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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안녕, 우리
작가 : 기린초
작품등록일 : 2020.9.9

희대의 살인마가 귀환한 것인가.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 범인을 알고 있는 이들은…

 
11.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4)
작성일 : 20-09-16 14:27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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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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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세의 여성이 칼에 찔렸지만 죽지 않아 살인이 아니라 미수로 그친 불행 중 다행인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을 관할 서 강력 3팀이 맡게 되었고 시은은 피해자 진술을 듣기 위해 그녀가 있는 병원으로 가던 차였다.

 

 2인 1조의 파트너체제로 움직이는 경찰이었기에, 그녀의 옆에도 파트너가 있었다.

 

 해진이 구혜서에서 봤던 현재 3팀의 팀장, 박진성이.

 

 운전석에 앉아 있던, 지금보다 앳되어 보이는 시은이 갑자기 차를 멈추고 한 곳을 응시했다.

 

 진성은 급정차하는 바람에 창문에 기대고 있다가 머리를 박았다.

 

 “뭐 하는 짓이야?”

 

 시은에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시은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흐릿한 목표물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고함에도 반응이 없는 시은에 입을 비죽이다가도 시은이 향해 있는 곳에 진성도 시선을 머물게 했다.

 

 멀어도 너무 먼 거리. 누군지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저 둘의 관계가 일반적이 아니라는 건 느껴졌다.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꼴이 그랬다.

 

 진성이 시은을 툭툭 치며 뭐냐고 물었다. 시은은 방해하지 말라는 듯 그를 보지도 않고 그를 향해 손을 휘적댔다.

 

 “아, 맨날 귀찮아해.”

 

 그마저도 조금 지칠 때쯤 진성이 어서 피해자 진술 들으러 가자며 그녀를 재촉했을 때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성이 그것을 보고 그래서 턱이 빠지겠냐며 비아냥댔지만, 시은은 그것을 받아칠 때가 아니었다.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 사람은 분명히 3팀의 팀장직을 맡은 수현이었으니까.

 

 시은은 행여 자신과 눈이 마주칠까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액셀을 밟았다.

 

 이번엔 급출발이라.

 

 진성이 ‘미쳤냐?!!’라며 빽 소리를 질렀다.

 

 살인미수사건이라 피해자 진술에서 범인에 대한 단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피해당한 건 안타까웠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그걸 기대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말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그런 일을 겪고 또렷하고 명확하게 기억을 하며 이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형사들도 이를 이해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야속함이란 어쩔 수가 없었다.

 

 살인이 최종적으로 13건이나 될 사건이었지만 그때 당시는 그것까지 알 순 없었다.

 

 시은은 수현의 이상행동을 평소와 비교해 보았을 때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다.

 

 빙빙 돌려 말하는 재주도 없으니 시은은 수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때 만나고 있던 사람이 누굽니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은밀하게 만난 상대가 누구냐고.

 

 수현은 능청스럽게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며 잡아뗐다.

 

 그래, 이게 일반적이지.

 

 하지만 시은이 그냥 넘어갈 성격의 사람은 아니었던 터라 수현에게 단단히 충고를. 아니, 경고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팀장님이 사건에 개입된 건 아니길 바란다고.

 

 바람이 섞인 말을 던지고 그렇게 유유히 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시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수현의 눈빛은 원수를 보는 눈빛과 같았다. 날카로웠다. 차가웠다.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현이 시은을 불렀고 그의 부름으로 간 곳엔 수현이 아니라 생뚱맞게도 범진이 있었다.

 

 그녀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제 맞은편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시은은 미간을 살짝 좁혔지만, 그의 손짓에 따라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낯선 사람은 아니었다. 공조수사를 한 적이 있던 터라 한 번쯤 본 얼굴이었다. 프로파일링이라는 수사기법이 제대로 붙여졌을 때는 아니었지만 그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도담지방경찰청의 한범진 경감.

 

 “팀장님이 부르셔서 왔는데 팀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아, 최 팀장에게 자네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나야.”

 

 시은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가만히 그가 말을 잇길 기다렸다.

 

 범진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픽 웃고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을 축이고 나서야 범진은 다시 시은을 보았다.

 

 “최팀장의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용건만 짧게 말씀해주십시오.”

 “송시은 형사님, 사람에겐 개개인의 사정이란 게 있는 거야. 그걸 허락도 없이 까발리면 짜증나잖아? 엄연한 사생활 침해인데.”

 “범죄에 가담한 걸 조사하는 걸 침해라고 하진 않죠.”

 “증거는?”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이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지 없는지까지 결정지어 주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증거였다.

 

 단순한 심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확실한 물증.

 

 증인이라면 자기 자신일 테지만 보여줄 수 있는 녹취록이나 녹화본 같은 건 없었다. 시은은 범진을 노려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하하. 그렇게 무서운 표정 하지 말라고. 자네가 최 팀장에게 했던 경고를 나도 하기 위해 불렀을 뿐이니까. 밥은 겸사겸사.”

 “…….”

 

 범진은 표정을 싸하게 굳혔다.

 

 아무렇지 않게 그의 눈빛을 받아내고 있었지만, 시은의 양손은 세게 주먹 쥐어져 있었다.

 

 범진은 뻣뻣하게 굳어 있는 시은은 잠시 그렇게 보다가 한쪽 입꼬리를 묘하게 올리며 한 마디 툭 던지고는 가버렸다.

 

 “경찰이 아니면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데. 두 다리로 다니면서 경찰 일 계속하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요. 더 이상 캐내려 하지 말고.”

 

 시은은 그 말을 그 자리에서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이러기 위해서 경찰조직에 들어온 게 아니었는데.

 

 누구보다 정의롭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들어온 것이었는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던가.

 

 시은은 비참한 자신의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더 비참해진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수상한 행적을 보이는 수현을 비밀리에 조사하던 시은은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 뒤에서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낙상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시은이 눈을 떴을 땐 병상이었고 제 다리에 감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범진이 했던 말.

 

 ‘두 다리로 다니면서 경찰 일 계속하고 싶으면 가만히 있어요.’

 

 절망스러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잘 움직이던 두 다리가 이렇게 한순간에 못 쓰게 되었다니.

 

 제 꼴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라 추측되는 그 인물에 화가 나기도 했다.

 

 시은은 씩씩대며 눈물 고인 눈으로 진성에게 전화를 걸려 했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진성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시은이 전화를 받았다. 시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진성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전하는 소식에 시은은 헛웃음이 나왔다.

 

 “야!! 너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사표야?!! 개인적인 사정이 뭔데?!!”

 

 그때 누군가에 의해 틀어진 TV에선 범진이 나오고 있었다. 시은의 입에서는 욕지거리가 자연스레 나왔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던 진성은 왜 욕하냐고 투덜댔다.

 

 시은은 자신이 입 아프게 말해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 진성이 알면 그 또한 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겠단 생각에 그냥 그렇게 됐다고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었다.

 

 제 머리칼을 마구잡이로 헝클며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고였던 눈물이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다.

 

 시은이 그때를 다시 회상하며 맞잡은 양손에 힘을 주었다.

 

 질끈 감은 두 눈을 떴을 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손 위로 툭 떨어졌다.

 

 시은이 크게 호흡을 한 번 하고 빨개진 눈으로 해진을 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때도 그랬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번엔 진짜 날 죽이겠구나. 그 사람, 참 싫고 짜증 나는데…. 죽긴 싫었어요. 정말 죽기 싫었어요. 이제야 겨우 내 가족 만들어서 좀 단란하고 잘살고 있는데. 난 이 행복 깨기 싫었어요.”

 

 행복을 깨기 싫었다. 그 말이 해진의 가슴 속에 콕 박혔다.

 

 마치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해진 역시 그랬다. 현재 지은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에 그들이 가져간 기억들을 다시 되돌리려 하지 않았다.

 

 해진은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참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스스로도 그러고 있으면서 시은에게 ‘다시 증언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꼴이라니.

 

 하지만 이는 자기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몰라야 하는 사항이었다.

 

 그렇기에 해진은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해야 했다. 서로 함께 가줘야겠다고.

 

 시은은 느릿하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고 해진은 그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다가 그녀의 뒤로 가서 휠체어를 밀었다.

 

 해진은 시은과 함께 경찰청으로 들어왔다. 그들을 본 형사들과 세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세현이 그에게로 가 누구냐 물었고 해진은 ‘바반동 아동성범죄 사건 목격자.’라고 대답해줬다.

 

 세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그보다 급한 사건은 범진의 살해사건일 텐데. 의문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세현에게 그 이상의 말도 해주지 않고 지나쳐 곧바로 취조실로 들어갔다.

 

 세현과 형사들은 관찰실로 들어갔고 녹음기가 켜졌다.

 

 “이름 말씀해주세요.”

 “하…. 송시은입니다.”

 아까 저한테 하셨던 얘기 다시 한번 해주시겠어요?”

 

 시은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관찰실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직 프로파일러가, 그것도 계장이라는 사람이 이 사회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아동성범죄를 저질렀다니.

 

 시은의 진술이 끝이 나고 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고 취조실을 나왔다. 동시에 세현이 관찰실에서 나오며 해진의 옆에 섰다.

 

 “와…. 대박. 그 얼굴로 그런 짓을 저지르고 경찰 공무원증 들이밀고 다녔어. 그건 그렇고. 이제 계장님…. 아니, 한범진 살인사건만 남았네.”

 “…….”

 

 해진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세현도 그와 함께 발걸음을 멈추고 제 말을 이었다.

 

 “러디 사건이라고 해야 하나. 이번이 5차지? 러디도 참 징글징글하다, 징글징글해.”

 

 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해진보다 먼저 발걸음을 뗐다.

 

 제 자리로 간 해진은 자리에 앉아서 마른세수를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죽은 사람이 다른 이도 아니고 경찰에 그것도 도담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계장이다.

 

 물론 그가 저지른 범죄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했고 그로 인해 좀 그렇지만 ‘잘 죽었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으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살해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경찰의 기본적인 의무였고 그 속엔 해진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여. 그 망할 것은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해진이 러디에 대한 짜증을 내고 있는데 해진의 핸드폰이 울리며 ‘지은이’라는 발신자를 띄웠다. 해진은 잠시 망설이는 듯싶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해진의 조심스러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먼저 났다. 그리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에게 ‘아줌마’라는 호칭을 쓰며 해진에게 안도감을 심어주었다.

 

 해진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응, 지은아.’라고 답했다.

 

 몇 번의 말을 주고받았다. 지은이 전화를 해줬다는 것에 기분이 좋긴 했지만, 평소와 다른 그녀의 어투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를 무어라 표현을 해야 좋을까. 분명 그 어투는 지은의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는 듯함에서 오는 답답함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이 있었다.

 

 설마…. 누군가 지은의 흉내를 내는 것일까.

 

 그들이 기억공유를 하는 게 맞다면 지은과 함께 있었을 때의 기억을 말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 상황이라면 제외될 수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 인격.

 

 제인.

 

 제인은 가장 지은과 유사한 인격이긴 했지만, 누군가를 흉내 낸다거나 하는 인격은 아니었다, 웬만해선.

 

 러디 성격이라면 장난을 친답시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직접 눈으로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해진은 그런 결론에 도달함과 동시에 겉옷을 챙겨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박친구, 어디가? 보고서는?”

 “아….”

 

 세현이 손에 사이다 한 캔을 들고 걸어 들어왔다. 보고서도 쓰지 않은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세현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해진이 보고서 쓰는 것을 잊어버린다는 게 세현의 입장에선 납득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세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해진의 옆인 제 자리에 사이다를 내려놓고 섰다.

 

 “너 어디 아프냐? 왜 정신을 못 차려? 보고서를 빼먹을 인간이 아닌데, 네가. 뭐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꼬맹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

 “…지은이….”

 “뭐야, 진짜 무슨 일 생겼어? 왜 무슨 일인데. 아, 일단 다녀와서 말해라. 가, 얼른!”

 

 세현은 그에게 지은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던져본 말이었는데 해진의 반응이 자신이 생각했던 안 좋은 표정과 들어맞자 멋대로 지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확정 짓고 해진을 밀며 얼른 가보라고 했다.

 

 덕분에 해진은 경찰청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는 액셀을 조금 세게 밟아서 평소보다 빨리 집에 도착했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TV 소리가 들렸고 TV의 맞은편 소파에 지은이 드러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지은은 고개를 뒤로 젖혀 해진을 보고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사건 종결?”

 “…응. 종결.”

 

 지은은 다시 TV로 시선을 옮겼고 해진은 지은을 한참을 서서 지은을 보고 있었다.

 

 지은은 제 옆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렸고 자신을 보고 있던 해진과 눈이 마주쳤다. 지은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왜 그렇게 봐요?”

 

 해진은 그 거리에서도 지은의 물음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지은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은은 그런 해진에게서 이상함을 느꼈고 소파에서 일어나 해진의 앞에 섰다.

 

 해진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제 특유의 까칠한 목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나름 다정하다고 생각되는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물었다.

 

 해진의 눈엔 슬픔이 가득했다. 하지만 입꼬리를 살짝 올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니, 아무 일도.’라고 답했다.

 

 해진은 지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씻고 오겠다며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해진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은은 해진의 방문이 닫힌 뒤에도 계속 방을 보고 있었다.

 

 살갑게 표현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저런 상태로 사람이 들어오는데 걱정이 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일 테니까.

 

 지은은 해진의 방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을 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진 않았다.

 

 아니, 들어가지 못하는 걸까.

 

 해진이 제게 말해주지 않는 것이 이렇게 신경 쓰일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찝찝한 기분일 줄은 몰랐는데.

 

 “아줌마.”

 

 지은이 해진을 불러보았다. 한숨 소리 뒤에 들려오는 해진의 목소리. 금방 울기라도 한 듯 축 젖은 목소리였다.

 

 망설이던 것을 그만하고 지은은 문고리를 잡았고 돌려 방문을 열었다. 해진은 문으로부터 뒤돌아 서 있었다. 마치 지은이 지금 제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처럼.

 

 “사건 잘 마무리된 거 아니야? 왜 그러는데, 사람 신경 쓰이게.”

 

 틱틱 대는 말투였지만 걱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지은이었다. 이질감이라곤 없는 오롯한 지은이었다.

 

 해진은 주먹을 꽉 쥐고 아랫입술을 앙물었다. 자신이 삼키고 있는 울음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길 바라는 듯했다.

 

 “…말 못 해주는 거면 물어봐서 미안. 나갈게.”

 

 아무 말이 없는 해진에 지은이 말해주면 안 되는 것이라, 판단하고는 간단히 사과하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지은이 뒤도는 순간 해진이 그녀를 꼭 안았다.

 

 애써 삼키고자 했던 울음이 호흡으로 그대로 지은에게 전해졌다.

 

 “다 괜찮을 거야. 그치? 다 괜찮을 거야.”

 

 불안이 가득 스민 그의 목소리에 지은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흐릿한 영상 하나가 머릿속에서 재생이 되는 것 같았다. 화면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소리는 깨끗하게 들렸다. ‘다 괜찮을 거야.’ 분명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지은은 자신도 혼란스러운 와중에 자신을 감싼 해진의 팔을 쓸어내려 주며 ‘응, 괜찮을 거야. 전부다.’라고 답해주었다.

 

 다’가 뜻하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을 것이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내뱉을 때 왜 그렇게 구역질이 날 것 같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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