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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42. 초대받지 못한 심야의 집들이?
작성일 : 20-09-21 22:24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6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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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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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는 자신의 무릎 위에 드러누운 고양이의 기다란 혀 밑으로 손가락을 가져가 들어 올리고는 조심스레 뒤집어본다.

 

 (이, 이건. 설마..)

 

 섬칫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고양이의 발간 혓바닥 아래엔 조그만 쇠구슬이 피어싱처럼 달려 있는데..

 

 매끈한 표면에는 자신의 목걸이에 달린 '핀볼'과 같은..

 

 스마일맨이 반원 모양의 입매를 찢으며 방긋 웃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자세히 살피려 손가락에 힘을 주었지만, 고양이는 숨이 막히는지

 

 발버둥을 치고는 몸을 뒤집어 식탁 아래로 도망치고 만다.

 

 "엄마, 냐옹이 입 안에 뭐 있어?"

 

 옆에 앉은 시아가 궁금한 듯 물어본다.

 

 "아, 아니. 별거 아냐. 엄마가 잘못 봤어."

 

 식탁 의자에 앉아 있던 박 여사가 자세를 낮춰 그 아래 웅크린 고양이를 바라본다.

 

 "길거리 쏘다니면서 주린 배 채우려 쓰레기 뒤지고, 쥐새끼도 잡아먹고 했겠지. 입 안이 깨끗하진 않을 거다."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걸까? 자신의 도톰한 한쪽 발을 들어 연신 핥아대는 냐옹이.

 

 "엄마가 욕조에서 이 아이 씻겨줄까?"

 

 어느새 이 놈, 저 놈이 아닌 한 인간 취급을 받는 길냥이.

 

 사실 아까 우수관에서 꺼내자마자 목욕을 시켜주긴 했지만, 박 여사가 한 번 더 씻겨 준다는데 굳이 사양하는 건 아니지 싶다.

 

 "엄마, 부탁해. 고마워!"

 

 "이야. 나도 같이 할래. 목욕 마치고 털 말리는 건 내가 할 거야."

 

 욕실 안에선 말 안 듣는 '그 아이'를 씻기려고 옥신각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얘는 왜 이리 물 닿는 걸 싫어한대니? 시아야, 도망가지 않게 꽉 붙들어 봐."

 

 "할머니. 이렇게 허리께 붙잡으면 되지?"

 

 샤워기에서 물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비누칠을 하는지 조용하다.

 

 "자, 이제 씻어낸다. 놓치면 안 돼."

 

 "꺄앜! 으하하, 물 다 튀었어. 어떡해, 할머니."

 

 냥이는 아이의 허술한 손아귀에서 도망쳐 자신의 털에 묻은 물기를 맹렬히 털어내는 듯,

 

 욕실에서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와 웃음이 터진다.

 

 결국, 흠뻑 젖은 시아는 고양이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 목욕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간신히 두 아이의 목욕을 마친 박 여사는 거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오늘 기운 다 써버렸다. 집에 어떻게 돌아간다니.."

 

 "달달하게 커피 한 잔 타 줄까?"

 

 그녀는 누운 채 소파에서 일어서려는 이수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카페인에 당 보충하면 기력이 돌아오겠지?"

 

 커피믹스를 꺼내기 위해 키친 수납장으로 향하는 이수는 반쯤 열린 욕실 문 틈 사이로

 

 좌변기 커버에 걸터앉은 시아가 자신의 품에 올라온 야옹이의 젖은 털을 드라이어로 말리는 걸 본다.

 

 아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하트별이 뿜뿜 쏟아지는데..

 

 아빠가 떠난 뒤로 부쩍 외로워하던 시아에게 제 발로 찾아온 고양이를 이대로 내친다면

 

 아이가 받을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 같더라.

 

 더구나 자신의 여덟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아빠가 꿈에 나타나 선물한 거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텐데..

 

 (일단 곁에 두고 길러보자. 시아가 저리 좋아하니 어쩔 수 없잖아?

 

 혀 아래 핀볼 피어싱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루시드의 곁을 따라다니던 그 괴물의 끔찍한 날개와 꼬리칼만 아니라면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해.)

 

 흠뻑 젖은 털을 어느 정도 말렸는지.. 보송보송해진 고양이를 안고 식탁 의자에 턱 하니 앉는 아이.

 

 "엄마, 근데 야옹이 이름, 뭘로 할까?"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길냥이 이름은 뭐하러 정하니? 라고 되물으려다

 

 시아의 하트별이 듬뿍 담긴 눈동자를 마주하자 말을 돌린다.

 

 "글쎄. 보아하니 암고양이 같은데 이쁜 이름 떠올려 봐."

 

 "키티? 키티 어때?" 입도 안 뚫린 짜리 몽땅한 헬로키티에 날 갖다 붙이지 마. 맘에 안 드는 듯 야옹이의 수염이 실룩댄다.

 

 "몬냥이 어떠냐?" 거실 요가 매트에 누워있던 박 여사가 이름을 보탠다. 냥이 표정이 팍 찌그러지고..

 

 "그럼 이건 어때? 피까쭈! 묘상해! 아니면 라이냥은?" 지가 좋아하는 포켓몬 이름만 쭈욱 읊어댄다.

 

 더 이상 듣기 괴로운 듯 냥이는 두 귓바퀴를 자신의 앞발로 덮어 누른다.

 

 펄펄 끓는 커피 포트의 입에서 휘이익~ 휘슬이 울리고..

 

 아이의 품에서 벗어나 식탁 위로 올라선 러블 고양이는 포트를 들고 다가오는 이수를 쳐다본다.

 

 "얘야, 뜨겁다! 저리 비켜."

 

 [킁, 내 이름 정하는뎅.. 내 의견은 묻지도 않는다냥?]

 

 "뭐?"

 

 똑똑히 들었다. 처음 듣는 생소한 억양의, 앙칼진 계집애 목소리.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는 진회색 고양이의 두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데..

 

 (이 아이.. 눈동자 색깔이 짝짝이네. 한쪽은 사파이어.. 다른 쪽은 초록빛 에메랄드?)

 

 [내가 당신보다 나이 많거들랑. 캬아옹]

 

 "어, 엄마. 물이 넘치는데.."

 

 뜨거운 커피 포트를 든 채, 동그래진 눈으로 한참을 멍 때리는 엄마가 걱정스러운 시아의 경고.

 

 "어맛! 내 정신 좀 봐."

 

 머그컵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물은 식탁 여기저기로 뻗어 내린다. 식탁 위에서 게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는 냥이.

 

 "너, 넌 뭐야?"

 

 "??"

 

 맥락이 안 맞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대는 시아.

 

 [아이들 마음 들은 지 꽤 됐다던뎅? 나랑은 툭 터놓고 얘기하면 된다냥.]

 

 하긴 늘찬이나 다른 아이들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꽤 익숙해졌다. 그냥 진심으로 대하고, 눈을 맞추면 됐으니까.

 

 덕분에 아람산 계곡에서 물에 빠진 아이의 외침을 멀리서 듣고 태오와 함께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텔레파시를 통해 냥순이와 대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탁 주위로 흘러내린 뜨거운 물을 대강 훔쳐내며 이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다.

 

 (이 요물은 혹시.. 루시드 곁을 지키던 그 용의 몸을 가진 고양이?)

 

 [킁, 딩동댕이다냥! 우린 구면이지롱. 내 이름은 원래.. '루시캣'으로 불렸다냥.

 

 줄여서 '루시'까진 봐 주겠다냥. 크릉크릉~]

 

 "루시캣? 루시?"

 

 커피잔을 들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불현듯 내뱉은 요물의 이름.

 

 "엄마, 루시 맘에 든다. 루시 이리 와!"

 

 양 손을 활짝 펼친 시아에게 껑충 뛰어드는 루시.

 

 "오늘부터 넌 루시야. 내 단짝 친구이자 펫, 루시."

 

 러블리한 암코양이 루시를 보자기처럼 감싸 안고는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시아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이수는 자신이 타 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달달한 믹스 커피가 자신의 몸을 덥히자, 소스라치게 놀랐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는다.

 

 (잘 들어. 루시! 혹시나 내 딸을 해친다면.. 시아한테 해코지를 한다면..

 

 그 탐스러운 털을 몽땅 뽑아서 보신탕 집에 넘겨버릴 줄 알아.)

 

 [알겠다냥. 그럴 리는 없지룽. 난 이 집을 지키러 온 영물이자 수호묘다냥.]

 

 (그 잘난 아가리 닥치고..

 

 만약에 네가 횡액을 불러온다면.. 들어온 우수관에 거꾸로 틀어박아줄 테니 각오해!)

 

 [끼르릉.]

 

 이수는 검지와 중지를 구부려 자신의 살벌한 눈초리에 갖다 대고는 다시 루시의 겁에 질린 눈을 찌르듯 가리킨다.

 

 (넌 하숙묘 신세니까 말썽 피우지 말고 자숙하면서 지내. 유심히 지켜볼 거야!)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감추더니 그녀의 시선을 슬금 피하며 시아의 품으로 파고드는 야옹이.

 

 따뜻한 커피를 마신 박 여사는 카페인 탓인지 기운을 차려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기묘한 일이 벌어졌던 하루가 저물고, 시아가 잠든 것을 확인한 이수는 들여다보던 폰을 끄고는 잠을 청하는데..

 

 [갸르륵, 그르르릌.]

 

 안방 문을 날 선 발톱으로 긁어대는 소리가 들린다.

 

 "망할 놈이 집안에서 재워줬더니 감히 안방을 탐해?"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벌컥 여니, 어둠을 뚫고 꼬리를 살랑거리는 루시가 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데..

 

 한쪽 발을 재빨리 들어 빗장을 걸어버린다.

 

 "출입 금지!"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는 굳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지.

 

 [긴히 드릴 말씀이 있거드냥. 주인님!]

 

 동그란 머리를 조아리며 바짝 몸을 엎드린다.

 

 "뭔데? 오늘은 편히 잤으면 하거든."

 

 [사실, 묘생은 주인님을 도와드리라는 전언을 받들어 내려온 선물이다냐롱.]

 

 잽싸게 이수의 발을 폴짝 뛰어넘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침대에 올라가면.. 오늘은 야외 취침 당첨이야!"

 

 [커허헠.]

 

 푹신한 매트리스로 뛰어오르려다 멈칫하고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는다.

 

 "날 어떻게 도울 건데? 설마 생쥐를 물어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금은보화라도 물어다 주는 건가?"

 

 [쥔님이 바라는 게 '골드'라며능.. 얼마든지다냥~]

 

 다소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것처럼 루시가 운을 띄우자, 그녀는 어둠 속에 가려진 두 눈을 빛내며 바짝 다가선다.

 

 남편의 죽음 이후 지급된 보험금도 점차 떨어져 가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앞으로의 생활이 빠듯한 상황 아닌가.

 

 "골드.. 어떻게 가지면 돼? 네 배때지를 가르면 돼? 아니면.."

 

 살기를 품은 말에 몸을 움츠린 루시는 침대 위로 냉큼 올라가더니, 왼발을 까딱까딱 흔들어 다가오라고 한다.

 

 "자, 옆에 앉았어. 그다음은?"

 

 대리석처럼 빛나는 이수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서늘한 눈동자를 마주 보는 루시.

 

 "뒤통수 치면 각오해! 저 파이프 속에 영원히 가둬버릴 테니."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푸른색 램프와 초록빛 램프가 번갈아 점멸하더니

 

 여러 쌍 꽃뱀이 똬리를 틀고, 꼬리를 무는 것처럼 동그란 원을 반복해서 그린다.

 

 (헛것을 보는 건가? 아니면 환각? 역시 길냥이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뒤죽박죽이던 동심원들은 가지런히 합쳐져 스마일맨의 형태를 띠더니,

 

 이수는 저 가운데로 빙그르르,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목구녕으로 빨려 들어간다.

 

 "흐아악!"

 

 그녀는 침대 위에 풀썩 쓰러지고, 목걸이에 달린 은색 핀볼은 밝은 빛을 발한다.

 

 루시는 쓰러진 쥔님의 한쪽 뺨을 부드러운 혀로 핥고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거실로 나간다.

 

 발코니에 이르러 뒷꿈치를 잔뜩 움츠렸다가 박차고 올라, 열린 창 밖으로 몸을 날린다.

 

 

 ***

 밤공기를 가르며 펄럭이는 날갯짓 소리가 이수의 귓가에 들리고, 그녀는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여, 여긴 어디야?"

 

 저 하늘에 걸린 둥근달이 이렇게 크게 보였던 적이 있었던가?

 

 잔잔한 밤하늘에 낚싯대를 드리워 깊이 머무르던 보름달을 낚아 힘껏 끌어당긴 듯하다.

 

 아래로는 야심한데도 줄지어 달리는 자동차 램프와 드문드문 불을 밝힌 아파트 실루엣이 지상을 환히 밝힌다.

 

 그녀를 등에 태운 루시는 상반신은 러블 고양이, 그 아래는 암갈색 가죽으로 뒤덮인 드래건의 모습으로 변하여

 

 거대한 날개를 휘저으며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단모로 뒤덮인 머리를 슬쩍 돌리며 방긋 미소 짓는 루시.

 

 [리얼에서 꿈으로 넘어가는 중이다냥. 꼭 잡아라용!]

 

 기괴한 반룡 반묘의 몸을 가진 루시가 허리를 들어 올리며, 길게 뻗은 양 날개를 크게 휘날린다.

 

 "쿠아아앜~"

 

 시야가 안개에 휩싸인 듯 희붐해지며 습기가 차오르더니, 두텁게 쌓인 구름바다를 뚫고 마침내 성층권에 다다른 걸까?

 

 공기가 희박해진 탓인지, 숨이 차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정점에 오른 롤러코스터가 천천히 하향 곡선을 그리듯이,

 

 희뿌연 운해를 헤치고 쏜살같이 수직 낙하한다.

 

 "으악, 끄아아악. 나 떨어지면 알아서 해!"

 

 어마 무시한 하강 속도 때문에 입 안이 공기를 가득 머금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온몸이 부웅 떠오를 찰나,

 

 바다거북의 등처럼 깊이 갈라진 갑피 틈에 열 손가락을 들이밀어 자신의 몸을 바짝 낮추고는 간신히 추락할 위험을 모면한다.

 

 [쥔님 떨어져도 루시가 구해낸다냥.]

 

 양 날개를 세워 올려 브레이크처럼 사용한 루시는 고층 건물을 스칠 듯 저공비행하며 이곳저곳을 살핀다.

 

 "저 아랫사람들은 우릴 못 보나? 112 신고해서 F35 전투기 출격하는 거 아냐?"

 

 벌렁대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킨 이수는 궁금한 게 산더미다.

 

 [쥔님이 찾아가는 자만이.. 우릴 볼 수 있다냥. 꾸르릉!]

 

 곧이어 사방으로 뻗어 내린 골목을 고급 주택 단지가 메운 고갯마루가 나타나고,

 

 루시는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천천히 고도를 낮춘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집에 가는 건 아닐 테고.."

 

 아무 대답 없이 차가운 밤공기를 맞은 탓에 촉촉이 젖은 콧구멍을 벌름거린다.

 

 [다 왔다뇽. 카라라랑!]

 

 뚜렷한 신조나 인간미 없이 떼돈을 긁어 모은 졸부가 아닌

 

 대대로 내려온 대한민국 레전드 리치만이 입성할 수 있다는 이 부촌 꼭대기에는..

 

 푸르른 물이 항상 채워진 3 레인 50 미터 사이즈 풀장과 웃자라지 않게 잘 관리된 잔디가 깔린 정원을 갖춘 대저택이

 

 나머지 그저 그런 타운 하우스를 업신여기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저택의 남쪽을 향한 미닫이 창을 마주 보며 공중에 머무르는 루시.

 

 [여기다냥. 크릉.]

 

 "여기가 어딘데? 맨해튼 아니면 베벌리 힐스?"

 

 드래건은 잠시 망설이며 이수의 눈치를 보는데..

 

 "후딱 안 말해?"

 

 손에 잡히는 대로 말캉한 목덜미를 한껏 비틀어 올려 꼬집는다.

 

 [끄오옥! 아프다뇽.]

 

 루시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지못해 입을 뗀다.

 

 [날 동굴에서 꺼내 준 '그분'의 집이다냥.]

 

 "뭣, 뭣이 어째?"

 

 동굴이라면 어둑한 우수관일 테고, 널 구해준 그분이라면..

 

 내가 떠올리는 아마추어 배관공, 하 이사님이 맞으렷다.

 

 아무 후속 대책 없는 기기묘묘한 영물은 정답이라는 듯,

 

 가죽 날개를 퍼덕거리며 투명한 창문을 기다란 혀로 쓸어 올리는데..

 

 정이수는 온통 불이 꺼진 그 저택의 인테리어를 구경하고픈 호기심이 급 생겼다.

 

 

 

 

 

 - 42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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