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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마귀 사냥꾼
작가 : 아미엘
작품등록일 : 2020.9.22

 
이 이야기를 믿으십니까? 6
작성일 : 20-09-22 14:51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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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은 S와 함께 눈동자 색이 변하는 눈을 가진 사람들을 죽였던 사내를 만났다. 이번에는 N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 부탁했었다.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는 자신이 마귀의 꼬임에 빠졌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만날 이유가 없었다. 혹시 살인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라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만나고 싶다면 그의 변호사를 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는 모습에 거절할 수 없었다. S는 왜 그런 부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같이 만나기로 했다. 그렇게 만나고 싶으면 혼자 가서 만나지 그러냐고 투덜거렸을 뿐이었다.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 만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쉬웠다. 마치 만나기로 약속을 했던 것처럼. 만나자마자 사내는 왜 만나자고 했으며, M은 오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N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답답했는지 S가

  “뭐 그럴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죠.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변명해야 하나요?”

 라고 되물었다. 그 말에 사내는 그저 궁금해서 물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N은 앞으로는 S가 오게 될 거라고 말했다. 사내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말을 믿는 것이냐고 물었다. N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누구보다도 M이 남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N은 알고 있었다. N은 정말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는데 왜 바꾸느냐고 화를 냈다. S에게도 대략 설명했었다. 그래선지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묻지는 않았다. 옆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인을 할 수 있어요? 그러고도 마귀를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라고 비난을 했다. 사내가 화가 나서 일어났다. N이 그런 그를 만류했다. 그러자 이번엔 H가 흥분해서 일어나려고 했다. N은 H를 보면서 앉으라고 말했다. N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이것저것 물었다. 사내는 생각보다 순순히 대답했다. 반면 H의 질문은 무시했다. 그다지 질문 수가 많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N이 같은 질문을 하면 또 거기에는 대답했다. N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J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었다. 사내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줄 아나? 그 사람들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지.”

 라고 대답했다. 혹시 정말 목록에 있느냐고 물었고 사내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목록에서 정말 J의 가족을 본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사내는 자신의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지만, 가족이 모두 적힌 경우는 거의 없어서 기억하는 데 정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족 모두를 죽일 정도로 우리가 살인에 미친 건 아니야!”

 라고 강하게 대답했다.

 N은 그 리스트를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사내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다. 당황했다. 그러고는 리스트가 어디 있는지 설명했다. 그 말에 N은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먼저 나오며 N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러고 보면 소녀가 목록에 J의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정말 목록에 있었던 걸까? 일단은 목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 다음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

  S는 황당했다. 도대체 내가 여기에 누구 때문에 왔는데 그냥 가버리다니. 잠시 사ㅐ를 봤다. 사내도 당황한 듯했다. 처음부터 사내를 만난다는 게 좋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살인을 선택하다니. 나는 동생을 살리는 방법인데도 어떻게든 살인을 하지 않으려고 버티는데. 라는 생각에 더 그랬는지 모른다. 오늘은 여기서 끝내고 다음에 만나자고 하고는 H도 나왔다. 그래. 난 사람이야. 이상했다.

  S는 병원으로 갔다. M의 배려로 다행히 병원비는 해결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단지 N이 부탁했다는 것 때문으로 사내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천천히 병원에 도착해 병실에 들어갔다. S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당황한 S는 간호사실로 갔다. 간호사는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했다. S는 순간 놀랐다. 몇 시간 전만 해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상했다.

  “그럼 저한테 연락했어야죠.”

 라고 따지자 간호사는

  “아버님께 말씀드렸는데요.”

 라고 대답했다. S는 간호사가 말한 ‘아버님’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남자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아니라고 할까 하다가 간호사가 바쁜 듯이 보였고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는 게 귀찮기도 했다. 물론 동생인 S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게 중요했다. 간호사는 일단 지켜보고 괜찮으면 일반병실로 옮길 거라고 했다. H는 고맙다고 하고 중환자실로 갔다.

  면회 시간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의사는 뭐라고 말을 했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지켜보자는 말밖에는.

  몇 주가 지나고 다행히 H는 일반병실로 돌아왔다. S는 그제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당연히 병원에 갔다. S에게 출근 안 해도 되느냐고 했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꾸 걱정하면서 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도 쉬고 싶다고 했다. 할 수 없었다. 알았다고 하고 나왔다. H가 저녁에 보자고 했다. 그러고 H 병실로 남자가 들어왔다. 괜찮은 거냐고 안부를 물은 뒤

  “네 언니는 너보다 다른 사람의 목숨이 중요한 모양이야.”

 H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가 제안했던 것 하며 아직까지 S가 거절했다면서

  “아니 동생 존재가 그렇게 무의미한 거였어?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도 못할 정도로?”

 라고 혀를 찼다. 그러고 슬쩍 H를 봤다. H의 기분이 이상했다. 살인하지 않는 언니가 옳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아주 조금은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죄도 없는 언니를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었다. 분명 살인을 하라고 하면 S는 그렇게 할 것이지만 그러면 그 사람의 가족들도 소중한 가족을 잃는 게 아닌가. 대학을 가고 싶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도움은 되지 못해도 살인을 하라고 시키는 것은 나쁜 짓이 아닌가.

  “나 때문에 언니가 살인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라고. 남자가 피식 웃고는 과연 그럴 것 같냐고 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H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H가 픽하고 쓰러졌다.

  “인간이란 어른이 돼도 아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자기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나 사람을 다치게 하면 뭐든지 하기도 해. 그게 설사 살인이라도 말이야. 물론 모든 인간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과연 네 언니는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지 않아?”

  라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거기까지는 기억났다. H는 휴대전화를 꺼내 S에게 걸었다. S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S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는 저녁에 보자고 했고, 그건 아까 만났을 때도 했던 말이 아니냐고 했다. H는 그러다 갑자기 퇴원하고 싶다고 했다. 아침에 의사가 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S는 한숨을 쉬고는 알았다고 했다. S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건 일단 의사의 말을 듣고 정하자고 했다.

  아침. M은 S에게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그랬지만 M은 며칠 전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카페 안. 사람들은 적었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고 K의 여동생이 들어왔다. M은 굉장히 불편했다. K 어머니의 부탁으로 만나기는 했지만 편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녀 입장에선 그럴 수 있을지 몰랐다. 어쨌건 K의 죽음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K를 죽인 범인은 이 모든 것이 M의 잘못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K의 여동생은 모른다고 K의 어머니는 말했다. 그녀가 M의 자리 앞에 앉았다. 잠시 K 여동생의 얼굴이 찡그려지더니 M에게

  “엄마가 그러더라. ‘오빠’가 보고 싶어 했다고. ‘오빠’가 도와주겠다고 했다면서. 퍽이나 고마운 일이야.”

 라고 비꼬더니

  “그렇게 도와주고 싶었으면 언니가 죽기 전에 도와주지, 그랬어? 그랬음 언니는 살아있었을 텐데.”

 라고 말했다. M은 쓰게 웃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시하고

  “마귀를 숭배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야.”

 라고 말했다. 그녀는 피식 웃고는

  “아! 마귀를 숭배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구나! 그럼 내 언니가 죽는 데 가만히 있었던 옳은 일이라는 거야?”

 라고 말했었다. 그 말에 M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마귀를 숭배하는 일은 하는 게 아니라고 할 뿐이었다.

  “내 말 듣고 있는 거죠?”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짜증이 난 S가 물었다. S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쉬는 김에 H와 같이 외식을 할 생각이었다. 퇴원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H는 분명 이게 몇 번째인데 또 그러냐고 투덜거릴수 있지만 그건 상관 없었다.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런 투덜거림은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해서 그동안의 일을 보고하라고 했다. 화가 났지만 참았다.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겨우 오라고 해서 열심히 설명하는데 딴생각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가만히 M을 봤다. M은 쓰게 웃었다. 그러고는 듣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참고 계속하려는데 휴대폰 벨이 울렸다. S는 전화를 받았다. 남자였다. S는 순간 겁이 나서 방을 나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혹시 H가 아픈 걸까? 그래서 전화를 한 걸까? 설마 뭔가 더 큰 문제를 발견한 것일까? 전화를 건 사람은 남자였다.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엉뚱하게 한 임산부 얘기를 했다.

  그녀가 마귀가 산책한다고 소문난 골목으로 이사를 온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는 몰랐을 수도 있다. 이 마을에 살지 않는 사람은 모르기도했다. 그렇다고 주변에서 알려주지도 않았다. 살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보니 아무래도 그 주변이 집값이 쌌으니까. 종종 범죄자들이 드나들곤 했었다. 그날도 강도가 그녀의 방에 온 것이었다. 가진 것이 없던 그녀는 일단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꺼내면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그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어쩌다 칼에 찔린 그녀는 운이 좋게 집에서 나왔지만, 아기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때마침 누군가가 지나갔다.

  “그게 누군지 알아?”

 라고 물었다. H가 미처 대답할 새도 없이 남자는 계속해서 말했다. 여성은 부탁했다. 아기만 살려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뭐든지 하겠다니……. 그것도 마귀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어리석지.”

 라고 말했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여자는 그 ‘뭐든지’가 무엇일지 예상했을까? 자기 죽음이라는 것을 예상했을까?

  시간이 흘러 아이가 어느 정도 컸을 때 배에 올랐다. 그 배에서 아이는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그녀의 책상 서랍에 관심이 갔다. 맨 위 서랍을 열자 머리가 뽑힌 인형과 머리가 같이 있었다. 겁이 난 아이는 서랍을 닫았다. 그리고 두 번째 서랍을 열었다. 인형의 머리가 잔뜩 있었다. 역시 겁이 나서 얼른 닫았다. 그리고 맨 마지막 서랍을 열자 볼꽃이 확하고 오르는듯하더니 사라지고 비명이 들렸다. 아이는 겁이 나서 방을 나왔다. 그리고 남자를 찾아서 여기서 떠나자고 했다. 남자는 알았다고 했다. 가능하냐는 아이의 질문에 손을 꼭 잡고 바다를 걸었다.

  “기억 나?”

 라고 물었다. S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뒤의 일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 아이가 자신이니까. 결국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고? 왜 그랬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으나 애써 무시했다. 그런 쓸데없는 데 신경 쓸 여유 없다. 그 생각에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H는 괜찮으냐고. 남자는 피식 웃더니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가봐야겠다고 했다. N도 어느 순간

  N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어제 사내의 말대로 그 목록이라는 걸 확인했다. 확실히 J와 그녀의 가족들은 적혀 있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소녀에게 물어보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뭐 만나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설령 안다고 해도 소녀는 말할지 모른다. 늦게 알아버린 진실이 과거를 바꿀 수 있느냐고. 하지만 알고 싶었다. 어쩌면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M과 S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억지로 웃었다. M이 까칠하게

  “너 지금 나한테 화낸 거야? 무섭다. 너도 나한테 억울한 게 있어?”

 라고 비꼬았다. N이 쓰게 웃으면서 그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해야지. 당연하지. 그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어쩌겠어? 넌 그럴 힘도 없고, 그 힘에 대항할 용기도 없는 비겁한 인간이니까.”

 라고 말했다. 비겁한 인간. 소녀가 말했었다. 비겁한 인간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때 더 알아봤어야 했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잘못한 거라는 걸. 그러나 어쩐지 불쾌했다. 화가 났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만히 있는데 H가 화를 냈다. 말을 해도 그렇게 하느냐고. 오히려 N이 당황했다. M이 두 사람이 사귀냐고 물었다. H는 황당한 듯 혀를 찼다. N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먼저 가보겠다고 하고 일어났다. N도 일어났다.

  건물을 나와 근처 공원으로 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목록을 꺼냈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목록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예상보다 쉽게 얻었다. 처음엔 부정했다. 자신은 사내를 알지 못한다고. 몇 번 설득한 끝에 내주었다. 그것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 각오했었던 터라 그러면서 자신은 모르는 일로 해달라고 했다. N은 알았다고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목록을 아무리 봐도 J와 그 가족들은 없었다.

  “이제 이상하다는 걸 눈치를 채다니 늦은 거 아니야?”

 남자였다. N은 마귀가 자신에게 너무 당당하게 말을 걸어서 당황했다. 미처 무어라 대꾸를 하기 전에 남자가 N에게 파일 두 개를 건넸다. N은 두 손으로 받았다. 표지를 본 순간 N은 굳어졌다. 두 개의 파일은 모두 N이 찾던 목록이었다. 잠시 사내를 보고 나서 J와 그녀의 가족들이 있는지 찾았다. 단 하나에만 적혀 있었다. 남자를 보자 그는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라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N은 그렇게 했다. 세 개의 목록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곳은 단 하나. 사내가 진짜라고 했던 목록이었다. N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해 남자는 말했다. N의 이름이 적힌 그것이 정말 진짜라고. 그런데 어떻게 두 군데선 그의 이름이 빠졌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남자는 P가 자신을 찾아와서 목록에서 N을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N이 말하기도 전에도 P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귀와 거래를 했다는 건가요?”

 라고 N이 남자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N을 볼 뿐이었다. N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명색이 마귀사냥꾼에 소속된 사람으로 마귀를 죽이는 무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를 겨눴다.

  “내가 여기서 쏠 수도 있어.”

 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소녀가 N은 비겁한 인간이라 절대 공격하지 못 할 거라고 했다고 했다며 지금도 과연 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N은 순간 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남자가 도착한 시간은 밤 열 시였다. 그 시각까지도 소녀의 집에서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남자가 초인종을 누르자 S가 나왔다. 문밖까지 H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H의 방으로 갔다. H는 누워있다가 일어나려고 했다. S가 얼른 다가와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누워있으라고 했다. 남자는 병원에 가지 그랬느냐고 했고 H는 괜찮다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남자가 피식 웃으면서 동생을 아낀다면서 병원도 안 가고 뭐 했느냐고 했다. 사실 S도 집에 온지 얼마 안 됐었다. 뭐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H가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말했다. 전에 남자가 H를 보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S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남자가 모르느냐며 무어라고 말을 하려는데 S가 다른 방으로 가자고 했다. 남자가 그래도 되겠느냐고 S에게 물었다. S가 먼저 나가고 남자도 따라 나갔다. 몇 분이 지났다. 그동안 누워 있었다.

  사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은 거였다. S와 퇴원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S는 바로 일을 하러 갔다. 얼마 안 돼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다. S에게 연락을 했으면 바로 달려왔을 것이다. 허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역시나 남자의 말이 걸렸다. 아마도 이렇게 아프면 S는 살인을 해서라도 동생이 건강해지길 바랄지도 모른다.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방금도 S가 병원에 가겠느냐고 물었을 때 괜찮다고 대답했었다. 대화가 끝났는지 다시 S가 들어오고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가 진지한 얼굴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S가 고개를 돌려 남자를 봤다. H는 정말 궁금하지 않았지만 무슨 얘기를 나눴냐고 물었다. 남자가 H를 보며 갑자기

  “아픈데는 괜찮아?”

 라고 물었다. H는 당황했다. 그러다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는

  “며칠 후면 네 생일이라며? 엄청 크게 하고 싶다고 그러더라. 넌 어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라고 물었다. H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남자는 역시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며 자신의 말이 틀렸냐고 S에게 물었고 S는 얼떨결에 사실이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S가 같이 일하는 사람도 올 거라고 했다.

  H의 생일. N은 H의 생일잔치에 초대되어 가고 M은 혼자 남았다. 오늘은 조용히 있을 생각이었으나 K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K의 여동생이 아무래도 큰 사고를 친 것 같다고 했다. 한 번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뭐냐고 물었다. M을 저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마귀 사냥꾼에서 저주를 담당하는 곳으로 갔을 거라고 했다. 말이 갔다는 것이지 느낌상 끌려갔다는 게 맞을 것이다. M은 알았다고 대답했다.

  “너도 알겠지만, 철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까 네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M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은 K의 동생을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그는 당장 K의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는 듯 했다. 방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둘러서서 의자에 앉은 K의 여동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M은 K의 동생 옆에 가서 섰다. 그는 방을 휘 둘러보고는 지위가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주를 하는 사람은 여기로 끌려온 다구요?”

 그러고는

  “그럼 저도 여기로 끌려오는 게 맞겠네요. 저주했거든요.”

 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K의 동생이 피식 웃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왜 왔느냐고 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일어났다. 주위에 있던 무리가 웅성거렸다. 그런 그들을 무시한 채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아까 M이 봤던 그 사람이었다.

  “지금 나갈 수 없습니다.”

  “그럼 나도 여기 있겠습니다.”

 라고 단호하게 M이 말하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그게 안 되겠다면 나가야겠는데요. 같이.”

 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고는 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귀에다 작게 속삭였다.

  “나 아직 마귀 사냥꾼 우두머리거든. 너 하나 정도 마귀에 홀린 인간으로 만드는 게 어려울 것 같아? 과연 이름도 몰랐던 네 말을 믿을까? 아니면 널리 알려진 내 말을 믿을까?”

 라고. 그러고는 뒤로 돌아 K의 동생 옆으로 왔다. 협박하는 거냐고 물었고 M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럴 리가요. ‘협박’이라니. 할거면 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 뿐인데요.”

 라고 말했다. 무리가 웅성거리는 틈을 타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K의 동생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허나 M은 물었다. 왜 그랬느냐고. 저주가 문제가 될지 몰랐느냐고. K의 동생이 잠시 보더니 씁쓸하게 웃고는

  “정말 모르는구나.”

 라고 말했다. 그러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N은 소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사실 H의 생일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같이 지낸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왔다. 그전에도 말할 수는 있었지만 망설였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꼭 말해야지 하는 생각에 갔었다. 그런데 소녀는 없었다. 생일이라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선물을 사긴 했었다. H는 뜻밖이라며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런 모양이었다. 몸이 아프다는 말을 들었다며 괜찮냐고 묻는 N에게 S는 그렇다고 말했다. 잔치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전화가 왔다. H가 전화를 받으라고 건넸다. 소녀였다. 지금 만나자고 했다. 장소만 말하고 끊었다. H가 물었다. 나오라는 거 아니냐고. N이 그렇다고 말하자 나가봐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S에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S는 괜찮다고 했다.

  장소는 멀지 않은데다 복잡하지 않아서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 소녀가 말했다. 마귀가 된 후로 좋은 점 중 하나는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 올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다가와 메뉴판을 건넸다. 소녀는 달콤한 게 먹고 싶다며 라떼 한잔과 치즈 케이크를 주문했고 N대신에 블루마운틴을 주문했다. 블루마운틴은 비싸지 않으냐며 N이 물었다. 소녀가 물었다.

  “할 말이 있다면서?”

 라고. N은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소녀는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찾아올 이유가 있겠느냐고. N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하려는데 남자가 들어와 아는 체했다. N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남자가 말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S의 생일에도 보이지 않았다. 뭘 먹을 거냐고 소녀가 물었다. N은 굳은 얼굴로 일어나려는데 남자가 J에 대해 물었다. J는 잘 있느냐고. N은 화가 났다. 죽은 사람의 안부를 묻다니. 소녀가 사진을 꺼내 보였다. 소녀는 J라고 했다.

  “아쉽겠다. 죽었어야 했는데 살아있어서. 비겁한 인간한테만 기대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결국 목록에 넣어서 죽음의 위기에 넣은 것도 살린 것도 남자라는 말인가. N은 어쩐지 씁쓸해졌다. 그나저나 남자가 무슨 얘기를 하던 거였냐고 물었고 소녀는 N이 할 말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남자가 갑자기

  “설마 거짓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나도 동족한테는 거짓말을 안 해.”

 라고 말했다. N은 당황했다. 여기서 말을 해야 할 것인가. 잠시 망설였다.

  갑자기 또 H가 쓰러졌다. S는 재빨리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는 동안 S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사람을 죽여야 할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도 망설이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 살인이라니. 아무리 동생을 위해서라지만. 더욱이 마귀와의 계약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만일 그때도 마귀와의 계약 따위를 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어머니가 마귀에게 자신의 목숨을 부탁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다 씁쓸해졌다. 그게 다 뭐가 중요하겠는가. 하나뿐인 동생이, 가장 소중한 가족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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