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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작가 : 화산호
작품등록일 : 2020.9.11

“나랑 사귀자!”
진심 1도 없는 고백이란 걸 알지만
커플이 되어 살아남아 우승해야만 끝이 나는 유튜브 인기 방송,
<리얼 청춘 낭만 서바이벌 쇼: 하이틴 스캔들>에 출연하게 된 12명의 고등학생들.
서로의 정체를 살피며 아슬아슬한 연애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한다.

뭔가 유치한 프로그램에 쭈뼛쭈뼛 참가하게 된 권재하!
최대한 존재감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첫 번째 탈락자가 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그런데!
왜 나보고 웃어 자꾸!
왜 삼겹살 그거 내 밥에 올려주고 난리야!
분명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란 걸 아는데
이러면 탈락하기 싫어지잖아.
점점 살아남고 싶어진다고!
다음 라운드에서도 너를 계속 보려면
다른 애한테 고백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진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 애에게 그러면 나는 완전 양아치잖아.

 
9. 그렇게 웃지 마!
작성일 : 20-09-15 22:33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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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월의 밤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렸다.

 기분 좋은 향긋함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엄마의 오래된 스카프에 얼굴을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리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왔다.

 우서진은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무심, 무신경, 무관심을 적절하게 섞어서 뭉쳐 놓은 여자애였다.

 이 여자애한테는 늦은 밤 사람을 잠 못 들게 하는 이 요사스러운 바람도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나 보다.

 “사실은 나.”

 재하는 주변을 살피며 눈치를 보다가 우서진의 귀에다 살짝 속삭였다.

 “첫 라운드에서 바로 탈락할 생각이야!"

 우서진은 자신이 재하에게 건넨 말이 그저 커다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 던져도 수면 위에 잠시 잠깐 손바닥만한 동그라미 몇 개 겨우 만들고 자취를 감추는 돌멩이였다.

 “그래도 그 전까지는 최대한 도울게!”

 무심, 무신경, 무관심 할 거면 그렇게 웃지라도 말 것이지!

 우서진은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하며 활짝 웃는 재하를 보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재하는 우서진이 한참 만에 픽 웃으며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이자 참았던 숨을 겨우 내쉴 수 있었다.

 와오, 씨! 고백인 줄 알았잖아!

 괜히 주절주절 헛소리를 했으면 서로 민망할 뻔 했다.

 무슨 말을 고백처럼 하고 난리야! 사람 심장 떨어지게!

 ‘그럼 우리 같이 최종 라운드까지 도전할래?’

 태어나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을 재하는 처음 들었다.

 우서진의 말은 순간 고백처럼 들렸었다. 날카롭게만 보이던 우서진의 눈빛이 순간 너무나 뜨겁게 느껴져서 재하는 얼른 오른손으로 스마트워치부터 감쌌었다.

 정신을 차린 재하는 자기의 순간적인 대처가 정말 훌륭했단 생각이 들었다. 올 해 들어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트가 제멋대로 반짝반짝 거리는 걸 들켰으면 평생 이불을 걷어차며 살아야 했을 것이다.

 재하는 더 이상 자기 인생에 흑역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침착함을 되찾은 재하는 우서진의 말을 되짚어 봤다.

 ‘그럼 우리 같이 최종 라운드까지 도전할래?’

 괜한 망상을 지우고 말 그대로 해석하면 상금을 위해서 힘을 합치자 혹은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재하는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그냥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던 것이다. 실컷 옆에서 펌프질 해놓고 자기만 쏙 빠진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까봐 고민했지만 과부하 된 재하의 머리로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어쨌든! 잘 넘겼다!

 다시 첫 탈락 안정권에 들어왔단 생각에 재하는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막 상쾌하고 날아갈 것 같지 않았다. 미세한 찌꺼기가 남아 사람을 거슬리게 했다.

 그걸 모른 척 하면 안 됐었는데 별것 아니라고, 과민한 거라고 치부하며 넘겨버렸었다.

 

 “무슨 이야기하고 있어?”

 이규진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금으로 뭐하고 싶은지 이야기 하고 있었어.”

 재하의 말에 이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애들도 전부 그 이야기 중이야.”

 “1000만원 받으면 난 저금 할 거야.”

 이승호의 말에 애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우서진, 권재하 너희도 악기야?”

 강나연이 웃으면서 물었다.

 “어떻게 알아?”

 재하가 놀라자 강나연이 정은성과 차해인을 가리켰다. 정은성과 차해인도 악기라고 대답한 모양이었다.

 “우서진 너는 무슨 악기 전공이야?”

 이은주의 물음에 우서진이 짧게 대답했다.

 “대금.”

 곧게 뻗은 대나무에서 흘러나오는 맑고 시원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우서진과 정말 잘 어울린다고 재하는 생각했다.

 “재하 너는?”

 김산이 재하에게 물었다.

 “바이올린.”

 재하의 대답에 우서진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너 피아노 아니었어?”

 “아닌데? 나 쭉 바이올린이었어.”

 재하의 대답에 우서진이 다시 물었다.

 “피아노 한 적 없어?”

 재하가 대답을 하려는데 정은성이 끼어들었다.

 “너 초등학교 때 피아노 다녔잖아.”

 “아! 동생이 하도 레슨 받기 싫다고 도망 다녀서 엄마가 날 같이 보내긴 했지.”

 재하의 말에 우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서진 대금 연주하는 거 보고 싶다. 엄청 멋있을 거 같아.”

 이은주의 말에 이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나도 궁금해!”

 다른 여자애들과 함께 재하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우서진을 쳐다봤다. 그러자 우서진이 피식 웃었다.

 “바로 옆에서 같이 연주해도 까먹으면서 무슨.”

 재하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는데 송PD가 끼어들었다.

 “괜찮을 거 같은데? 우서진 어때? 연주해 볼래?”

 “밤에 무슨! 뱀 나와요!”

 단박에 잘라내는 우서진의 반응에 아이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슬슬 잘 준비해요. 오늘 공식적인 촬영은 마칠게요. 촬영한다고 피곤했을 텐데 불편한 잠자리겠지만 추억이라 생각해 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송PD의 상냥한 말에 재하는 깜짝 놀라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다.

 밤 11시 10분이었다.

 망했다! 아직 우서진 미션 안했는데!

 다급한 마음에 재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송PD는 재하가 또 무슨 딴지를 걸려고 그러나 싶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미션 못한 사람은요?”

 예상치 못한 물음에 송PD는 재하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설치된 카메라는 계속 녹화가 될 거예요. 내일 오전11시가 첫 번째 라운드 마감이니까 시간은 충분하지 않나요? 마음만 있다면.”

 송PD는 재하가 발끈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자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말했다.

 “우리 스텝들은 여러분들 텐트 맞은편에 텐트 칠거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요!”

 그리고 안전사고나 주의사항을 전달하며 촬영을 마쳤다.

 “우아! 이제 좀 편하겠다.”

 강나연이 기지개를 켜며 말하자 아이들이 전부 털썩 주저앉으며 죽겠다고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재하가 보기엔 다들 아무렇지 않게 촬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여기저기서 긴장이 풀린 곡소리가 들려왔다.

 재하도 하루 종일 마라톤을 한 것처럼 온 몸이 무거웠다. 어디 머리를 대기만 하면 바로 기절하듯 잠들 것이 분명했다. 어질어질 하고 주변의 소리도 멀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네, 그치?”

 김산의 말에 재하는 잠을 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미션 안 했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김산이 물었다.

 “응.”

 “왜?”

 “탈락하고 싶어서.”

 재하의 대답을 김산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지금은 마음이 바뀐 거야?”

 마지막에 재하가 송PD에게 물어본 것 때문에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아니.”

 마음이 더 확실해지면 확실해 졌지 바뀔 리는 없다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잠이 와서 말을 길게 하는 것도 귀찮았다.

 “아까 오후에 말이야.”

 김산이 조용히 말했다.

 “니가 했던 말 거짓말인 거 알고 있었어.”

 그럼 문현빈이 나를 마녀로 알고 있는 건 뭐야?

 재하는 발끈했지만 그냥 잠자코 있었다.

 “재하 니가 날 거절하려고 그렇게 말한 거라고 생각했어.”

 김산이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말을 끝내자 재하는 엉겁결에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내가 싫었던 것 같은데?”

 김산이 짓궂게 물으며 활짝 웃었다.

 재하는 조명이 터진 것처럼 밝게 웃는 김산을 바라보며 어떻게 너를 싫어 할 수 있겠냐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응?

 방금 그거 말로 한 거야?

 재하는 설마 아니겠지 라는 희망으로 김산을 쳐다봤다. 김산은 여전히 재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착각이지? 내가 그걸 진짜 말로 했을 리 없겠지?

 독한 감기약을 먹었을 때처럼 머리가 무겁고 멍해서 기억이 불분명했다.

 “그럼 내가 싫은 건 아니네?”

 아악!

 재하의 경악하는 표정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는 김산이 너무 싫었다.

 재하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피곤하고 잠이 와서 헛소리를 한 거야.”

 “그래, 알았어.”

 순순히 재하의 말을 인정하는 것도 너무 꼴 보기 싫었다.

 “꼴 보기 싫어.”

 “그래 알았어. 미안, 미안.”

 김산이 아이를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권재하.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는데.”

 김산이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쑥스러운 듯 빠르게 속삭였다.

 “촬영 때문에, 미션 때문만은 아니었어.”

 “뭐?”

 재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냥. 그렇다고.”

 야! 이건 반칙이지!

 무슨 남자애가 그렇게 예쁘게 웃냐고!

 그렇게 웃으면서 그런 목소리로!

 재하는 괴로운 표정으로 또다시 스마트워치를 감쌌다.

 김산이 싫다.

 최대한 존재감 없이 그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첫 번째 탈락자가 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다.

 분명히 김희윤과 커플이 된 걸 아는데.

 진짜 날 좋아한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러면 탈락하기 싫어지잖아.

 살아남고 싶어진다고!

 재하는 흔들리는 자기 자신이 싫었다. 그리고 김산도 싫었다.

 싫은데, 진짜 싫은데 왠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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