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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붉은 대문
작가 : 웨인킹
작품등록일 : 2020.8.31

뒤늦게 꿈틀거리는 살인충동을 발견한 남자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여자가 만난다.
그들에게 불어닥치는 고통의 소용돌이. 그 끝을 알수없는 불행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는 정민의 노력앞에 끔찍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8화. 의심(2)
작성일 : 20-09-17 00:12     조회 : 313     추천 : 1     분량 : 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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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돌아왔다.

 

  몸과 마음을 정화할 겸, 부산의 친척들을 만나고 오겠다던 새엄마였지만,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그렇게 정화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너희들 많이 힘들었지?”

 

  아니 오히려 초췌한 모습이었다.

 

  “잘 다녀오셨어요?” 묵직한 정민의 음성에 미옥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혜는 엄마의 눈치만 살피고, 아무 말도 안 한다.

 

  “너희들이 덕분에 엄마는 잘 쉬고 왔어!, 그동안 별일 없었지?”

 

  “네 별일 없었어요. 피곤해 보이시는데 좀 쉬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응 나는 먹고 들어왔단다. 너희도 먹었으면 엄마가 좀 쉬었다가 저녁에 맛있는 저녁 해서 같이 먹자.”

 

  미옥은 가방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후 침대에 누웠다. 마치 여행 가방을 등에 메고 있는 것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했지만,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았다.

 

  “그 더러운 게 너한테 들러붙어 있다고.”

 

  눈을 감으면, 그 무당 할멈의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서 맴돌았다.

 

 

  새엄마는 순식간에 장을 봐오더니 저녁 준비를 했다. 생선 굽는 냄새와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집안에 가득했다. 간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고 정민은 느꼈다.

 

  식탁에 앉은 정민과 정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반찬 종류가 10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정민이 정혜에게 눈이 튀어나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정혜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 거렸다..

 

  “자 그럼 맛있게 먹자”.

 

  새엄마는 이전과 다르게 말을 많이 했다.

 정민이는 요즘 학교생활이 어떻냐는 등. 정혜는 여름방학에 무슨 학원 다닐 거냐는 등. 여느 가족에겐 일상적인 대화이겠지만 그들의 집에선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참. 그리고 정혜야? 오늘 집에 오는데 너희 담임선생님이 전화하셨더라?”

 

  새엄마의 물음에 정혜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새엄마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들렸지만, 톤이 변한 것을 정민은 느낄 수 있었다.

 

  “아니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 전에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 면담은 했는데 그건 돌아가면서 다 하는 거예요.”

 

  “그래? 근데 왜 갑자기 학교에 오라 그러지?”

 

 “그전에도 한 번씩 학교 가서 면담하고 그런 거 하셨잖아요?”

 

  우물쭈물하는 정혜를 대신해 정민이 끼어들었다.

  “그래 그런 거겠지? 하긴,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하기도 했지.”

 

  뜻밖에 새엄마의 쿨한 반응에 정민은 놀랐지만 따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가 너희한테 잘 못 해줘서 미안하다. 나도 내가 왜 그동안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하며 정혜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아주 미웠지? 정혜야? 미안해.”

 

  정혜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을 하지 못했다.

 

  “엄마가 아직 좀 아픈 게 다 안 나아서 그랬었나 봐? 앞으로는 내가 많이 노력할게, 너희들도 나를 좀 도와줘.”

 

  새엄마는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는 것 같았다.

 

  예전처럼 정혜에게 과한 애정을 보이진 않았어도, 적어도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등의 이상 행동을 하진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다만 아빠와의 관계는 여전히 냉랭했다.

 

  둘은 거의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빠는 새엄마가 돌아온 후에도, 계속 밖으로 돌았지만, 새엄마는 그에 대해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한동안 하지 못했던 엄마의 역할을 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래도 잘 지켜봐야지. 저러다가 언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정민은 새엄마의 표정 없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미옥은 1시부터 커피숍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박 선생과의 약속은 4시였지만 미리 할 말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집에서는 자꾸 딴생각이 들어, 집중하기에는 이곳처럼 좋은 장소가 없었다.

 

  의례적인 정기면담인척했지만, 전화기 너머 박 선생의 음성은 그냥 그런, 면담 일정을 잡기 위한 것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정혜 관련한 무슨 의구심 같은 게 있어서 날 부르는 거겠지. 혹시 정혜가 선생에게 다 말했나? 아니면 몸에 상처 난 것 때문인가?

 

  미옥은 가끔씩 TV에 나오는 몰상식하고 인간 같지도 않게 보였던, 학대하는 엄마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졌다.

 

  이대로 아동학대로 걸려들어 가면 어떻게 하지?

 

  쓰디쓴 냉커피를 연달아 들이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해 보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고민만 하고 있던 사이, 시계는 3시 30분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는 학교로 갈 시간이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상담실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실내 공기는 여전히 후덥지근했다.

 

  박선희 선생이 선풍기를 회전으로 맞추면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머니 죄송해요, 에어컨이 시원하지가 않죠? 상담실 에어컨이 너무 오래돼서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그렇지요. 뭐.

 그나저나, 선생님은 그때랑 똑같으시네요? 여전히 미인이시네요?”

 

  미옥은 상투적인 인사를 던지며, 박 선생의 반응을 살폈다.

 

  “별말씀을요. 어머님도 여전하시네요. 그때보다 더 날씬해 지신 거 같은데요?”

 

  “아니요. 저는 그대로예요. 딱히 하는 운동도 없네요. 나이가 있어서 하기는 해야 하는데.”

 

  그들은 한동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지루한 탐색 시간을 늘리고 있었다. 상대방이 먼저 오늘의 주제를 꺼내주기를 기다리면서.

 

  마침내 박선희가 지루한 탐색을 깨뜨렸다.

 

  “사실 오늘 어머님을 부른 이유는 정혜가 많이 달라져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돼서요.”

 

  이에 미옥은 살짝 방어적인 듯한 어투로

 물었다.

 

  “어떻게 달라졌나요? 정혜가?”

 

 “굳이 말씀드리자면, 모든 면에서요. 제가 3학년 때 알던 정혜가 아니에요.”

 

  “성적도 예전 같지 않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 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 앞에서 리더 하길 좋아하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 보이고요. 혹시 정혜가 이전 같지 않은 것을 어머님도 알고 계셨나요?”

 

  박선희가 물었다.

 

  “아이가 좀 내성적으로 변했다고는 느끼긴 했는데, 사춘기라 그런 거 아닐까요? 선생님?”

 

  “제가 보기엔 사춘기 때문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춘기 겪는 애들을 많이 봤지만, 정혜처럼 모든 면에서 완전히 변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어머님.”

 

 “혹시 가정에서는 아이가 어떤가요?”

 

  박 선생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말씀드린 대로 엄마 아빠하고 대화하는 시간은 줄었고요. 자기 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기는 해요. 괜히 억지로 다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려해준다는 마음으로 내버려 두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아버님. 어머님이 바쁘셔서 잘 볼 수도 없다고 정혜는 말하더라고요.”

 

  “아빠는 통 집에 없지만, 저는 안 그런데 정혜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은연중에 딸이 말을 잘못했다는 듯한 암시를 하는 미옥의 말에 박선희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3학년 때는 안 그런 거로 기억하는데 정혜가 여름에도 긴소매를 입던데 혹시 왜 그런지 아시나요.”

 

  질문을 마친 박선희 교사는 미옥의 얼굴을 예의주시했다. 그리곤 순간 당황하는 미옥의 표정 변화를 감지했다.

 

  “글쎄요. 어디 가리고 싶은 흉터라도 생겼나? 그건 제가 잘 모르겠네요. 선생님. 요즘엔 애들이 목욕탕도 같이 안 가니까요.”

 

  “그럼 어머니는 정혜가 사춘기 같은 시기라고 보신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은 느끼신 게 없으신 거지요?”

 

  “네 제 눈에는 별다른 특이점은 안보였어요. 저도 그냥 사춘기 소녀들이 한 번씩 거쳐 가는 시기라 생각한 것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네요.”

 

  미옥은 급기야 퉁명스럽게 대답하기에 이르렀다.

 

  “아, 그러시는군요. 알겠습니다. 어머니.”

 

  박선희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미옥이 덧붙였다.

 

  “물론 제가 이전처럼 살뜰하게 정혜를 챙긴 건 아니에요.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동안 많이 아팠었고 지금도 사실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정혜도 이제 컸고요. 엄마라도 예전처럼 간섭하는 것은 이제 싫어하더라고요.”

 

  박선희는 미옥에게서 더는 들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튼, 어머님, 그렇다면 제가 좀 더 지켜볼게요. 어머님 말씀대로 사춘기일 수도 있겠네요.”

 

  박선희는 미옥이 안심하도록 말했다.

 

  교사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교사가 지금 여기서, 더 이상의 의심을 부모에게 내비치거나 하는 순간, 열에 아홉의 학부모는 길길이 날뛴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요즘은 법이 바뀌어서 선생님들하고 식사도 한 번 못 하고 참 야박하네요.”

 

  “별말씀을요.” 박선희가 웃으면서 받아쳤다.

 

  “어머님. 제가 앞으로 더 신경 써서 정혜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다음에 제가 한번 연락드릴게요,”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어머님.”

 

  박선희는 돌아서는 미옥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정혜도 예전의 정혜가 아니지만, 저 여자도 예전의 그 여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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