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녕, 우리
작가 : 기린초
작품등록일 : 2020.9.9

희대의 살인마가 귀환한 것인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범인을 알고 있는 이들은…

 
19. 폭풍전야
작성일 : 20-09-17 09:55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47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선배들의 권유와 태경의 지시로 집에 돌아온 지은.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집안은 환했고 그녀를 반겨주는 그는 앞치마를 맨 채 부엌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나 손 다쳤어.”

 “어?! 어디! 왜!”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처음 들은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며 지은의 손을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손을 꽁꽁 싼 붕대의 감촉이 생각보다 까슬까슬했다.

 

 아니, 해진에게만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범인의 칼을 잡았대. 그래서 이렇게 된 거래. 그런데 그게 기억이 안 나. 혹시 말이야, 블랙아웃 됐을 때도 사실은….”

 “너, 네가 조금 전에 말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그랬잖아. 그거랑 충격적인 살인사건이랑 겹쳐서 그런 거 아닐까? 이번 살인사건 잭의 카피캣이라며. 그런 걸 직접 본 건 처음이잖아.”

 “응, 뭐. 자신의 의지가 강했던 카피캣이었지.”

 “순식간에 뭔갈 자신도 모르게 해버리면 그걸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럼 러디는 잭의 범행수법을 차용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 게 아닐까. 리퍼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그렇지 둘의 범행수법에는….”

 “지은아, 그만. 손만 씻고 와. 밥 먹자.”

 

 둘러대는 말이 꽤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 중에 기억의 부분, 부분이 소멸한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했다.

 

 갑작스럽게 넘어간 러디의 이야기에 해진이 급히 말을 끊고 그녀를 욕실로 보냈다. 지은은 입을 비죽였지만, 그녀의 말대로 욕실로 향하는 발걸음을 뗐다.

 

 지은은 욕실로 들어갔다. 세면대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해진은 닫힌 욕실 문을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국이 끓어서 넘칠 뻔했다. 넘어버리기 직전에 불을 끄고 식탁 위로 반찬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은이 욕실에서 나와 식탁 앞에 앉았다. 해진이 서둘러 국과 밥을 퍼 식탁 위에 놓았다. 해진은 앞치마를 입은 채 지은의 맞은편에 앉아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울었어?”

 “어, 어?”

 “코끝이 빨개서.”

 

 같이 사는 사람이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인지,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의 매서운 관찰력일지는 모르겠으나 해진이 무슨 말로든 둘러대야 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전봇대가 있었다든가….

 

 “어떻게 경찰이 됐는지 제일 궁금한 사람은 아줌마야. 알아?”

 “왜! 내가 어때서!”

 “자기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거울을 좀 보시지?”

 

 환기된 분위기. 여느 때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싱크대에 자신의 빈 그릇을 놓아두고 거실로 가려는 지은을 해진이 불러 세웠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알겠지?”

 “이제 한 번 봤으니까 면역이 생겼겠지. 미안, 너무 신경 쓰게 해서.”

 “당연한 거야, 내가 널 걱정하는 건. 씻고 거실로 가. 그게 더 편할 것 같은데.”

 

 해진의 제안에 지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해진은 옷가지를 챙겨 나와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지은을 보고 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비워진 식탁.

 

 여기저기 반찬이 남긴 자국들을 행주로 닦아냈다.

 

 하얀 행주가 얼룩졌다.

 

 부엌의 모든 정리를 끝내놓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거실을 밝히는 전등.

 

 해진의 맞은편에 놓인 검은 화면의 TV.

 

 해진은 채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검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하니 뭐해? 설거지하고 나니까 힘들어?”

 “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뭐 볼래?”

 “아니. 나 그냥 자러 갈래.”

 “머리에서 물 떨어지는데? 머리카락 말리고 자라니까. 하여튼 내 말이라곤 귓등으로도 안 듣지.”

 

 해진이 투덜대며 지은의 손을 잡고 욕실로 이끌었다. 아직 채 빠지지 않은 열기와 습기가 욕실을 메우고 있었다.

 

 해진은 수납장 속에서 드라이기를 꺼냈고 콘센트 안전커버를 열었다.

 

 드라이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을 둘러싼 열기를 조금 식혀주는 듯했다. 아주 작은 바람이었지만 이는 두 사람의 호흡을 쉽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해진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지은의 머리카락. 끝이 상해 있었다.

 

 “머리카락 상했네.”

 “아, 그래? 시간 나면 잘라야겠네. 자르는 김에 그냥 확 단발로 잘라버릴까?”

 “난 딱 이 정도 길이가 너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단발도 괜찮을 것 같긴 해. 네가 단발이었던 적을 처음 얼마간밖에 본 적이 없으니까.”

 

 지은은 해진이 말했던 ‘처음 얼마간’을 회상했다.

 

 젊고 능력 있는 건 확실한데 어딘가 모르게 모자라 보이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뭐, 그게 자신의 매력 포인트라며 지금까지도 박박 우겨대고 있긴 하지만….

 

 지은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라 ‘웃기고 있네.’라는 말로 작은 티격태격함을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드라이기의 바람도, 소리도 멈췄다. 해진의 손가락을 스치던, 허공에 날리던 머리카락이 착 가라앉았다. 해진이 빗을 꺼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다됐다. 제발 말리고 자. 감기 걸리면 어떡할 거야.”

 “감기 걸리면 또 욕먹으니까 안 되지. 그건 싫다. 욕먹으면 오래 산다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진 않네.”

 

 그냥 하는 말인지, 다른 생각을 하는 건지.

 

 해진은 의미심장한 지은의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어 보았다.

 

 지은이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뗐을 때 해진이 그녀를 잡았다.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기억할 필요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을까, 지은아.”

 “꼭….”

 “……….”

 “내가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말투야, 아줌마.”

 

 지은은 해진의 말을 시답잖다는 투로 넘기고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제 방으로 향했다.

 

 * * *

 

 해진이 눈을 떴다. 몸을 일으켜 제 옆에 있는 핸드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각 오전 4시 20분. 이리도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진 이유는 뭐라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겠으나 그 이유 속에 지은이 있음은 확실했다.

 

 해진은 침대에 걸터앉아 마른세수한 뒤 침대를 벗어났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내 낙차 소리가 들렸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뿌연 김을 동반했다. 이는 멍한 표정의 해진을 감쌌다. 마치 안개 속에 홀로 고립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이는 해진이 현재 느끼고 있는 자신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말끔하게 옷을 입은 해진이 방에서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지은의 방에 한 번 눈길을 주었다가 현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발걸음은 자신의 차 앞에서 잠시 멈췄다. 차에 오른 해진은 룸미러에 걸린 사진에 시선을 고정했다.

 

 옅게 지어지는 미소와는 달리 해진의 눈빛에는 척비함이 가득했다.

 

 조용한 새벽. 태양이 이제 막 머리를 보이기 시작한 시간.

 

 해진의 차가 도착한 곳은 가온성당이었다.

 

 두어 대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니 성당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뒤를 이어 해진도 성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성수에 검지를 살짝 담갔다 빼고 고개를 들면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십자가. 해진은 잠시 그 앞에 멈춰 서 있다가 성호를 긋고 빈자리로 갔다.

 

 새벽 미사라. 꽤나 오랜만에 오는 것이었다. 미사가 아닌 시간에 더 많이 온 성당이고 십자가 앞이었기에.

 

 6시가 되기 조금 전, 신부가 복사들과 함께 들어오고 이내 미사가 시작되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은총을 내리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시는 성령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해진은 두 손을 꼭 모았다.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해진. 그가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은 지은의 안위(安慰)였다.

 

 지은, 그녀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테지만 그녀와 함께 생활해 온 10년간. 아니, 러디가 발견된 이후로부터 해진이 줄곧 빌어 온 것이었다.

 

 성당의 소식을 안내하고 파견성가를 부르며 끝이 나는 미사. 해진은 모두가 자리에서 나가거나 나갈 채비를 하는데도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온 사람. 그 날과 같았다.

 

 “오랜만에 새벽 미사에 오셨네요.”

 

 해진을 수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자매님의 눈엔 슬픔만이 가득하네요. 누구를 위해 이리도 간절히 기도하고 계신 것입니까?”

 

 수녀의 물음에 해진은 맞잡은 두 손에 더 힘을 주었다.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서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혹시 부인이나 자녀분이신가요?”

 “자녀…. 네, 자녀죠. 딸. 가지 말라는 길을 기어이 걷고 있는 딸.”

 “부모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자식이라고 하죠. 인간은 자신만의 길이 있고 그 길을 향해 걷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악이 되거나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나쁜 길이 아니라면 자녀분을 지지해 주시는 게 자녀분에게도 자매님에게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요?”

 

 사회의 악이나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길이라. 지은이 걷고 있는 경찰은 그 반대의 길이지.

 

 사회의 정의 실현과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 중 하나.

 

 사회의 악이자 도덕적으로도 심히 어긋난 길을 걷고 있는 건 러디다.

 

 해진이 추측하기론 남자, 특히 유부남에 대한 분노의 표출 정도가 심각해 살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러디가 사회의 악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지은에게는 필요악이라면. 악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 한 사람에게만은 필요한 존재라면. 다수를 위해 그녀를 죽이고 지은을 희생하는 것이 맞는 건가.

 

 단 한 사람의 희생으로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면 그 한 사람의 의견 없이 희생을 강요해도 되는가.

 

 해진은 그 수많고도 같은 맥락인 질문 속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토록 지은을 감싸려는 필사적인 이유에는 과거의 자신이 있었다.

 

 “벌써 30년이 넘은 이야기네요, 그 일도.”

 

 수녀는 해진이 하려는 말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19. 폭풍전야 2020 / 9 / 17 290 0 4765   
19 18.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2) 2020 / 9 / 17 301 0 5378   
18 17.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1) 2020 / 9 / 17 284 0 5559   
17 16. 부녀자 살인사건(3) 2020 / 9 / 17 278 0 5847   
16 15. 부녀자 살인사건(2) 2020 / 9 / 17 309 0 6129   
15 14. 부녀자 살인사건(1) 2020 / 9 / 17 284 0 6026   
14 13. 카피캣 2020 / 9 / 17 279 0 4700   
13 12. 일상이라는 건 2020 / 9 / 16 298 0 4848   
12 11.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4) 2020 / 9 / 16 292 0 7730   
11 10.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3) 2020 / 9 / 16 292 0 6357   
10 09.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2) 2020 / 9 / 15 286 0 5125   
9 08.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1) 2020 / 9 / 15 286 0 6085   
8 07. 더는 아프지 않았으면 해서 2020 / 9 / 14 282 0 5870   
7 06. 멍청한 놈 2020 / 9 / 13 293 0 5806   
6 05. 신입, 사고 치다. 2020 / 9 / 11 283 0 4458   
5 04. 현화 1동 살인미수사건 2020 / 9 / 11 286 0 5859   
4 03. 미제사건 2020 / 9 / 10 300 0 5337   
3 02. 노을 2020 / 9 / 10 292 0 4194   
2 01. 시작 2020 / 9 / 9 270 0 5759   
1 Prologue. 살아 있다는 건 나약하다는 것이다. 2020 / 9 / 9 456 0 304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국정원, 황제가
기린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