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09. 프레이
작성일 : 20-09-17 17:47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14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남쪽마녀 리프의 방은 성에서 가장 안쪽, 그리고 가장 높은 곳, 남쪽나라를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었다. 그마저도 현재 반오즈군의 수장으로 있는 도로시에게 양보하려했으나 본인이 한사코 거절하여 원래대로 리프가 계속 제 방을 쓸 수 있었다. 남쪽나라를 이루는 근원부터가 대지마법에 기인한 것이라 남쪽나라는 언제나 풍요로웠고, 평탄했으며, 아름다웠다. 그것은 그녀가 거주하는 성에서도 또렷이 드러났기에 남쪽나라의 신민들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오, 다른 나라에서 건너오는 여행객들에게도 적당한 눈요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벌써 다 과거의 꿈이었다. 리프는 찬란한 금빛 조각과 정교한 세공의 에메랄드가 장식된 아름다운 방을 떠올려보았으나, 이내 흐릿한 기억이 되어 날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리프는 결단코 제 결정이 후회스럽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지금의 사활에 저 자신을 내걸은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리프는 마치 번개가 내리치듯 강렬하게 나타난 카인과 엘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좀 주무시라니까요.”

 

 하지만 절대안정이라는 처방만큼은 맘 놓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리프는 제 침대 위에 편히 눕힌 친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왔는지 그녀의 방문 틀에 카인이 기대어 서 있었다. 짤막하나마 오랜 추억을 되새김질한 탓에 미처 노크소리를 듣지 못했던 걸까. 잠시 상황을 유추하느라 멈춰버린 리프는 카인의 바로 뒤에서 떡하니 버티고 선 보크를 발견한 순간, 살풋 감탄해버리고 말았다.

 

 “정말이지, 대단하시군요.”

 “남쪽마녀. 동행을 요구한다.”

 

 언제 몸뚱이가 반파되었냐는 듯 멀쩡한 보크가 한 걸음 성큼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정중하기 그지없는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리프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여전히 미동도 없이 잠들어있는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언뜻 보면 그저 숙면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워져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그녀는 파리한 혈색에 호흡도 불안정했다. 마치 악몽을 꾸듯, 오랜 달리기를 이어가는 사람처럼 프레이는 끊이지 않은 식은땀과 오한에 전신을 떨었다.

 리프의 시선을 따라 카인과 보크 또한 병색이 완연한 프레이를 잠자코 내려다보았다. 짤막한 침묵 속에서도 리프는 프레이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쓸어주고, 땀을 닦아주며, 카인을 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정말, 깨어날 수 있는 거겠죠?”

 

 환수 특유 스킬인 전음도 아니건만, 음성 자체에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거니와 묘한 울림까지 느껴졌다. 카인은 문득 보크가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유난히 따가운 옆얼굴을 뻔뻔스레 모른 척 하며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리프님께서도 푹 쉬셔야 제가 거래한 계약조건이 완성됩니다.”

 

 그제야 다시 올려다본 카인은 얄미운 미소를 여전히 한가득 담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다는 얕은 한숨과 함께 일어난 리프는 보크가 내민 손을 잡았다. 일순 마주친 그들의 눈은 짧은 질답을 거쳤으나 카인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정중한 목례를 해보일 뿐이었다. 보크가 에스코트하는 대로 방을 나서던 리프는 돌연 몸을 돌려 카인의 손을 붙들었다.

 분명 가냘픈 손이건만 쥐어오는 아귀힘은 상당했다. 거기다 맞닿은 손을 통해 강력한 마력이 제 손등 위로 따끔따끔 모여드는 감각이 느껴져서 카인은 저도 모르게 흥미롭다는 듯 천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리프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스킬을 발동했다.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창조자의 눈.’

 

 [아름다운 속박-A

 시전자와 연결되어 작은 약속이라도 맹세가 되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합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저주가 되어 존재력에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이는 시전자에게도 역작용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으며, 어떤 상태인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전자 외에는 그 누구도 깰 수 없습니다.]

 

 스킬에 대한 설명을 거의 다 읽었을 때에는, 카인의 손등 위에 감람나무 이파리 세 개가 새겨졌다. 꽤나 남루한 모습이라 한들 여즉 찬란하게 빛나는 에메랄드 눈동자와 똑같은 빛이 손등에서 반짝거렸다. 그 빛을 즐겁게 관찰할 새도 없이 리프가 다시금 힘주며 맞잡은 손을 끌어당겼다. 그렇게 가까워진 카인에게 리프는 앙다문 잇새로 경고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려내요.”

 

 진작 도로시와 이야기를 끝냈음에도 도리어 윽박지르는 주객전도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카인은 불쾌해하는 기색이라곤 일절 없이 빙그레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는 푸르른 이파리가 문신처럼 새겨진 손등 위로 입술을 꾹 붙인 그를, 리프는 찰나 아연해져서 응시하다가 휙 몸을 돌려 보크보다 앞서 방을 나가버렸다.

 

 “자, 그러면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프레이님.”

 

 이로써 오롯이 환자와 단 둘만 남게 된 카인은 가볍게 두 손을 스트레칭 하듯이 쥐었다 폈다.

 

 

 -

 서쪽마녀는 강하다.

 마녀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

 

 “그래서 난 언니가 싫어.”

 

 서늘하니 냉랭한 눈동자가 프레이를 노려보았다. 아주 추운 날, 북쪽나라에만 드리워진다는 오로라처럼 여러 색이 한데 물든 머리카락이 팔랑팔랑 멀어지는 것을 프레이는 분노 한 자락 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다.

 이 세계에 혼란만 가득했을 때였다. 마녀들은 그런 시기에 태어났다. 평범한 인간이라기엔 어폐가 있는 가족력이 있는 그녀들은 마법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만나게 되었다. 마법이라고 해보았자,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나 치료를 위한 마법 외에는 그 어느 것도 가르치지 않았고 배우려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에서 네 명은 신기하게도 마음이 잘 맞았다.

 이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었던 것이다. 분명 각각의 기점으로 세계는 나뉘어져있고, 나눠진 곳들은 저마다 땅이며 물이며 하물며 대기에도 고유 성질을 가진 마력이 산재했다. 그 마력을 가만히 두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고 네 명의 소녀는 학교를 졸업해서도 교류를 이어나가며 각자 자리를 잡은 네 곳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분명 시작은 별 볼일 없는 마법학교를 졸업한 네 명의 소녀였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나도 약해빠진 너와는 시간낭비하고 싶지 않아. 프리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되짚어보기도 무색하리만치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프레이는 과거를 책망하기를 그만두었다. 그 대신, 혼자 높은 얼음 성을 지어 올려 그 안에 틀어박힌 친구를 위해 꾸준히 말벗을 보내주고만 있었다. 퍽 말이 통했던 오즈가 뒤통수를 친 것으로도 모자라 프레이에게 겁 없이 덤벼들었는데도, 북쪽나라에서 그들을 숨겨주었을 때마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추운 곳에 혼자 스스로를 가둔 프리아에게 새로운 말벗이 생겼노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새로운 오즈와 다른 마녀들을 달래었던 프레이였다.

 전투 마법 실력도 비등한데다가 이름도 비슷해서 의자매처럼 가까웠던 그들은 이제 없었다. 그래도 프레이는 괜찮았다. 리프와 윈델을 통해 프리아가 지내는 근황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무사하면 되었고, 건강하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 에메랄드 성에서 모이는 집회에서도 바로 옆자리이면서 인사조차 없이 스치더라도 프레이는 그러려니 했다.

 그랬었다.

 그랬는데.

 

 꿀――꺽.

 

 “허어억!”

 “프레이님!”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의 신체가 허공으로 높이 튕겨졌다. 물리적인 힘이나 마법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소용돌이마냥 휘몰아치는 악몽에 버티지 못한 발버둥에 가까웠다. 카인은 제 몸도 함께 튕겨질 뻔한 것을 어떻게든 버텨낸 것에 스스로 감동하면서 곁눈질로 바쁘게 프레이를 다시금 훑었다. 그의 두 손은 절대 움직일 수 없도록 마력으로 엮은 실에 꽁꽁 묶인 채였다. 그것도 프레이의 머리와 함께 딱 달라붙도록 말이다.

 

 “프레이님? 프레이님, 아직 안 됩니다. 버티셔야 합니다.”

 “아아아악! 안 돼! 안 돼, 프리아아아!”

 “프레이님.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심호흡하세요.”

 

 곧 죽어버릴 것처럼 다소곳이 감겨있던 눈을 홉뜬 프레이는 전신을 뒤틀며 허리를 꺾었다가 쭉 늘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이마를 마주 대며 카인은 정신을 그리고 마력을 집중했다.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부족하지 않게,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침대 위에서 적당한 조절이란 퍽 힘겨울 법 했으나 카인은 미간 한 번 찡그리지 않았다. 언제나 드리워졌던 미소만이 사라졌을 뿐, 잔잔한 수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카인은 감정이 전무한 채로 계속해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냥 잠들어버리고파서 가라앉아버렸을 의식을 불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을 위해 그녀의 이성을 불렀다.

 한참 프레이만을 불렀다.

 

 “프레이님?”

 

 그리고 프레이는 눈을 떴다.

 

 화르르르륵!

 

 화염의 마녀가 깨어난 것이다.

 

 

 
작가의 말
 

 직화로 구운 새우구이가 먹고싶네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오즈의 마법사 #16. 하늘에서는 2020 / 9 / 24 228 0 4583   
15 오즈의 마법사 #15. 지상에서는 2020 / 9 / 23 228 0 5122   
14 오즈의 마법사 #14. 개전 2020 / 9 / 22 246 0 6272   
13 오즈의 마법사 #13. 폭풍전야 2020 / 9 / 21 218 0 4461   
12 오즈의 마법사 #12. 해결사 2020 / 9 / 20 231 0 4947   
11 오즈의 마법사 #11. 작전회의 2020 / 9 / 19 225 0 4509   
10 오즈의 마법사 #10. 집결 2020 / 9 / 18 254 0 4639   
9 오즈의 마법사 #09. 프레이 2020 / 9 / 17 227 0 4142   
8 오즈의 마법사 #08. 보크 2020 / 9 / 16 240 0 4067   
7 오즈의 마법사 #07. 오즈 2020 / 9 / 14 253 0 4180   
6 오즈의 마법사 #06. 별이 빛나는 밤 2020 / 9 / 11 237 0 4870   
5 오즈의 마법사 #05. 영업시작 2020 / 9 / 10 251 0 4986   
4 오즈의 마법사 #04. 도로시 2020 / 9 / 9 253 0 5295   
3 오즈의 마법사 #03. 컹, 컹! 2020 / 9 / 7 236 0 4816   
2 오즈의 마법사 #02. 피예로 2020 / 9 / 6 220 0 4806   
1 오즈의 마법사 #01. 자기소개 2020 / 9 / 5 386 0 499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