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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작가 : 그린기린
작품등록일 : 2020.9.16

시공간과 인종, 성별을 넘어 사랑을 다루는 불로의 존재, '에로스'
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아프로디테의 학교는 운명에 맞는 임무를 부여하고 '에로스'는 파트너를 지어 임하는데, 우리 이 임무 잘 해낼 수 있을까?

"에로스는 절대 사랑에 빠져선 안돼. 노화와 죽음을 알게 될거야."

납화살과 금화살. 납총알과 금총알.
무엇이 저주이고 무엇이 축복이며 그 누가 먼저 된 신인가.
사랑의 운명은 우리의 손에 달렸다. 에로스여, 방아쇠를 당겨라.

 
파트너가 된 두 사람
작성일 : 20-09-21 09:2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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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수장은 다행히 돈을 맞고 쫓아오지 않는 듯 보였다. 무슨 보석금도 아니고.

 

 그러고보니 불빛들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오다 보니. 시클라멘과 정반대로 달려오고 말았다. 나는 숨을 돌리며 아네모네를 쳐다보았다.

 

 그는 숨도 안 차는지 나를 미동도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달래서 데려가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났다. 산 너머 산이네.

 

 "..너"

 

 "알아. 에로스로 살기 싫은 거 진짜 잘 알지만, 그냥 나 한번만 도와줘. 부탁이야"

 

 "..너."

 

 "어? 말을 해."

 

 "왜 반말해? 나 처음 보는 거 잖아."

 

 오, 꼰대다. 내가 선배 에로스들에 대해 걱정한 점이 딱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설마 이렇게 틀에 박혀있을 줄은 몰랐다. 차피 늙지 않는 에로스사이에서는 나이라는 것은 무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가 이제 파트너로 일할 사이였다.

 

 반말은 나름 자연스러운 일인데, 하지만 나도 이렇게까지 편하게 반말이 나갈 줄은 몰랐다. 마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처럼 대하게 되는 것이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그러고보니 정말 초면이긴 하네요. 예의 없다 느끼셨다면 사과 드릴게요."

 

 "..그래요."

 

 오늘 처음 만난 사이기도 하고 우선은 예의를 갖춰야겠다. 근데 뱃속이 이상하게 묘한 거다. 분명 서운할 것도 없는데 괜히 서운해졌다. 기껏 목숨 걸고(진심으로 걸진 않았지만) 탈옥 시키러 와준 건데 이런 딱딱한 반응이니.

 

 "다시 인사드릴게요. 아네모네씨. 저는 밀테라고 해요."

 

 "아, 네."

 

 우리는 비즈니스처럼 악수를 하며 고개짓을 주고 받았다.

 

 아까전에 홀로 콘서트를 열고 열창 할 때랑은 아주 딴 판인 이미지였다.

 

 숲과 달빛을 배경 삼아 서 있으니 한층 더 맹수 같은 분위기가 짙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는 말도 없이 어색하게 서로를 보고 서 있었다.

 

 뛰어오느라 격렬해져있던 호흡도 심장소리도 거진 다 가라앉았다.

 

 "밀테."

 

 "..네?"

 

 "사실 반말 써도 돼요."

 

 그의 입술이 얕게 호선을 그렸다. 뭐야,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너도요. 나한테 그냥 편하게 말하세요."

 

 "알겠어."

 

 그는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이빨까지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다행히 아까전에 생각한 만큼 그렇게까지 불편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나저나 달빛이 참 환했다. 나무들의 잎사귀들 마저 빛이 날 정도였다. 시각을 떠나 마음까지 와닿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밀테는 에로스 학교에서 사는거야?"

 

 "응. 처음 만났을 때 말했잖아. 졸업학년 돼서 파트너 정하는데 네가 뽑혔다고."

 

 "내가 뽑혔다고?"

 

 "말하자면 복잡하긴 한데, 사실 나도 아프로디테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아프로디테가 나랑 너를 골탕먹이려고 우리 둘을 짝으로 정해준 것 같아."

 

 내 말이 뭐가 웃긴지 그는 이제 소리까지 내서 웃었다.

 

 "웃음이 많네."

 

 "미안, 너무 재밌다."

 

 "뭐가."

 

 "밀테, 내가 그 학교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아?"

 

 "알아. 천하의 비너스 거울까지 깨트렸대며."

 

 "알고 있었구나?"

 

 "응. 아프로디테한테 들었으니까."

 

 "..그래.."

 

 "됐고, 나 너 그 지옥 같은 곳에 다시 데리러 온 건데. 나랑 같이 갈 수 있겠어?"

 

 "언제는 내가 필요하다며."

 

 "그렇긴 한데, 나도 아프로디테가 싫고 학교가 싫으니까. 나름 동감해주고 있는거야."

 

 "밀테, 넌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에게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해?"

 

 질문과 함께 강한 바람이 불어 그의 수북한 앞머리를 뒤로 날렸다. 거친 듯 정갈하게 자라난 눈썹과 짙은 눈매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에로스의 미모는 언제봐도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의 얼굴은 에로스의 소년같이 앳되고 예쁘장한 느낌보다는 남성성에 가까운 분위기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아름답게 벼루어진 조각상에 손이 가듯 나도 모르게 그 얼굴 위로 손이 올라갔다.

 

 "난 아름다움에게 사랑이 지는거는 어쩔 수 없다 생각해."

 

 에로스학교에서 줄곧 배워왔던 교훈들이었다. 나는 홀린 듯이 그의 입술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손가락 끝에 맺히는 서늘한 기운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우, 미안. 내가 너무 피곤해서 미쳤나보다."

 

 "더 만져도 되는데?"

 

 그는 짐짓 음흉하게 웃었다. 그와 만난 후로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멀미가 날 것 같이 어지러웠다. 내가 뭘 잊었던 거 같은데. 뭐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네모네는 그런 나를 포착하고 내 허리께에 손을 갖다 댔으나, 나는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시클라멘!"

 

 "어?"

 

 "시클라멘이라고 있어. 가자."

 

 나는 벙찐 그의 손을 붙잡고 시클라멘이 기다리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

 

 "시클라멘!"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시클라멘을 발견하고 그를 일으켜 와락 껴안았다. 졸고 있었는지 그는 비몽사몽하니 나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밤공기에 데인 것처럼 그의 온 몸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정말로 얼어죽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진짜 어떡하냐.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밀테?"

 

 "응, 나야. 다 끝났어. 이제 돌아가자."

 

 시클라멘은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휘청거렸다. 나는 그를 끌어안듯이 일으켰다.

 

 "너 그새 자랐니 진짜 무겁네."

 

 문득 아네모네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 아네모네 내가 나중에 설명할테니까. 우선 빨리 학교로 돌아가자."

 

 설명해야 할 것도 많고 난리났네. 정신머리가 없었다. 그때 아네모네가 내게 손를 내밀었다. 시클라멘을 제게 넘기라는 듯.

 

 "난 괜찮아. 들만해."

 

 "그래. 너는 괜찮아 보이는데, 걔가 안 괜찮아보여."

 

 하긴, 다리가 발목까지 질질 끌리고 있었으니. 나는 지체 없이 그에게 시클라멘을 내주었다. 그러자 그는 아프로디테가 그랬던 것 마냥 어깨 위에 짐짝처럼 올리는 것이 아닌가.

 

 어쩔 수 없나보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를 닮는다더니.

 

 나는 그 둘에 뒤를 쫓으며 슬쩍 웃음이 샜다. 

 

 -

 

 "도착했다."

 

 우리는 거울이 있는 집까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도착했다. 드디어 거울만 통과하면 길고 길던 하루가 끝이 나는구나. 아네모네는 시클라멘을 어깨위에 올려둔 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아네모네에게 혹시몰라 다시 이야기했다.

 

 "아네모네. 나는 네 과거를 또 네가 아프로디테를 얼마만큼 싫어하는지 몰라.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무서우면 다시 도망가도 돼."

 

 "내가 지금 도망가버리면 너는 어떻게 되는데?"

 

 "..그거야 모르지."

 

 "밀테, 난 아프로디테가 절대 무섭지 않아."

 

 "...무섭고 안 무섭고를 떠나서, 이제 다시 그녀에게 돌아가면 다시는 못 떠날 수 있으니까 미리 생각해보라는 말이야."

 

 아네모네는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나는 그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필요 때문에 한 에로스의 선택과 감정을 말살하는 게 옳은 것인지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다. 거기다 나 또한 아프로디테를 싫어하는 입장으로 그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파트너잖아."

 

 "그러니까 그게 아프로디테가 놓은 덫일 수도 있다고."

 

 "밀테. 다른 사람이 나의 파트너였다면 절대 안 따라갔을거야."

 

 "내가 뭐라고.."

 

 "부담갖지마. 계속 도망치는 것도 힘들던 참이었어."

 

 그의 목소리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뚜렷했다. 안심이 가는 음성이었다.

 

 그러고보니, 아프로디테는 내가 아네모네를 데려오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이라 확신하고 있었지. 나는 그녀의 확신이 어디서부터 온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속을 알 수 없다. 그녀가 대체 우리 앞에 몇 수 먼저 덫을 설치해놓고 있는지.

 

 다시 에로스학교로 돌아가 그녀를 마주할 생각을 하니

 

 늘어졌던 정신에 전기가 오른 것처럼 팽팽하게 날이 섰다.

 

 "그럼, 나중에라도 나 원망하지 마라. 난 널 책임질 만한 에로스가 아니니까"

 

 "그래. 나도 너한테 날 책임지라는 말은 안해."

 

 우리는 서로를 보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이제 우리는 서로의 파트너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

 

 "어서와요."

 

 거울 너머로 나가자마자, 아프로디테는 밝은 얼굴로 우리를 반기었다. 역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만약 아네모네를 못 데려왔으면 나랑 시클라멘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온 몸이 오싹해진다.

 

 여기에는 벌써 아침이 왔나보다. 커다란 창 너머로 아침 햇빛이 와닿는 아프로디테의 외관도 역시 바뀌어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묘하게 지중해의 얼굴이다. 싱글생글 웃고있는 그녀를 보니 정말 에로스 학교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나서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내가 이 장소와 아프로디테를 거점으로 두고 수년을 지내온 거 숨길 수 없나보다.

 

 "역시 밀테. 아네모네를 데려왔군요."

 

 "아..네."

 

 말이 없는 아네모네를 슬쩍 바라보니, 머리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있는 게 누가봐도 화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제 아무리 마음을 결연히 다졌다 해도,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불쾌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의 굳은 표정에 나는 다시 미안해졌다.

 

 "제가 말했죠. 밀테. 걱정하지말라고."

 

 "네."

 

 아프로디테는 아네모네의 앞에 섰다. 그의 키는 그녀의 키와 거의 맞먹는 것이엇다.

 

 "어서와요. 아네모네. 오랜만이네요."

 

 "..."

 

 아네모네는 아프로디테의 안부인사에도 답도 없이 그녀를 그저 노려보기만 했다. 키 큰 두사람이 저렇게 신경전을 벌이듯 서있으니 풍겨나오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체격이 크니 살벌함도 두배. 나는 나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네모네에게 말을 걸었다.

 

 "아네모네. 시클라멘, 내려놔도 돼."

 

 "어. 그래."

 

 아네모네는 어깨에 짐처럼 늘어져있던 시클라멘을 내게 넘겼다. 이 상황에서도 어떻게 안 깰수가 있지. 나는 아이처럼 곤히 눈을 감은 시클라멘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정말 아네모네의 어깨 위가 그렇게나 편했었나.

 

 "밀테. 먼저 기숙사로 들어가요."

 

 아프로디테는 시클라멘을 챙기는 내게 명령하듯 읊조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가 엉망이다. 상쾌한 아침 공기와 나지막이 지저귀는 참새들의 소리가 무색할 정도였다. 겨울보다 더 시린 분위기로 서로를 응시하는데 내가 무슨 힘이 있나.

 

 "조금 있다봐."

 

 나는 아네모네의 등에 한번 손을 대고 등을 돌렸다. 피곤하고 피곤하며 피곤하다. 정말로 아네모네를 데려오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옆에 매달려 잠에 빠진 시클라멘은 더럽게 무겁고, 상황은 안 좋고. 나는 내가 다시 재앙을 불러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혹여나 아네모네가 화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벌받을 일을 저지를까 봐 무서워졌다.

 

 찜찜한 기분으로 슬그머니 뒤를 돌아보니, 세상에.

 

 아프로디테와 아네모네의 입술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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