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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어느날 전생에 도착했다.
작가 : Ju34
작품등록일 : 2020.9.15

전생의 삶을 다시 살게 된 하얀.
다시 돌아오게 된 그녀로 인해 남겨졌던 도윤과 준이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이 곳에 돌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6.당신 마음은 그래도 전했나요?
작성일 : 20-09-16 19:28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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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에 찌든 몸을 따뜻한 욕조 안에 푹 담가 피로를 씻어낸 뒤 겨우겨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눕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기절하듯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았는데 막상 누우니 도통 잠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아까 얀이와 집으로 같이 갔을 때가 떠올랐다. 선생님 얘기에 티 나게 했던 내 자신이 초라했다. 그 초라함에 몸부림치며 반대 방향으로 돌아 누우면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선생님과 얀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봤던 그 날이 떠올랐다. 선생님과 얀이 두 사람의 인연에 욕심 내어 끼어들려고 했었던 내 자신이, 혹시 그가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하며 혼자 설레었던 내 자신이 비참해 감았던 눈이 떠졌다. 잠들지 못할 거 같았는데 초라함과 비참함에 번갈아 가라앉다 보니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그러다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암막커튼으로 방 안은 여전히 한밤 중이라 얼마나 자다 깬 건지 알 수 없었다. 그 어둠에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잠을 청했으나, 한 번 또렷해진 정신은 다시 몽롱한 상태로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일어나 커튼을 천천히 열었다.

 그랬더니 캄캄했던 방 안이 서서히 주황빛 석양으로 가득 찼고 침대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잠시 그 석양을 쬐었다. 내리쬔 석양이 따뜻한 손길처럼 느껴지면서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도윤 선생님이 간신히 억눌러왔던 그리움을 비집고 떠올라왔다.

 선생님의 따스했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내 마음까지 헤집어 놓았다. 아무 의미 없었을 선생님의 손길에도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실까 하는 기대감에 한껏 마음이 부풀기도 했고, 아무 의미 없었을 선생님의 미소에도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실까 하는 좋은 예감에 곧장 그의 마음에 달려가고 싶기도 했다.

 만약, 혹시, 얀이가 돌아오지 않았다면, 선생님의 마음이 언젠가는 내게 향하게 않았을까? 얀이 대신이라 해도 좋으니, 그 사람 옆에 내가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내 운명이 아닌 상대를 여전히 욕심 내고 있는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

 끝없이 우울해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히 씻고 거실로 나갔다.

 “지금 일어나셨어요? 간단히 식사할 거 준비해드릴까요?”

 “아, 아뇨. 괜찮아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그냥 물 한잔 마시려고요. 괜찮으니까 쉬세요.”

 “요새 계속 새벽에 들어오시는데 그래도 식사는 꼬박 챙기세요. 많이 야위신 거 같아요.”

 “하하. 그런가요?”

 “네. 혹시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봄이 와서 그런지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어요. 생각나면 말할게요.”

 “도련님 드시고 싶으신 거라면 바로 해드릴게요.”

 “감사해요. 아, 얀이는요?”

 “아가씨께서는 점심쯤 일어나셔서 식사하시고서는 볼 일 있으시다고 나가셨어요. 저녁쯤 들어오신다고 했으니 좀 있으면 들어오실 거에요.”

 “자는 동안 저한테 전화 온 거는 있나요?”

 “지율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급한 일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다른 얘기는 없으셨고요?”

 “네.”

 일과 관련된 거 같다는 생각에 서재 방으로 들어가 율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준이에요.”

 “어, 그래 준아.”

 “전화 주셨다고 그래서요.”

 “아! 급한 얘기는 아닌데, 전에 시집 출간으로 신인 시인을 찾고 있다 했잖니? 네가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시가 있어서. 근데 요새 출판사에 잘 없길래 내가 잊어버리기 전에 네게 말해놓으려고 전화했단다.”

 “선생님 추천이라면 당장이라도 읽어보고 싶은데요? 아직 괜찮은 적임자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안 바쁘면 지금 받으러 올래?”

 “네. 여유 있을 때 받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제가 선생님 댁으로 찾아가면 될까요?”

 “아니,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고 내가 출판사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7시쯤에 출판사 바로 앞에 있는 찻집으로 올 수 있니?”

 “네. 좀 있다 뵐게요.”

 .

 오랜만에 여유를 느끼면서 산책 겸 지율 선생님을 뵈러 찻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차를 타고 오고 갔던 길이, 밤 늦게나 새벽쯤에 걸었던 길이 늦은 오후와 저녁 그 미묘한 사이의 시간에 걸으니 새삼 낯설지만 기분 좋은 새로움이 가득한 길처럼 느껴졌다.

 매번 얼굴을 찌르듯 날카롭게 불어오던 바람은 어느 샌가 보드랍게 변해있었다. 기분 좋아지는 바람과 함께 마음이 포근해지는 풍경들을 감상하며 걷다 꽃집 앞에 놓인 안개꽃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졌고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어서 나 역시 좋아하는 꽃.

 흰색의 눈송이 같은 안개꽃이 석양의 빛을 한껏 머금어 붉고 노란색으로 가득 차 올랐다.

 “어서 오세요.”

 “어?”

 “어!”

 [사랑에 한번 도망치게 되면 계속 도망쳐야만 해요. 그런 인생 너무 비참하잖아요.]

 전에 아버지의 강제주선으로 만났었던 그 여자였다. 전에는 분명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머리였는데 지금은 구불구불했던 웨이브가 사라지고 길었던 머리카락은 귀 밑까지만 와 있었다. 인상 깊었던 짙은 눈썹과 속눈썹은 그대로여서 단번에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반가움 반 놀라움 반 가득한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 아, 네. 여기서 일 하시는 줄 몰랐어요.”

 “제 애인 가게에서 오늘은 부업 중이에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석양 때문인지 모르지만 발그레하며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다.

 “전에 반지 나누어 낀 그 분…?”

 “당연하죠! 결혼도 해버렸는걸요?”

 “네?”

 “뭘 그렇게 놀래요?”

 “아, 아뇨. 결혼이 가능한가 싶어서…….”

 “그냥 저희들끼리요. 저희 관계 잘 알고 계시는 큰삼촌이 증인이 되어 주셔서 3주년에 혼인 서약 했어요."

 “아! 축하 드려요.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행복해 보여요.”

 “그래요? 정말 좋아요. 뭐,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지만 그래도 함께 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당신은요?”

 “저요?”

 “마음에 둔 사람이 있었잖아요.”

 “그 분 에게는 다른 사람이 생긴 거 같아요.”

 “당신 마음은 그래도 전했나요?”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웃으며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생겼어요 가 아니라 생긴 거 같아요 이니까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더니 그녀가 안개꽃 한 다발을 만들며 내게 건넸다.

 “여기요! 이건 당신에게 주는 선물.”

 “엇! 아뇨. 괜찮은데…….”

 “안개꽃은 꽃말이 색에 따라 달라지는 거 아세요?”

 “그래요?”

 “노란색은 성공이란 뜻으로 응원한다는 의미고, 붉은색은 기쁨의 순간이래요. 지금 석양으로 한껏 붉고 노란색이니까 당신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

 받아 든 꽃다발을 말 없이 바라봤다.

 “과거의 저를 보는 거 같아 당신을 가만히 나둘 수 없어요. 깊이 고민하지 말아요. 어차피 지나고 돌아보면, 별 거 아닌 일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썼었구나 하게 되니까.”

 그녀와 헤어지고서는 걷는 내내 그녀가 내게 했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 꽂혔다.

 찻집 앞에 도착해서는 사적인 감정들은 잠시 뒤로 하기 위해 길게 심호흡을 한 뒤에 문을 열었다.

 율이 선생님을 찾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도윤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예상치 못했던 만남이라 당황해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선생님이 손짓을 했다.

 “선생님 여기는 어쩐 일로…?”

 “자, 여기. 율이가 나보고 대신 전해달라 그러더구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급히 가버렸거든.”

 “아, 네.”

 “…….”

 “…….”

 도윤 선생님과 나 사이에 있는 어색함은 처음이라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선생님 눈치만 보고 있는데 선생님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인 듯 애꿎은 찻잔만 계속해서 만지작거리셨다.

 그러던 중 때마침 점원이 오더니 내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 멋대로 오미자 차를 시켰는데 괜찮겠니?”

 “아, 네.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요새 바쁘게 지내는 거 같아서. 피로에 좋으니 마시렴.”

  따뜻한 한 모금을 들이키니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거 같았다.

 “안 본 사이 많이 핼쑥해 진 거 같구나.”

 “낮 밤이 자주 바뀌어서요. 선생님은 별 일 없으시죠? 요새 출판사로 출근을 잘 못해서…….”

 “피곤 할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네 집으로 갈 걸 그랬나 보다.”

 “아니에요. 오랜만에 산책도 해서 좋아요.”

 “내일은 출판사로 출근하는 거니?”

 “다른 업무는 거의 다 끝내서 다시 출판사로 출근 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내일은 푹 쉴까 생각 중이에요. 명색에 선생님 담당자인데 제 일 때문에 선생님을 신경 써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아냐, 나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렴. 피곤할 텐데 네 시간 많이 잡은 거 같구나. 그만 일어날까?”

 “선생님은 곧장 댁으로 가시는 거에요?”

 “그럼. 데려다 줄 테니 어서 일어나자꾸나.”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도 피곤하실 텐데.”

 “아까 율이랑 술 한잔해서 술도 완전히 깰 겸 걷고 싶어 그렇단다.”

 나란히 준이와 도윤이 걸었다. 아직까지도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어색함이 존재 한 듯 침묵과 대화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걸을 때면 준이는 손에 들고 있는 안개꽃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보였고 도윤은 그런 준이를 힐끔 쳐다보며 같이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와. 벚꽃……!”

 문득 고개를 돌리자 공원 가로등에 비춰져 더 운치 있어 보이는 벚꽃나무들로 준이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공원에 들렸다 갈래?”

 대답 대신 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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