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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 20화 :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친구
작성일 : 20-09-22 18:12     조회 : 338     추천 : 0     분량 : 4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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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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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의 여름방학에 시도했던 일탈도 한 편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이제 학교는 본격적인 대학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변모해 가는데...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정규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모두들 녹초가 되어 이젠 어떠한 흥미도 잃어갈 무렵 학교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벌어졌는데, 어떤 일이었느냐 하면 글쎄 평소에 전교 60등 쯤 하던 친구가 월말시험에서 전교 2등도 아닌 무려 1등을 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들도 다들 잘 아시겠지만 공부란게 갑자기 그렇게 그것도 어느 정도는 모르겠지만,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잘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해 낸 친구가 있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그러자 한 편으로는 놀라워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부정이라도 있지 않았나' 의심하는 눈초리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나중에 그가 누군지와 어떻게 해서 이런 성적을 냈는지가 명명백백히 밝혀지면서 모두들 크게 감동하고 그의 슬픈 가족사에 마음 아파 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그의 이력에 대해 들었던 바 그대로를 말씀드리자면,

  이 친구는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중학교 때까지 전교 1등을 거의 도맡아 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노동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오시던 그의 부모님이 시름시름 앓으시다 거의 동시에 돌아가시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이 친구가 할머니와 두 여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두고 취업을 하려고 알아보고 있던 중에, 어떻게 알았는지 가정형편을 비관해 가출했던 그의 형이 집으로 돌아와 전에 알던 그 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일 해 가족들 모두 너무 좋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온 불행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것인지 이 형마저 그만 공사 도중 발을 헛디뎌 높은 곳에서 떨어져 돌아가셨다더군요.

 

 

  그의 형이 돌아가신 그 날, 친구들 몇몇이 그 소식을 듣고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는데, 가서 보니 소문이 날 것을 우려해서 그랬는지 사고현장 가까이에 있던 장례식장에서 곧 바로 장례를 치루자는 회사 측의 권유를 마다하고,세상에 태어나 고생만 하다 가는 형에게 마지막으로 따뜻한 밥이라도 지어 드리고 싶다며 시신을 집으로 모셔다 놓고 제사 상을 올린 후 그 앞에 엎드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차마 뭐라고 위로조차 할 수도 없어 그냥 옆에서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 후 그의 할머니가 이 친구와 어린 여동생 둘을 보살펴 왔다는데, 그 할머니마저 몸져 앓아눕게 되자 하는 수 없이 이 친구가 새벽에 신문배달을 해서 할머니 약값을 마련해 겨우 연명해 오던 중, 이제 병환이 깊어져 꼼짝도 못하고 그 모습을 침상에서 눈물로만 지켜보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 이제 나마저 가고 나면 너희들을 누가 보살펴줄지... 내가 공부 잘하는 너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는데...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하시더랍니다. 그래서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자신이 1등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시험공부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얼마 후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이제 가장이 된 이 친구는 아직 나이 어린 두 여동생을 보살펴가며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업을 계속해 철도대학인가 어딘가 아무튼 4년 장학금을 주는 대학으로 진학을 했으나 그게 또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어쨌는지 그만 두고서는 한동안 돈을 모아 고시공부를 해 보겠다며 택시기사를 했는데 무슨 운명이 이렇게나 잔인한 운명이 있는지 이번에는 운전하던 도중 그만 강도를 당해 칼을 맞아 6개 월을 입원해 있는 바람에 돈을 모으기는 커녕 몸까지 상해 오히려 있던 돈까지 치료비로 다 쓰고 퇴원 후 또 다시 생계를 위해 노점상에 별의별 직업을 전전하더니 어느 순간 마음이 변했는지 관악구에 있는 모 신학대학에 진학했다더군요.

 

  마침 그가 다닌다는 학교 근처에 살고 있던 저는 그 얘기를 듣고서 모르는 체 하고 있기도 그렇고 또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한 번 찾아가 봤는데, 도착해서 보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널목 한 쪽 귀퉁이에다 트럭을 세워 놓고 수박을 팔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애잔해서 입이 열리지 않아 잠시 지켜보고만 있는데, 손님을 청하느라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던 그가 저를 알아보곤 환하게 웃으며 "야! 왔으면 말을 해야지. 쳐다보고만 있냐?"며 반가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저는 수박이 다 팔릴 때까지 그와 함께 있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져 술도 한 잔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가 말하길 수박은 쉽게 상하는 과일이라 당일 날 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종종 그의 안부가 궁금해 질 때면 그의 노점으로 찾아가보곤 했는데, 갈 때마다 참으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렇게 노상에서 일하는 그를 만나다보니 간혹 급한 일이 있을 때면 저에게 노점을 맡겨놓고 일을 보러 다녀오곤 했는데, 나중에야 점차 익숙해지면서 어느 정도 괜찮아졌지만 처음으로 혼자 노점을 지키고 있어야 했던 날에는 얼마나 당혹스럽고 난감했던지, 거기다 얄궂게도 꼭 그런 날에는 무슨 일이 생기고 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느냐면 처음으로 이 친구가 급한 용무를 보러 간 날, 저 혼자 조마조마한 맘으로 노점을 지키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 두 대가 제가 지키고 있던 트럭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닙니까? 순간 저는 '어이쿠! 이거 차 빼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몹시 당혹스러웠는데, 다행스럽게도 차에서 내린 경찰관들이 별다른 말없이 저를 지나쳐선 어딘 가를 향해 급하게 발걸음을 옮겨 가는 것이었습니다.

 

 ​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봐 잔뜩 긴장했었던 저는 그들이 그렇게 그냥 지나쳐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제 앞을 지나 저만치 걸어가고 있던 그들 중 한 명이 갑작스럽게 무슨 생각이라도 떠올랐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서는 저에게 다가와 "저기, 여기서 장사하시는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 예. 친구가 급한 용무가 있어서 제가 잠시 맡아 주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 아하! 그러시군요. 난 또 처음 보는 얼굴이라 누구신가 했네요. 아무튼 여기가 시장의 끝자리인 만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선 잘 지켜주십시오." 하더니 앞서 간 동료들과 합류하기 위해 내립다 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에 괜히 쫄았나 싶어 헛웃음이 나는 가운데 아직도 말문이 터이지 않아 호객행위는 하지 못하고 여전히 노점을 지키고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디서 회식을 한 듯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떠들며 점점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뭐라고 말을 한 번 해 봐야 하나?'하고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치 제 마음을 아는 듯 그 중에 한 사람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제가 지키고 있던 모자를 써 보며 "야! 이거 괜찮은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같은 일행인 사람들이 맞장구를 치며 "야! 진짜 너한테 잘 어울린다. 하나 사지 그래?" 하니 그 소리에 기분이 업 되었는지 이 사람이 "이거 얼마에요?"라고 물으며 아 글쎄 "야! 의리가 있지 어떻게 나만 살 수 있냐? 오늘 기분이다. 내가 쏠 테니 모두들 하나씩 골라 봐?"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무슨 행운이 이런 행운이 있는지 이렇게 해서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던 제가 순식간에 모자 여섯 개를 팔아 치웠는데, 거기에다 그 당시에 보기 드물었던 오렌지색 모자에 마음을 뺏긴 여대생에게 하나를 더 팔아 총 7개 판 돈을 용무를 마치고 돌아온 친구에게 넘겼더니 제 친구가 이 얘기를 듣고서는 놀라워하며 "야! 이제부터 매일 와서 니가 장사 좀 해라. 금방 부자되게!" 하며 연신 기분좋은 웃음을 환하게 터뜨리는 것이었습니다.ㅋㅋㅋ

 

  다행스럽게도 이후로는 그에게 더 이상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교회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서 애기도 낳고, 한동안 전도사로 활동하다 마침내 목사가 되었는데... 그 길로 곧 바로 고향으로 내려가서는 어릴 때 그가 다녔었던 교회의 부목사로 일하다가 지금은 독립해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개척교회의 담임목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최근에 사진을 한 장 저에게 보냈는데, 아! 글쎄 머리가...아니 이마가...이마가...

 상상에 맡깁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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