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묘진이
작가 : TS사가
작품등록일 : 2020.9.7

"날 영원히 미워할 거라고 약속해줘."
"착각하지 마. 난 널 미워하지 않아, 증오해."
"영원히?"
"영원히."

 
신경 쓰이는 여자(2)
작성일 : 20-09-18 19:27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52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늦은 밤, 난 반쯤 창고화된 서재에서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만큼, 외관에도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이 의자는 어머니가 살아생전 가장 아끼시던 유품이다.

 

 춥다.

 

 보일러 밸브를 닫아 놓은 서재 안은 오랫동안 갇혀있던 낡은 공기의 온기 외엔 의지할 만한 열원이 없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깍지에 턱을 괸 채로 의자를 앞뒤로 삐걱삐걱 흔들어 댄다. 흔들리는 의자에 몸을 맡기다 보면 고민이 해결되곤 했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긴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협탁에 놓인 핸드폰엔 중요한 누군가의 연락처가 띄워져 있다.

 

 고심의 고심 끝에 생각한 사람.

 

 지금 이 위기에서 날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하나하나 다 떠올려봐도 녀석만큼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선뜻 녀석에게 연락할 수가 없다.

 

 녀석이 내게 했던 몇 마디 말 때문에 난 녀석을 내쳤고 수년 동안이나 모른 척 살아왔다. 한데, 인제 와서 녀석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니….

 

 하지만, 지금도 머릿속 어딘가에선 그 기괴한 노래의 멜로디가 맴돌아 날 괴롭힌다.

 

 …레퀴엠.

 

 몇 번의 달램과 다그침 끝에 그 노래를 가르쳐준 사람이 저번에 유치원 놀이터에서 봤다는 그 아줌마라는 것을 아이의 입을 통해 알아냈다.

 

 밤새, 살면서 내게 악감정을 가질만한 사람들도 떠올려 봤다.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좀처럼 딸애에게 접근해서 이 정도 섬뜩한 일까지 벌일 사람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묘진이에게 접근해서 그 이상한 노래를 가르친 여자가 묘진이의 영상을 찍은 사람과 동일인이라면 그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더군다나 그 영상이 어떻게 CCTV 영상에 덮어졌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내 정신병과 혹은 유치원 근처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치부하기엔 절대 설명이 불가능하다.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게 순리에 맞지만, 한 주임 사건 때문이 아니더라도 예전에 몇 년 동안 경찰에게 지겹도록 시달렸던 기억들이 떠올라 난 경찰에게 의지하는 선택지를 과감하게 배제했다.

 

 그러자, 선택지가 훨씬 명료해졌다.

 

 어차피, 경찰에 신고 안 할 생각이라면 당분간 내가 없을 때 묘진이를 지켜 줄 믿을만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사람은 많을수록 좋고 꼭 믿을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녀석이 필요하다, 내 동생 김 정현 말이다.

 

 *

 *

 *

 

 결국, 난 서재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몸에 두꺼운 담요가 덮어진 거로 보아 아내가 간밤에 들린 모양이다.

 

 “에취-.”

 

 기침이 튀어나왔다. 담요를 덮었음에도 한기가 장난 아니다.

 

 “하 아.”

 

 담요를 걷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뱉은 숨은 하얗게 변했다가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당장 서재 보일러 밸브부터 열어놔야지. 동생이 오면 생활할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니까.

 

 “어라, 왜 네가 그러고 있어?”

 

 거실에 나와보니 효선이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설거지 중이었다.

 

 “일어나셨어요? 실은 유라 언니가 오늘 아침 일찍 약속이 있다고 해서요. 그 해외에서 사시는 친구분. 누구라고 했더라. 성함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그 언니 친구분이 일 있어서 국내 들어왔다가 나가는 길에 보자고 하셨나 봐요.”

 “그래서 이 새벽에 나갔다고?”

 “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난 베란다로 걸어가 커튼을 젖히고 문을 열었다.

 

 밤사이 맺힌 이슬이 우수수 떨어졌다.

 

 테라스로 나가려던 난 흥건히 젖은 바닥을 보곤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곤 문을 닫고 효선이를 돌아보며 물었다.

 

 “…묘진이는 자니?”

 “네, 방에서 자요.”

 “혹시, …밤에 별일은 없었고?”

 “별일요? …묘진이 아직 오줌 못 가리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냐, 됐어. 그나저나, 안 그래도 나 효선이한테 부탁할 게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해.”

 “…네.”

 

 밤새 생각했던 계획 속엔 효선이도 역할이 있었다.

 

 “네? 여기 와서 살라고요? 저 아직 사는 집 계약 기간 많이 남았는데…, 그리고 언니 일 없으면 저도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 지금 다른 일도 하고 있고요.”

 “효선이가 마음만 안 불편하면 될 것 같은데…, 근데 매니저 일 없을 땐 무슨 일 한다고 했었지?”

 “바, 바텐더요.”

 “야간에?”

 “네.”

 

 난 그녀가 끓여준 밍밍한 콩나물국에 밥을 말면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사는데 보증금이 얼마야?”

 “왜, 왜요?”

 “얼마야.”

 “천에 오십이요.”

 “계약은 얼마 남았는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계좌번호 불러 봐.”

 

 잠시 후, 효선이는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돈의 액수를 재차 확인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언니 일 없을 땐 묘진이를 돌보면 되는 거죠. 주말 위주로.”

 “응, 묘진이 당분간 유치원 안 보낼 거거든.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이삿짐 꾸려서 들어와. 조금 불편하더라도 묘진이 방에서 생활해주면 좋겠고.”

 “근데 언제까지 해야 해요?”

 

 난 효선이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내가 됐다고 말할 때까지. 그리고 절대 너 손해 보는 일 없게 해줄게.”

 

 내 말이 끝나자 효선이는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은 최상의 협상 카드다.

 

 식사를 끝마친 난 그녀에게 다시 한번 해야 할 일들을 상기시키고 묘진이 방으로 올라갔다.

 

 무릎 꿇고 딸 아이에게 다가가 묘진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난 애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곤 방을 나왔다.

 

 “나, 간다.”

 “네, 다녀오세요.”

 

 마당의 주차장엔 아내 차가 있어야 할 공간이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엔간해선 직접 운전을 안 하는 사람이…, 해외에 사는 친구라면 누구지? 얼핏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한데 그 친구는 얼마 전 임신해서 이동이 쉽지 않을 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차 안 공기가 더워지는 동안 핸드폰에서 녀석의 연락처를 다시 찾아 거치대에 꽂고 출발했다.

 

 집 앞에 길게 펼쳐진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서 난 질질 끄는 게 싫어져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이나 녹음 메시지로 넘어가는 걸 끊고, 다시 시도한 끝에 한참 만에 수화기 저편에서 간신히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뭔데?”

 “…몇 년 만에 형하고 통화하면서 한다는 소리가 뭔데냐?”

 “왜 했냐고.”

 “지금 김포 가는 길이다.”

 

 그럴 맘은 없었지만, 난 결국 녀석과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동생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곧 추석이잖아. 같이 갔다 오자. 아직 부천 살지?”

 “…와서 다시 전화해.”

 

 통화가 끊기자 난 엑셀에 올린 발에 힘껏 힘을 가했다.

 

 *

 

 후드 남방에 가볍게 보이는 검정 재킷, 그리고 헐렁한 츄리닝 바지를 입은 장발의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녀석, 면도는 하고 나왔다.

 

 건너편에서 내 차를 발견한 동생은 횡단보도를 건너 뒷좌석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그건 뭐냐?”

 

 난 녀석의 손에 든 검은 봉지를 보고 물었다.

 

 “소주랑 …삶은 계란.”

 

 어머니가 살아생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동생은 그 말을 끝으로 산소에 도착할 때까지 입도 벙긋 안 하고 창밖만 바라봤다.

 

 외가 쪽 선산이 있는 김포의 한 야산에 도착한 우린 벌초 장비들을 서로 나눠 들고 산으로 올라갔다.

 

 아버지의 유해는 남양주에 있는 납골당에 모셔져 있지만, 어머니는 김포에 따로 묘를 마련했다. 어머니의 유언 때문이다.

 

 살아생전 자신을 죽도록 고생시킨 남편 옆에 묻히긴 싫다는…. 짧은 결혼 생활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어머니는 죽어서라도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마음껏 바닷바람을 쐬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집안 어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 의지로 외가 쪽 선산에 묘를 마련했다.

 

 기계에 기름칠하고 내가 벌초기를 돌리는 동안 동생은 근처 큰 풀과 나뭇가지들을 꺾었다.

 

 멀리서 해가 구름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갈 때쯤 동생이 내게 다가와 벌초기를 달라고 했다.

 

 난 녀석에게 기계를 넘기고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신문지를 깔고 앉아 생수병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얼마 후,

 

 동생과 난 벌초 작업을 마무리하고 어머니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리 집안 유일한 크리스천인 동생은 기도를 하고 난 절을 올렸다. 동생이 따라 준 소주잔을 어머니에게 올리고 난 눈을 감고 어머니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어머니, 생전 그토록 원하시던 손주가 지금 너무 힘들어요. 제발 이 못난 아들과 묘진이를 지켜주세요. 어머니, 우리 묘진이가 예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머니….’

 

 삼십 분 정도를 더 어머니 산소를 지켜보던 우린 땀이 식어 추위가 느껴지자 장비들을 챙기며 몸을 일으켰다.

 

 산 아래로 내려온 동생은 차에 타기 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도 한 대 주라.”

 

 동생은 내 눈을 피하면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라이터와 함께 내밀었다. 불을 붙인 후, 라이터를 돌려주면서 동생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직 글 쓰냐?”

 “…….”

 

 동생은 내 말을 들은 채 만 체하곤 고개를 돌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논을 바라봤다.

 

 “내 입으로 용서해달란 소린 못하겠다. 다만, 형한테 지금 네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그러자 동생은 아직 피다 만 담배를 발밑에 비벼 꺼버리곤 말없이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나 역시 녀석을 따랐다.

 

 “내 도움 거절한 건 형이었어. 인제 와서 무슨 도움?”

 

 차 안에서 동생은 말문을 열었다.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한데 지금 나랑 네 조카가 정말 많이 힘들어.”

 

 동생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난 히터를 튼 후, 의자를 뒤로 빼 몸을 눕히곤 밤새 고민했던 대로 동생에게 그동안 나와 묘진이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모두 빠짐없이 얘기했다.

 

 “…업보네.”

 “말… 함부로 하지 말자.”

 “형수 그렇게 보내고 새 장가가서 편할 줄 알았어?”

 “야! 김철현!!”

 

 사정없이 높아진 내 언성에 동생은 입을 다물었고 차 안엔 다시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잠시 후, 동생이 퉁명스럽지만, 조금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뭘 어떻게 도와줘?”

 

 난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뭔가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한 주임 일도 그렇고, 더군다나 내 상태가…, 유라한테는 정상이라고 말했지만, 나 자신도 나를 의심할 때가 있어. 내게 발생한 어떤 일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안 돼.”

 “…심각하고만.”

 “심각해.”

 “…나 그 여자한테 형수라고 절대 못 불러.”

 “…알았어. 우리 곁에 있어 주기만 해줘.”

 

 동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임으로 승낙을 대신했다. 순간 숨통이 탁 트였다.

 

 “그렇다고 형을 용서한 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잠잠해지면 난 돌아갈 거야.”

 “정현아,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형이랑 같이 아이리스 꾸려나가는 건 어때? 한 자리 마련해 볼게.”

 “시발, 형! 형은 진짜 그래서 안 된다니까. 내가 몇 년을 고생해가며 작가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걸 알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딴 소리를 아무렇게나 내뱉을 수가 있어. 왜 형은 그렇게 항상 남의 생각을 개무시하냐고!!”

 “아, 알았어. 미안, 그만해. 내가 실수했다.”

 “진짜…. 아오.”

 

 난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지만, 차 안엔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이터니티(2) 2020 / 9 / 24 251 0 5535   
18 이터니티(1) 2020 / 9 / 23 251 0 5276   
17 신경 쓰이는 여자(6) 2020 / 9 / 22 248 0 5484   
16 신경 쓰이는 여자(5) 2020 / 9 / 21 267 0 5541   
15 신경 쓰이는 여자(4) 2020 / 9 / 20 272 0 5205   
14 신경 쓰이는 여자(3) 2020 / 9 / 19 267 0 5359   
13 신경 쓰이는 여자(2) 2020 / 9 / 18 255 0 5286   
12 신경 쓰이는 여자(1) 2020 / 9 / 17 255 0 5598   
11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3) 2020 / 9 / 16 270 0 5244   
10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2) 2020 / 9 / 15 238 0 5797   
9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1) 2020 / 9 / 14 265 0 5217   
8 고양이의 그림자(8) 2020 / 9 / 13 260 0 5447   
7 고양이의 그림자(7) 2020 / 9 / 12 274 1 5300   
6 고양이의 그림자(6) 2020 / 9 / 11 283 1 5381   
5 고양이의 그림자(5) 2020 / 9 / 11 262 1 5617   
4 고양이의 그림자(4) 2020 / 9 / 10 267 1 5325   
3 고양이의 그림자(3) 2020 / 9 / 9 276 1 5078   
2 고양이의 그림자(2) 2020 / 9 / 8 290 1 5138   
1 고양이의 그림자(1) 2020 / 9 / 8 448 1 54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