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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멸망 AS왔습니다
작가 : 깔루아
작품등록일 : 2020.9.5

멸망 직전의 세계에 나타나는 두 남자의 여행기.

 
오즈의 마법사 #08. 보크
작성일 : 20-09-16 17:32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4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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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지금은 까마득한 과거에 마법을 잘 다루던 선대 오즈가 있었다. 그 오즈는 마법사답게 유독 손이 가만있는 걸 견디지 못했던 모양인지, 틈만 나면 여러 가지 마도구를 만들어내곤 했다. 예쁜 불꽃을 만들어내는 마도구부터 멀리 있는 누군가와 편히 대화를 할 수 있는 마도구까지, 창의력도 좋아서 정말 별의 별 것을 다 만들었다. 그런 그가 말년에 접어들었을 때, 지극히 당연한 절차로 다음 대의 오즈가 수정구에게 선택되었다. 그 즈음부터 오즈는 마도구에 더욱 심취하여 열중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방 밖으로도 잘 나오지 않게 되었다.

 당시 수정구를 관리하여 다음 대 오즈 후보를 겨우 데려온 서쪽마녀 프레이는 에메랄드 성에 도착해서 본 광경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 형태의 마도구라니, 처음 보는 것은 물론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안드로이드였다.

 

 “평범한 위기의식이다. 반발기재는 당연하다.”

 “정점에 서면 별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죠.”

 “무게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정점에 서 본 적이 있는가.”

 

 끼릭끼릭하고 부자연스럽게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보크는 불편한 고개를 겨우 돌려서까지 그를 바라보며 물었고, 카인은 누런 기름을 잔뜩 먹인 붓으로 관절 부위 곳곳을 칠하면서 마냥 씩 웃어보였다. 거무튀튀한 기름때가 덕지덕지 묻은 장갑을 낀 손이 보크의 고개를 똑바로 잡아주었다. 강제로 다시 천장을 보게 된 보크에게 카인은 짐짓 엄한 목소리를 내었다. 웃음기는 가시지 않아서 강제력은 0에 수렴했지만 잔소리라는 특성은 정확하게 먹혀들어갔다.

 

 “어허, 기름칠 끝날 때까지 정자세로 누워계셔야 한다니까요. 자세가 삐딱해서 기름칠 덜 되면 보크님만 힘들어요.”

 “내 불찰이다. 사과한다.”

 “네. 사과를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습니까?”

 

 질문을 어물쩍 넘겼음에도 보크는 순순히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확히는 이 세계의 역사이자 그들 안드로이드의 역사였는데, 말주변이 없다고 정평이 난 보크는 아니나 다를까 지식 정보를 나열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카인은 아주 오래 전해져오는 머리맡 옛 이야기를 전해 듣는 아이처럼 즐거워했고, 보크 역시 누군가가 제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주어서 느껴보는 흔치 않은 기분이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는지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덕분에 카인은 보크를 치료해주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서쪽마녀는 강하다. 시간이 걸렸지만 서쪽마녀는 혼자서도 충분히 안드로이드 군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오즈가 정해져 기세를 잃어가던 오즈는 서쪽마녀보다 약할지언정 매우 영리했다. 서쪽마녀가 오즈를 찾아냈을 때, 오즈는 이미 죽어서 승리했다.”

 “죽었는데 승리했다…. 그의 의지가 남았다는 건가요?”

 “정확하다. 실제로 오즈는 오즈마를 사용하여 서쪽마녀를 멈추게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음 대의 오즈를 거부하는 오즈는 신의를 잃고, 신의를 잃은 오즈마는 저주가 되어 오즈를 더욱 지독한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오즈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즈마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죽음을 택했다. 몸을 죽이고 의식을 옮겨서 살아남았다. 그것이 우리들의 중앙체계다.”

 “흐음, 의식을 무사히 옮겼다지만 그것을 끝까지 보호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요?”

 

 보크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는 이제 겨우 움직여지는 손가락을 천천히 쥐었다가 펴보며 손목을 가볍게 돌렸다가 또 카인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이내 보크는 모른 척 카인의 질문에 대답해주며 더 이어지려는 잔소리를 회피했다.

 

 “그래서 우리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서쪽마녀가 부대를 제압했지만 말살시킨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서쪽마녀가 오즈의 방을 불태워버릴 때까지도 계속해서 만들어지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동안 의식체를 받은 또 다른 우리는 최대한 멀리 도망쳤다. 극한이라 불리는 북쪽나라의 끝까지 도망쳤다.”

 “그 나라에도 마녀님은 계실 텐데요.”

 “그렇다. 북쪽마녀 프리아에게 구명을 호소했다. 북쪽마녀는 오즈와 인연이 있었고, 서쪽마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북쪽마녀는 마수가 나오는 북쪽나라의 끝에서 우리가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그로써 안드로이드의 결말이 평탄한 해피엔딩을 맞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카인의 예상처럼 나머지 마녀들이 새로운 오즈와 함께 강하게 반발했고, 안드로이드를 추방하라며 북쪽마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안드로이드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미 자신들의 아버지, 전대 오즈가 발명하여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있던 마도구를 조종하여 혼란을 만들어내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효과는 엄청났다.

 바로 직전까지 잘만 사용하던 마도구가 마음대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태도 충분히 위험하건만, 이미 편리함을 알아버린 생활 패턴을 과거로 되돌리지 못해 작은 일에도 끙끙 앓는 일들이 많아졌다. 마녀 본인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을지라도, 그들의 성 그리고 그들의 백성, 더 나아가 각 나라 전체가 기반부터 슬슬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대책 방안을 강구하려던 새로운 오즈와 마녀들의 긴급 소집회에 안드로이드가 나타났다.

 

 “우리는 극한의 끝에 첨탑을 세워 마수를 막았다. 의식체도 완전히 자리를 잡아 아버지라는 이름의 중앙체계로 안정화시켰다. 이 세계의 모든 마도구를 조종할 수 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거래했다. 마수를 막아주고 마도구를 조종하지 않겠다.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 달라.”

 “실권을 쥐시고도, 욕심이 없으시군요.”

 “그리하여 협약이 맺어졌다. 우리는 극한의 끝에서 건너오는 마수를 막는다. 우리는 필수불가결한 마도구를 만든다. 그것으로 북쪽 나라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정말 그것으로 만족하신건가요? 생존을 위한 권리 정도로 전대 오즈는 만족했나요?”

 “이것은 아버지의 순수한 기억에 기반을 둔 것이다. 우리는 원래 이 세계를 위해 만들어졌다.”

 

 보크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카인을 바라보았다. 은회색 눈동자의 정 가운데, 새까만 동공이 동그랗게 모였다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카인은 문득 보크가 가지고 있던 스킬을 떠올렸다.

 

 [가치 탐색-B

 보는 것의 가치를 탐색하여 판단합니다. 판단의 기준은 시전자가 지정하며, 보는 것이 B급보다 높은 등급의 경우 결과가 상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도 카인과의 대화에서 가치를 탐색하고 있을 것이다. 보크에게 건네는 그의 질문과 그의 감상과 그의 대화패턴으로 카인이 그들에게 있어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탐색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것은 그런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계를 위해 검은 마법사를 믿겠다.”

 

 카인은 빙그레 미소 지은 채로 완성된 부분의 기름칠을 끝냈다.

 깨끗하게 파괴되었던 보크의 절반은 기본 골격 위로 조금씩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중이었다. 피와 살이 있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적인 재생과 회복이 가능한 생명체들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부품을 만드는 것부터가 일이었기에 카인은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자마자, 약솥을 피예로에게 맡기고서 안드로이드의 거처로 바삐 내려왔다. 그리고는 안드로이드의 임시 중앙체계가 부품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패턴을 읽었다.

 안드로이드 부대 역시 치료를 위한 최소 개체 수만을 남겨둔 상태였기에, 부상 입은 안드로이드가 많은 만큼 작업 속도며 작업 수량 자체가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었다. 잠자코 그것들이 하는 일을 바라보던 카인은 갑자기 맨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자리를 만들더니 거의 골격도 남지 않은 옛 부품을 만지작거렸고,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던 파티의 선율이 완전히 멈출 때에서야 아구구 앓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안드로이드 중에서 가장 심한 부상을 입은 탓에 표피부분을 벗겨내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보크에게로 다가갔다. 반 토막이 난 신체와 똑같이 절반이 드러나 꽁꽁 얼어버린 가슴의 전원부를 카인이 직접 교체해주었다. 이윽고 리부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그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모든 기계 팔이 움직임을 멈추고 그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다가, 보크가 완전히 깨어나 카인과 대화를 시작해서야 그의 나머지 몸 반쪽이 빠르게 만들어지고 채워질 수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보크님. 이제 프레이님이 남았군요.”

 

 이제 곧 해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시각이었다. 남은 시간은 대략 하루하고도 반나절이었다.

 

 

 
작가의 말
 

 호감도 미션 차례차례 클리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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