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5-08-13 유럽연맹
왼쪽눈을 잃어 뜨지못하고 오른팔의 검은 자캣의 소매는 자르지도 묶지도 않아 헐렁했다. 여론은 반파된 블레이의 모습을 보곤 무능하게 당한 정부를 공격하기 보단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와 위기를 넘겨야한다는 쪽으로 모였다. 불행중에 이런 부분은 조금은 다행이라고 블레이는 생각했다.
애초에 사망자 49명중에 일반인 희생자는 3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늘은 합동 장래식이 있는날이다. 블레이의 마음과 몸은 아직 깊은 상처로 고통받고 있지다. 뭐든건 이 다음을 위한 피할수없는 행사였다.
"일동 경례"
묵념대신에 초르프의 마지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존경의 표시를 보내온다. 오른손이 없는 리븐은 아래에 있는 두팔을 번갈아 보다 왼손으로 경례했다.
비가 온지 이틀이 지나 풍경의 채도는 진하고 더해서 햇살이 하얗게 비춰와 공동묘지의 풍경은 말할것도없이 아름다웠다. 날씨는 왜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는지 블레이는 기분이 나빳다.
몇일을 고통에 시달려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절단면의 하얀 점막은 지혈을 완벽하게 했지만 분명 사람의 몸에는 안좋은 영향을 미칠거라 예상되고, 또 인공으로 만든 팔을 부착하려면 그 면을 도려내야하는게 당연한거였지만 블레이는 그것조차 거부하고 모든 정부의 일정에 참가했다.
많은 취재진을 뒤로하고 조용히 나온 블레이는 대기하고있던 검은차의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입술이 부르틀정도로 지쳤지보였지만 블레이는 언제나 의연해보이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그와 동갑이고 전 대표의 부하였던 힐프 그런 블레이가 당연히 걱정되었다.
차를 출발하지 않고 잠시 가만히 있자 블레이가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앞으로 일정이 2개나 있어, 가자."
"천천히 하자고 블레이 사람들은 안도망가니까."
"아니, 도망가고있어."
"그 로봇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
"..."
"그럼, 조금만 너의 몸을 돌아보라고, 의안도 3일내에 안하면 눈이 썩을지도 모른다고."
블레이는 언짢은 표정으로 뒷좌석에있던 껌을 입에 넣고 씹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주변에 문화제도 많은데 머리좀 식히고와 저녁에 올테니까."
"일정은?"
"뭐, 내가 관할도 아닌데 알아서 하겠지."
"무책임 하기는."
끝까지 툴툴대는 블레이를 백미러로 웃으며 보던 힐프는 무언가 적힌 종이를 블레이에게 넘겨주었다.
"8월 20일 대학교 강의?"
블레이는 어이가 없어서 앞에있는 힐프를 노려보았다.
"쉬라고 할때는 언제고, 바빠죽겠는데 대학 강의같은 소리하고있네. 그리고 여기 너의 와이프가 다니고있는곳이지?"
앞좌석의 힐프는 화내는 블레이를 보고 박장대소했다. 블레이는 재미없다는듯이 입술을찡그리며 출발 하라고 앞좌석을 툭툭쳤다.
"뭐가, 웃기는거야? 지금상황에서. 혹시라도 몰라하는데 그거 진심이면 비서 바꿀꺼니까."
"농담이야. 근데 강의는 무조건 가야해. 거기에 리븐에 대해서 자문해줄 사람도 있고, 덤으로 아이젤 연구소의 전 연구원도 있어."
"뭐야? 아이젤은 이주한거 아니였어?"
"아니, 로봇이 없는데 연구소가 유지될이유도 없지."
"아, 그래? 그럼 샘플은 어디에 있는거지? 그것부터 물어보면 되겠네. 안징은 알려주는게 없으니까."
그제서야 조용히 뒷좌석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힐트가 시동을 걸자 나오는 어디로 갈지 묻는 네비게이션의 음성에 수도원이라고 블레이가 말했다.
2115-08-20 대학
"왜 사람들은 싸우는걸까요? 그냥 기분좋게 지내면 안될까요?"
초췌한 블레이의 말만 강연장에 계속 퍼져갔다.
"지금은 말이죠, 사냥을 하던 시대와는 달리 질병의 원인을 주술적 것이라 생각하지않고 개척해야할 땅도 이 지구에는 없죠. 자신의 땅을 넓힐필요도 또, 국적이 무의미해지면서 없어졌고요. 뭐 중동은 아직이지만."
블레이는 강연장의 끄트머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왼팔로 뒷목을 긁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면서 피곤한 얼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대체 왜 거의 모든 불안의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왜 우리는 싸울까요? 그건, 폭력은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일겁니다. 모두가 그 유혹을 떨쳐내면 괜찮겠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눈을 돌리게 되있습니다. 자신이 힘들고 이 앞길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나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아요. 단지 우리들이 같이 끌고갈 사람들에 불과해요. 또, 그런 사람들이 없으면 우리는 자극적인 맛이 하나도 없는 밋밋한 세상에서 살아가는것에 질릴거니까요."
이 문장은 분명 언론이 걸고넘어지고 좋은 문장이였다. 뱉어놓고 나니 블레이는 후회스러운 한편 자신이 리븐이란 존제를 그저 싫어하지 않고 자신의 말대로 자극제라고 생각하는것같아 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럼, 근본적인 문제 왜,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가?, 불안한건지, 말해보세요."
블레이가 손을든 학생한명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역시, 근본적인 사는 문제가 아닐까요? 먹는것이나 애너지라든가, 주변에 생존에 필요한 환경이라든가?"
"더 깊이 또, 애매하게 말해줘요. 그게 멋있으니까."
"불안...?"
"아니. 말장난인데, 국문학과나 철학가 손."
블레이는 또 학생을 지목했다.
"불안이니까. 보이지않는 공포... 맞아요?"
"맞아요, 보이지않는것 때문에 싸움니다. 만일 우리가 진화되어 우리 사이에서 이해할수있는 윤리적인 이해수준을 가득 채운다면 우리는 좀더 완벽해 질수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계속 보이지않는것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며 다른 방향에서 보면서 좀더 새로운것을 위해 탐험해야할까요?"
가만히 입을 다문 블레이의 눈앞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보였다. 자신에게 비춰오는 불빛 큰 공간 자신에게만 쏠린 시선 그리고 침묵. 머리가 점점 시끄러워진다. 파랗게 물들어간다 점점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 많아진다. 소리는 점점 커진다. 다그친다. 자신을. 자신을... 자신을....
"사실, 나도 몰라요. 둘다 일률적인 이야기도 단편적인 이야기도 현실에 치중된이야기도 허상적인것도 아니에요. 그저 살아가는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