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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한국남자 지훈
작가 : 오리무중91
작품등록일 : 2020.9.13

현재 20,30대 남자들의 현실적인 삶과 거기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은 작품으로 , 주인공 지훈은 20대 후반의 남자로 남자로서의 부담함과 젊은 남자로서의 현실을 나타내는 인물입니다.

 
6화
작성일 : 20-09-18 18:55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1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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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훈은 회색빛 망망대해를 살아가고 있다.

  지훈의 세상이 회색빛이 되었을 3월... 지훈이 우울증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지훈은 예상치 못한 만남을 하게 되었다. 우울증에 걸려본 남자라면 공감하겠지만 처음에는 우울증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자답게’라는 한 구절로 내면 깊은 곳에서 부정하게 된다. 지훈의 경우에는 우울증의 초기증상으로 건망증과 수면장애로 찾아왔다. 우울증을 앓고 나서부터 지훈은 “내가 뭘 하려고 했지?”라는 말이 입버릇이 되었다. 4~5초 정도 생각하면 하려던 것이 버뜩 떠올라 일을 진행하곤 한다. 지훈은 불면증 또한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수면패턴이 불규칙해서 잠이 안 오는 거야, 금방 적응하겠지’ 하고 넘겼다, 그러다 불면증이 너무 심해져 정신의학과병원을 찾게 되었다. 근무하는 대학병원에도 정신의학과는 있지만, 괜히 병원 내에 이상한 소문이 돌까봐 수고스럽지만 살고 있는 동네의 병원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지훈은 거기서 예림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3년 만의 재회이다. 예림은 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예림을 먼저 알아본 지훈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몸을 숨겼다.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죄스러움에 예림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숨어버린 것이다. 지훈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지훈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안내 받고난 뒤에야 한숨을 돌리게 된다. 진료실로 들어간 지훈의 눈에 ‘진선희’라는 이름이 적인 명패가 먼저 들어왔다. 그녀는 정신과전문의로 단정한 방에 하얀가운을 입고 있고, 그에 못지않게 하얀 미소로 어색한 정적을 깼다. “안녕하세요, 박지훈씨 어디가 불편하세요?” “아 제가 불면증이 좀 있어서요.” “언제부터 시작 됐어요?”“심해진지는 3달 정도 됐구, 제가 간호사여서 3교대 근무하면서 수면패턴이 불규칙적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어머니,아버지,형1명 있어요.” “부모님은 같이 계시구요? 형이랑은 몇 살 차이에요?” “네, 같이 계시구, 형이랑은 2살 터울이에요. 그런데 이런 것 까진 왜 물으시나 싶네요...”선희는 익숙하다는 듯“아~ 다른게 아니라, 정신과 초회 진료자는 상담위주의 진료를 하는 편이에요. 불면증은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환자분이 인식하지 못한 다른 부분이 원인일 수 있거든요. 어느 병원이든 같아요.” 말을 마친 의사는 다시 지훈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지훈은 신상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며 찝찝한 마음이 있었다. 선희는 지훈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불면증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죠? 불면증에도 잠이 드는 것에 힘들어하는 분이 있고, 수면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이 있고 그래요. 둘 중 어느 부분이 더 불편하세요?” “잠이 드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럼 우선 수면유도제를 일주일분 처방해 드릴게요. 말씀 하신데로 업무하면서 수면이 불규칙해져서 그런 것 같으니 수면유도제로 수면 패턴을 규칙적으로 해야 할 것 같네요.” “네? 수면유도제는 약국에서도 팔아서 약국 것 먹어봤는데 별 차도가 없던데요.” “아~말씀 잘하셨어요. 수면유도제도 종류가 많고 사람에 따라 맞는 것이 달라서 찾아가야하거든요. 약국에서는 항히스타민제 밖에 없어요. 항히스타민제 말고 다른 수면유도제로 처방해 드릴께요. 일주일 뒤에 다시 방문해 주시고 혹시 모르니까 수면제는 비상용으로 일주일분 드릴게요. 왠만하면 드시지 마시고 수면유도제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일주일 뒤 수면유도제만 먹었던, 지훈은 별 차도가 없었고, 다시 병원을 찾게 된다. “지훈씨 일주일간 어땠어요?” “별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잠드는게 힘들어요.” “이번엔 용량을 늘려볼게요. 다시 일주일 뒤에 방문해주세요.” “네...” 다시 일주일... 지훈은 여전히 불면증이 심했다. “지훈씨 이번 일주일은 어땠어요?” “똑같아요...” “네... 이번엔 다른 수면유도제로 바꿔 볼게요. 일주일 뒤 다시 방문해주세요.” “네...” 다시 일주일 뒤 “지훈씨 바뀐 약은 어때요?” 지훈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땐다. “별로 다를 게 없던데요...” “지훈씨, 약 한 번 더 바꿔볼게요. 일주일 더 지켜보죠. 이번에도 약을 먹어도 별 차이가 없으면 예비용으로 줬던 수면제 그냥 드세요. 수면제는 내성이 생겨서 웬만하면 권하진 않는데 그래도 이번 약 먹고도 1시간 내에 잠들지 못하면 수면제 드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지훈은 집에 도착하고 난 뒤 유도제를 먹고 별 차이가 없자 수면제를 먹었다. 수면제를 먹고 10분정도 누워있었나? 지훈은 잠이 들었다. 수면제를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면제를 먹고서는 깊은 수면을 쉽게 말하자면 만족스러운 개운한 잠을 자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지훈은 잠을 재대로 자지 못한 지난 3주에 비하면 지금 이 일주일이 초콜릿처럼 달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훈은 다시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지훈씨, 이번 일주일은 어땠어요?” “수면유도제는 별 소용이 없었고, 그래서 수면제 먹었어요. 수면제라도 먹고 자서 그런지 이번 일주일은 컨디션이 좀 괜찮네요.” “오늘도 다른 약으로 바꿔 보고 수면제도 같이 드릴게요. 저번처럼 약 먹고 1시간 내에 효과가 없으면 수면제 먹으세요.” “네” 집에 도착한 지훈은 자리에 눕기 전에 별 기대감 없이 수면유도제를 먹었다. 하지만 이번 약은 뭔가 달랐다. 약을 먹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고, 수면제를 먹고 강제적으로 잤던 것과는 다른 깊은 잠과 자고 일어나 푸른 새벽의 그 코 끝이 간질간질 찡해오는 공기와 같은 그런 상쾌함이 있었다. 거의 반년 만에 느낀 숙면은 감격스럽기 까지 했다. 일주일 뒤 병원을 다시 찾은 지훈은 진료실로 들어가자마자 약간 흥분한 듯 “선생님 이번 약 너무 좋아요! 먹고 얼마 안돼서 잠들었어요! 그리고 엄청 개운해요! 수면제로 자고 일어 난 것은 비교도 안 될 만큼! 진짜 이번 일주일은 지난 1년 중 최고의 일주일이었어요.” 선희는 약간 씁쓸한 얼굴을 하고 약간 쓴 입을 연다. “지훈씨 이번에 바꾼 약은 항우울제에요...” 지훈은 ‘항우울제’란 단어를 듣고 난 다음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엇인가 어떤 검은색 보다 순수한 검정색이 머릿속을 가득 매운 느낌이었다. 그 순수한 검정에게 잡아먹힌 기분이었다. 지훈은 잠시 그렇게 가만히 그 검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우울증이라는 건가요? 제 증상은 불면증 인데요.” “지훈씨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참을 수 없는 식욕이라던가, 한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무기력감이라던가,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불안증, 지훈씨처럼 불면증으로 표현되기도 해요” 지훈이 갑자기 말을 끊으며 “처음에 불면증의 원인이 많다고 상담할 때는 우울증이란 이야기는 안 하셨잖아요. 저는 물어보시는 것엔 숨기는 것 없이 다 대답해 드렸는데요.” “상담으로는 확인안 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보통 성인남자의 경우 본인의 우울감에 대한 방어기제가 강한편이라 또 타인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 또 어릴 때부터 남자들이 받아오는 ‘남자답게’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주입식 교육들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저한테 말 안 했거나 혹은 스스로 대면하지 못해 본인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항우울제를 사용했을 때 병증의 완화가 있는 경우, 확실히 우울증이라는 것이에요.” 말을 들은 지훈의 머릿속은 다시 한번 그 순수한 검정색으로 가득차고 이번에는 귓속에도 가득 찼는지 선희의 말 조차도 들리지 않고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선희는 말없이 지훈을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는 서슬퍼런 물 한잔을 떠다가 지훈의 시선 앞에 조용히 놓았다. 한참을 잡아먹혀 있던 지훈은 하얀 종이컵 안에 보이는 투명하지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 반짝거리는 이질감에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지훈은 선희를 쳐다보았고 지훈과 눈이 마주친 선희는 말을 이어서 했다. “지훈씨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한국에서 성인 남자가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말 어려운 거 알아요. 하지만 해야해요. 본인의 나약함, 우울감을 직접 대면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만으로도 큰 치료효과를 볼 수 있어요. 우울증은 마음을 병들게 할 뿐아니라 육체 또한 죽일 수 있는 무서운 병이거든요. 지훈씨 제 말이 큰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지훈씨 같이 이겨내요. 같이 치료해봐요.” 지훈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은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선희는 위로는 큰 힘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같이’라는 이 한 단어에 큰 위로를 받았다. 최근 3년간 누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같이’라는 말을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지훈은 조용히 한 5초간 선희와 눈을 마주치고는 표정 없이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지훈은 표정이 없었지만 ‘감사합니다’하는 그의 목소리는 메어있었다. 본인도 모르게 선희 앞에서 눈물을 보일까봐 약한 모습을 보일까봐 말을 아끼고 표정을 숨기는 것이었다. 선희는 지훈에게 1달치의 약을 처방했다. 그리고는“지훈씨, 우선 약을 1달간 1일1회 복용으로 할게요. 1달간 약 잘 먹고 마음 잘 추스르고 1달 뒤에 더 설명해 드릴게요. 그만 나가보셔도 되요.” 지훈은 검은 뇌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지훈은 처방전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지훈씨’하고 불러 고개를 돌리니 예림이 옆에 앉아서 지훈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훈씨 맞네! 저번에도 몇 번 본 것 같았는데 병원에서 더구나 이런 병원에서 아는 척 하는거 좀 그래서 아는 척 안 하고 있었는데, 오늘 진료실 나올 때 힘이 없어보여서 걱정되서요...” 지훈은 멍했던 정신이 돌아오고 갑자기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반가운건 알겠는데, 알면 아는척 하지 말았어야죠. 저희가 이렇게 아는 척할 정도로 친했던 사이는 아니잖아요.” 지훈의 말에 예림은 당황스러웠다. 예림은 정말 지훈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말을 걸었는데, 또 같은 직장에 있을 시절 지훈과 꽤 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훈의 반응에 예림은 본인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예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네요. 지훈씨 그럼 진료 잘하고 들어가세요” 이야기 하고 탕비실로 들어가 버렸다. 지훈은 갑자기 두통이 왔다. 그리고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때 데스크에서 “박지훈씨~”소리가 들렸고, 지훈은 계산을 하고, 약을 받아 나왔다. 집에 도착한 지훈은 가슴 한 구석에 계속 불편함을 느꼈다. 간단히 밥을 차려 먹고 잠을 자려 누으니 더 예림에게 못된 말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아니 예림의 상처받은 얼굴이 계속 생각났다. 약을 먹었음에도 머릿속이 계속 복잡해 잠을 자지 못했다. 지훈은 안돼겠다 싶었는지 저번에 비상용으로 받아온 수면제를 먹었고, 그 기운으로 잠에 들었다. 5시간 뒤 일어난 지훈의 얼굴에는 개운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고 일어나자 마자 상처받은 예림의 얼굴이 떠올랐고 후회란 파도가 또 지훈의 가슴을 철썩철썩 때렸다. 지훈은 휴대폰을 들고, 예림의 연락처 검색하고 문자를 남겼다. ‘예림쌤 죄송해요. 예림쌤은 제가 걱정되서 말걸어줬는데...제가 맘적으로 안 좋다보니 예민하게 반응했던거 같아요...죄송해요’ 미안한 마음은 바다와 같은데 글쓰는 재주도 없어 웅덩이 만큼 짧게 쓴 글이었다. 지훈은 문자를 보내고 나니 머릿 속이 더 뒤숭숭했다. 예림이 어떻게 답장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쌍욕을 해도 달게 먹자라고 생각했다. 30분쯤 지났을까? 답장이 왔다. ‘지훈씨 아직도 무슨 예림쌤이에요ㅋㅋㅋ 그리고 사과하려면 직접 얼굴 보고 하세요:( ’ ‘저 다음 진료1달 뒤인데요...’ ‘꼭 병원에서 얼굴봐야 되나요?’‘아! 그럼 퇴근시간이 몇 시세요??’‘저녁 7시요.’ ‘제가 내일이랑 모레는 근무고 사흘 뒤에 오프인데 그 날 저녁 괜찮으세요? 미안하니까 제가 밥이라도 살께요’‘그럼 그렇게 해요! 정말 미안하면 고기로 사세요. 저 병원 근처 맛있는 고기집 아니깐!’‘네, 그럼 그때뵈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그럼 그때봐요~:)’. 문자를 주고 받다보니 마치 데이트신청을 한 것 같은 모양새 였다. 그리고 지훈은 뒤숭숭했던 머리와 철썩철썩 밀려치던 후회가 조금은 덜어진 듯 가벼워졌다.

  예림의 병원 앞, 지훈은 10분 먼저 도착해 예림을 기다리며 병원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언제 내려오나 언제 내려오나 닭 쫒던 개 마냥 3층인 병원 창문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7시 땡 하자마자 병원 창문 검게 하루의 막을 내리고, 몇 분되지 않아 예림과 그 동료들이 같이 건물을 나왔다. 예림을 발견한 지훈은 반가움에 자신도 모르게 머리위로 손을 올려 크게 휘저었다. 지훈을 발견한 예림은 빵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그 동료들은 수군거렸다. 이윽고 현실로 돌아온 지훈은 창피함에 뒤돌아 먼 곳을 쳐다봤다. 예림은 동료들과 인사하고 지훈에게 다가와 뒤돌아있는 지훈의 어깨를 톡하고 건드리며“지훈씨! 내가 그렇게 반가웠어요? 난 손이 아니고 바람개비인줄 큭큭큭”하고 놀렸다. 지훈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홍당무 마냥 붉어져 있었다. “나 배고파요! 오늘 고기 사기로 한 거 안 잊었죠? 우선 사과고 나발이고 밥부터 먹고 해요!” 지훈은 사과는 이미 받은 것 아닌가? 또 해야 되는 건가? 하고 의문을 가지며 예림과 함께 걸어갔다. 식당에 도착해 주문을 하고, 지훈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나 고민 중 이었다. 치~이~익 불판에 삼겹살이 올라가는 소리에 정적을 깨졌다. “나한테 미안하죠? 나 그때 혼자 탕비실에서 울었잖아요. 울다보면 탈수 오니까 정수기 옆에서 울었어요!” 지훈은 더욱 안절부절 하며 “울었어요? 난 표정은 못 봐서...그냥...그랬어요...그때 심적으로 많이 안 좋아서 예림쌤 한테 화풀이 했던 것 같아요...미안해요...”“아직도 예림쌤이에요?” “예림씨라고 부르는건 딱딱하고 좀 그래서요.” “그럼 예림누나라고 하던지 내가 누나잖아 지훈아” 지훈은 순간 놀랬다. 예림은 병원에 있을 때도 이런 성격이었다. 가벼운 것 같지만 사람을 배려하는 유쾌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지훈은 예림에게 고마웠다, 어떻게 보면 예림에게 2번째 상처를 준 자신인데 그런 자신을 용서해주고 배려해주는 모습에 너무나도 고마웠다. “지훈아 좀 지난이야기인데, 나 너한테 화도 나고 그랬지만 같이 OO병원에서 일할 때, 고마웠던 것도 많아 너가 참 편했거든 편한 사람 한명 없는 그런 곳에서 너가 먼저 말 걸어주고 간식거리도 생기면 주고 그랬잖아.” 지훈은 예림이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몰랐다. 간호사 선배들에게 혼나고 또 동기들이 랑도 잘 못 어울리고 해서 안스러워서 이래저래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런 행동에 고마움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예림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던 것도 하나 있었어. 너 동기들이 나에 대해 뒷담화 할 때 오히려 사람얘기 그렇게 하고 다니는 것 아니라고 나중에 다 돌아올거라고 화냈다며 너 그때 중환자실로 옮기고 난 후 인데도 내편들고 화냈다면서 그거 뒤 늦게 알고는 너무 고맙더라. 이제야 와서 고맙단 말 하네.” 치~이~익 말을 마친 예림은 머쓱한지 집게로 고기를 뒤집었다. 지훈은 돌이켜보니 한번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선배들도 아니고 동기들이여서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지훈은 스스로 선배들한텐 말 못하고 동기들한테만 화내는 자기 자신이 비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예림이 이렇게 얘기해주니 이제 껏 예림에게 가지고 있었던 죄책감이 조금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훈은 조심스레 병원 중앙정원에서 있었던 뒷담화와 내용을 이야기하며 “사실 전 이래저래 저랑 친하게 지내서 남자한테 꼬리친단 소리가 난 줄 알았어요. 그래서 미안했어요. 뭐 중환자실로 가고는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도 있었지만 소문이 더 이상하게 날까봐 거리를 뒀었는데 힘들 때 비겁하게 옆에서 챙겨준 것도 없는데 지금 고마웠다고 하니 괜히 쑥스럽네요.” “ 너가 아니었어도 다른 꼬투리로 소문이란건 어떻게든 이상하게 났을 거야. 그런일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 더 이상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같은 큰 병원에 다니고 싶지는 않아. 나는 여자들이랑은 잘 지내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제가 보기엔 지금 병원에서는 잘 지내시는 것 같던데요. 항상 웃고다니고, 절 신경 써 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 보면요.” “사람들이 괜찮아서 그래.” “아뇨 전에 있었던 곳, 사람들이 이상해서 그래요. 예림쌤은 남자, 여자할 거 없이 누구랑도 잘 지낼 수 있는 성격인데요. 뭐” “또 예림쌤이란다. 누나라고 하라고!! 칭찬들으니 쑥스럽네 고기도 다 구워졌고, 짠하자!” 쨍~소주잔이 붙이치는 소리, 그 소리는 마치 고즈넉한 산속의 절에서의 범종소리 같이 지훈의 마음을 고요히 어루만져 주었다. 쨍.쨍.쨍 여러번 술잔이 기울어지며 취기가 오르기 시작할 때 예림이 입술을 한번 꼭물고 지훈을 쳐다봤다. 지훈은 저 입물을 꼭 무는 예림의 버릇을 안다. 무언가 곤란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의 눈치를 볼 때 하는 예림의 버릇이 었다. 눈을 마주친 지훈이 “할말있어요?”하고 물었다. “응 나 궁금한게 있는데, 오늘 너 환자기록보니까 우울증약 처방 받았더라고...어떻게 된일인지 물어봐도 돼?” “나도 내가 우울증이라는 거 그날 알았어요. 의사선생님이 우울증이래요. 나는 아니라고 했는데 우울증이래요.” 지훈이 말을 이어나가기 힘든지 고개를 쳐박았다. “지훈아 난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왜요?” “넌 좋은사람이니까.” “저는 사람들 앞에서 좋은사람인 척 하는 위선자일 뿐인데요.” “아니 넌 위선자가 아니야. 사람들 앞에서 착한척할 수 있어 하지만 그리고 뒤에서 나쁘게 하면 그건 위선자야 하지만 너는 스스로 삼키지 다른 사람들한테 나쁘게하지 안잖아. 너 스스로에게 관대해 지렴. 너가 너를 가장 사랑해야돼. 그래야 다른사람도 너를 사랑할 수 있어. 못 본 새 너는 달라져 있구나.” 지훈이 조용히 예림을 바라봤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직접 바라보지 못해. 특히 너 같은 경우도 그 우울함을 부정하고 있어. ‘밝은 사람이여야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항상 웃는 사람을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하고 스스로를 철창에 가두고 가면 쓴 너를 보여주고 있잖아. 너가 직접 바라봐 가시밭길을 걸어오고 있는 너의 내면을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피가 철철나서 더 이상 걸어가지 못한다고 잠시 쉬었다 가자고 이야기하는 너의 내면을...” 지훈은 술이 취해서인지 정신이 아득해 졌다. 눈앞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예림이 혼내는 듯, 걱정하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림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느껴졌다.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싫으면 싫다. 그럼 말을 할 수 있어야해. 너 자신을 지키려면...” 지훈이 예림의 말을 끈었다. “고마워요. 막잔하고 집에 갈까요.” 예림도 지훈의 생각을 읽었는지 술잔을 들어 지훈에게 내민다. 쨍, 예림과 지훈은 쓰디쓴 소주 한잔을 달게 삼켰다. “근데 끝까지 존대한다. 너도 징하다.” 지훈은 그제서야 예림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는 씩 웃으면서 “알겠다. 누나”하고 말을 편하게 놓았다. 단지 말 한마디 편하게 놓았을 뿐인데 지훈은 예림이 편하게 느껴졌다.

  지훈은 계산하고 나왔다. 금빛 가로등 불빛 아래 예림이 보였다. 예림은 계산을 하고 나오는 지훈을 보고 “잘 먹었어, 오늘 나 얻어 먹어도 되는거 맞지?” “그래 내가 사준다고 했잔아, 누나 오늘 진짜 고마웠어.” “아냐 다음에는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그래 알겠어 그럼 들어가~” 지훈은 예림이 사라질 때 까지 금빛 가로등 아래 서있었다. 집까지 걸어가는 길, 줄지어선 금빛 가로등 불빛들, 지훈은 그 불빛 아래 지나갈 때 마다 예림의 말과 행동, 표정을 곱씹으며 위로를 받았다. 사랑인가? 예림에게 반한건가? 계속 예림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지만 지훈은 고백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알고 있는 예림과 행복한 연애를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고, 또 빛나는 예림과는 다른 초라한 자신의 상황 때문에 지훈은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삭혔다. 그리고 예림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그날 밤 지훈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는 한 아이가 걷고 있었다. 지훈은 그 아이의 뒤를 조용히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어린 모습의 아이는 걷고 있었다. 가끔 풀 한 포기 지나가는 포근해 보이는 흙길을 걷고 있었다. 길은 어느 순간 회색빛 시멘트 길이 되었다. 흙길을 걷고 있던 아이는 소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뽀얗고 하얀 피부를 가진 아이는 어두운 얼굴빛을 가진 소년이 되어 있었다. 다시 어느 순간 길은 가시밭길이 되어 있었다. 어두운 얼굴빛의 소년은 회색빛 청년이 되어 있었다. 청년은 어느 순간 맨발이 되더니 가시밭은 피가 칠갑 되어 붉게 물들었다. 청년은 발뿐만 아니라 온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 있었다. 청년은 주저앉고 싶어 했지만 붉은 가시밭에는 주저앉을 곳 조차 없었다. 덩그러니 서 있는 청년이 뒤를 돌아본다. 지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귀에서 들린다. “지훈아 너는 너를 바라봐야 돼.” 지훈은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청년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청년과 눈을 마주쳤다. 청년은 아니나 다를까 지훈의 얼굴을 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훈은 청년에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갔다. 지훈 또한 맨발로 발을 뗄 때마다 붉은 피발자국이 바닥에 도장처럼 찍혔다. 지훈은 청년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지훈은 잠에서 깼다. 꿈을 꾼 것 같지만 기억은 나지 않았다. 꿈속 청년처럼 지훈은 울고 있었다. 꿈속 내용을 기억하려고 하자 머리가 아팠다. 지훈은 ‘왜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까?’ 궁금해하며 회색빛 하루를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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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2020 / 9 / 13 284 0 2059   
2 2화 2020 / 9 / 13 264 0 2747   
1 1화 2020 / 9 / 13 430 0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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