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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12. 해결사
작성일 : 20-09-20 13:17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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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보고 겪었다지만, 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꿈처럼 느껴지는 말이었다. 거기다 카인은 여유로운 미소에 작은 균열조차 없이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단언했다.

 자신의 힘으로 모든 군대를 눈 깜짝할 새에 에메랄드 성으로 데려다주겠노라고.

 

 “아, 성 안은 아니고, 성 앞까지요. 그렇지, 엘?”

 

 카인에게로 집중되었던 시선들이 뻗어나간 질문을 따라 우르르 몰려들었다. 엘란츠는 무심하리만치 깔끔한 긍정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해하기 쉬운 설명까지 덧붙여주었다.

 

 “성 안쪽은 이미 결계가 쳐져있었다. 내가 들어갈 수 없이 강력한 만큼 범위는 좁아. 성채를 지키는 게 고작이다. 그 앞은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네요. 아, 맞다. 그 전에 물자는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다시 제게로 모인 시선을 즐기던 카인은 매우 자연스레 다음 주제를 꺼냈다. 짤막하지만 이해가 쉬운 설명을 듣는 동안, 경외 그리고 혼란과 기대가 한데 섞인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피예로는 퍼뜩 놀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죽 민망했는지 가벼운 헛기침을 서두로 시작하여 그는 진작 도로시에게 보고했던 내용을 정리해 들려주었다.

 

 “식량은 문제없습니다. 카인님께서 만들어주신 포션 덕분에 상당수 힐러들이 마력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알려주신 방법대로 마력을 운용하여 경작지와 동물들에게 축복을 걸어주었더니 양질의 생산량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이야~ 그냥 찍어봤는데 맞았네요. 헛짚은 게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너스레를 떠는 모양새가 묘하게 얄미웠으나 누구 하나 구태여 꼬집지는 않았다. 어째서인지 뻔히 다 알고 알려주었을 거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사이, 피예로는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보크님의 상태도 예상보다 훨씬 일찍 호전되어 무기와 방어구, 마도구 등 목표량을 채우는데 어려움은 없을 듯 보입니다. 출정 전까지 시간은 충분합니다.”

 “검은 마법사가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었다. 마도구는 목표량 이상 완성되었다.”

 “임시 중앙체계가 임시라기엔 너무 완벽하던걸요?”

 

 또 거론된 제 이름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차분히 반묶음으로 내린 머리칼을 배배꼬면서 겸양을 떨던 카인은 아직도 따끈하게 김이 오르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곤 목을 축였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한 향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두어 모금 더 홀짝거리는 모습은 여유로우면서도 태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런 그를 저도 모르게 감상하던 도로시와 금빛 눈동자가 마주쳤다. 싱긋 미소까지 담아서야 도로시 역시 얼른 차를 머금어 긴장을 풀었다.

 

 “그럼, 카인님께서는 저희를 성 앞까지 옮겨주시면 바로 전투에 임하실 수 있는 건가요?”

 “보조 준비를 하더라도 대규모 마법인 건 변함이 없어서 말이죠. 방어계도 겨우 구사하는 정도라서 그동안 엘이 저를 지키면서 싸워도 상관없지만……. 전력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확실히 아까웠다.

 카인만 해도 이 정도인데, 혼자서 부상 입은 토토를 무사히 데리고 귀환한 엘란츠의 실력은 불 보듯 뻔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처음 나타났을 때, 북쪽마녀 프리아를 삼킨 오즈가 구사한 대형 빙결 마법을 검격 한 번으로 간단히 소멸시킨 이는 다름 아닌 엘란츠였다. 단편적인 기억까지 떠오르자 더더욱 속이 타면서 그가 탐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한들 뾰족한 수가 냉큼 떠오르지 않아 도로시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로 무작정 생각나는 모든 방법을 추산해볼 뿐이었다. 게다가 괜찮은 방법이 나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단순히 도로시의 명령을 따르는 것과 스스로 납득하여 움직이는 것은 크게 달랐다. 즉, 당사자의 생각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여태 침묵을 지키던 리프로부터 눈 깜짝할 새에 미묘한 정적이 걷히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죄다 태워버릴 듯 매서워진 프레이의 시선 따위 아랑곳 하지 않은 그녀는 시종 고요하기 그지없던 표정에 미미한 호승심을 드러내고 미소 지었다. 여태 도로시를 지키느라 급급하여 감추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제가 지켜드리죠. 카인님. 도로시님의 서포트는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 충분히 역임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서포트는 토토면 충분해요.”

 

 도로시가 지지 않겠다는 투로 얼른 덧붙였다. 혹여 카인에게서 부정적인 대답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태세가 고스란히 드러났지만, 프레이 혼자만 심기 불편할 뿐 모두 그 심정을 이해하는 듯 얌전히 고개들만 끄덕이고 있었다. 카인 역시 그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여서야 도로시는 마음 편히 다음을 이어갔다.

 

 “보통은 제가 오즈마를 사용해서 절대적인 방어진을 형성하거나 공격로를 구축하고 있어요. 대신 오즈는 얼음 마법과 바람 마법을 사용해서 에메랄드 성을 거의 얼음요새로 바꿔놓았어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오즈마를 훔쳤다면, 이렇게 힘들어지진 않았을 텐데, 죄송해요.”

 “도로시가 잘못한 게 아니야.”

 

 여전히 살기를 드러낸 상태로도 프레이는 자연스레 도로시를 위로했다. 카인을 향한 애먼 화가 아니라 오즈에 대한 혹은 스스로에 대한 화를 가까스로 눌러 참듯 프레이는 주먹 쥔 손에 힘을 주었다가 기어이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 자식은 내가 잡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때려잡아서 네게 가져다줄게.”

 

 까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회의하는 공간마저 씹어 삼킬 것처럼 또렷이 울렸다. 평소 리프 못지않게 조용하다 못해 무심하기까지 했던 그녀가 분노의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오즈가 사용할 수 있는 얼음의 마법, 그리고 바람의 마법은 마녀들의, 그녀들의 자매이므로 눈이 뒤집히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더더욱 신중해야만 했다.

 도로시는 저 역시 덩달아 치솟을 뻔한 배신감과 증오를 침착하게 내리 눌렀다. 그리고 차근차근 해결해야할 다음 문제를 조심스레 화두로 꺼냈다.

 

 “그 전에 확인해야할 일이 있어요. 저…….”

 

 그러려고 했다. 카인을 대할 때에도 더없이 조심스럽고 정중했던 갈색 눈동자가 한층 더 섬세해졌다. 카인의 옆에서 심드렁하니 팔짱을 낀 채, 듣고만 있던 엘란츠를 향했기 때문이었다. 도로시가 자신을 바라보자 그 기척을 즉각 눈치 채고선 빤히 마주 봐오는 붉은 눈동자는 어째서인지 다잡았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런 도로시를 바로 알아챈 토토는 얼른 그녀의 손에 제 머리를 비볐다. 흡사 그로 인해 어수선해진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위로처럼 느껴져서 도로시는 손으로 연신 닿아오는 보들보들한 늑대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뭐지?”

 

 그럼에도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 잠시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떨림을 버티던 도로시는 엘란츠가 참지 못하고 먼저 물어서야 퍼뜩 떠듬거리던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이어서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 후, 가까스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 에메랄드 성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에메랄드 성은 어땠나요?”

 

 물론 마음먹기에 따라 마냥 순탄치마는 않았다. 그런 도로시의 용기가 무색하게 엘란츠는 제 성정대로 입을 꾹 다물며 기억을 더듬었다. 토토를 구하기 전, 카인이 만들어준 특수한 열쇠를 이용해 성채 근처로 돌아왔던 그는 실제 목표로 생각했던 것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성이 아니다.”

 “…네? 그게 무슨…….”

 “그것은 하나의 요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폭격을 맞고, 전쟁을 위한 부가 구조물이 설치되었다한들 성곽은 본래의 골격을 그대로 갖추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엘란츠가 본 것은 그런 건축물이 아니었다. 에메랄드 빛이 나는 특수한 벽돌이라던가, 유리라던가, 그것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성곽이 아닌, 서슬 퍼런 얼음이 아래에서부터 시시각각 얼면서 뒤덮어가는 그런 요새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심지어 그 속도도 상당히 빠른지라 엘란츠가 제멋대로 지름길을 개척하려 주변을 정찰하는 사이, 벌써 성채 중간 높이까지 창문 하나 없는 얼음벽이 높아졌다.

 결국 그가 단독행동을 포기하고 주변 숲속에서 토토를 찾았을 때 즈음에는 겉으로 보이는 요새화가 진즉 완료된 상태였다.

 

 “가장 앞쪽에 있는 정문을 제외하고 창문, 통풍구 같은 것이 완전히 사라졌다. 얼음벽 자체도 마냥 매끄럽진 않다.”

 “오히려 위험하죠.”

 

 도로시는 충분히 예상된다는 듯 제법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주 모았던 두 손에 힘이 꾹 들어간 그녀는 기어코 아랫입술까지 깨물며 쓰라린 한숨을 되뇌었다. 바닥에 눌어붙어 벗겨지지 않는 패배의 맛은 비단 도로시에게만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리프 역시 살풋 미간을 찌푸리며 깔끔하게 인정했다. 차라리 그 편이 속이 덜 쓰라렸다.

 

 “……그것이 이번 전투에서 우리가 패한 요인이에요.”

 “얼음성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렇게나 빨리 능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되실 줄은…….”

 “그러니까 내가 잡는다고, 그 놈.”

 

 점점 침체되는 분위기를 당장 불살라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프레이가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 억척스런 다짐은 계획이 되기 전에, 다른 누구도 아닌 도로시에 의해서 저지되고 말았다. 자신이 더 송구스럽다는 얼굴을 하고서, 그럼에도 도로시는 확실한 부정의 뜻을 내보였다.

 

 “잡는 건 둘째 문제에요, 프레이. 진입을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내가 다 녹이면 돼!”

 “안 돼. 오즈는 하루가 다르게 프리아와 윈델의 능력을 완벽히 답습하고 있어. 이번보다 더 강해졌으면 강해졌지, 약해졌을 리는 없어. 혼자서 그 모든 얼음을 녹이고 오즈까지 잡겠다는 건 무모해.”

 “그럼 어쩌라는 거야!”

 

 점차 과열되는 프레이를 퍽 능숙한 실력으로 달래면서도 리프 역시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다. 평범한 불이나 무기로는 절대 녹거나 깨지기는커녕 금이 가더라도 다시 단단하게 얼어버리는 얼음이 성을 뒤덮고 있었다. 그것도 엘란츠가 직접 목격한 감상으로는 성이 아닌 요새나 다름없다고 했으니, 오즈를 끌어내려 이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라면 프레이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아마도, 프레이가 그 얼음을 어떻게든 녹인 후에는 아무리 강한 그녀라 한들 지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즈를 잡겠다는 포부는 이루지 못할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리고 프레이 역시 그 사실을 진작 눈치 챘으리라.

 저 스스로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는 프레이의 귓가에 얄미운 목소리가 살그머니 꽂혔다.

 

 “음~ 저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단순한 진입로면 우리 엘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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