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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벨트는 제 겁니다, 전하
작가 : 곰고미
작품등록일 : 2016.9.3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남자는 얼굴 한가득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바지 좀 벗어주겠는가, 그대."

어머니. 일하러 왔는데 순결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흔한 황태자와 보좌관의 관계 (7)
작성일 : 16-10-24 01:5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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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손 들라니까!!”

 

 저게 무슨 일이지…? 아이의 시선을 따라 무심코 바라본 곳에는 눈과 코, 입 위치에 구멍이 뚫린 까만 복면을 뒤집어 쓴 사내가 서있었다.

 

 방금 전까지 아이가 늘어놓고 있던 이야기처럼 문을 쾅 발로 차 열고 들어온 사내는 아이의 친구가 했다던 행동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손에 들린 것은 그 친구가 했던 것처럼 깜찍한 총모양의 손이 아니라 정말 총이었다. 저게 장난감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새끼들… 이게 장난감 총이라도 되는 줄 알아! 내가 우습게 보이지!!”

 

 탕 타앙. 일단 장난감은 아니었구나, 저거.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는 사람들의 태도에 잔뜩 열받은 사내가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멍하니 소리를 따라 고개를 올린 에이비는 천장에 뚫린 구멍을 보며 생각했다. 분명 저사람이 들고 있는 게 진짜 총이라는 건 알겠는데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건지는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러니까... 지금 저 사람이 강도인거지...?

 

 덤덤히 이 상황에서 복면을 쓰고 있는 사내가 맡고 있는 역할을 문장으로 바꿔 본 에이비는 그제서야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일이라는 것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갑자기 너무 스케일이 큰 사건이 일어나서 그런걸까?

 

 그러나 에이비처럼 한참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던 기차의 다른 승객들은 큰 소리와 함께 총알이 열차 천장을 뚫는 그 순간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말은 즉, 총성이 울려퍼지는 것과 동시에 기차 안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는 뜻이었다.

 

  "꺄아아악!"

 

 어느 귀족영애의 목소리로 시작된 비명은 마치 전염되듯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다. 남자의 비명,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 등 너나 할 것 없이 겁에 질린 목소리들이 잔뜩 섞이며 소음을 만들어낸다.

 

 그 소리가 에이비조차 시끄럽다고 느낄 정도였는데 총을 든 강도의 귀에 시끄럽지 않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복면의 드러난 부분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강도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어느새 그의 뒷쪽으로 등장한 새로운 남자 둘이 뭐라 소근거리는가 싶더니 하늘을 향하고 있던 총이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시끄러워!! 닥치지 못해! 이것들이 나랑 장난치나. 내가 분명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근데 손은 왜 안 들어!”

 

 움직이지 말라며… 손은 어떻게 들라고? 말의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은 어찌 됐건 남자가 가진 총의 위력은 확실했다.

 

 탕, 타앙. 추가적으로 쏜 두 발의 총알이 천장에 새로운 구멍을 뚫는 것과 동시에 비명을 지르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물론, 여전히 손은 들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 씨… 내가 우습냐, 망할 것들아! 움직이지 말라니까! 얼른 손 올리라고!!”

  “움직이지 말라며… 손은 어떻게 들라는 거야?”

  “뭐?”

 

 이런 제길. 속마음이 밖으로 나와버렸다. 직업 특성상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은 잘라내거나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자꾸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강도의 청력은 매우 좋은 편인지 중얼거림을 들은 강도는 더 이상 찌푸릴 곳도 없어 보이는 얼굴을 한층 더 찌푸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멱살을 잡아챌 듯 사나운 모습이다.

 

 어떡하지...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에 에이비는 방금 전의 자신을 저주했다.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왜 밖으로 꺼내가지고! 이대로라면 전형적인 행정관의 표본인 자신은 강도가 이 곳에 도달하자마자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죽을 것이 뻔했다. 몸치인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싸움을 하기에는 약하달까. 그것도 총을 든 사람과의 싸움이라면야 말할 것도 없다.

 

  "어이, 너! 지금 뭐라고..."

  "형! 나 너무 무서워! 흐아아앙!"

  "어? 그래... 진정해."

  "형아아!"

 

 저기. 지금 무서워 해야 하는 건 난데요. 남자가 거의 다 다가왔을 무렵, 결국 어찌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이대로 죽는 건가. 내 시신은 고향으로 보내줘.'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이가 품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

 

 얼결에 달래주기는 했는데 그럼 뭐하나. 이제 죽을 것을. 이상하게도 자신의 일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 상태에서 에이비는 그저 눈 앞에서 옆자리 사람이 죽는 꼴을 볼 아이를 위해 묵념하기로 했다. 내가 아이를 불쌍하게 여긴다고 저 놈들이 날 살려줄 리가 없으니까.

 

  "쳇. 잘못 들었나. 어이 너. 시끄러우니까 꼬맹이 입 다물게 해."

  "...예?"

  "확 씨. 못 알아들어? 꼬맹이 그치게 하라고!"

  "아, 네!"

 

 살려줄 리가... 있네? 욕을 먹기는 했지만 그냥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사내의 행동에 에이비는 어리둥절 해졌다.

 

 대체 무슨 일이지, 이게? 살았으니 다행이지만 여전히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강도의 심리에 대해 고민해봤자 모를 것이 뻔해서 일단 겁먹은 아이를 달래고 보기로 한 에이비가 살짝 고개를 숙이니까

 

  "형. 바보에요? 왜 거기서 그 말을 해요! 큰일 날 뻔했잖아요!"

 

 응? 고개를 숙이는 순간 잔소리를 들었다. 그것도 나이가 곱절 차이나는 어린 아이한테. 확실이 방금 전의 행동이 잔소리를 들을만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어린 아이한테 들으니 느낌이 이상하다.

 

 근데 너... 아까까지 무서워하던 거 아니었어...?

 

  "형은 '납치에 대처하는 귀족의 자세' 도 안 읽었어요?"

 

 아하. 그 어린이 교육서 베스트셀러... 정말이지 이 집안은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나 보다. 이 상황에서도 교육받은 그대로 할 수 있는 아이가 있을 줄이야.

 

 잠시 루비온 남작가에 대해 생각을 마친 에이비는 그제서야 아이가 이리도 침착한 이유를 깨닫고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으면 안되는 건 알지만 귀여운 걸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구해준거구나? 고마워, 테네스."

  "네? 그... 아니에요."

 

 감사인사를 표하는 에이비를 정면으로 바라본 아이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에이비의 허벅지에 고개를 묻었다.

 

 다행히 아이를 달래는 줄 아는 남자들은 이 쪽에는 관심도 없었기에 에이비는 쑥쓰러워 하는 게 분명한 아이의 모습을 잠시 마음놓고 관찰했다. 재미있다. 왜 아이들을 놀리는 지 알 것 같다.

 

  "이 기차는 우리가 접수했다! 기관실도 우리가 접수했어! 앞으로 우리 말 안듣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올 시에는 기관사의 목숨은 없는거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기관사를 죽이던 말던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마음대로 하시지!"

 

 세상에...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지켜보던 시간은 금새 끝이 났다. 에이비는 문득 들려오는 강도와 어느 귀족의 대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누가 고등 교육을 받고 누가 교육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기차 안의 귀족들 대부분이 동의 한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있었다.

 

 물론 평민일 것이 분명한 기관사의 목숨따위 상관 없다 생각하는 사고 방식이 누가 더 고등 교육을 받았음을 알려주고는 있었지만 에이비가 뜻하는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톡 까놓고 말해서 바보같다는 거지.

 

 상식적으로 최고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갑자기 기관사가 사라진다? 그거야 당연히

 

  "하. 역겨운 것들이 머리도 없군. 이 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차에서 기관사가 사라지면 너희도 우리도 모두 죽는다고. 멍청한 귀족 나으리들!"

  "뭐? 헛소리. 기관사가 죽으면 너희들 중 한 명이 운전을 하면 되지 않느냐!"

  "헛소리는 댁이 하는거고. 모든 평민들이 다 귀족들 탈 것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보지? 게다가.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왜 당신들을 위해서 운전을 하나?"

 

 그렇지. 처음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던 사내는 당당하게 멍청한 소리를 입에 담은 귀족을 향해 한심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나쁜 놈이기는 해도 이 장면은 좀 통쾌하다.

 

 통쾌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강도들이 갑자기 착한 일을 해줄 리는 없었기에 그제서야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한 귀족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처음과 맞먹을 정도로 컸으나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도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럼..."

  "이제 좀 상황파악이 됐나 보지? 너희들은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다 죽은 목숨이다,이거야!"

 

 으하하하하. 정말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강도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대사가 조금 진부해 얼핏 들으면 옛날에나 유행했던 삼류 연극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건 목숨이 달린 실제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거 통로에 다 꺼내놔. 허튼 짓 하면 당장 기관사를 쏴버릴테니까!"

 

 강도는 자신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한참 웃음을 터뜨리다가 목을 가다듬고는 본 목적을 말했다. 그래, 그 놈의 돈이 문제지. 결국 절절한 사정이 있는 놈이 아닌 이상에야 항상 원인은 돈이었다.

 

  "얼른 다 내놓지 못해! 기관사가 죽는 꼴이 보고싶은가 보지?"

 

 주섬주섬 가지고 있는 현금, 귀금속들을 하나 둘 빼어 통로 쪽에 내놓자 꽤 많은 양이 모였다. 그것이 또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저 미소는 분명 예상 외의 소득을 본 만족스러운 미소일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재물이라면 굳이 기차가 아닌 길가의 가게 하나만 털어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들이 굳이 들어가기 쉬운 가게를 놔두고 번거로운 기차를 턴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여기 있는 귀족들을 인질로 삼아 가문에서 더 큰 돈을 뜯어낸다던가.

 

 항상 서류를 읽으며 쓰여있는 글자들이 나타내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에 익숙해진 머리는 자연스럽게 현 상황에서 강도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그렇다면 인질로 삼을 귀족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재물을 다 빼앗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인질로써의 가치가 없는 사람들을 골라내 본보기로 삼겠지.

 

 차분히 머릿 속으로 현재상황을 정리한 에이비는 갑갑한 상황에 작게 한숨쉬었다. 지금 상황으로썬 아무도 다치지 않고 끝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떡한다..."

 

 에이비는 주변을 신경쓰지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진 물건들을 내놓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생각을 거듭해 나갔다. 강도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알았으나 문제는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들의 속셈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도들처럼 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상태라면 그저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겁이라도 먹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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