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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황후와 다소미
작성일 : 20-09-23 17:33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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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저게 뭐야?”

 단촐한 몇 기의 기병과 함께 위태롭게 달려오는 수레가 보였다.

 “하암. 화적패에게 쫓기는 귀족인가본데.”

 서별궁의 문을 지키는 병사가 하품을 하며 대꾸했다.

 “그래도 통행증은 확인해야겠지?”

 다가닥 다가닥

 “멈춰라.”

 서별궁의 병사 하나가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말을 탄 병사에게 다가갔다.

 귀족 나부랭이가 함부로 올 곳이 아니었다.

 서별궁은 황제가 머무르기도 하는 황궁의 일부였기 때문에 황족이 아니면 함부로 드나들 수가 없었다.

 병사의 행색이나 수레로 봐서는 귀족 중에서도 하급 귀족임에 틀림없었다.

 “비켜라. 어서 치건우 황자에게 연통을 날리거라.”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허 이 년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만. 야 이 년아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

 말을 탄 병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황후마마와 치하랑 전하시다. 어서 문을 열거라.”

 “뭐? 뭐라고?”

 놀란 눈으로 수레를 본 병사는 자기도 모르게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났다.

 초라한 수레의 가마 창을 연 황후의 모습이 보였다.

 “황궁에 난이 일어났느니라. 뭣들 하느냐? 어서 열지 않고.”

 황후의 표독스런 한 마디에 정신을 차린 병사가 황급히 문을 열었다.

 “어서 어서 전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려.”

 “예 예.”

 이 모습을 바라보던 황후는 그제야 겨우 한숨을 돌리며, 품에 안은 치하랑을 토닥이며 안심시켰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아직 황궁내에서 일어난 소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치열한 황궁의 암투속에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여자의 육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구령이 치하랑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늘 경계하고 조심해 왔었던 터라 파로호의 물이 빠지는 굉음이 난 순간부터 호위무사 몇 명만 데리고 내시의 수레를 빌려 달아난 것이었다.

 

 

 “어디로 갔느냐?”

 다물간이 궁녀를 붙잡고 물었다.

 벌벌 떨던 궁녀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내시가 타고 온 수레를 타고 서…서별궁으로.”

 “서별궁?”

 병사가 말했다.

 “치우의 환생이라 불리는 치건우 황자가 유폐된 서쪽에 있는 별궁입니다.”

 “치.. 건우.”

 다물간이 입술을 깨물었다.

 검은 투구를 쓴 기파랑이 물었다.

 "황태자와 황자는 어찌 되었소?"

 그의 말에 야불배가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와 그를 따르던 노구는 죽였사오나, 황자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서별궁 공격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서별궁 수비대는 5백도 패 되지 않습니다. 홍천당 병사들과 호랑이족이 움직인다면 오늘 밤 안으로 점령할 수는 있으나, 치우의 환생이라 불리는 치건우 황자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음."

 기파랑이 손에 든 채찍을 꽉 움켜잡았다.

 “크르르르 치우의 환생이라고? 감히 치우를 들먹거리다니 내가 그 놈의 목을 따오겠다.”

 호랑이족의 법왕 괴류가 갑옷을 매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법왕까지 움직일 필요는 없습니더. 제가 우쿠리 수 백을 데리고 가서 서별궁을 박살내고, 그 치우의 환생이라는 건방진 자의 목을 가져오겠소.”

 호랑이족 장수 다게힐이 사람키보다 더 큰 도끼를 마치 대나무처럼 휘두르며 나섰다.

 "크크크크 다게힐 전장에서 너의 용맹과 기상을 드날리고 오너라."

 법왕 괴류가 그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자, 다게힐이 투구를 들고 재빨리 밖으로 달려나갔다.

 “나도 가지.”

 도올도 나섰다.

 그는 주치에게서 빼앗은 커다란 도를 들고 나섰다.

 다물간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신까지 가실 겁니까?"

 다물간은 야불배의 말을 막았다.

 “반드시 찾아야 할 내 사람이 있소.”

 다물간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좋소. 나머지 화랑들은 홍천당 군사들을 이끌고 어서 사라성 내를 수습하도록 하라."

 야불배는 명을 내린 뒤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라성 내에서는 홍천당의 병사들이 살생부를 들고 다니며, 명단에 없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하고 있었다.

 

 

 “뭐라? 황후마마께서 도착하셨다고?”

 “예.”

 “황제 폐하는? 그리고 황태자께서는?”

 서별궁을 지키는 왕무상지가 황후와 함께 도착한 병사들에게 물었다.

 “그게 저희가 여기에 도달할 때쯤 합류한 병사들 말에 따르면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의 목이.”

 둘째 황자인 치건우가 손에 들고 있던 황제의 친서를 바닥에 던졌다.

 "야불답 이 녀석이. 이깟 거짓 친서로 나를 죽이려던 것도 모자라 결국 반역을."

 황태자에게 갔던 것과 똑같은 교지였다.

 하지만 영리한 황자는 단번에 거짓임을 알아채고 가지 않았었다.

 “황후마마 납시옵니다.”

 창백한 안색의 황후가 들어왔다. 어찌나 혼쭐이 났던지 그녀는 황후의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상태였다.

 “황후마마.”

 치건우 황자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오 그래 황자. 혹시 다른 대신들도 도착을 하였는가?”

 황제의 소식을 접한 탓인지 희고 고운 황후의 피부가 더욱더 창백해 보였다.

 “패잔병 이외에는 별궁에 온 병사들이 없습니다.”

 황후가 잠시 휘청거렸다.

 “황후마마.”

 “아니오. 나는 괜찮소. 그보다 어린 황제 폐하가 염려되오. 어서 묵을 곳을 구해주시오.”

 “예? 화… 황제 폐하라 하시면?"

 왕무상지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황후를 바라보았다.

 "하긴 네 놈을 탓할 바가 아니지. 여기 황제 폐하의 마지막 교지가 있네. 유폐된 황태자를 폐위하고 황자 치하랑을 황태자로 명했네."

 황후가 건넨 교지에 찍힌 것은 틀림없는 옥새였다.

 치건우 황자는 교지를 왕무상지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이걸 공표하고 우리는 새로운 황제를 보필하여 이 위기를 타계해 나간다."

 교지에 적힌 필체는 분명 황제의 것이 아니었다.

 왕무상지가 뭔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다 황자의 제지로 그대로 돌아섰다.

 "알겠사옵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거짓이라도 신국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잘못된 것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었다.

 왕무상지가 씩씩하게 대답하며 나갔다.

 어느새 나타난 다소미가 황후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하였다.

 “황후마마 심려 마시옵소서.”

 “다소미라 했던가? 그대 마음이 고맙소.”

 황후가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옆에 다가온 다소미의 손을 잡았다.

 다소미의 곱고 흰 손을 부드럽게 매만지던 그녀가 다소미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였다.

 황후의 자리에 있었던 그녀의 검고 깊은 눈동자에선 지금까지 보였던 탐욕과 집착이 사라져 있었다.

 순수한 어미의 눈빛.

 그것이었다.

 “나는 한 나라의 황후이기 이전에 한 사내의 부인이자, 한 아이의 어미요. 오늘 괴이한 변고를 맞아 지아비를 잃었지만 어찌 자식마저 잃을 수 있겠소. 혹여 내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치하랑이를 부탁하오. 내 어미로서 간곡한 바램이오.”

 냉철한 황후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로록 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소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아니옵니다. 일국의 황후는 부탁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미천한 저에게 명을 내리셨다 생각하겠나이다. 소녀의 목숨이 끊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치하랑 황자를 지키겠나이다.”

 “내 그 말을 들으니 이제 안심이 되오.”

 그제서야 황후의 표정이 밝아졌다.

 “형아. 형아.”

 3살이 된 치하랑이 옹알이처럼 말을 하며, 치건우에게 안겼다.

 평소 다정다감했던 치건우였기에 치하랑을 마치 제 자식처럼 아끼고 놀아주었었다.

 그 탓인지 치하랑은 더욱 칭얼거리며, 치건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소. 내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치건우의 말에 어느새 다가온 왕무상지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군사를 점검하기 위해 다시 나갔다.

 “으으응 어마마 어마마.”

 어린 치하랑이 황후를 보자 다시 황후에게 달려갔다.

 “다소미와 함께 목탑에 계십시오.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치건우가 황후를 향해 보고하곤 투구를 쓴 뒤, 창을 잡았다.

 사라성의 불길이 별궁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별궁은 생각보다 쉽게 문이 열렸다.

 서별궁의 병사들이 피난민을 받기 위해 연 문을 통해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 호랑이족과 홍천당군의 군사들이 잠입한 것이었다.

 누가 질렀는지 몰라도 서별궁도 곧 사라성처럼 화마에 휩싸였다.

 “아악. 아아악.”

 사라성에서의 탈출에 성공하였다고 기뻐하던 피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틈도 없었다.

 이미 창칼을 휘두르며 잠입한 병사들에 의해 살육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별궁에 들어온 다물간은 다소미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급했다.

 “조무래기들은 비켜라.”

 말을 타고 달리며 전장의 신처럼 창을 휘두르는 다물간 앞에 있던 불쌍한 신국의 병사들만 목숨이 달아났다.

 

 

 “흐흐흐흐. 재미있구만. 이게 바로 하늘이 바랬던 것인가? 뭐 어찌됐든 좋아. 나는 나와 겨룰 수 있는 상대를 찾으면 그만이니까.”

 뭣도 모르고 신국의 병사 다섯이 도올의 앞을 가로막았다가 한 합에 몸이 두 동강 나버렸다.

 도올이 웃으며 말에서 내려 서별궁 안으로 들어섰다.

 한편, 서별궁의 8층 목탑 꼭대기에 있던 황후는 치하랑을 끌어안고 우는 수밖에 없었다.

 반란군인 홍천당 병사들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그들은 이미 서별궁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고, 중앙의 목탑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치하랑만이 바깥에서 피어오르는 불과 연기를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황후 마마.”

 다소미였다.

 “오. 불쌍한 우리를 구해주시오.”

 황후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제가 여기서 내려가는 비밀 통로를 알려드리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여기서 내려가면 저 아래에 무심천을 통해 아라강까지 갈 수 있습니다.”

 “오오.”

 그녀를 따라온 병사 한 명이 호롱불을 입에 물고 목탑 기와 끝으로 걸어가, 그 기와끝에 숨어있던 나무 사다리를 펼쳤다.

 8층 목탑의 기와 끝에 아슬아슬 매달린 나무사다리는 위태로워 보였으나 딱히 방법이 없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기와 끝까지 걸어가는 것부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수풀이 우거진 무심천 옆입니다.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덜컹

 “뭐하고 있소? 어서 빨리 내려가시오.”

 갑옷이 피로 물든 치건우였다.

 너무 빠르게 쳐들어온 적들로 인해 치건우마저도 목탑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그가 목탑 아래서 분전을 한 탓에 홍천당의 군사들이 어느 정도 목탑에서 물러난 뒤였다.

 “예.”

 병사가 입에 호롱불을 물고 치하랑을 등에 업은 뒤 포대기로 단단히 동여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는 기와위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병사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황후가 나섰다.

 내려가기 위해 거추장스런 황후의 복장을 벗어던진 그녀는 오로지 아들을 살리겠다는 집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안 돼. 어떻게 일으킨 집안인데, 이제 우리 하랑이가 황제가 되었는데. 여기서 죽을 순 없어.'

 그녀는 허리춤에 꽁꽁 싸맨 황금빛 구령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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