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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물간 인연
작가 : 유제인
작품등록일 : 2020.8.3

#후회물 #복수물 #삼각관계

사랑하는 남자를 파멸로 이끈 여자
파멸 속에서 겨우 살아 남은 남자
그들을 짓밟고 원하는 것을 가진 남자

서로를 망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애증의 관계에 놓인 세 남녀.
대부지 스키장을 배경으로, 그들의 한물간 인연이 6년 만에 다시 시작된다.

 
10. 파티
작성일 : 20-09-16 14:49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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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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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장 있으신가요?”

 

 입구 앞에 가로막힌 화진의 표정이 묘하게 틀어진다. 눈두덩이를 덮은 짙은 보라색의 글리터가 조명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순간, 길고 짙은 눈매를 천천히 치켜뜬 화진이 양복을 입은 문지기를 아래위로 훑는다.

 

 노골적이게 신경질적인 화진의 시선에 흠칫한 남자가 뒤에 줄을 선 파티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진땀을 뺀다.

 

 “유화진”

 

 “예?”

 

 “유화진이라고, 나”

 

 높은 콧대만큼이나 당당한 자태로 자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화진. 정작 남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린다.

 

 “나 자체가 초대장이란 소리야. 비켜”

 

 “잠시만요!”

 

 무턱대고 지나가려는 화진의 앞을 잽싸게 막아선 남자가 두 팔을 벌리고 서자, 멀리서 가드 몇이 걸어온다. 골치 아픈 상황에 머리를 짚은 화진이 더욱 신경질적으로 남자를 노려본다.

 

 “내 몸에 손대기만 해”

 

 “일단은 옆으로 비켜주시면 다음 손님부터 입장시킨 후에…”

 

 “그럴 필요 없어요!”

 

 마치 백마탄 왕자라도 등장한 듯 절호의 타이밍에 들려온 세준의 목소리에 참고 참았던 화진의 입가로 어이없단 비소가 터져나온다.

 

 클래식한 수트와 잘 어울리는 반듯하고도 섹시한 포마드는 세준의 차가운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한달음에 화진의 앞까지 도착한 세준이 가드들을 전부 돌려보낸다.

 

 “제법 거지 같은 타이밍에 오네? 지가 백마탄 왕자야 뭐야”

 

 세준에게서 풍겨오는 깊은 향수 향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 화진이 이질적인 웃음을 흘리며 세준의 어깨를 툭 치고 안으로 입장한다.

 멋쩍게 웃은 세진이 직원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곧바로 화진의 뒤를 따른다.

 

 걸음을 잠시 늦춘 세진은 화려하다 못해 과한 수준으로 꾸미고 온 화진을 감상 중이었다. 입고 오라고 친히 보냈던 드레스를 무참히 무시한 건 그렇다 치고, 마치 파티가 아닌 클럽을 연상케 하는 짧은 올블랙의 미니 드레스와 평소엔 잘 신지도 않는 킬힐까지.

 

 하물며 잔머리 한 톨 없이 올려묶은 포니테일과 거추장스럽게 큰 악세사리마저 화진의 날카로운 심기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대놓고 시위라도 할 차림새로 등장한 화진의 모습을 보던 세진의 입에서 결국, 웃음이 터진다.

 

 “오늘 누구 하나 죽일 작정으로 왔나보네”

 

 “그게 네가 될 거란 생각은 안해봤니?”

 

 “섹시함으로 죽일거냐, 뭐 그런 맥락이었는데. 그래주면 나야 좋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특유의 능글맞은 눈웃음을 짓는 세준의 행동에 또 한 번 화진의 눈썹이 신경질적으로 올라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트 마이를 벗은 세준이 자연스럽게 화진의 어깨 위를 덮는다.

 

 “치워”

 

 “너 아니고, 나 위해서야.”

 

 “뭐라는 거야?”

 

 마이를 벗으려고 움직인 화진의 손을 잡은 세준의 눈빛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공연장 완공을 위해 내가 얼마나 애를 썼는 줄 알아?”

 

 “그래서”

 

 “내가 누굴 위해 그랬을 거라 생각해?”

 

 “그야 네 욕심이겠지.”

 

 화진의 눈에 띄는 옷차림에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기 시작하자, 세준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이 파티의 주인공, 너야”

 

 “…”

 

 “그러니까 난 백마탄 왕자가 아니라, 그냥 백마야. 왕자든 공주든 그건 너라고. 그러니까 조금만 정숙한 모습으로 와줬으면 얼마나 좋아?”

 

 누군가 들었다면 달콤했을 말이었겠지만, 화진에겐 이조차도 세준의 경고로만 들릴 뿐이었다. 비소조차 짓지 못한 채, 떫은 표정으로 세진을 올려다보면 화진이 손에 힘을 주어 마이를 벗어 던진다.

 

 “그래서 와줬잖아. 이렇게 잘생긴 모습으로”

 

 세준의 마음이 어떻든간에 그런 걸 신경 쓸 화진이 아니었다. 신경전이 아닌 대화를 하고 싶었던 세준과는 달리, 화진은 그와 시선조차 나눌 생각이 없어보였다.

 

 할 말만 내뱉고 가버리는 화진의 뒷모습을 보는 세준의 마음이 슬슬 아릿해지기 시작한다.

 

 화진은 고작 보복 정도로 받아들일 상황이었으나, 누구보다 공연장 완공을 바랐던 화진에게 이 공연장을 갖다 바친 세준의 마음은 어리석게도 보답이었다.

 

 화진의 인생을 망치는데 일조한 세준이지만, 누구보다 공연장을 사랑했던 화진의 모습을 잘 아는 것 역시 세준이었다. 이곳의 벽화를 그릴, 깊고 아름다운 화진의 꿈을 사랑했던 세준이었다. 하지만 첫 단추가 부서졌으니, 나머지가 완벽하다 해도 앙상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스스로조차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에 복잡해진 세준은 화진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놓지 않는다.

 

 그 시각, 한여름 밤에 시작된 스키장에서의 파티는 꽤 로맨틱하고 인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어진 지 얼마 안 돼 깨끗한 공연장으로 향한 화진은 매끄러운 벽을 쓸어보며 천천히 이곳을 감상한다.

 

 언젠가 너무나도 바랐던 꿈이었다. 터전이자 고향이었던 이곳에 화진의 힘으로 일구어낸 공연장이 들어서고, 누군가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에 화진의 그림이 온 벽을 매우는 것.

 

 공연장은 완공됐지만 정작 이뤄진 것은 없었다. 더는 이곳이 화진의 고향이 될 수 없었고, 이 공연장을 완공시킨 건 화진의 인생을 망친 남자였다.

 

 그런 곳에서 연수의 피아노와 화진의 그림이 어우러질 리는 더욱 만무했다.

 

 연신 들이켰던 칵테일에 취해 촉촉했던 화진의 눈동자가 쓸쓸함을 머금고 정처 없이 흔들린다. 커버가 벗겨지지 않은 피아노 쪽으로 걸음을 옮긴 화진이 의자 위에 앉아 다시 한번 공연장을 둘러본다.

 

 누구보다 원했던 곳이었지만, 정작 화진은 혼자였다. 가장 이질적이고도 낯선 모습으로.

 

 *

 

 “도이사님, 축하드립니다!”

 

 기업 직원들과 함께 축배를 든 세준이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흘린다. 한쪽에 서서 손님 명단을 확인하던 장실장이 마지막에 적힌 누군가의 이름에 흠칫 놀란다.

 

 “장실장님!”

 

 다급히 걸어온 정비서의 에스코트로 마지막 손님을 맞이한 장실장의 눈빛이 답지 않게 흔들리는 중이다.

 

 멀끔해진 모습으로 걸어오는 연수의 모습은 장실장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언젠가, 화사했던 한 인간이 추락할 동안에도 침묵을 지켜야 했던 자신의 과오가 떠오른 장실장이 묵묵히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한다.

 

 “오랜만에 뵙네요. 장실장님”

 

 연수가 건넨 인사는 생각보다 건조하고 평범했다. 인자한 미소조차 쉽사리 짓지 못한 장실장이 연수를 세준 쪽으로 안내한다.

 

 “도 이사님. 정연수씨 오셨습니다.”

 

 사람 좋은 웃음을 한껏 풍기고 있던 세준이 뒤늦게 연수를 발견하고는 자리를 옮긴다.

 

 입술을 깨물며 세준의 눈치를 보는 라이와는 달리, 연수는 차분했다. 라이와 연수를 번갈아보던 세준이 슬쩍 미소지으며 연수의 어깨를 두드린다.

 

 “좀 둘러봐요. 이제 정연수씨가 여기 담당자니까”

 

 “파티가 지나치게 성대하네요.”

 

 “이 정도는 해야죠. 우리가 몇 년을 걸쳐서 이루어낸 건데”

 

 “우리…?”

 

 “당신의 희생과 나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곳이니까”

 

 대놓고 그때의 순간을 되짚는 말이었다. 이를 앙다문 연수가 조용히 세준을 응시하자, 옆에 서있던 라이가 연수의 오른팔을 잡는다.

 

 “정연수씨 덕분에 유회장 비리 찾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 화평을 내가 가질 수 있었고. 결론적으로 이 공연장도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도세준 당신은 참 말을 쉽게 하네요. 이 공연장을 위해서라면 내 희생도 감수했어야 한다, 그겁니까?”

 

 “또 벽을 세우네. 난 그냥 축하나 하자고 한 말입니다.”

 

 기싸움이 진척되어야 할 상황에서, 어쩐지 세준은 한 수 접어든 상태로 칵테일을 든다. 평소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세준의 모습을 바라보던 연수도 대답 듣기를 포기하고는 침묵을 지킨다.

 

 “정연수씨가 원하던 벽화 담당 화가도 파티에 불렀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곳에 화진이 와있단 사실을 직접적으로 듣고 난 연수의 표정이 묘하게 틀어진다. 평소 입에도 안 대던 칵테일에 시선이 돌아갈 만큼, 연수의 심기는 복잡 미묘하게 엉키는 중이었다.

 

 “뭐 하나만 물읍시다.”

 

 단숨에 두 잔을 원샷하고 기둥에 등을 기댄 세준이 살짝 풀린 눈으로 연수를 응시한다. 이 순간, 허물어진 세준의 경계 앞에서도 연수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는 늘, 예기치 못한 질문을 던져 연수가 숨겨둔 감정을 마주하게 하니까.

 

 “유화진을 화가로 고용해달란 이유가 뭡니까?”

 

 “…”

 

 “실력도 인정. 나를 자극하고 싶었던 것도 인정. 근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아서.”

 

 단조로운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연수의 깊은 곳을 찌르고 만다.

 

 자신의 손으로 망가트린 연수의 삶을 구제하기 위해 노력한 세준의 죄책감도 복잡했지만,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이곳에 돌아온 연수의 뜻 역시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있는 삶에 대한 집착이라고만 받아들이기엔 연수가 가려는 방향이 획일적이었다. 사랑이라고만 표현하기에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었다. 연수가 가진 감정의 바닥엔 짙은 미움이 깔려 있었다.

 

 대답을 위해 목을 가다듬은 연수가 단호한 표정으로 세준을 본다.

 

 “복수요”

 

 예상을 빗나간 연수의 답변에 잠시 초점이 나갔던 세준의 눈빛이 진해진다. 찰나였지만, 세준의 눈동자는 답지 않게 흔들렸다. 기댄 몸을 바로 세운 세준이 미처 감추지 못해 여실히 드러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연수를 바라본다.

 

 “내 인생을 망친 여자니까”

 

 늘 얇은 벽으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던 연수에게 이토록 건조하고도 단호한 감정이 있었던가, 그것도 화진을 향한.

 

 그 의문과 놀라움이 세준의 머릿속을 흔든다.

 

 “놀랍네. 왜 내가 아니라 유화진일까?”

 

 “유화진만이라고 한 적 없어요”

 

 “그 말은 나랑 유화진 둘에게 동시에 복수를 하겠다? 어떻게?”

 

 망설이던 연수에게 대답이 들려오려던 순간, 날카로운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엉망진창으로 두들겨져 소음처럼 섞이는 피아노 건반 소리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도 모조리 돌아간다.

 

 잠시 당황해 굳어있던 세준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뒤늦게 공연장 쪽으로 뛰어간다.

 

 새하얀 피아노 덮개는 바닥에 나뒹굴고,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건반 위로 화진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었다. 닥치는 데로 아무 건반이나 누르는 화진의 행동으로 인해 소음은 더 깊어진다. 인상을 찡그리고 귀를 막은 사람들 틈으로 천천히 다가온 연수가 말없이 화진의 모습을 응시한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피아노 쪽으로 뛰어가려던 세준의 손목을 잡은 건 연수였다. 아까보다 더 단호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

 

 “제가 갈게요”

 

 “정연수씨, 지금은…”

 

 “물었잖아요. 어떻게 복수할 거냐고”

 

 “…”

 

 “보여줄게요”

 

 베이지색의 온화한 수트는 부드러운 연수의 분위기를 더욱 잘 받쳐주었다. 조명 빛에 반사되어 더욱 은은하게 빛나는 연수의 갈색 눈동자는 오직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굳은 세진을 지나, 느리지만 곧은 걸음으로 화진의 가까이로 향한 연수.

 

 길고 넓은 피아노 의자에 홀로 앉아 취기에 몸을 못 가누던 화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수의 얼굴을 확인한다. 미세하지만, 연수는 분명 웃고 있었다.

 

 화진의 어깨를 감싸 안 듯 잡은 연수가 옆자리에 앉아, 자신의 손을 건반 위에 올린다. 시시때때로 떨려오던 연수의 손이 제집을 찾은 것 마냥 차분하게 자리를 잡자, 화진은 익숙하다는 듯 연수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얹는다.

 

 곧이어 절절하고도 감미로운 선율이 공연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저마다 귀를 막고 인상을 쓰던 사람들의 표정도 뭔가에 홀린 사람 마냥 온화해진다.

 

 이곳에서 여전히 거칠고 불안한 숨을 쉬는 사람은 오직 세준 한 명이었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의 모든 것이 꿈이었다 해도 믿을 법한 이 상황.

 

 세준은 무리 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연수를 놀라운 눈으로 쳐다본다.

 

 “피아노를…치네”

 

 “아무도 모르게 죽도록 연습했거든요. 하물며 저 초자 모르게요”

 

 혼잣말처럼 내뱉어진 세준의 공허한 질문에 답한 건 라이였다. 그제야 세준은 연수가 뱉고 간 단호한 말의 뜻을 알아차린다.

 

 어쩌면 이미 연수는 복수를 진행 중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쳤던 화진의 마음과 세준의 인생을 흔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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