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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11. 작전회의
작성일 : 20-09-19 13:02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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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어떻게든 잠들었다가 새벽녘에나 깨어난 리프는 세 번이나 놀라고 말았다.

 첫 번째는 프레이가 깨어난 사실에 놀랐고, 두 번째는 토토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랐고, 세 번째는 카인이 다쳤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야, 아야아~ 아파~”

 

 눈앞에서 상처가 낫는 기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던 포션을 만든 이였다. 그런데 볼이며, 손이며, 어깨에 화상을 입은 채로 약물 먹인 천을 치덕치덕 붙이면서 다 죽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프레이님의 불꽃은 특수하다고 합니다.”

 “아악! 엘, 살살! 살살!”

 “…….”

 

 약물 먹인 천이 환부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기다란 붕대를 감아주던 엘란츠는 제 손등에서 핏줄이 푹 불거질 정도로 힘을 주어 꽉 틀어 묶었다. 그렇지 않아도 당장 아파죽겠다며 바동대던 카인은 단연 뒤집어졌다. 미안하다, 살려 달라, 잘못했다, 온갖 사죄를 빌어서야 피가 통하지 않도록 꽁꽁 조였던 붕대가 적당히 느슨해질 수 있었다.

 살짝 풀어 새로 만든 매듭에서 손을 뗀 엘란츠의 다음 행선지는 자연스레 피예로가 지켜보던 솥으로 넘어갔다. 약하게 조절해둔 불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안쪽을 흘긋 바라보던 그는 옆에 걸어두었던 국자로 천천히 내용물을 저었다. 눌은 곳이 없는지 대충 확인하는 엘란츠를 바로 곁에서 바라보게 된 피예로는 카인을 바라봤을 때와 다른 느낌으로 아연해지고 말았다.

 원체 아름다운 자신의 종족과는 다른 느낌으로 두 사람은 매혹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피예로는 그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미모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물리적 거리가 아무리 가까운들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감, 분명히 ‘있다’지만 당장이라도 아스라이 잊힐 듯 안타까운 그리운 아쉬운 그런 감정들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저도 모르는 새에 눈물이 차올랐던 것도 같았다. 피예로가 황급히 제 눈가를 쓸어보았으나 만져지는 물기는 없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벅차서 넘쳐 오른 설움은 확실했다. 그 감정을 따라갈 새도 없이 투정을 끝낸 카인이 불쑥 그들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며 씩 웃어보였다. 그의 기다란 검은 머리칼이 아래로 늘어졌는데, 피예로는 문득 그 화마 속에서도 용케 머리카락은 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죠?”

 “예에……, 예?”

 “교섭 조건.”

 “아…….”

 

 그러고 보니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었다. 언제나 즐겁게 먼저 말을 건네거나 대화를 이어가는 카인과는 달리 엘란츠는 처음이 성에 들어와서 인사를 나누었을 때도 카인의 이름만 한 번 불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긋방긋 잘도 웃는 카인보다 조금 위에서 한 마디를 툭 뱉는 엘란츠가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질 따름이었다.

 

 “포션으로 웬만한 부상병들은 다 나았고, 보크님도 고쳤고, 프레이님도 깨웠고, 리프님도 재웠고, 우리 엘이 토토님도 무사히 모셔왔고, 환수님들 전용 포션도 지금 만드는 중이고, 이야~ 완벽하지 않나요?”

 “……카인.”

 “우리 엘이! 직접 토토님 응급처치까지 완벽하게 해서 모셔왔고!”

 “…….”

 

 터진 봇물마냥 줄줄 흘러나오는 자신들의 업적 일람이 즐거운 카인과는 달리 엘란츠는 짜증 섞인 부름으로 그를 흘겼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대신 국자로 애꿎은 포션만 거세게 휭휭 저어버리고서 성질 아닌 성질을 부렸다.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빛과 어둠 상반되는 분위기만 떠올리게 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피예로는 뒤늦게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완벽합니다.”

 

 너무 완벽해서 도리어 무섭다는 감상은 꿀꺽 삼킨 피예로였다.

 

 

 -

 이틀. 도로시가 카인에게 준 시간제한이었다.

 하루하고도 반나절. 카인이 모든 조건을 완수한 시간이었다.

 믿기지 않는 보고 내용을 세 번 정도 되풀이해서 읽고서도 모자라 직접 마주했던 생생한 기억을 되짚어보던 도로시는 나른한 한숨을 내쉬고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동시에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떠 높디높은 천장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허벅지 위로 뜨끈한 무게감이 툭 올라오더니 익숙하게 위로하듯 부빗거리면서 엉겼다.

 

 “쉬라니까 또 왔어?”

 

 도로시는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습관처럼 기대어오는 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남쪽나라 성채로 돌아온 토토는 완벽한 응급처치로 더 나빠지기는커녕 온전히 나아가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중상을 입은 기실은 변하지 않았기에 재빨리 블레이언이 있는 환수들의 영역으로 내려 보냈으나 시위가 느슨해진 틈틈이 올라와 제 반쪽을 위로하려 들었다.

 

 “난 괜찮아.”

 

 낮이 되었음에도 전음을 쓸 수 있는걸 보아하니, 정말 괜찮은 듯싶었으나 도로시는 고개를 저었다. 촉촉한 코를 검지로 꾹 누른 그녀는 이어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토토의 귀 사이, 이마께에 입술을 댄 채로 웅얼거렸다. 아닌 척 하더라도 이 복슬복슬한 위로는 분명 어마어마한 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소집해줘. 출정회의야.”

 “……두 사람도?”

 “두 사람도.”

 

 명확한 주어가 없었으나 둘은 바로 알아들었다. 토토는 고개를 쭉 뻗어 도로시의 볼을 가볍게 핥아주고서, 도착했을 때보다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방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시가 책상을 대충이나마 치우고서 차를 적당히 우려냈을 즈음에는 퍽 넓었던 집무실이 북적북적해졌다. 거의 성채를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온 것이나 다름없을 토토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도로시의 옆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얼른 칭찬해주라는 듯이 그녀의 손등에 스스로 머리를 부빗거렸다. 자연스레 말캉말캉한 귀를 만지고 쓸어준 도로시는 직접 우린 차를 바로 모여 준 손님들에게 한 잔씩 나누어주었다. 그 사이에는 아직도 살기가 등등한 프레이 역시 리프와 함께 하고 있었다.

 

 “내일 모레, 출정합니다.”

 

 적극적인 찬성도, 덮어놓을 뿐인 반대도 없었다. 오묘한 침묵 속에서 도로시는 어렵지 않게 팽팽한 알력 싸움을 읽어냈다. 그도 그럴 듯이 프레이는 당장이라도 카인과 엘란츠를 불태워버릴 기세였고, 엘란츠 역시 해볼 테면 해 보라는 기세로 맞받아치는 중이었다. 물론 각자 리프와 카인이 바로 옆에서 부추기는지, 틀어막는지 모를 감시관 역할을 소화하느라 대치상태에 멈추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원체 불똥은 잠자코 있는 법이 없었다.

 

 “좋아. 하지만 저들과 함께 가는 거라면 다시 앓아눕겠어.”

 “프레이.”

 “시끄러워, 리프. 너도 저 자식들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잖아.”

 “…….”

 “설마 너도 저 근본 없는 것들을 믿는 건 아니겠지?”

 

 저들, 저 자식들, 저 근본 없는 것들,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도 발전하는 표현력이 감탄스러울 지경인지라 리프는 조용히 미간을 문지르며 나붓한 한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당연지사 그 표현의 주인공들께서도 감탄하고 있지마는 않았다.

 

 “애초부터 어설픈 도움은 방해된다고 말했다, 카인. 바로 목적만 취하면 될 것을 뭐 하러 봉사를 자처하나.”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딱히 좋아보이지는 않다만.”

 “에이, 그래도 시키면 다 할 거면서~”

 

 엘란츠는 선명한 분노를 담아 카인을 노려보았고, 카인은 방싯방싯 웃으면서 냉큼 화제를 돌려버렸다.

 

 “그래서 저희는 무얼 도와드리면 될까요?”

 “도로시!”

 

 금방이라도 저 혼자 활활 타오를 것만 같은 눈동자가 한층 더 호전적이 되어 번뜩였다. 무어라 입을 열기 전, 주변을 쭉 훑어본 그녀는 한 사람만 빼고 모두가 긍정의 침묵임을 확인하고서야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프레이. 그들은 저와의 약속을 지켰어요. 저를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군주로 만드실 건가요?”

 “…….”

 “카인님과 엘란츠님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약속을 지킬 테니 마지막까지 저희를 도와주세요.”

 

 절로 말문이 막혀버린 프레이가 어물거리는 사이, 도로시는 기다리지 않고 빠른 결정의 뜻을 내비쳤다. 어차피 그들이 도와주든 도와주지 않든,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기실은 변함이 없었고 그럴 바에는 조금이라도 승산이 높아지는 방향을 택해야했다. 제 역할이란 무릇 그런 정도의 자리이다.

 매번 참지 못해 흘러나왔던 한숨 한 자락 없는 결단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카인은 올곧은 갈색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하죠. 도로시님. 그렇지, 엘?”

 

 엘란츠는 카인보다 조금 더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로시가 아닌 그 옆, 비스듬히 내려간 그 곳에 샛노란 눈과 잠시 마주치는가 싶더니 피곤과 귀찮음과 짜증이 적절히 섞인 한숨을 꾸역꾸역 내쉬었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맘대로 해라.”

 

 대답과는 달리 카인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엘란츠는 그제야 도로시를 보며 어디 한 번 시작해보란 듯 눈짓했다. 처음으로 살기나 경계, 그런 부류의 것들이 담겨있지 않은 붉은 눈동자였다. 도로시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한 감탄을 슬그머니 내리눌렀다. 그럼에도 말은 쉬이 나오지 않아, 반쯤 식은 차를 마시고서 그동안 똑같이 반복되었던 출정 루트를 곱씹었다.

 

 “원래대로라면 에메랄드 성까지 적어도 4-5일 정도 걸려요. 물론 쉬지 않고 달렸을 때 기준이에요. 역으로 오즈군 역시 저희 성까지 도착하려면 4-5일이 걸리죠. 그래서 진군하는 중간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에메랄드 시를 둘러싼 숲이나 강에서 벌어지거나,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 저번처럼 공성전이 일어나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제가 있네요.”

 

 도로시는 반사적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닐 것이다. 카인은 자신에게로 모인 관심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제가 여러분을 한꺼번에 에메랄드 성에 모셔다 드리면 될까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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