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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녕, 우리
작가 : 기린초
작품등록일 : 2020.9.9

희대의 살인마가 귀환한 것인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범인을 알고 있는 이들은…

 
13. 카피캣
작성일 : 20-09-17 08:27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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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아침부터 터져버렸다. 사건이 말이다. 출근한 지 30분도 안 되었을 때 1팀 전원은 현장으로 출동해야 했다.

 

 파출소에서 사람들이 현장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저지시키고 있었다.

 

 태경을 선두로 한 1팀이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현장감식반이 증거를 보존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태경과 두 명의 신입은 시신이 있는 곳으로 갔고 상현과 효은은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파출소 경찰들에게로 갔다.

 

 태경이 시신 근처에 있는 과학수사팀 팀장을 불렀다. 둘은 아는 사이라 팀장이 눈짓으로 인사했다.

 

 “사망추정시각은?”

 “새벽 두세 시경,”

 “으으…….”

 

 지훈이 지은의 옷깃을 꽉 잡았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은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를 힐끗 보고는 혀를 찼다.

 

 반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 저러다니.

 

 지훈이 저런 표정을 지을 만도 한 것이 죽은 여자의 모습이 꽤 처참했기 때문이다. 몸이 심하게 난도되어 있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른쪽에서부터 중앙을 지나 갈비뼈까지 베어져 있었다. 내장까지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이 꼭 어떤 사건과 닮아 있었다.

 

 태경은 시신 옆에 쭈그려 앉았다. 절로 좁혀지는 미간이었다.

 

 “어때? 그 사건과의 연관성은?”

 “러디 피해자들은 죄다 남자였잖아, 그것도 유부남. 살해방식으로 봐도 러디보다는 잭에 가깝지. 표식 같은 게 나오면 딱 연쇄 사건 느낌인데.”

 “무슨 그런 불길한 말을 하냐?”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반장은 부검하고 나서 자세히 알려준다고 했고 태경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쓰러지고 깨져 있는 집안의 온갖 물건들. 그들과 함께 움직이던 지은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기에서 피를 털어낸 듯 보이는 자국.

 

 또한, 그 자국 중 하나는 묘하게 번진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지은은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때 지훈이 지은을 불렀다. 그러나 지은은 그의 목소리를 들은 체 만 체 제 눈앞에 있는 핏자국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지훈은 한숨을 푹 쉬었다. 멀어져가는 태경과 지은을 번갈아 보다가 지은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 여기서 뭐 해.”

 “왜 이것만 번져 있을까?”

 

 지은이 검지로 핏자국을 가리켰다.

 

 스탠드가 놓여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납장 앞.

 

 지훈은 손끝을 따라가 시선을 두었다. 지은의 말대로 번져 있었다. 그 이유가 손에 의해서라면 지문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지훈이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살짝 꺾었다. 무게중심이 잘못 쏠려서 바닥에 머리를 박아버렸다. 조금만 움직이면 분명 증거물에 영향을 미치리라 판단되었다.

 

 지은은 혀를 찼다.

 

 “어? 저거 뭐야?”

 “뭐가 있어?”

 

 지훈이 서랍장 아래로 손을 뻗었다.

 

 바스락. 뭔가 잡혔다.

 

 지훈이 서랍장 밖으로 손을 빼냈고 그의 손엔 하얀 종이가 하나 들려 있었다.

 

 종이의 끝이 얼룩져 있었다. 추측하건대 저 번진 자국은 이것에 의해서였을 것이라.

 

 “너네 여기서 뭐 해?”

 

 상현이 물었다. 효은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기만 했다.

 

 “이걸 발견했습니다.”

 

 지훈이 서랍장 아래에서 꺼낸 종이를 들어 보였다. 상현이 이를 건네받고 펼쳐보았다. 그곳엔 마치 먹을 갈아 정갈하게 쓴 서체를 보는 듯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절대 손가락을 이용해 썼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서체의 끝과 곡선이 명확히 붓을 사용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The first half of our lives is ruined by our parents.」

 

 “우리 인생의 전반은 부모님이 망쳐 놓는다.”

 

 미국의 변호사 클라렌스 대로우가 남긴 명언이었다.

 

 “And the second half by our children.”

 

 지은이 입을 뗐다. 클라렌스가 남긴 명언의 뒷부분이었다.

 

 ‘그리고 후반은 아이들이 망쳐 놓는다.’

 

 모두의 시선이 지은에게 쏠려 있을 때 태경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태경은 상현의 손에 들린 종이를 발견했다. 상현에게서 종이를 건네받으며 피해자의 신원을 읊으라 했다.

 

 “피해자는 이주현, 42세의 여성이고 회사원입니다. 탐문 전이라 그녀가 원한을 살만한 성품을 가졌거나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원 상으로는 전과도 없는 사람이 죽을 이유를 찾을 수 없습니다.”

 

 태경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혀를 한 번 찼다.

 

 서로 복귀한 1팀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태경이 중앙에 섰고 넷은 네모난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았다.

 

 “우리가 우선 이 종이를 들고 오긴 했지만, 이걸로 뭘 알 수 있을까. 신입, 너….”

 

 “팀장님, 신입 이름 정도는 외우시죠. 신입이 둘인데 신입이라고 부르면 누굴 부르는 건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상현의 말에 태경이 입을 비죽였다. 상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씩 웃어 보였고 태경은 ‘김지은’이라는 제대로 된 이름을 불렀다.

 

 지은은 태경을 향했던 눈빛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 쪽지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나?”

 “명언의 전부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보자면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피해자가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한 번의 범행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연쇄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은은 막힘없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얘기했다.

 

 태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그녀가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부모에 대한 원한이 있는 사람. 한 번의 범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

 

 그렇다면….

 

 “상현이랑 효은이는 탐문, 너희들은 나와 함께 피해자의 행적을 쫓는다.”

 

 태경의 간단한 지시 후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사건 현장이 집이었던 터라 유족들을 서로 불렀다.

 

 상현과 효은이 나간 회의실에 둘러앉은 남은 셋과 유족들.

 

 지은의 시선은 아직 유치원생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고정도어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응어리가 숨구멍을 막을 것 같았다.

 

 “부인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제가 볼 땐 주변 사람들한테 잘했어요. 다른 유치원 아이들 부모랑도 잘 지냈고…. 회사에서도 트러블이 있었다거나 하는 소린 못 들었어요.”

 

 지훈이 수첩에 그들이 나눈 대화의 핵심을 꼼꼼히 기록했다. 생활 패턴과 근래 특별히 다녀온 곳 등을 알 수 있었다. 태경은 협조해 줘서 고맙다며 그들과 함께 회의실을 나갔다.

 

 남편은 범인을 꼭 좀 잡아달라며 몇 번이고 부탁을 한 뒤 멀어져갔다.

 

 지은은 그들이 시야에서 벗어난 뒤에야 막혔던 호흡이 트이는 듯 짙은 숨을 내뱉었다. 지훈이 그녀의 거친 숨소리에 괜찮냐고 물었다.

 

 지은은 괜찮다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 손을 돌려 지훈에게 내밀었다. 지훈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수첩 좀.”

 

 지훈은 그제야 ‘아’하며 그녀에게 수첩을 건넸다.

 

 지은은 지훈이 기록한 것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특이사항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평소와 달리 다녀온 곳이라고 한다면 인천에 있는 아이들의 외가와 경기도의 놀이공원 정도였다.

 

 “우선 놀이공원 가서 CCTV 녹화본 받아보자.”

 

 태경의 말에 지훈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은 수첩에 고정한 채 먼저 가버리는 그들의 뒤를 따랐다.

 

 태경은 CCTV 녹화본을 받고 지은과 지훈은 당시 그들이 다녔던 루트를 다녀보기로 했다. 평일 중에서도 월요일이고 오전 시간대라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다.

 

 지훈은 인파가 들끓지 않은 덕분에 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은은 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지훈은 그녀가 수첩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 주변을 조사하지 않는 게 불만이 아니라….

 

 “앞 좀 보고 걸어, 넘어진다.”

 “피해자 가족이 이곳에 왔었던 때는 열흘 전, 토요일이야. 공휴일이랑 겹쳐 있어서 인파가 장난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 그럴 땐 그냥 집에서….”

 “인파가 많은 날에 타깃을 설정하기 더 쉽지 않을까? 부모에 대한 원망이 있다고 한다면. 그때가 모처럼 아이들이랑 시간을 맞춰서 부모들이 놀러 나오는 거니까.”

 

 일리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추측에 불과한 것. 우선 피해자의 행적을 밟아보지 않으면 안 됐다.

 

 지훈이 지은의 손에서 수첩을 빼앗으며 움직이자 재촉했다.

 

 피해자 가족의 돌아다닌 루트를 오가며 조사해보았지만,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것, 피해자 가족에게 특이점이 없었다는 것 때문에 그들을 명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근무하고 있던 이들이 아르바이트생들이라 현재 있는 사람과 바뀐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즉,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출입구에서 다시 만난 셋. 얻은 것이 있냐는 태경의 물음에 지훈은 없다고 대답했고 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태경은 녹화복사본이 든 USB를 보여주며 서로 돌아가자고 했다.

 

 지훈은 영장을 받아 오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서로 돌아가는 차 안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서에 도착해서 녹화복사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지은이 보고 있는 곳은 교차점 두 곳과 식당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탐문을 나갔던 상현과 효은이 들어왔고 태경이 기지개를 켰다.

 

 지훈은 그사이에 퀭해진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지은은 멀쩡했다. 두 눈을 영상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보고 있다는 것.

 

 효은이 지은의 뒤로 갔다. 지은은 제 뒤에 자리 잡은 인기척에 영상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효은은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지은에게 물었다.

 

 “왜 여기만 돌려 봐?”

 

 지은은 다시 앞으로 몸을 틀었고 영상의 특정 부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광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뜬금없는 지은의 질문에 효은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옆에 있던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가 다음 말을 이어가길 기다렸다.

 

 “늘 웃고 있는 광대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상대죠.”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을 찾기엔 안성맞춤이겠네.”

 “광대 아르바이트생 명단 요청하겠습니다.”

 

 지은은 놀이공원에 토요일의 아르바이트생 명단을 요청했고 1시간 뒤, 팩스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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