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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흥분하지마
작가 : 마루터기
작품등록일 : 2020.9.15

페로몬이라는 특이체질이 유전으로 내려오는 집안에 태어난 지윤.
원래는 남자에게만 내려오는 체질이 집안에서 최초로 여자인 지윤이 그 체질을 받게 된다.
어릴 적 사건으로 인해 남자를 무서워 하고, 그 후 페로몬 조절할 시기를 놓친다.
페로몬 조절이안되, 늘 페로몬을 방출하는 지윤. 그로인해 더더욱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고, 남성 공포증을 가진 채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12년 동안 칩거한다. 그런 지윤에게 나타난 여성 혐오증 환자 우진.

"나는 너한테 반응이 없어. 흥분이 안돼."

 
7화 너 지윤이 좋아하는거 아니야?
작성일 : 20-09-21 22:46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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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더힐 아파트

 

 

 

 

 우진이 떡볶이 포장을 뜯어주려고 하자, 지윤은 우진의 어깨에 붙은 패치를 보더니, 떡볶이 포장봉지를 당긴다.

 

 

 “내가 할래.”

 

 

 우진은 자신을 배려해 주려는 지윤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그때.

 

 

 삐삐삐삐삐-

 

 

 지훈이 다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

 

 

 “지윤아!!!”

 

 

 지훈이 소리치며 집으로 들어오자, 우진과 지윤은 ‘저건 뭐지?’ 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봤다.

 지훈은 아랑곳 않고 주방식탁에 앉아있는 지윤에게 다가가 지윤을 잡고 요리조리 살펴 보았다.

 

 

 “지윤아! 괜찮아?!”

 

 

 

 “뭐가?”

 

 

 “아니, 갑자기 샤워는 왜 한거야? 땀은 왜 흘렸어?!”

 

 

 “게임 하다가 땀나서 씻었어.”

 

 

 “뭐?!”

 

 

 “아~ 저리 좀 떨어져!”

 

 

 지윤은 자신에게 바싹 붙어서 얘기하는 지훈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떡볶이 봉지를 뜯어 식탁에 올렸다.

 떡볶이를 보던 지훈은 지윤을 바라보고.

 

 

 “웬 떡볶이야?”

 

 

 “내가 떡볶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우진이가 시켜줬어.”

 

 

 “우진이?”

 

 

 지훈은 우진을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윤을 바라봤다.

 

 

 “떡볶이 먹고 싶으면 오빠한테 말하지. 오빠가 만들어주면 되는데.”

 

 

 “지윤이가 여기 떡볶이가 먹고 싶데요.”

 

 

 “어?”

 

 

 “요즘 먹방 에서 유행하는 떡볶이래요.”

 

 

 “아.그래?”

 

 

 “응.”

 

 

 지윤이 기대되는 얼굴로 떡볶이를 바라봤다.

 지훈은 갑자기 둘이 친해진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뭔가 살짝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빨리 먹읍시다.”

 

 

 자신에게 젓가락을 쥐여주는 우진을 바라보는 지훈.

 

 

 5분뒤-

 

 

 “아!!!어떡해!!! 으~~”

 

 

 매운걸 잘 먹는다고 하던 지윤은 떡볶이 한 개를 먹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거실을 뛰어 다니고 있다.

 우진은 날뛰는 지윤을 보며 벙쪘다.

 지윤의 얼굴이 너무 빨갛고, 다급해 보이자, 지훈은 지윤에게 급하게 우유를 먹였다. 하지만 진정이 안 되는지 지윤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우진은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지윤의 입에 넣어주었다.

 

 

 

 “으-이비 너무아프.”

 

 

 지윤은 입술이 너무 아파서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야. 이거 매운 떡볶이냐?”

 

 

 지훈은 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하...왜 매운걸 시켰어.”

 

 

 “지윤이가 자기 매운 거 잘 먹는다고 그러던데?”

 

 

 “지윤이가?”

 

 

 지훈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두달 전-

 

 

 

 핸드폰으로 먹방 영상을 계속 보고 있는 지윤에게 다가가는 지훈.

 

 

 “지윤아 뭘 그렇게 봐?”

 

 

 “먹방.”

 

 

 “응? 먹방?”

 

 

 “나도 맵게 먹어볼까?”

 

 

 지윤의 말에 지훈은 바로 반응했다.

 

 

 “매운 거? 알겠어. 오늘 저녁은 오빠가 칼칼하게 해줄게.”

 

 

 지훈은 주방으로 들어가 청량고추5개를 썰어 된장찌개에 넣고 끓였다.

 음식을 식탁에 차려 놓고 일정이 있어, 외출 준비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지윤이 식탁에 앉아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자, 방에서 나온 지훈은 지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지윤이 매운 거 진짜 잘 먹네? 오늘은 진짜 칼칼 했을껀데.”

 

 

 지훈은 그냥 다른 때와 다르게 좀 더 맵게 끓인 된장찌개를 잘 먹었다고 말한 건데.

 지윤은 자신이 매운 걸 되게 잘 먹는 사람이라고 인식한 거다.

 

 

 

 -현재-

 

 

 

 지훈의 말 한마디의 파장은 컸다.

 우진은 지훈이 뭔가 숨기는 것 같았지만, 솔직히 엄청 궁금하지는 않았다.

 그냥 지윤이 입술 주변에 아이스크림을 다 묻히고 먹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지윤아, 괜찮아?”

 

 

 “딸-꾹”

 

 

 지윤은 너무 매워 딸꾹질까지 하기 시작했다.

 

 

 “매운 거 못 먹는 줄 몰랐어. 미안 아이스크림 하나 더 줄까?”

 

 

 “딸-꾹! 아냐 나 매운거 잘 먹는 편이라고 했어!”

 

 

 “누가?”

 

 

 지윤은 울상인 상태로 지훈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우진은 지훈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우진을 본 지훈은 할 말이 없어 눈을 피했다.

 

 

 “이게 너무 너무 매운거야! 딸-꾹.”

 

 

 지윤은 뭔가 억울했는지, 떡볶이를 집어 지훈과 우진의 입에 하나씩 넣었다.

 

 

 “읍-”

 

 

 “읍-”

 

 

 우진과 지훈은 떡볶이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진은 현재 맛을 못 느껴서인지 별 반응이 없었고, 지훈은 헛기침을 좀 했지만, 그래도 그냥 먹었다.

 그런 모습에 자신이 뭔가 졌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시 포크를 들고 떡볶이에게 달려들자, 우진과 지훈은 지윤의 팔을 한 쪽씩 잡고 동시에 막았다.

 

 

 “안돼!”

 

 

 “나 진짜 처음 먹어봐서 그래. 딸-꾹. 나도 먹을 수 있어!”

 

 

 “알았어. 근데 지금은 안돼.”

 

 

 지훈이 말리자, 지윤은 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아니면 내가 이걸 또 언제 먹어봐? 딸-꾹.”

 

 

 지훈은 지윤의 말에 가슴에 뭐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았고, 지윤의 팔을 놔줬다.

 하지만 우진은 놔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윤을 보며 말했다.

 

 

 “내가 또 시켜주면 되잖아. 그러니까 우유 마셔. 딸꾹질이나 일단 멈추자.”

 

 

 지훈은 우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래. 오빠도 집에 올 때 사다 줄게.”

 

 

 지윤은 우진과 지훈을 한번 씩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가 간단하게 샌드위치 만들어줄게. 잠깐만 기다려.”

 

 

 “응.”

 

 

 우진은 지윤의 젖은 머리를 보고 말했다.

 

 

 “그럼 형이 샌드위치 만들 동안 방에 들어가서 머리 말리고 와.”

 

 

 지윤은 자신의 머리에 있는 수건을 내리고 머리를 만져 본다.

 

 

 “이 정도면 혼자 마르게 둬도 돼.”

 

 

 “감기 걸려.”

 

 

 “괜찮은데...”

 

 

 지윤은 우진의 말에 어쩔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지훈은 우진과 지윤을 보고 미소 지었다.

 우진은 쇼파에 앉더니, tv를 켜고 영화 목록을 보기 시작했다.

 

 

 

 “나, 꼭 지옥맛까지 먹을거야!”

 

 

 머리를 급하게 말리고 나온 지윤은 갑자기 도전의지를 내비쳤다.

 우진과 지훈은 그런 지윤을 보고 웃음이 났다.

 

 

 “머리 말리면서 떡볶이 생각만 한 거야?”

 

 

 “응.”

 

 

 우진은 지윤의 단호한 대답이 웃겼다.

 지윤은 우진을 보며 대답하다가 tv에 나오는 공포 영화를 보고 빠르게 쇼파에 앉았다.

 

 

 “나도 이거 볼래.”

 

 

 우진과 지윤은 영화에 빠져서 보기 시작했다.

 지훈이 다가와 tv리모컨을 잡아 일시정지를 누르고 말했다.

 

 

 “먹고 봐.”

 

 

 지윤과 우진은 식탁에 앉아 계란 샌드위치를 먹었다.

 우진이 깨작깨작 먹는 모습을 보던 지윤은 냉장고로 가서 당근쥬스를 꺼내 우진의 앞에 올려두고는 다시 샌드위치에 집중했다.

 우진은 쥬스를 보고 한번 웃더니 그대로 원샷 했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거실로 가서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우진과 지윤.

 지훈은 주방 정리가 끝나고 우진을 부른다.

 

 

 “가자. 우진아.”

 

 

 “이것만 다 보고 가요.”

 

 

 “형 오늘 미팅 잡힌 거 많아.”

 

 

 “그럼 형 먼저 가요. 택시 타고 갈게요.”

 

 

 “아니!”

 

 

 지훈이 큰 소리를 내려고 하자, 지윤은 리모컨을 잡고 일시정지를 누른 후 지훈을 째려본다.

 

 

 “조용히 해!”

 

 

 지훈은 지윤의 말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입모양 으로 만 ‘너 따라와’ 라고 우진에게 얘기했다.

 우진은 지훈을 따라 다용도실로 갔다.

 

 

 “야. 우진아. 형은 너 믿는다. 근데 만약에-”

 

 

 우진은 지훈의 말을 끊고 말했다.

 

 

 “형, 강우형 믿죠? 그럼 나도 믿어줘요. 나 허튼짓 안 해요. 형들한테 나 빛진 놈이잖아. 그리고 나 아무 반응 없어요. 형 이 보면 알잖아?”

 

 

 지훈은 우진의 어깨 한쪽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너는 믿어. 형은 지윤이를 못 믿는 거야. 지금 반응이 없어도 언제 니가 반응할지 몰라. 지윤이는 그런 애야 이성을 마비시키고 동물적 본능을 일으키는 애. 지윤이는 자기를 컨트롤 못하거든. 형은 그게 신경 쓰여서 그래. 근데 지윤이가 바로 말을 놓고 편하게 사람을 대하는 애가 아닌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너를 편하게 대하는 게 형은 솔직히 너무 좋아. 근데 만약에 너한테도 상처받으면 지윤이는 진짜...하... 우진아 혹시 작은 반응이라도 아무리 작은 반응이라도 뭐 하나 생기면 형한테 꼭 말해줘야 한다. 알았지?”

 

 

 “알겠어요. 근데 형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지금 지윤이 냄새가 이 집 전체에 나고 있어요?”

 

 

 “응.”

 

 

 “어디까지 나요?”

 

 

 “그건 왜?”

 

 

 “아까 배달원이 현관에서 잠깐 냄새 맡더니 좋다고 난리를 치길래. 아, 물론 바로 밖으로 내보냈어요.”

 

 

 “그렇지... 아마 지윤이가 있던 장소, 만진 물건까지 다 냄새가 남을 꺼야.”

 

 

 “그럼 우리도?”

 

 

 “우리 집안 사람들은 체취를 가릴 수 있어. 근데 너도 지윤이 체취를 가리고 있어.”

 

 

 “나도?”

 

 

 “응. 그래서 지윤이 만나게 한 거야. 근데 니가 어떻게 지윤이 체취를 숨기는 건지는 형도 아직 몰라.”

 

 

 우진은 이해안된다는 듯한 얼굴로 지훈을 봤다.

 

 

 “어쨋든 오늘 고맙다. 그리고 만약에 조금이라도 반응 생기면 꼭 얘기해 알았지?”

 

 

 우진은 지훈에게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여주더니 거실로 나갔다.

 그런 우진을 바라보는 지훈.

 

 

 ‘니가 좋은 놈이라는 건 알아. 근데 미안하다. 형은 지윤이가 먼저야.’

 

 

 지훈은 착찹한 얼굴로 다용도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거실로 나가 지윤이에게 말했다.

 

 

 “오빠 갈게. 내일 아침에는 같이 밥 먹자.”

 

 

 지윤은 tv에 시선이 고정된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지훈은 좋았다. 동생을 편하게 대하고, 사소하지만 함께 밥 먹자고 약속을 한 것도 12년전 그 사건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다.

 

 

 “우진아, 지윤이 혼자 있어야 되니까 보안 좀 신경 써주고 가라. 그리고 꼭 병원으로 가야 된다.”

 

 

 “아~ 당연하지 형. 그리고 이 아파트 보안 빵빵해요.”

 

 

 지훈은 우진에게 지윤을 부탁하고 집을 나선다.

 

 

 

 

 ***

 

 

 

 인더힐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지훈은 차에 탔다.

 시동을 걸고 앉아서 뭔가 생각에 잠겨있는 그때 지훈의 폰으로 문자가 왔다.

 

 

 -오늘 먹은 떡볶이는 솔직히 매웠어. 내일 아침은 계란찜 해줘 오빠.-

 

 

 지윤의 문자 하나에 지훈은 울컥했다.

 내일을 약속하고 자신에게 부탁한 적이 없던 아이였는데. 그냥 문자 하나여도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지훈이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그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접니다. 그때 의뢰하신 박우진씨 뒷 조사를 하다가 발견한 게 있는데...아무래도 이분은 조사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것 때문이죠?”

 

 

 

 

 ***

 

 

 

 

 인더힐 아파트

 

 

 

 

 우진과 지윤이 영화에 빠져 있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자, 우진은 놀라서 뒤로 움찔했다.

 하지만 지윤은 반대로 너무 평온하게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지윤이 신기해서 지윤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생긴 건 엄청 겁 많게 생겼는데 아무렇지 않네? 근데 진짜 하얗다. 집에만 있어서 그런 건가? 입술은 또 왜 저렇게 오물거리지?’

 

 

 우진은 지윤을 보다가 갑자기 장난치고 싶어서 지윤의 어깨를 잡았다.

 

 

 “응?”

 

 

 지윤이 왜 그러냐는 얼굴로 우진을 바라봤다.

 우진은 민망했다.

 지윤이 겁먹고 놀랄 줄 알았는데 너무 평온했기 때문에.

 

 

 “아, 니가 너무 가만히 보길래 놀래서 기절 한 건가 싶어서;;”

 

 

 “별로 안 무서운데?”

 

 

 “귀신 안 무서워해?”

 

 

 “응. 사람이 더 무섭지. 귀신은 뭐...”

 

 

 우진은 다른 사람들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할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그 말을 지윤이 하자, 뭔가 감정이입이 됐다.

 우진은 다시 영화에 집중하는 지윤을 바라봤다.

 

 

 ‘애 같아서 귀여운 건가? ’

 

 

 우진은 지윤의 볼을 콕- 찔렀다.

 우진은 당황스러웠다.

 분명 자신을 오늘 낮까지만 해도 무서워하고 경계하던 지윤이 이제는 볼을 만져도 아무 반응도 없이 계속 영화를 보다니.

 

 

 “지윤아, 뭐 좀 물어봐도 돼?”

 

 

 지윤은 리모컨에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우진을 바라봤다.

 

 

 “뭐?”

 

 

 “친구 사귀는 게 내가 처음이야?”

 

 

 “성인이 되고 처음이지.”

 

 

 “그럼 학교 다닐 때는 있었어?”

 

 

 “...그렇긴한데...”

 

 

 지윤이 우울해 하는 것 같자, 우진은 바로 다음 질문을 했다.

 

 

 “그럼 지금은 나랑 있는 거 진짜 괜찮아?”

 

 

 “응. 넌 발기를 안 하잖아.”

 

 

 “아; 발기 안 하면 친구 하는 거야?”

 

 

 “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일단 너는 나한테 달려들지도 않고,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야.”

 

 

 “내가 연예인이라서 그런가?”

 

 

 “그런가?”

 

 

 사실 지윤은 이상하게 우진을 처음 본 날부터 편안했다.

 

 

 “내가 냄새를 다시 맡게 되면 우린 어떻게?”

 

 

 “...문자나, 영상통화로 연락 하면서...”

 

 

 “만약에 내가 냄새를 맡아도 너한테 반응이 없으면 우리 그냥 평범한 친구 하는 거지?”

 

 

 “응?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케이.”

 

 

 “이제 다시 영화 봐도 돼?”

 

 

 “마지막.”

 

 

 “뭔데?”

 

 

 “방법이 아예 없어? 절제 할 수 있는?”

 

 

 “나 때문에 약을 먹으면서 나랑 놀던 친구가 있었는데... 끝이 너무 안 좋았어. 억지로 몸을 조절하다 보니까...”

 

 

 지윤이 너무 우울해지자, 우진은 쇼파 밑에 앉아있는 지윤을 뒤에서 살짝 안아줬다.

 

 

 “미안. 더 이상 안물어볼게.”

 

 

 지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우진에게 물었다.

 

 

 “너는? 오빠가 너는 여자 싫어 한다던데...”

 

 

 우진은 지윤을 보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여자가 아니라 사람 자체를 싫어해. 나도 안 좋은 일이 좀 많았거든.”

 

 

 “물어봐도 돼?”

 

 

 “그건 만나면서 하나씩 알려줄게.”

 

 

 “응.”

 

 

 우진은 고민하다가 지윤에게 말했다.

 

 

 “아까 집으로 찾아온 사람 있지? 그 사람이 내 새엄마야. 내가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나를 좀 안 좋은 곳에 팔아버렸어. 그때 안 좋은 일이 정말 많았거든. 그래서 난 새엄마를 싫어해. 그러니까 오늘 일은 미안해할 필요 없고, 지훈이 형한테도 비밀로 해줘. 아! 혹시라도 그 여자가 또 집에 오면 오늘처럼 절대 문 따주지마 알았지?”

 

 “응.”

 

 

 지윤은 일어나 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우진은 그냥 웃으며 말했다.

 

 

 “근데 지금은 괜찮아.”

 

 

 지윤은 무릎을 끓고, 반만 일어나 우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 괜찮으니까 지금도 사람이 싫은 거잖아. 난 다 알아.”

 

 

 지윤은 다른 사람을 위로해 보는게 처음이였다.

 오늘 우진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그대로 해주었다.

 그러더니 뭔가 생각났는지 아예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말했다.

 

 

 “안겨.”

 

 

 “어?”

 

 

 우진은 쪼그만 지윤이 자신의 앞에 서서 안기라며 두 팔을 벌리자, 귀엽기도 솔직히 뭉클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진은 지윤의 품에 안겼다.

 지윤은 우진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책에서 읽었는데 안아주면 마음이 평온해 진데. 위로도 되고.”

 

 

 

 “응. 그런 것 같네.”

 

 

 생각해 보니 우진은 초등학생 때 친엄마한테 안겨본 후로 남에게 안기는 건 처음이였다.

 울컥한 느낌을 받은 우진은 놀랐다.

 아직도 자신한테 이런 감정이 남아있다니. 아니, 자신이 이렇게 짧게 만난 여자의 품에 안겨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했기 때문에.

 감정을 대충 추스르고 우진은 말했다.

 

 

 “지윤아. 이제 영화 볼까?”

 

 

 지윤이 자신을 안아주다가 영화 보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우진은 웃음이 났다.

 

 

 “이 영화 재밌어?”

 

 

 “응”

 

 

 지윤은 우진을 안은 팔을 풀고 다시 재생버튼을 눌러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영화가 끝나고 지윤은 재밌는지 엄지를 치켜세웠다.

 

 

 “오~재밌어.”

 

 

 “이거 실화래. 다음 편도 있어.”

 

 

 “진짜? 나 볼래!”

 

 

 “내일 나랑 같이 봐~”

 

 

 “내일도 올 거야?”

 

 

 “그럼 오지 말까?”

 

 

 “아니! 와.”

 

 

 우진은 손을 들어 지윤의 머리를 쓰담쓰담 했다.

 

 

 “어두워졌다. 이제 그만 가볼게.”

 

 

 “응. 조심히 가고 내일 만나.”

 

 

 “그래 내일 보자.”

 

 

 

 

 

 

 ***

 

 

 

 

 

 

 강남 대학병원 vip병실

 

 

 

 우진은 흥얼거리며 병실에 들어왔다.

 그런 우진을 띠껍게 보는 강우.

 

 

 “너 뭐야?”

 

 

 “뭐?”

 

 

 “연락이 왜 그렇게 안되냐?”

 

 

 “아~ 영화본다고.”

 

 

 “너 지윤이 소개 안 해줬으면 큰일 날뻔했다?”

 

 

 “뭔 소리야?”

 

 

 “너 그렇게 웃는 거 진짜 처음봐서.”

 

 

 우진은 자신이 웃고 있다는 말에 입을 한번 꾹 다물고 표정관리 했다.

 

 

 “내가 언제.”

 

 

 “야. 우진아 지윤이랑 친구 하니까 좋냐?”

 

 

 “응.”

 

 

 “응?”

 

 

 강우는 놀랐다.

 우진이 자신 때문에 억지로 한번 만나고 그냥 말 줄 알았는데 웃으며 병실로 들어올 때부터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진짜?”

 

 

 “응. 그냥 뭐랄까...? 아무튼 그래. ”

 

 

 “뭔 말이야.”

 

 

 강우는 이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우진을 쳐다봤다.

 

 

 “형 흰둥이 알지?”

 

 

 “흰둥이?”

 

 

 “응. 약간 그런 느낌이야.”

 

 

 “너 지훈이한테 다 말한다.”

 

 

 “안돼. 그 형 난리나.”

 

 

 “그러니까 왜 남의 동생한테 흰둥이래?”

 

 

 “진짜야. 약간 그런 느낌이야.”

 

 

 “귀엽다고?”

 

 

 “응 귀여워.”

 

 

 “너 혹시 지윤이 좋아하는거 아니야?”

 

 

 “뭐?! 뭔 개소리야. 좋아하고 이런 게 아니고 약간 뭐랄까 지윤이는 멸종위기종 같은 느낌이야. 귀여운데 만질 수 없는 아니, 지켜 줘야 하는 그런 느낌.”

 

 

 강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진을 보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야! 너 코!”

 

 

 갑자기 우진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놀란 강우는 바로 뛰어나가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가 와서 지혈하고 있는데 우진의 담당의가 왔다.

 

 

 “고개 살짝 들어주세요.”

 

 

 의사가 우진의 코를 살펴보더니 약을 바르고 새 거즈를 집어넣었다.

 

 

 “오늘 오후 회진 때 자리에 안 계시던데.”

 

 

 “아, 집에 잠깐 다녀왔어요.”

 

 

 “무리하시면 안됩니다. 아직 아물지 않았어요.”

 

 

 “네.”

 

 

 강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별 문제는 없는 건가요?”

 

 

 “네. 전혀 없으세요. 어제 새벽에도 코피가 살짝 나셔서 간호사가 거즈 갈아 줬다고 해서 오늘 오전에 확인해 보니 별 문제 없었어요. 지금도 큰 문제는 없는데 다만 많이 부어서 냉찜질 잘 하셔야 되요.”

 

 

 “네.”

 

 

 의사와 간호사가 나가자 우진은 강우에게 말했다.

 

 

 “형 나 병원복 갈아입어야겠다.”

 

 

 강우 냉정하게 말했다.

 

 

 “...너 내일부터 지윤이 만나지마.”

 

 

 “뭐?”

 

 

 “내 생각엔 너 코피나는 거 지윤이 때문이야.”

 

 

 “내가 빨빨대고 돌아다녀서 그런거야.”

 

 

 “너 어제 새벽에 코피난 건 왜 말 안했어?”

 

 

 “아~ 별거 아니니까!”

 

 

 “이게 별거 아니라고?!”

 

 

 강우는 화난 얼굴로 우진을 쳐다봤다.

 

 

 “형. 나 진짜 괜찮아. 그리고 솔직히 나랑 비슷한 사람 만나서 오히려 기분 좋아. 그러니까 이딴 코피는 상관없어. 예전엔 더한 일도 많았잖아.”

 

 

 “...”

 

 

 “그때 나는 지옥이었어. 근데 지금은 코피가 나도 내가 기분 좋잖아.”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잖아?”

 

 

 “맞아. 나 원래 이런 애 아니지. 솔직히 나도 놀랬어. 근데 나 처음이야.”

 

 

 “뭐가?”

 

 

 “나보다 불쌍하다고 느껴진 사람.”

 

 

 “...”

 

 

 “형. 그냥 둬. 어짜피 나 후각 돌아오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잖아.”

 

 

 “하... 알겠다.”

 

 

 “나 코피 난 거 지훈이 형한테는 절대 말하지마.”

 

 

 “...알겠어.”

 

 

 강우가 가고 우진은 병원복 갈아입으려는데 주머니에 뭔가 만져져서 꺼내보니.

 노랑색 카드가 있었다.

 

 

 “뭐지? 아!”

 

 

 우진은 오늘 떡볶이 계산한다고 받은 지윤의 카드를 주는 걸 깜박했었다.

 핸드폰을 켜고 지윤에게 문자 보내는 우진.

 

 

 - 카드를 깜박하고 내가 가져왔어. 내일 가져다줄게. 잘자~ -

 

 

 

 

 

 ***

 

 

 

 

 (다음날) 강남 대학병원 vip병실

 

 

 강우가 병실에 들어왔다.

 자신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자는 우진을 쳐다보다가 흔들어 깨우는 강우.

 

 

 “박우진~일어나!”

 

 

 “으응?”

 

 

 우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손에 있는 건 뭐야?”

 

 

 우진의 손에 노란 무언가를 소중한 것처럼 쥐고 있자, 강우는 뭔가 궁금했다.

 

 

 “어? 아, 별거 아니야.”

 

 

 “너 어제 수면제 안 먹고 잔 거야?”

 

 

 “응?”

 

 

 강우는 우진의 침대 옆에 수면제 약봉지가 그대로 있자 물었다.

 

 

 “아 그러네.”

 

 

 “근데 지금까지 잤다고?”

 

 

 “몇시 야?”

 

 

 “10시.”

 

 

 우진은 어젯밤 혼자 누워 지윤의 카드를 보며 단 하루 만에 자신을 이렇게까지 달라지게 만든 지윤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잠들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그도 그럴게 우진이 수면제 없이 잠든 건 8년만에 처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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