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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죽은 너를 위하여
작가 : 예드니
작품등록일 : 2020.8.5

마교가 멸문당한 정사대전이 발발한지도 20년이 지났다.

"귀안을 갖은 자는 삿된 것에게 먹혀 귀문을 열고 만다."
귀신을 보는 청년 '우현'과 인형에 갇힌 여인 '천설화'. 그리고 외팔이 '장익삼'의 평생에 걸린 복수극.

 
25. 코는 그린 거라서
작성일 : 20-09-16 01:23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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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코는 그린 거라서

 

 “네, 없습니다. 아저씨,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미미 님이 얼마나 답답하시겠……, 응? 아저씨 뭐 하세요?”

 

 쿵쿵!

 우현은 나무에 몸을 부딪치고 있는 장익삼을 보며 물었다.

 

 “팔에 소름이 돋았는데, 팔이 한 짝이라서 긁을 수가 있어야지.”

 “소름이 왜 돋는데요?”

 “네가 완전히 돌은 새끼라서-!”

 

 장익삼은 내가 저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투덜거리며 짐을 단단히 멨다. 우현은 절대 인형을 어깨에서 떼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고,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에잉, 난 더는 못 보겠다! 나 먼저 간다!”

 “에? 아저씨!”

 “올 때 묵었던 그 객잔에서 만나자!”

 “정말 가시게요?!”

 “넌! 에휴, 이놈아. 마을 들어올 때도 그 인형 달고 오면 내 직접 네놈의 고추를 떼버릴 테니까! 그리 알 거라!”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며 신발을 바로 신은 장익삼은 우현을 힐끔 한 번 보더니만, 갑자기 경공을 쓰며 냅다 달려 나갔다.

 

 “이렇게 먼저 가시면 저는 어떡, 으악-!”

 

 우현은 자리를 박차고 나간 장익삼의 여파로 잠시 휘청거렸다.

 

 “미미 님! 괜찮으세요!?”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우현은 어깨에 있는 인형이 떨어지지 않도록 손을 들어 필사적으로 막았다.

 

 끄덕.

 

 그러자 실 떨어진 인형처럼 기우뚱하던 미미는 장익삼의 뒤통수가 콩알만 하게 보일 때쯤, 마침내 스스로 움직였다.

 

 “하하.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제 옷자락을 꼭 잡은 나무 손을 보며 우현은 크게 안도했다.

 

 아무래도 미미는 수줍음이 많은 인형 같았다. 우현이 아닌 타인의 앞에서는 정체를 탄로 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하긴, 그 먼 곳에서부터 말 한마디 없이 어깨에 매달려 따라왔으니, 보통 내성적인 게 아닐 터였다.

 

 “떨어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꼭 잡고 계세요.”

 

 걱정하는 우현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미미는 목탄으로 그려진 세 가닥 수염이 있는 볼을 긁적였다.

 

 ***

 

 넓게 펼쳐진 논밭에 난 두렁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고즈넉한 길을 홀로 걷는다는 것은 심심할 법도 했지만, 두 손 위에 인형을 올려둔 우현은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이건 어때요? 이 꽃도 예쁘지요?”

 

 제가 하는 질문에 미미로부터 응답은 들을 수 없었으나 인형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으로도 사람과 인형이 소통하기에는 충분했다.

 

 조금 모양새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죽은 자들과 안부를 물으며 지내는 우현이었다. 인형을 대화 상대로 삼는다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꽃을 무척 좋아하는가 보네요, 미미 님은.”

 

 우현은 들에 핀 야생화를 몇 개 꺾어 미미에게 주었다. 꽃을 선물 받은 미미는 기분이 좋았던지 옷자락이 휘날릴 정도로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그러더니만 곧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인형의 탈을 쓴 수줍음 많은 꼬마 아가씨였다.

 

 “어라? 미미 님. 꽃향기를 맡는 것도 가능하신가요?”

 

 도리도리.

 우현의 질문에 인형의 어깨가 축 처졌다.

 

 “아, 냄새는 맡지 못하셨던 거군요……?”

 

 시무룩해진 미미를 보며 우현은 엄지손가락을 살금살금 가져가 대었다. 등을 토닥여주자 고양이 얼굴을 한 인형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럼……. 후각도 없으면서 어째서 꽃에 코를 가져다 대는 거야.’

 

 우현은 미미의 얼굴에 붙은 꽃가루를 털어주었다. 그러자 천 위에 그려진 눈이 손가락을 따라왔다.

 

 ‘보이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린 눈은 그럼 작동하느냐고 몹시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또 한 번 고개를 저으며 시무룩해 할지도 몰라서 우현은 잠자코 있었다.

 

 날 때부터 청력을 상실한 자가 천둥이 치는 날에 귀를 막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던 우현은 고개를 저었다.

 

 “저기 해바라기가 있습니다. 따다 드릴까요?”

 

 끄덕끄덕!

 우현은 손칼을 꺼내 굵직한 해바라기 줄기를 베었다. 미미가 들자 마치 양산을 쓴것처럼 거대했다.

 

 ‘아, 이번에도 역시나.’

 

 미미는 해바라기 꽃에 또 한번 코끝에 가져다 대었다.

 

 향기는 맡지 못한다고 했으니, 습관적으로 나온 행동임이 분명했다.

 

 그러자 불현듯 우현은 집에 상주하는 영체, 유매와의 일화가 떠올랐다.

 

 ‘혼백 공자야!’

 ‘네, 유매.’

 ‘산책할 때 좀 천천히 걸어라! 너 따라가다간 다리가 저려서는, 죽었지마는 이러다 또 죽겠다!’

 ‘다리는 무슨. 유매는 걸어다니지도 않으면서 무슨 엄살이 그리 심해요?’

 

 유매는 마차에 치여 죽어 상반신만 남아있는 영체였다.

 

 ‘깔깔! 다리 없다고 무시하니?’

 

 우현이 엄살이라며 나무라자 그녀가 없는 다리 대신 질질 흐르는 창자를 주무르며 말했다.

 

 ‘나도 살아생전에 실컷 걸어 다녀 봐서, 알건 다 안다! 깔깔깔!’

 

 우현은 꽃에 코를 묻은 미미를 보자니 가슴 한구석이 시큰해져 왔다. 다리 없는 유매가 창자를 주무르는 동작을 봤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목덜미가 서늘하기도 했다.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무척 말도 안 되는 가설이었지만.

 

 ‘미미님은 역시, 사람이었던 걸까.’

 

 우현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그러자 해바라기와 놀던 인형 미미는 동작을 멈추고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 미미 님.”

 

 우현은 애써 밝게 웃으며 말머리를 돌렸다.

 

 “저, 미미 님. 저는 올해 약관이 되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미미 님은 몇 살이신 지요?”

 

 인형에게 나이를 묻는 것만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하지만 영체를 보는 우현에게 상식 밖의 일은 일상과도 같아서 주저함이 전혀 없었다.

 

 “어라? 미미 님?”

 

 퐁!

 우현의 질문에 미미가 갑자기 우현의 두 손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허겁지겁 놀란 우현과 다르게 미미는 태연자약했다.

 

 ‘재빠르잖아?’

 

 의외로 미미의 움직임이 무척 날렵했다. 헝겊으로 만든 고양이 머리를 한 주제에, 마치 자객과도 같은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풉.”

 

 하지만 바닥에 착지할 적에 노란 해바라기를 우산처럼 들고 유유히 낙하하는 모습은 마냥 귀여웠다.

 

 스윽. 스윽.

 

 미미가 제 몸집만 한 해바라기 대를 바닥에 대고 쓱쓱 선을 그었다. 얼마안가 흙 위에는 ‘이십일’라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우현은 사람 같이 정교한 인형의 움직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 스물한 살!”

 

 끄덕끄덕.

 

 “제가 스물이니까. 저보다 한 살 많은 누님이셨네요! 형님 아니라 누님이 맞으신 거죠? 치마를 입고 있으시니까. 응……?”

 

 뭐가 문제였을까. 미미는 갑자기 해바라기의 줄기로 바닥에 적은 그녀의 나이를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어째 인형이 시무룩하다?’

 

 인형의 표정이 일관적인지라 당장에 무슨 기분인지 잘 파악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현은 갑자기 시들시들해진 미미의 태도를 보아하니, 제가 분명 무언가를 잘못한 것 같았다.

 

 ‘설마, 이거려나?’

 

 만년 총각 장익삼.

 그는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객잔에서 술을 홀짝였다. 인연을 찾는다나?

 

 그럴 때마다 자기가 무슨 외로운 한 마리의 늑대라도 된 것처럼 굴었는데, 장익삼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토기가 치밀어오르는 우현은 먼저 잠자리에 들고는 했다.

 

 ‘자고로 사내가 성인이 되면 누님 소리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거다.‘

 

 사냥 능력이 심히 의심스러운 늑대였지만, 어쨌거나 우현이 장익삼에게서 배운 것이 없지 않았다.

 

 “저, 미미 님.”

 

 우현의 부름에 미미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들었다.

 

 표정은 확인하지 못할지언정, 미미는 조금 전 꽃을 갖고 놀 때보다 동작이 굼떴다.

 

 필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저. 제가 생일이 겨울이라 늦긴 한데…….”

 

 탓!

 

 우현의 의도를 벌써 알아차린 걸까? 바닥을 괜스레 퍽퍽 때리던 미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꽃을 지팡이 삼아서 우뚝 섰는데, 커다란 해바라기꽃이 시야를 방해하자 성가셨는지 미미는 그 아끼고 놀던 꽃을 냉큼 던져 버리기까지 했다.

 

 어서 당장 말해 보라며 벼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말 놓고 친구 하면 어떻겠습니까? 아니, 어떨 것 같아?”

 

 끄덕, 끄덕, 끄덕!

 우현이 짐작한 바가 맞았다. 미미는 세차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고개가 떨어질 것같았다.

 

 우현은 이빨을 보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역시나 미미도 역시 누나라고 불리기보다는, 저와 친구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미미야. 말 놓을께. 잘 부탁해.”

 

 끄덕끄덕.

 

 우현이 먼저 미미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손가락을 내밀자 인형은 양손으로 마주 잡고서 위아래로 흔들었다.

 

 “악수도 할 줄 알고. 착하다.”

 

 미미의 귀여운 모습에 우현은 입가에 흐뭇한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섬뜩한 기분도 지울 수 없었다.

 

 ‘역시나, 미미는 인형 따위가 아니야.’

 

 사람과 살아가는 예법을 아는 인간. 아니, 인간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

 

 “형님-! 형님! 아, 거기 계시오!”

 

 초씨는 허겁지겁 콩이 한가득 널려 있는 곽씨의 집 마당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우 왔는가?”

 

 곽씨는 무척 바빴다. 대풍이 들어 콩 타작하랴, 도리깨질하랴 쉴 새가 없었다.

 

 오늘 다 해내지 못하면 내일은 또 내일의 수확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일손이 없어서 썩어나는 곡식을 보는 것은 풍년에만 맛볼 수 있는 농부의 비극이었다.

 

 “지, 지, 지금 당장 나랑 어디 좀 가오. 어서!”

 “아니, 바빠 죽겠는데! 가기는 어딜 간단 말이야?”

 

 그렇게 몹시도 바쁜 날에 겨우 여섯 가구만 사는 깊은 산속 마을 곽씨 네 집으로 초씨가 찾아온 것이다.

 

 “ 무슨 소란이길래 이리 호들갑을 떠는 게야?”

 

 곽씨와 형편이 엇비슷한 건넛마을 농부 초씨는 벼농사를 지었다.

 

 그도 바쁠 것이 분명했는데.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나가자고 하는 통에 곽씨가 버럭 성질을 부렸다.

 

 하지만 초씨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 글쎄! 도리깨는 좀 내려놓고! 일단 나랑 나가오! 어서!”

 “아니 어디를 가는데! 말을 해야 가든지, 말든지 하지!”

 

 초씨는 간간이 집을 찾아가 직접 빚은 고량주를 나눠마시곤 하는 곽씨의 30년 지기 친우였다.

 

 하지만 이렇게 다급하게 구는 모습을 본 것은 15년 전, 저의 혼인 소식을 접하고는 놀리려고 달려왔던 적 이후로 처음이었다.

 

 “내, 내, 내가!”

 “아 숨넘어가겠어! 뭔데 그래!”

 “이 내가 보, 보물을 발견했소!”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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