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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후계자는 네가 해
작가 : 박시인
작품등록일 : 2020.8.4

묻혔던 비밀과 얽히고설켰던 사연들이 드러난다. 그 엉킨 매듭을 풀어내라고 등 떠밀렸는데, 맞서는 대적자가 전혀 뜻밖의 인물이라.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으니……. 이 검왕의 아들과 그를 제자로 삼았던 천마의 후예는 결국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음모에 빠졌을 때에도 갖가지 기연을 만나게 되는 제법 운이 좋은 사내. 또 고난을 겪을지라도 끝까지 의리와 헌신의 관계성을 발전시켜 나가려 애쓰는 올곧은 의식의 소유자, 그런 주인공의 이야기.

 
#16. 건방진 거야, 개성이야?
작성일 : 20-09-18 10:31     조회 : 255     추천 : 0     분량 : 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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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건방진 거야, 개성이야?

 

 

 

  흰색 장삼을 입은 젊은이가 뒤를 돌아봤다.

  순식간에 함박웃음이 얼굴에 번졌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하매(夏妹)야, 너도 왔니?”

  “제가 먼저 왔네요.”

  “문주께서는 안녕하시고?”

  자기 사문에 별일 없느냐는 일상적 안부 인사였다.

  냉추하는 자기 사부의 상태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눈매가 살짝 흐려졌으나 대꾸는 태연했다.

  “그럼요.”

  “어디 보자. 키는 조금 더 커진 것 같은데 몸집은 여전하구나.”

  “그래서요?”

  “너무 가냘프잖아? 여전히 밥 잘 안 챙겨 먹지? 그래도 예쁘다, 우리 여동생.”

  소녀는 단답형으로 대답하는데도 젊은이는 장광설로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다가 팔을 잡아당기며 입술까지 내밀어 뺨에 입 맞추려 했다.

  “아이, 참! 왜 이러시나요?”

  “요 녀석 봐라? 그렇다고 오라비 손을 후려쳐?”

  “우리 오라버니는 언제쯤 철이 드시려는지.”

  “어쭈? 이제는 네가 다 컸다는 거냐?”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업어달라고 칭얼대던 건 이제 생각도 안 나지?”

  소녀는 대꾸하지 않고 은은히 볼을 붉혔다. 그 어색해하는 태도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풋풋한 젊은이들의 실랑이였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흰색 장삼을 입은 젊은이의 눈빛은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친밀한 문파의 여동생에게 장난을 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빈틈은 조금도 내보이지 않았다. 과연 만만치 않은 젊은 고수의 등장이었다.

  냉추하도 마찬가지였다.

  황산세가의 대공자 이문세(李文世)와는 오랜만에 만난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 장난치는 상봉을 끝내자마자 곧 본연의 자세를 회복했다.

  놀라운 운신지법을 펼쳐 회색 승포를 입은 승려 앞에 다가서서 인사했다.

  “소림의 묘진선사를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젊은 분이 나를 알아보다니, 혹시 그 비도문의 소문주이시오?”

  “소녀에게는 아직 과분한 호칭입니다.”

  “아니요, 아니요. 그 몸놀림이 놀랍소. 일신 무예가 소임(所任)을 거뜬히 감당하게 하고도 남겠소이다.”

  냉추하의 안색과 몸을 훑어보는 묘진선사의 눈빛이 번갯불 같았다.

  “최근에는 고금에 드문 상승 절기까지 습득한 것 같은데, 그렇소?”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고개를 숙였을 뿐이었다.

  말꼬투리를 잡혀서 자기에게 절기를 전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

  그러자 묘진선사는 그 생각을 다 헤아린다는 듯 합장하며 덕담을 건넸다.

  “마음가짐에 배려심이 깊도다. 앞으로 그 성취는 끝이 없을 것이오. 아미타불!”

  냉추하가 다시 읍하여 인사하며 청의 부인 뒤의 엄낭랑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엄수수 옆에 서 있는 주유곤과 눈이 마주치자 심정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별똥별이 튀었다.

  뛰기 시작한 가슴의 박동 소리가 마치 먼 곳에서 북 치는 소리 같았다.

  그러나 곧 심연에서 소리를 튕겨내는 심금을 얼른 추슬렀다.

  나이든 도사에게 단정히 다가서며 인사했다.

  “천풍도장께서는 평안하셨습니까?”

  산속에 틀어박혀 도를 닦는 도사였다. 그러나 입꼬리가 벌써 싱긋 벌어졌다. 이 소녀의 어여쁨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모양이었다.

  “나는 괜찮다, 현질녀야. 그 꼬마 아가씨가 이제는 숙녀가 됐구나.”

  “노도장(老道長)께서는 소녀를 놀리지 마시어요.”

  “오냐, 오냐. 네 사부께서도 별래무양(別來無恙: 오래 못 봤는데 별일 없느냐는 도가의 인사)하시냐?”

  “네, 두문불출 수양 중이십니다.”

  “두문불출? 너와 왕래는 했고?”

  “저도 오래 못 뵙다가 잠깐 문안드릴 때 명을 받았을 뿐입니다.”

  “오, 문주가 여기 직접 오지 않고 네게 이 일을 대행(代行)하라고 했어?”

  “네.”

  “그랬구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저도 사부님의 뜻을 모르겠습니다. 아직 미욱한 제자인데.”

  “아니다, 아니야.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법! 아, 나도 이제 물러나야겠다.”

  “네? 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앞으로도 후진들을 많이 이끌어주셔야지요.”

  어른을 존중한다는 소녀의 발성이었다.

  천풍도장의 슬쩍 웃는 표정에서 만족한 기색이 내비쳐졌다. 이어지는 음성에서도 따뜻한 기운이 풍겨 나왔다.

  “그나저나 네 일신 무예가 보통의 성취를 넘어섰구나.”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습니다.”

  “너무 겸손할 필요는 없다. 주변의 덜떨어진 작자들이 무시하려 들 수도 있으니까.”

  소녀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자 안심한 듯한 천풍도장의 음성이 이어졌다.

  “그나저나 네 사부는 그 노심초사를 조금은 덜어낼 수 있겠다. 무량수불!”

  이상하고 묘했다.

  누구든지 이 소녀와 대거리를 시작하면 말이 많아졌다. 노소불문이었다.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다 털어놓고 있었다. 이상한 매력이었다.

  태산세가의 이문세가 그랬고, 소림사의 묘진선사가 그랬으며, 무당파의 천풍도장이 그랬다. 그 엄격한 엄낭랑도 어쩔 수 없었다.

  여느 곳 어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는지 소녀에게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습관이 형성돼 있었다. 말에 감정의 군더더기를 거의 붙이지 않았다.

  이문세에게 질문하는 음성에도 아무런 정감이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황산세가 대공자의 입술이 헤벌쭉해졌다.

  정말 왜 그렇게 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흡인력이었다. 누구든 질문의 대상자로 지목되기만 하면 성실하게 답변하는 피고인들처럼 되고 말았다.

  “이 오라버니!”

  “응? 왜?”

  “오시는 도중에 고진대사를 못 만나셨나요?”

  “보긴 봤지만 만난 건 아니었다.”

  “뭇 군웅들이 벌써 다 모였잖아요? 문제의 해결책을 어서 찾아야 할 텐데, 그분이 늦으시네요.”

  아직 어린 처녀의 태도와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주도적 해결사가 자신이라는 암시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게 마땅치 않다거나 거부의 표시는 하지 않았다. 이문세만 엉뚱하게 반문했을 뿐이었다.

  “하매(夏妹)야,”

  “네?”

  “너는 그 늙은 중의 법명이 왜 고진(古塵:오래된 먼지)인지 아니?”

  “오라버니는 내 진짜 속마음을 아시나요?”

  “내가 그걸 어찌 알겠니?”

  “그러면 그분 겉모습만 보고 속내를 단정 짓지 마세요.”

  “으이그, 잘 난 체하기는.”

  “잘 난 체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기본 도리잖아요.”

  “그래. 맞다, 맞아.”

  냉추하가 올곧고 앙칼진 성품을 자기도 모르게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나 곧 자기의 직설을 부드럽게 받아들인 이문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칭찬의 말을 건넸다. 띄워주는 어투였다.

  “역시 이 오라버니는 대장부예요. 언제나 너그러우셔요. 그 흉금의 크기를 비교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문세는 조금도 변함이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내 말을 끝까지 들어보련?”

  “네, 오라버니.”

  냉추하가 이번에는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아찔할 정도의 교태였다.

  그러나 이문세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흔들림 없는 인식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무덤덤하게 군웅들을 바라보고 있던 주유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문세의 태도는 여태 보지 못했던 새삼스러움이었다. 유심히 그 언행 태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문세는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그 늙은 먼지는 아무리 털어내도 내게서 털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닦아내도 또 그 자리에 내려앉았어. 어디로 움직이든 꼭 그 흔적을 남겼다는 말이야.”

  이문세의 말에 같이 진지해진 냉추하가 차분하게 물었다.

  “두 분의 교류가 그 정도였어요?”

  “그렇다. 그 늙은 중은 곧 먼지를 풍기며 들어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줌 먼지가 회오리바람처럼 휘날렸다.

  노승 한 명이 표연히 대청에 들어섰다. 이들이 방금까지 이야기했던 고진대사였다.

  “우리 잘난 아우는 못난 형을 너무 띄워 올리지 말아라.”

  “어이구, 이제 오셨습니까?”

  “나는 새벽에 벌써 도착했던 사람이다.”

  “저는 형님이 저 아래 객잔 주모의 치마폭에 여태 잠들어있는 줄 알았는데요?”

  두 사람 사이에는 현격한 나이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도 이문세의 말투는 그 소통방식에서 세대를 뛰어넘고 있었다.

  젊은 놈이 노인에게 왜 이리 늦었냐고 핀잔하는 형태인데, 핀잔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서로 더할 나위 없이 기꺼워하는 모양새였다.

  ―당신의 존재는 내게 의미 있는 하나의 가치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어떤 말과 태도이든 나는 다 용납하겠습니다.

  뭐 이런 뜻이 담긴듯한 태도들이었다.

  하여튼 그건 그렇다 치고, 젊은 것의 핀잔에 반박하는 노승의 대꾸가 걸작이었다.

  “내 비록 저 산 아래 강가의 주막에 도착해서 탁자에 엎드려 잠들기는 했었다.”

  “피곤하셨나 보구려?”

  “그래. 한숨 자고 깨어나서는 세 말의 백주(白酒: 소주처럼 서민들이 흔히 마시는 술)와 반 마리의 황구 수육을 먹었다.”

  이문세가 중간에서 또 말을 잘랐다. 마치 추임새 같았다.

  “대낮에 혼자 그렇게 들어갑디까? 꽤 많이 드셨구려?”

  “그렇다고 취기를 빙자해서 주모를 껴안고 뒹굴지는 않았다.”

  “웬 변명이래? 찔리는 게 있으신가?”

  “네 관찰력이 고작 그 정도냐? 실망이다. 이 형은 아직도 눈이 높다!”

  도저히 승려의 언행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서른 병의 술과 개고기 열 근쯤을 먹어치웠다는 말도 모자라서, 주모를 끌어안고 뒹굴지 않았다는 말까지 아무렇지 않게 내뱉다니!

  그러나 대꾸하는 이문세는 태연했다.

  그 마음의 생각과 몸의 행위와 삶의 태도를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셨구려.”

  “그리고!”

  “아, 또 뭐요?”

  “나는 그 주막 문밖으로 네가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너도 이 형을 보았지?”

  “좀 바빴거든요.”

  “아무리 바빴어도 그렇지.”

  “정말 바빴다니까요?”

  “그럼 냉큼 들어와서 술 한 잔이라도 따라주고 갔어야지.”

  “혼자서도 잘 드시더구먼.”

  “그렇다고 눈도 안 돌리고 휙 지나가?”

  “뭘 그런 걸 가지고.”

  “모르겠느냐? 그건 이 형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 행위였다. 흥! 흥!”

  “자애로우신 형님!“

  “자애로운 형님은 무슨! 무시당한 형 놈이지!”

  “아이고, 형님. 저는 그때 묘강의 남붕치가 벌써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뭐라? 그래서?”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잖아요? 마음이 조급했다니까요? 그러니 한 번만 봐주세요, 네?”

  그러자 고진대사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표정을 심술궂게 보이려 했던 것 같았으나 그 말을 듣자 오히려 짓궂어졌다.

  말투까지 달라져 버렸다.

  “남붕치? 하! 그 묘강의 벌레 때문에? 그래서 우리 착한 아우의 마음이 급했었다고?”

  “그랬다니까요?”

  “궁금하구나.”

  “네?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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