 “와. 와.”

 어느새 강변에서도 홍천당의 병사들과 호랑이족 병사들의 소리가 들렸다.

 “화.. 황후 마마.”

 중년으로 보이는 병사가 발을 동동구르며 사다리에 붙은 불을 바라보았다.

 “어서 도망쳐야 해. 어서. 다소미와 황자가 저 위에서 시간을 끌어주겠지.”

 위기의 순간 황후의 잔인한 면이 나타나고 말았다.

 늙은 병사가 나무 사다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강가의 나룻배로 다리를 옮겼다.

 

 

 “어서 내려가.”

 창을 휘두르며 적들을 막던 치건우의 다리와 옆구리에 노에서 발사된 작은 화살이 박혀있었다.

 눈물이 가득 찬 다소미가 그렁그렁한 눈으로 치건우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 창가에서 시커먼 연기가 올라왔다.

 치건우가 황급히 다가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기와 끝에 달린 나무사다리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작은 쪽배를 타고 달아나는 황후를 본 그는 이내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으아악. 황후를 믿다니. 믿다니.”

 “당신이라도 어서 적들을 뚫고 달아나세요. 당신이라면 도망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여기가 끝인가 봐요.”

 “아니야. 같이 나가자.”

 치건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거칠게 잡아당겼다.

 마지못해 그녀가 몇 발자국 움직였지만 곧 멈춰섰다.

 “저기다. 황족들은 죽이지 밀고 사로잡으라는 명령이다.”

 이번에 홍천당의 병사들과는 다른 호랑이족의 우쿠리들이었다.

 “이야앗.”

 치우의 환생이라 불리던 치건우였다.

 신기와 같은 창술에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호랑이족의 정예인 우쿠리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압도적인 힘과 기술에 놀란 나머지 병사들은 감히 덤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어서 가자.”

 핏발이 선 치건우의 눈은 흡사 야수와 같았다.

 어느새 창 밖에 선 다소미가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슬처럼 맑은 눈이 호수와도 같았다.

 그녀는 한 걸음씩 뒷걸음질을 치며, 기와끝으로 몸을 옮기고 있었다.

 "내 사랑.

 이제 세상으로 나가세요.

 어떠한 속박이나 장애물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세요.

 이제 당신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거에요. 당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해주세요.

 신국의 황자로서 가엾은 백성들을 따스이 바라봐 주세요.

 어린 황제를 잘 보필해 주세요.

 더 이상 고개 돌리지 말고 앞을 바라봐 주세요."

 “안 돼."

 황급히 창 밖으로 나온 치건우가 한 발 더 빨랐다.

 몸을 던져 떨어지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놔요. 당신이 사는 길이에요.”

 “안 돼. 우리 함께 가자.”

 눈물을 흘리며 다소니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시집 온 순간부터 저는 신국의 사람이에요. 내려가서 황후 마마와 치하랑 폐하를 구해주세요. 백성들을 구해주세요.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당신이 황자로서 짊어져야 하는 책무가 있어요. 제가 당신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어요. 어리고 불쌍한 치하랑 폐하를 꼭 지켜주세요. 저의 마지막 소원이에요."

 "안 돼. 이 창을."

 치건우가 창을 잡은 손에서 창을 놓고 손을 뻗으려는 순간, 그녀가 치건우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뺐다.

 

 

 

 “저깁니다.”

 다소미가 숨어 있던 곳을 안다는 신국 병사가 벌벌 떨며 손으로 8층 목탑을 가리켰다.

 다물간이 고개를 들어 8층 목탑을 바라보자 목련 꽃잎같은 하얀 물체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8층 목탑 기와 끝에 창을 들고 서 있는 사내의 모습도 보였다.

 

 

 콰쾅

 “우아악.”

 “괴물이다.”

 "야차다. 야차. 도망 쳐.”

 불에 타오르고 있는 목탑에서 홍천당 병사들이 정신 없이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야차입니다. 야차입니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넋이 나간 사람마냥 도망치던 병사가 다물간에게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도망쳤다.

 “비켜라. 내 앞을 가로막지 말거라. 모두 시체가 될 것이다.”

 황금 투구가 벗겨져 머리가 다 풀어헤쳐진 치건우가 피를 뒤집어 쓴 야차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저기 있었구나.”

 다물간은 복수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다소미가 이를 지켜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잘 봐둬라. 소미야 신국이 망하고, 내가 다시 너의 곁으로 간다. 저 망나니 같은 녀석에게서 너를 구해주마.’

 치건우가 달려간 곳을 뒤따라간 다물간은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으흐흐흑.”

 치건우가 다소미의 시체를 안고 울고 있었다.

 “지금이다.”

 그를 향해 덤비던 병사의 가슴을 창이 꿰뚫었다.

 “으윽.”

 “멈추어라.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 여기는 나의 시간이다.”

 병사의 가슴을 꿰뚫은 창의 주인은 다물간이었다.

 넋이 나간 그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치건우가 안고 있는 다소미의 하얀 손이었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손이었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손.

 자신에게 선물을 건네고,

 꽃을 주고,

 차를 따라주었던 손.

 자신의 열화창에 허리끈을 묶어주던 그 작은 손.

 그녀의 손을 보기만 해도 눈이 부셨다.

 “그 더러운 손 치워라.”

 다물간이 벽력같이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별궁에서 싸우고 있던 병사들이 일순간 잠시 멈춰 설 정도였다.

 “이 더러운 것.”

 다물간이 치건우의 머리위로 창을 내리쳤다.

 쩡

 창과 창이 맞부딪혔다.

 엄청난 박력이었다.

 둔탁한 금속의 울림 소리가 주변에 서 있던 병사들까지 떨리게 만들 정도였다.

 “더러운 건 네놈이다. 반란군의 수괴야. 네 놈들이야. 네 놈들이 우리 소미를. 더구나 너는 너는 처남이 아닌가?"

 치건우의 눈이 당혹감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네 놈이. 네 놈이 어찌 여동생을."

 “더러운 입으로 소미를 입에 담지 마라.”

 대갈일성을 지른 다물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오로지 치건우를 죽이겠다는 생각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에서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미친 듯이 창을 휘둘러 치건우를 토막토막 냈다.

 하지만 다물간의 시도는 치건우에게 모두 막혀버렸다.

 오히려 치건우의 무지막지한 창이 다물간의 목숨을 위협했다.

 “우아악.”

 야차와 귀신의 대결이었다.

 채챙 챙챙

 눈부신 빛의 향연에 사람들은 똑바로 눈을 뜨고 그들의 대결을 지켜볼 수 없었다.

 한 사람이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어느새 한 사람은 위에서 내려찍고 있었으며, 한 사람이 휘돌아치면, 다른 한 사람은 이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우와.”

 모두들 넋을 놓고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팽팽하던 힘이 균형이 점점 깨지고 있었다.

 ‘안 돼.’

 다물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쩍

 치건우의 공격에 다물간의 창이 맥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붉게 부어오른 손은 고통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이길 수 없는가?’

 치건우가 다물간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창을 치켜 올렸을 때 병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황후가 배를 타고 도망간다. 황후를 사로잡아라.”

 병사들의 소리애 정신이 번쩍 든 치건우의 귀에 다소미의 마지막 당부가 울렸다.

 치건우는 창을 거두고 무심천 하류를 향해 번개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밉다. 밉다. 죽이고 싶다. 정말 저 녀석만큼은 죽이고 싶다. 정말. 정말. 저 녀석을.'

 기력을 다한 다물간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퍽

 병사들이 뭐라고 말을 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으나, 다물간의 눈에는 희미하게 불꽃이 타오르는 열화창의 모습만 들어왔다.

 

 

 “저기다. 저기 활을 준비해라.”

 황후와 치하랑 황제가 타고 있는 쪽배에서 늙은 병사가 힘겹게 노를 젓고 있었다.

 “어서. 어서 서둘러라.”

 “예. 알겠습니다.”

 늙은 병사의 이마에서 쉴 새 없이 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이 출발하면서 다른 배에 불을 붙이고 닻줄을 모두 끊어버렸기 때문에 홍천당의 병사들은 강 위를 떠다니는 황후와 어린 황제의 뒤를 뭍에서 따라오기만 할 뿐이었다.

 쉭쉭 쉭

 화살이 배를 향해 날아왔다.

 “으윽.”

 노를 젓던 늙은 병사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종아리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어서. 서둘러라.”

 쉬쉬쉭.

 화살이 날아 오자, 황후는 황급히 자신의 몸으로 치하랑을 감쌌다.

 “으아앙. 으앙.”

 치하랑 황제가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괜찮아. 저기 봐.

 귀여운 나의 아들아.

 달이 떠오르고 있단다.

 너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닮은 둥글고 신비로운 달이란다.

 울지말거라.

 용감한 나의 아들아.

 너는 구령의 선택을 받은 몸이야.

 너는 신국의 위대한 황제가 되어 천하를 호령할 것이란다.

 떨지 말거라.

 소중한 나의 아들아.

 너는 고귀한 너만의 능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나갈 여정을 앞두고 있단다.

 이 어미는 매우 기쁘단다.

 네가 나에게 와서 하나의 커다랗고 밝은 빛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야."

 황후가 나지막하게 자장가의 내용을 바꿔서 불러주자 치하랑이 울음을 그쳤다.

 황후가 어린 치하랑의 허리춤에 구령을 단단히 묶어주었다.

 구령은 어둠속에서 화려한 황금빛 자태를 뽐냈다.

 황후가 옷자락 사이로 불타오르는 목탑을 가리켰다.

 달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

 아직 어린 치하랑 황자가 눈물을 거두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목탑이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잘 보거라. 네가 다시 돌아올 때 우리에게 불을 보여줬던 이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테니."

 그리고 그런 황후의 등 뒤로 화살이 쉴 새 없이 날아왔다.

 “아들아. 나의 아들아 너는 어깨에 날개가 달린 쿨럭. 아기 장수란다. 그건 네가 천추의 피를 이어 받았다는 뜻이지. 쿡 쿨럭. 구령에 봉인된 천추를 불러 신국과 이 어미의 한을 풀어다오. 아들아.”

 그녀가 치하랑의 양 쪽 어깨에서 날개를 잘라낸 부분을 매만졌다.

 하지만 어린 치하랑은 아무 것도 모른채 흐려져가는 황후의 눈빛을 외면하고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불타는 목탑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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