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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상아탑 : 신의 인형
작가 : 린비
작품등록일 : 2020.8.28

현대 주술사가 변방 지대에 세운 초인력자 교육 기관 '상아탑'. 소속 간 경쟁이 치열한 상아탑에 초인류의 존재조차 모른 한 아이가 중도 입학을 하는데, 이 아이가 세계의 유일 능력자임이 밝혀지며 마주하는 세계의 비밀과 감춰진 역사, 그리고 그와 함께 등장하는 베일에 쌓인 도적. xlxl0103@naver.com 미계약작입니다.

 
예언의 바위
작성일 : 20-09-22 18:33     조회 : 314     추천 : 3     분량 : 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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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흔히들 흑 소속이 서쪽 산지에 ‘자리한다’고 말했다.

 

 허나 흑 기숙사는 산 그 자체였다. 지붕이 하늘에 구멍을 뚫을 것처럼 솟고 하단부가 뿌리처럼 땅으로 아귀를 벌린.

 

 그 형세는 하늘의 절대자에게 저항하며 동시에 대지의 생명들을 굴복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하늘과 땅 사이의 군림자 같은 곳에서, 소녀는 학도 위훈을 좇았다.

 

 

 훈은 ‘따르라’는 명령 뒤 어떠한 말도 흘리지 않고 나아갔다.

 

 녀석이 부는 날 선 공기와 그것의 공허한 소리만이 간간이 끼쳐올 뿐이었다.

 

 위훈의 침묵은 소녀를 부른 이가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뜻했다.

 

 

 불친절한 안내자가 멈춰선 곳은 꼭대기 층의 거대한 블랙홀 앞.

 

 지체 없이 빨려든 입구 너머에는 고풍스런 인상의 여인이 안락의자로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다.

 

 

 “ 어머, 어서 와.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했네? ”

 

 

 누구도 흑의 관할자가 넋을 뺏을 만큼 아름답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허나 소녀의 시선을 잡은 것은 그녀 주변의 존재였다.

 

 남루한 차림의 여자 아이가 관할자의 바로 위 천장을 거닐며 뒤집힌 눈으로 소녀를 보고 있었다.

 

 

 “ 이리 온. ”

 

 

 그 서늘한 광경을 모르는 냥 수이가 소녀를 반기며 옆자리를 두드렸다.

 

 

 “ 훈도 어서 앉아. 초대자가 우두커니 있으니 손님이 방황하시잖아? ”

 

 

 훈이 잠시간의 침묵 뒤 움직였다.

 

 관할자로부터 적당히 먼 곳에 앉는 것이 그녀에게 순응하나 동조하지 않는다는 뜻을 비치는 듯 했다.

 

 

 거부할 그릇이 아닌 소녀는 수이가 권한 그녀의 곁을 향했다.

 

 자리로 몸을 걸치자 은의 늘어진 머리가 소녀의 어깨에 뱀처럼 닿았다.

 

 

 수이가 김 나는 찻잔을 밀어주기에 소녀가 그를 집어 들었을 때였다.

 

 

 “ ‘모든 것은 예언의 바위에서 시작되었다’라. ”

 

 

 수이가 소녀의 손등에 적힌 문장을 읊조렸다.

 

 

 “ 역사 공부를 하고 오는 길인가봐? 하기사 아이를 구도서관에서 찾았다 했지, 훈? ”

 

 

 훈은 말이 없었다. 애초에 답을 바란 물음도 아니었다는 듯 수이가 언변을 이었다.

 

 

 “ 마을에 있는 자료도 참고해보는 게 어때? 역사는 사실 개인의 견해일 뿐이잖아? 그러니 최대한 많은 견해를 접해보는 것이 좋지. ”

 

 

 그녀의 제안은 ‘거짓의 탑’을 가리켰으나 훈은 먼 타인의 일을 듣는 것처럼 무심한 낯을 했다.

 

 소녀는 그 가문의 이름을 비난하던 얼굴들을 떠올렸다.

 

 

 “ 가부간, 예언의 바위는 학교 부속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어. 슬픈 일이지. 한때는 설립자의 길잡이었던 물건이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곳에나 갇혀있다는 게. ”

 

 

 그 정보는 거짓의 탑에 대한 제안보다 소녀의 구미를 당겼다.

 

 

 “ 시간이라는 게 참 덧 없어, 안 그래? 모든 의미를 퇴색되게 만들지. 이곳의 역사를 한달이라는 시간으로 환치해볼게. 너는 한 0.1초쯤 되려나? ”

 

 

 농담인지 모를 말 뒤로 수이는 고상한 미소를 띠었다.

 

 그것이 단도직입의 낌새였다는 것을 소녀는 후의 물음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 은이 말하길, 네게 많이 아픈 기억이 있다지? ”

 

 

 소녀는 은이 멋대로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던, 얼음장이 마음을 움켜쥐는 것 같던 순간을 회상했다.

 

 특정한 사건을 짚어 말하진 않았지만 수이가 저의 그리운 이를 가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나 수이는 상대의 빤한 약점을 건드리는 단조로운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애초에 다른 아픔을 말했다는 냥 소녀의 손등을 뒤집고 그곳의 상처를 눈짓했다.

 

 

 “ 보아하니 아주 어렸을 적에 생긴 것 같네. 모든 공격을 막는 올디펜서인데 이런 상흔을 가질 정도면 그 때 꽤나 큰 병을 앓았나봐? ”

 

 

 그 상흔은 소녀도 잊고 지낸 무언가였다.

 

 그것이 어떠한 경위로 생겨나 그 오랜 세월 자리하고 있는지는 몰랐다. 이제는 다른 세계가 되어버린 가족들도, 까닭을 모른다 말하곤 했다.

 

 

 그토록 작은 흠집을 잡아낸 수이는 눈빛 한 척으로도 상대를 낱낱이 파악했다.

 

 읽힌다는 건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세운 소녀는 수이가 저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느꼈다.

 

 

 “ 보다시피 은도 나도 네게 아주 관심이 많아. 그래서 우리도 쟁탈에 참여해볼까 하는데. ”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은 그리운 이를 생각나게 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도 마찬가지였다.

 

 

 “ 다들 자기 최선의 것을 걸겠지? 나도 한 번 그래 볼까 싶어. ”

 

 

 허나 당장이라도 소녀의 약한 줄기를 움켜 휘두를 것만 같았다.

 

 수이가 소녀의 머리칼을 한순간에 놓았다.

 

 

 “ 네게 모든 걸 줄 수 있어. 시간만 빼고 말이야. ”

 

 

 왜냐하면 그건, 아주 오래 전에, 사라져버렸거든.

 

 별안간 크게 웃는 수이를 소녀는 바로 보지 못했다.

 

 

 시간의 가문을 무너뜨린 이들, 그 자손이 하기엔 섬뜩한 말이었다.

 

 본인들이 파멸한 것을 제외한 모두를 안겨줄 수 있다는 말이니까.

 

 

 “ 관할자들이 모두 네게 매달리는 기분이 어때? 나로써도 누려본 적 없는 지위라 말이야. 권능이 생긴 기분인가? ”

 

 

 소녀는 들킨 상흔을 보이지 않게 움켰다.

 

 머리 위로 매달린 영혼이 꼭 같은 자리로 머리칼을 늘여 소녀의 손을 감쌌다.

 

 

 “ 아가야. ”

 

 “ …… ”

 

 “ 힘이 있어야, 나약한 과거로부터 벗어난단다. ”

 

 

 힘을 가진 관할자를 마주 보았을 때, 소녀는 그리운 이를 잃던 순간의 굉음들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

 

 

 

 흑 지대를 벗어났을 때 서쪽으로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소녀는 저의 보금자리로 가는 대신 한 장소를 향했다.

 

 

 박물관은 학생 식당으로부터 멀지 않았다. 모든 벽이 투명한 유리로 지어졌으나 오직 내부로 드는 문만이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었다.

 

 학도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다 했으나 소녀에게는 방문에 필요한 출입증이 없었다.

 

 그를 도착한 후에야 깨달은 소녀는 육중한 입구를 허망히 바라보았다.

 

 

 그쯤 한 학도가 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소녀는 곤란한 상황을 깨라고 제게 동아줄이 내린 걸까 싶었으나, 경우는 썩은 동아줄조차 되기 싫은지 일체의 아는 척 없이 안으로 들어버렸다.

 

 

 “ 예,예. ”

 

 

 소녀가 고작 ‘예언의 바위’를 못 뱉고 더듬거리는 사이 입구가 닫혔다.

 

 무안한 심정이 된 소녀가 잘못 그려진 획 같이 서있을 쯤, 문이 다시 열렸다.

 

 

 인상을 구긴 경우가 출입 제어기를 짚고 서있었다. 녀석이 소녀의 뒤편을 턱짓했다.

 

 

 “ 저거 달고 다니지 마라. ”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저만치로 검은 털의 짐승이 태평히 꼬리를 늘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 한 달간 밥 챙겨줄 테니 곱게 꺼져.

 - 세 달.

 

 

 그 날의 협상이 진심이었는지 고양이는 식사 시간(아니, 우경우의 퇴근 시간인가?)에 맞춰 나타났다. 그것이 공교롭게도 소녀의 방문과 맞아 떨어졌다.

 

 소녀를 천대하면 고양이에 의해 벌어질 사단이라도 있는 건지, 경우는 길을 비켜 아이를 들게 했다.

 

 

 “ 그냥 고양이 아니니까. ”

 

 “ 그럼 뭔데? ”

 

 

 경우는 세워놓은 수레로부터 몇 개의 장비를 챙겨 따라오라 고갯짓했다.

 

 상아탑의 말수 적은 이들은 모두 대답보다 명령하기를 좋아했다.

 

 

 문을 닫을 시각이라 박물관의 근무자들은 모두 분주해 보였다.

 

 둘은 여러 전시 공간을 지났는데, 상아탑의 설립부터 현재까지를 역시간 순으로 거니는 동선이었다.

 

 태초의 소속 모습이 전시된 곳을 지나쳐 당도한 곳은 야외였다.

 

 경우가 등불을 챙긴다 했더니 밖이 벌써 어둑했다.

 

 

 서른 걸음쯤을 가 멈춰 선 경우가 투박한 암석 하나를 가리켰다.

 

 그 곁의 안내판에 소녀가 찾던 다섯 자가 자리했다.

 

 ‘예’밖에 머뭇거리지 못했는데 경우는 용케도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예언의 바위는 그 형태가 바위보단 조각상에 가까웠다. 언뜻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 같기도 했다.

 

 

 경우가 지극히 상투적인 투로 설명을 시작했다.

 

 

 “ 상아탑 설립자의 신분인 ‘주술사’는 돌을 다루는 계급이었어. ”

 

 

 하여 상아탑의 네 소속은 모두 상징 돌이 있으며 교정의 건물과 장식이 모두 암석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오죽하면 상아탑 시설에서 돌을 빼면 사람밖에 안 남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설립자는 특히 이 바위로부터 영험한 기운을 읽고 이 터에 자리를 잡아 학교를 세웠다.

 

 그 암석이 ‘영혼의 재래’라는 뜻을 가진 메테오라리였다.

 

 전설에 따르면 메테오라리는 신의 수호를 받는 원석으로 행성인들에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는 돌로 여겨졌다.

 

 

 예언의 바위는 한 때 학도 개개인에게 맞는 계시를 뱉으며 그들을 안정의 길로 인도했다.

 

 학도들은 바위이 조언이 듣고 싶을 때면 그 앞에 서서 ‘다이가’라는 문양을 그렸다고 했다.

 

 

 “ …다이가? ”

 

 “ 신 중의 하나인 헤이 신의 상징. ”

 

 

 경우가 미리 준비해온 종잇장을 내밀었다. 한 장의 사진이었는데, 그 속의 인물들이 어떠한 손동작을 하고 있었다.

 

 소녀는 무심코 흉내를 내었다.

 

 

 [ 모든 것은 예언의 바위에서 시작되었다. ]

 

 

 구도서관 서적들에 의하면 설립자는 삶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여인이었다. 그녀의 무한한 영감이 된 네 창립자 역시도.

 

 그리하여 그들은 이 암석으로 상징되는 신에게 나아갈 길을 물었던 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생의 뒤틀린 부분들을 바로 잡았을까.

 

 예언의 바위가 누군가의 구원이었든 해답이었든 지금은 이야기만 무성한 상징물이었다.

 

 

 “ 고마워. ”

 

 

 소녀는 저의 의아를 해결해 준 경우에게 감사를 표했다.

 

 역시나 대꾸가 없는 녀석을 이해하고 따르는데, 별안간 등 뒤로 가볍지 않은 기척이 났다.

 

 거대한 돌이 끌리는 소리와도 같아 경우와 소녀는 동시에 돌아보았다.

 

 

 경우가 선뜻 불을 비춘 곳에 무엇인가 놓여있었다. 소녀가 조금 전까지 설명을 들으며 섰던 곳이었다.

 

 또한 아이가 어설픈 손길로 다이가 문양을 취했던 곳이기도 하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경우는 경계 태세를 취하고 땅에 나동그라진 것을 향해 나아갔다.

 

 

 이내 경우에게 줍힌 것은 돌로 된 얇은 패였다.

 

 경우가 그 위로 적힌 숫자를 믿을 수 없는 듯 응시했다. 13.

 

 소녀로선 알 리 없는 그것은 이 세계에서 ‘죽음’을 뜻하는 단위였다.

 

 

 예언의 패….

 

 

 경우의 눈길이 산란하게도 당황을 내비췄다. 그를 본 소녀의 낯빛도 굳어졌다.

 

 

 오랜 기간 움직임이 없던 바위의 입김에 두 학도는 숨결을 잡힌 듯 움직이지 못했다.

 

 그 모습을 검은 고양이가 건물의 지붕에 올라 잠잠히 응시하다 읊조렸다.

 

 

 “ 신이시여, 너무 전무후무한 해결책이 아니신가. ”

 

 

 명월 기간의 시작을 알리듯, 하늘에선 달이 밝게 빛났다.

 

 

 

 

 
작가의 말
 

 오늘도 린비의 글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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