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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첫 임무, 막장이야 (1)
작성일 : 20-09-22 10:01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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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은 벌써 아침이었다. 저녁동안 무기를 고르고 장단점을 이야기하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다 시클라멘이 식당에 우리를 부르러 내려와서야 이야기를 끝마쳤다.

 

 아침부터 아프로디테의 호출이 있었고 나는 어제 고른 베레타 본체와 황금탄환과 납탄환이 각각 들어간 탄창을 챙겼다.

 

 어젯밤 시클라멘은 아네모네를 챙겨 자신이 그와 함께 잔다 말했다. 배려심도 포용심도 좋긴 한데, 나는 아직까지 어제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별 게 아니라니? 아프로디테랑 입을 맞췄던 게 '별 거'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별 거'라고.

 

 그의 잘난 얼굴에 어버버하게 넘어갔지만, 그렇게 별 거 아니라며 넘어가듯 말하는 건 곧 너에게는 설명하기 싫다를 애둘러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무슨 꿍꿍이인가 나 혼자 생각하면 무엇하겠나. 당사자가 말할 의지가 없으면 평생 모르는 거지. 언젠가 반드시 진실을 들어내고야 말겠다며 나는 굳게 다짐했다.

 

 한편으로는 당장 오늘 임무가 걱정이었다. 그런 의뭉스런 아네모네와 파트너로 잘 해나갈 수 있을까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 것이다.

 

 드디어 오늘이 에로스의 임무를 수행하는 첫 날임에도 기분이 영 꿀꿀했다.

 

 바깥 날씨 또한 덩달아 내 꿀꿀함을 그려낸 듯, 상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먹먹하게 흐린 날이었다.

 

 "밀테? 준비 다 됐어?"

 

 시클라멘이 나를 찾는 목소리였다. 내가 늦으니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 듣자하니 그새 목소리 톤이 조금 더 낮아진 것 같았다. 에로스에서 탈락하고 나면 성숙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응. 지금 나가. 내려가 있어."

 

 이제는 세미처럼 이 방과 오랫동안 헤어져지내야 되는구나. 묘한 감회로 텅 빈 방 안을 한 번 둘러 보았다. 무사히 세미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속에는 하나의 바램이 간절히 손을 모으고 있었다.

 

 -

 

 "안녕."

 

 "안녕."

 

 별관 윗층에서 만난 아네모네는 아침부터 기깔나는 외모를 뽐내고 있었다. 어제처럼 머리를 묶지 않았지만 지저분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누가 머리를 다듬어 준 것인지 몰라도 기술이 참 좋단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곱슬끼가 남아있었으나 나름 차분하고 단정하게 등까지 내려와있는게 그의 이미지와 어울려 보기 좋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살짝 낮은 분위기로 물건을 정리하는 아네몬는 매일 아침마다 조회에 서던 아프로디테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어딘가 위압적이고, 잘 벼루어진 칼처럼 매서운 느낌을 풍기는.

 

 그는 내게 금일 임무사항이 적힌 글지를 넘겼다.

 

 "자 읽어봐. 대략적인 임무의 향방에 관한거야."

 

 와아 말로만 듣던 임무지령이었다. 오늘은 정말 감격할 만한 날이다.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임무에 나가는 꿈이 성취되는 날. 하지만 전부터 줄곧 고대해온 만큼 의욕이 치솟진 않았다.

 

 여느 날의 연장선처럼 덤덤하고 평범했다. 되려 기운 빠지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현대로 나가는거네." 

 

 "그렇더라고."

 

 "남녀커플에다가 평범한..임무.."

 

 "..."

 

 "....???가 아니네?"

 

 나보다 먼저 이 지령을 읽었던 아네모네는 역시나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준비되어있던 제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저것이 바로 연륜인가.

 

 "세상에."

 

 대략적인 임무지령임으로 구체적인 사항이 비어있었으나 이 지령은 말도 안되는 막장 드라마였다. 경악을 금치 못하며 계속 읽어 내려가던 도중 나는 말도 안되는 오타와 같은 글자를 발견했다.

 

 "신혼여행에서. 여자한테 납을 박으라고?"

 

 시클라멘은 내 반응을 듣고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다. 아! 더러워!

 

 그 물에 맞은 나와 아네모네에게 그는 손짓으로 슬그머니 사과했다.

 

 물론 임무사례에서 몇 번 읽어본 적은 있었다. 몇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제법 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임무로 맡기에는 굉장히 세고 곤란한 사례들 중 하나였다. 시클라멘이 물을 뿜을 만큼 첫 임무에 수행하기에는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더 읽어내려갈 수록 상황은 개난장판이었다.

 

 더 먼 미래의 일은 잘려있었으나 이 정도만 봐도 임무의 난이도는 거의 s급이었다.

 

 "무슨 운명이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있대."

 

 "거기 도착하면 후에 그날 그날 구체적인 지령이 더 올거야." 

 

 "응. 이번 임무는 어림잡아 두달은 되겠네."

 

 "그렇지. 우리의 재량에 달려있긴 하지만."

 

 나는 지령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자 아네모네는 금세 나를 재촉했다.

 

 "밀테, 너 옷 빨리 갈아입어. 늦었다."

 

 "아, 맞다."

 

 나는 셔츠에 단추를 꿰어가가며 아프로디테가 어지간히도 내가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생각했다. (에로스들은 성으로 덤덤하고 무지하니 남녀구분없이 맨몸 드러내는 일을 거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엄청난 일이 어떻게 첫 임무란 말이냐. 얌전하게 쌍방 열애를 축복하러 가는 것도 첫 임무에는 정신없어서 어렵다 하더만. 나라고 별 거 있겠나. 이번 임무 거나하게 망칠 확률이 구십퍼센트 이상이다. 제때 타이밍을 못 맞춘다던가. 엉뚱한 제 3삼자에게 탄환을 낭비한다던가.

 

 아네모네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인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시대에 활을 챙기는 사람을 전적으로 신뢰해선 안된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나저나 아네모네,"

 

 "왜?"

 

 "너 머리 안 자를거야?"

 

 그는 내 질문에 답도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긴 머리도 너한테 어울리긴 하는데, 앞으로 현대에서 임무수행할 상황을 고려해서 하는 말이야."

 

 "..그렇네. 언젠간 잘라야지. 자를거야." 

 

 아네모네의 입술 사이로 조금 찹작한 느낌의 조소가 새어나왔다. 내가 잘못 말했나 싶었지만 임무에 임하는 이상 눈에 띄는 일은 최대한 배제하는 게 옳았다. 

 

 그 또한 내 의견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비너스의 거울까지 천천히 내려갔다.

 

 -

 

 거울 앞에는 역시나 아프로디테가 우리를 배웅하러 나와있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밀테."

 

 "네..좋은 아침입니다."

 

 "날씨는 흐리지만 임무에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아..네"

 

 아프로디테의 모습은 드물게 어제와 같은 모습이었다. 레파토리가 닳은 건 아닐테고 어젯밤의 또 무슨 일이 있었던거 아닐까.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의 심중을 알아보려 했지만 셜록도 탐정도 못될 나는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었다.

 

 "아네모네도 오랜만에 나가는 임무인만큼 밀테와 자중해서 협력하시고."

 

 "네."

 

 "시클라멘은 드디어 학교에서 떠나게 되었군요."

 

 "그렇네요."

 

 "부디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아프로디테는 우리들의 이마에 차례차례 입을 맞대었다. 축복의 증거이자 행운을 비는 몸짓이었다.

 

 공기에는 날선 긴장감이 베어났다.

 

 거울은 나, 아네모네, 시클라멘을 차례대로 비추더니 수면처럼 투명하게 빛을 발했고, 우리는 첫임무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

 

 거울이 통한 곳은 평범한 주택의 실내였다. 임무 상황 상으로는 남자의 앞집인 듯 했다. 나는 커튼에 가리운 창문을 열며 바깥상황을 살폈다. 동네가 고즈넉하이 고요했다. 한가한 낮시간대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시클라멘은 이제 어떡할래."

 

 아네모네는 뜬금없이 시클라멘의 향방을 물었다. 어쩐지 날카로운 투였다.

 

 "뭐야. 시클라멘도 당연히 함께 가야지."

 

 "아냐, 밀테. 나는 세간이나 좀 둘러보게. 너가 전에 말한 것처럼 나는 이제 에로스가 아닌 평범한 남성이니까. 그들의 시간에 적응해봐야지." 

 

 시클라멘은 머쓱하게 웃었다.

 

 "갑자기?"

 

 "의심사지 않게 무조건 주의하면서 행동해. 시클라멘."

 

 "알아. 아네모네."

 

 "잠시만! 이렇게 급하게 정할 일이야?" 

 

 "밀테. 나 걱정하지말고 아네모네랑 첫 임무 잘 마치고 와."

 

 "걱정이고자시고, 뭔데 너네 언제 나빼고 상의한건데."

 

 이 자식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미리 입을 맞춘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살벌하게 말한대. 신경쓰이게. 두 사람 사이에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줄이 팽팽하게 당겨져있는 것 같았다.

 

 물론 시클라멘과 아네모네의 결정이 합당하긴 했다. 내가 제 아무리 속죄의 마음으로 시클라멘과 붙어있어봤자 단지 이기적으로 내 죄책감을 덜 뿐이지, 그에게 하등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말로 시클라멘이 어디에서 어떻게 무슨 이름으로 또 누구와 살아가야 좋은가 하는 실질적인 고민을 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바깥을 가늠하는 시클라멘의 등을 한대 가볍게 쳤다. 뒤를 돌아보는 얼굴이 정말 점점 성숙해지는 것 같아서 가슴 한켠이 아릿해졌다.

 

 "시클라멘 진짜 조심해야해. 남이 과자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말고."

 

 "세상에 나온 게 처음도 아닌데. 지나친 걱정이야. 밀테."

 

 시클라멘은 전에 물건 사러 나온적도 있었더라며 가볍게 내 말을 받아넘겼지만 나는 거의 진심이었다. 그처럼 이쁜 사람은 어딜 가나 주목을 받게 될 것이고, 주목도만큼 이상한 사람이 꼬이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기우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남자에게 납치될 수도 있는 것이고, 걱정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럼 우리 갈게."

 

 "응. 잘가."

 

 나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며 아네모네와 함께 바깥으로 나섰다.

 

 -

 

 "사랑하면 안 되는 거 알긴 하는거지." 

 

 아래 미리 준비되어있던 차를 운전하던 내게 조수석에 앉은 아네모네는 영 탐탁치 않다는 투로 말을 얹었다.

 

 "암요. 알고 말고요."

 

 "알면서 자꾸 시클라멘한테 여지 주는 이유는 뭐야."

 

 "여지? 여지는 대체 무슨 오해냐. 시클라멘에게는 내가 백번 잘못했으니까 저자세로 들어가 주는 거 뿐인데. 뭐 불만있어?"

 

 "밀테, 넌 에로스랑 아프로디테를 싫어하면서 에로스에서 탈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거지."

 

 신호등에 빨간등이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급정거를 했다. 아마 신식을 잘 모를 아네모네는 역시나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였고 그는 그대로 앞 글러브박스에 얼굴을 박았다.

 

 "악!"

 

 꼴좋다. 아까 전 집 안에서 감히 시클라멘에게 톡 쏘듯 말한 거에 댓가다.

 

 "아, 내가 아네모네가 할아버지인걸 깜빡하고 안전벨트를 알려드리지 않았네."

 

 나는 파란 불이 바뀜과 동시에 갓길에 깜빡등을 키고 차를 세운 후, 높은 코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 매단 그를 안듯이 손을 넣어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할아버지? 너 일부러 이런거지."

 

 "맞아. 일부러 그런거야. 그런 너도 에로스이기를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아프로디테에게 돌아온 거 잖아?"

 

 나는 그의 벨트가 클립에 단단히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 돌아가려 몸을 옮기려 주춤거렸다.

 

 그때, 그가 내 턱을 잡아 돌리더니. 내 입에 입을 맞췄다.

 

 순간적인 상황이었다. 피할 수도 없이 일어난 상황에 사고가 완전히 정지되었다.

 

 "?!!"

 

 이런 막장 전개는 임무로도 충분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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