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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구령세기
작가 : 김선을
작품등록일 : 2020.9.7

치우가 칠대성을 물리치고 신국의 세운지 수백년.
사신과 사흉수를 봉인했던 구령의 봉인이 해제되면서 천하에 다시 전쟁의 기운이 흐른다.
수많은 나라의 영웅들 중 과연 천하를 지배하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불타는 사라성
작성일 : 20-09-21 15:05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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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각

 온갖 수초와 이끼로 뒤덮인 바닥에서 도자기가 깨지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이 쑥 올라왔다.

 퍽 퍽석 달칵

 "크르르르."

 이내 곧 파로호에 수백년 동안 봉인되어 있었던 호랑이족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던 흙을 깨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었으나, 하나같이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을 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퍽

 츄악

 펄떡 거리는 물고기를 한 손으로 낚아챈 호랑이족의 법왕인 괴류가 재주를 한 번 넘더니 그대로 황궁 법당으로 뛰어들었다.

 "크왕."

 그가 팔을 앞으로 한 채 숙이자 순식간에 그의 모습은 호랑이의 형상이 되어 버렸고, 그의 갑옷은 중장갑 기마병 말의 갑옷처럼 온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괴류는 형형한 눈을 한 채 어슬렁거리며 야불답과 그의 일행들 사이를 누볐다.

 "서.. 설마했는데..그.. 그게 사실이었다니.. 너.. 너는."

 야불답이 창백한 얼굴로 식은 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이 언제지?"

 괴류의 말에 야불배가 나섰다.

 "신국 37대 황제 공양제 18년으로 신국이 건국된 지 557년입니다."

 "크르르르 오백년이라고?"

 화가 난 괴류가 법당의 기둥을 커다란 호랑이 발톱으로 내려찍자 기둥이 한 쪽이 으스러졌다.

 괴류가 야불배 앞으로 다가왔다.

 "네가 우리를 깨운 것이냐?"

 "아… 아니. 그.. 그건 나다. 아하하하. 그.. 그러니 너희들은 다시 생명을 주.. 준 나.. 나에게 추.. 충성을 다짐하."

 "크르르르."

 괴류가 야불답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야불답은 그의 눈을 피했다.

 바라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는 눈빛이었다.

 "너의 제안에 따라 우리의 선택이 달라지겠지."

 "그… 그렇다면."

 야불답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야불배가 나섰다.

 "우린 신국을 더럽힌 더러운 것들을 모두 없애 새롭게 태어나게 할 것이며, 새로운 신국으로 하여금 피로써 천하를 통일할 것입니다."

 "아.. 아니 배야.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린 치하랑을 황제로 옹립하여."

 야불배가 품속에서 옥으로 만들어진 구슬을 꺼냈다.

 "형님. 이게 진짜 이령입니다. 형님이 들고 있는 건 가짜지요. 백호의 봉인을 풀려는 겝니까? 흐흐흐흐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자신의 의지로 열 수 있는 이령의 봉인을요? 설마 자신이 방울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자. 이제 홍천당이 알아서 하겠습니다."

 "뭐? 뭣이? 그.. 그럼 네 놈이"

 야불배가 품 속에서 삐뚤어진 눈을 가진 하얀 각시탈을 꺼내 야불답의 발치에 던지며, 괴류를 돌아다 보았다.

 "자 어떻게 하실겁니까? 첫 번째 부탁은 여기 있는 저 야불답이라는 자의 잔당들을 처리해 달라는 것입니다."

 "크크크크."

 괴류가 잔인하게 웃으며 달려들어 병사 한 명을 두 동강 내버렸다.

 "이거면 내 대답이 되었겠지."

 야불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랑이의 형상을 한 채로 일어서서 커다란 창에 묻은 피를 바라보았다.

 "호랑이족은 어서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괴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랑이로 변신한 호랑이족 병사들이 달려들어 야불답의 사병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어서 피신하십시오."

 주치가 큰 도를 들고 야불배를 향해 달려들었다.

 쾅

 굉음과 함께 주치의 도는 중간에서 멈춰 버리고 말았다.

 법당의 큰 창을 박살내며, 날아들어와 주치의 도를 가볍게 한 손으로 잡은 이는 도올이었다.

 "홍천당 화랑 마로가 보내서 왔소이다. 너무 늦지 않은 것 같구만. 당신이 야불배?"

 "흐흐흐 여기도 이미 상황이 정리되었소."

 "네.. 네 이놈."

 주치가 도를 빼기 위해 다시 달려들자, 도올이 주치의 주먹을 한 손으로 막았다.

 우지직

 괴이한 소리와 함께 주치의 주먹이 그대로 박살나고 말았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으아아악."

 주치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주치의 도를 빼앗아서 한참을 바라보던 도올이 씨익 웃었다.

 "좋은 도구만. 이건 내가 쓰겠다."

 "이.. 이 녀석."

 주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도올의 칼질 한 번에 그의 목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히.. 히이익."

 부하들이 목숨을 던진 탓에 말을 타고 가까스로 법당밖으로 나온 야불답은 그만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법당밖에서 5만의 호랑이족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 으아악."

 야불답이 말에서 내려 황급히 법당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 그래 배야. 네 말이 맞다. 맞아. 우리만의 나라를 세우자꾸나. 그래. 신국은 낡았어. 그래. 내 너를 초대황제로 세우겠다. 그러러면."

 야불배는 아무 말 없이 팔을 벌였다.

 야불답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그의 품에 덥썩 안겼다.

 "형님. 내가 그동안 정실의 자식으로 천한 기생의 자식인 형님의 밑에서 오랜 핍박을 견뎌온 건 바로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푹

 놀란 눈으로 떨어진 야불답은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다 이내 곧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들고 있던 옥방울을 버리고 야불답의 품에서 옥방울을 꺼냈다.

 "크크크 그게 진짜였구나. 가소로운 것."

 "이령이 손에 있습니다. 이제 곧 각성한 자로 하여금 우백호의 혼을 봉인 해제할테니 너무 걱정 마시지요."

 곁에 다가온 괴류를 보며 야불배가 말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황궁 법당 밖으로 나온 야불배가 호랑이족을 향해 소리쳤다.

 "범족 법왕 괴류와 동맹을 맺었다. 범족은 사라성문을 열어 홍천당을 맞이하고, 사라성내의 중방군과 홍천당을 반대하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크와."

 "크르렁."

 호랑이족이 눈에 살기를 번뜩거리며 일제히 흩어졌다.

 배산임수의 풍수에 따라 북한산 아래 지어진 아름다운 사라성 내는 비명과 화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수상합니다.”

 황태자가 읽다가 내려 놓은 황제의 교지를 본 노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평소 황제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던 노구와 건평은 각각 황태자와 치건우 황자를 따라 별궁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

 “전하. 갑자기 용서를 한다는 것도 수상하고 이렇게 중요한 교지가 일개 전령을 통해서 전달된다는 것도 수상합니다. 게다가 토벌대장군에 임명할테니 급히 황궁으로 오라고 하다니요. 더더욱 수상합니다. 절대 가셔서는 아니됩니다. 오히려 황궁에 변고가 발생한 건 아닌지 염려되옵니다.”

 창을 통해 황궁쪽을 바라보는 황태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설마 설마 했는데, 황제 폐하께서 나를 부르신다면 가야하지 않겠느냐?”

 챙

 노구는 칼을 빼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황태자를 봐왔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결코 영특하지 않거나, 무예가 떨어지는 황태자가 아니었다.

 “전하. 필히 야불 형제의 음모입니다. 이대로 가셨다간 그들의 음모에 빠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나 하나로만 끝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 다른 피바람이 불지 않아야 할텐데.”

 황태자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전하.”

 노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동생은 교지를 읽고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건우에게 가십시오. 나 혼자 황궁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니되옵니다.”

 “마지막 명령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태자는 밖으로 나갔다.

 노구는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울 뿐이었다.

 

 

 덜컹

 문이 열렸지만 방안은 검은 천으로 창이 모두 가려진 상태였다.

 “내 황궁에 다녀오리다. 이번엔 아무래도.”

 어두운 구석에서 검은 형체가 움직였다.

 “다녀오세요. 제 걱정은 마시구요.”

 황태자비가 수척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나는.”

 건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다가와 그의 말을 막았다

 “이미 다란이가 죽었을 때 소첩도 죽었습니다.”

 “마..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서.”

 황태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 자식이 죽어갈 때도 황제 폐하께 아무 말씀 없으셨던 분이시니, 이번에도 물론 황제 폐하의 뜻을 따르시겠지요. 저의 목숨만은 제 뜻대로 하겠으니 제아무리 황제라도 이것만은 어쩌시지 못하실 겁니다.”

 황태자비의 입에서 나오지 못할만큼 불경한 말이었다.

 “어.. 어찌 그런 말을.”

 황태자가 황태자비에게 다가가 손을 잡자 그녀는 그의 손을 매섭게 뿌리치며 악을 썼다.

 “이제 막 걷고, 말하고, 재롱부리는 어린 자식을 굶겨 죽인 부모도 있답니까? 그깟 신국의 안위와 황제의 자리 때문에 어린 자식을 새장에 가둬 죽이는 부모가 있답니까? 그 날. 다란이가 죽어가는 날. 같이 따라 죽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내 두 눈으로 황제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아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당신이 죽는 꼴을 보기 위해서 입니다.”

 악을 쓰며 달려드는 황태자비의 귀신같은 모습에 황태자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침묵하지 않았다면 당신도 잃었을 것이오. 용서하시오. 다 내 잘못이오. 그 때는 그게.”

 “닥쳐. 내 눈앞에서 사라져. 당신을 보면 다란이가 생각나서 더 죽고 싶으니까 말이야.”

 황태자비의 처절한 외침에 황태자는 쓸쓸히 자리를 떴다.

 황태자비는 궁녀들을 모두 물리친 뒤 가만히 자신의 옥색 허리띠를 풀었다.

 ‘다란아. 다란아. 미안하다. 어미가 되어 너의 등에 돋아난 날개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다란아. 드디어 오늘 너를 만날 수 있겠구나.'

 

 

 사라성의 문지기들이 황태자를 보더니 문을 열었다.

 “전하.”

 “아니 노대감. 어쩌자고?”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노구가 늙은 몸을 이끌고 무장한 채, 십여명의 경무장 기마대를 데리고 오자 문지기들이 이를 저지했다.

 “황태자 전하만 들어오시라는 황명입니다.”

 “뭐라고? 네 이 놈들. 여기는 황태자 전하이시다. 그런 분이 호위무사도 없이 다니신다고? 사라성의 성문이 왜 모두 닫혀있느냐? 그리고 저 안에 피어오르는 불길은 또 무엇이고?”

 “아하하하. 황태자 전하께서 폐하를 뵈러 오시는데 이리 병력을 끌고 오시다니요. 오히려 이상한 건 그쪽입니다. 노대감께서는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화적패가 날뛰니 사대문을 닫고 경계하는 것 뿐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습니까? 병사들이 불을 피워 고기라도 구워 먹는 모양인데, 그건 제가 들어가서 잘 알아보겠습니다.”

 문에서 걸어나오는 건 조그만 체구의 야불배였다.

 “네 이 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우리까지 사라성 내의 진입을 막다니.”

 “그렇지 않습니까? 전하.”

 험악한 표정을 짓는 노구를 무시한 야불배는 황태자가 탄 말의 고삐를 잡았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모실테니 안심하시지요.”

 “그래. 그러도록 하라. 나 혼자 들어가겠다.”

 황태자는 고삐를 끄는 야불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전하.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불러주십시오. 여기서 기다리다가 바로 들어가겠사옵니다.”

 “그래.”

 황태자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척비척 야불배를 따라 들어갔다.

 

 

 한참 후,

 “너희는 여기서 뭣들 하느냐?”

 사라성의 망루위에서 야불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는 어디 계시냐?”

 노구가 소리를 지르자 야불배의 손에 있던 시커먼 것이 하나 날아와서 땅바닥에 떨어졌다.

 툭

 “아니 이것은?”

 피투성이가 된 사람 머리였다.

 “전하를 모시고 가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야불배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 이놈.”

 노구가 대갈일성을 지름과 동시에 창을 들고 달려들자 성위에서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화살이 날아왔다.

 투두두둑 투두둑

 황태자를 모시던 노구와 그 일행은 그렇게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뒤집어 쓴 채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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